‘키워드로 본’ 문정부 2년 공과 대해부

‘평화’만 있고…노와 오버랩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5월10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번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염원들로 만들어진 ‘촛불정부’다. 헌정 역사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그동안의 공과를 <일요시사>가 핵심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헌정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첫 임기 당시 80%에 육박하며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문 대통령의 지난 2년은 어느 정부 때보다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인사 논란,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경제 정책, 번복되는 교육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40∼50%으로 떨어지면서 초반의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2년 만에 8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서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 실패는 문정부의 오점으로 남았다. 게다가 50조 가까이 일자리 예산을 투입시키고도 최악의 역대 실업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문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의 지난 임기의 공과 과를 알아보자.

[촛불]

국민들은 지난 정부의 사유화된 국가권력과 부정부패에 분노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기 위해 문정부는 국가 비전을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선정했다. 또 국민이 주인인 정부와 더불어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목표로 삼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촛불로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한국을 꿈꾸게 했다.

[소통]

촛불시민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문정부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시민단체, 광화문 1번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하는 시스템인 청와대 국민청원은 과거에 없었던 대국민 소통 수단이다. 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청원에 답변하는 시스템은 국민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기자회견도 남달랐다. 각본 없는 100분 기자회견과 즉석 질의응답으로 언론과의 소통 역시 신경 썼다.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문정부는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적폐]

적폐 청산은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국정운영 계획의 첫 번째 과제로 국정농단 사태의 재조사,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적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를 열어 유치원·채용 비리와 같은 대표적 부패 사례를 ‘생활적폐 9대 과제’로 선정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이 부패인식지수(CPI) 역대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이러한 정책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촛불민심으로 출범, 지지율 80%로 출발
‘정의로운 나라’ 강조…그동안 바뀐 점은?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OECD 평균 점수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폐단과 비리 사회를 척결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와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정부가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됐다. 2007년 10월 평양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이후 첫 회담이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걷는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이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4·27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5.7%까지 오르며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긍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8년 9월엔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며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두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에 한 획을 긋는 데 성공했다.

[젠더]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젠더 문제에 최초로 관심을 보인 대통령이다. 차별은 빼고 평등을 더하겠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청해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또 여성을 부처 요직에 임명하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여성의 대표성 제고와 젠더폭력 대응에 관해 선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세대서 남녀 간 성대결이 심화되는 상황서 문정부가 여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중 최초로 성불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행보를 한 점은 높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

문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번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또 2년 동안의 경제 정책으로 마이너스 성장, 수출 감소, 경기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문정부는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의 비율이 높고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당성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혁신성장’을 함께 강조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 중심의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정부가 산재된 경제 문제들을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인사]

인사는 만사다. 지나온 정권서 인사의 실패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문정부는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부정행위에 음주 운전과 성(性) 관련 범죄를 인사 배제 원칙으로 추가했다. 이후로도 공직자 임용 기준이 계속해서 강화됐다. 그러나 인사 검증의 부실한 점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면서 이번 정부 역시 인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집권 초기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은 인사 청문 과정서 위장전입 사례가 드러나 곤혹을 겪었다. 또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됐던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조국 민정 수석과 사제 지간이자 동료 교수 관계로 밝혀졌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의 원인이 ‘코드 인사’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후로도 2기 내각 후보자 중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 낙마했다. 지난달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로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덕성을 중시했던 문정부에게 인사 실패는 더욱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집값]

부동산 집값은 우리나라의 부를 양극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전격 실시한 집값 안정화 대책 역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정부는 출범 이후 총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규제 탓에 지방 대부분 도시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과 미분양 누적에 시달리고 있다.

남북회담 최대 업적
경제·인사 오점으로

또 정부가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며 추진한 청약제도 개편이 대출 규제와 맞물려, 오히려 무주택자들을 분양시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과 6대 광역시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태다.

[노동]

정부는 국민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하겠다는 취지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업종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어디까지를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함께 맞물린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6.4%, 2019년엔 10.9%로 급격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노동력이 중요한 제조업과 건설업계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 공장 가동률은 점점 낮아지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임금은 높아지고 근로시간은 단축되니 노동력이 중요한 공장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신년 기자회견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대기업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저임금법과 주휴수당에 따라 사원에게 5000만원을 지급한 대기업이 최저임금 미달로 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우리의 근로 환경과 동떨어진 노동정책에 대한 시급한 보완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

문정부의 교육 정책 혼선은 국민들의 불신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사고·외고 폐지와 대대적인 대입제도 개편을 공약으로 걸었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자사고·외고 폐지는 무산됐다.

교육부는 2017년 8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대입제도 개편을 한 차례 유예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 약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정시 수능전형 확대’를 제외하면 이전의 입시제도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1년 동안 세금만 축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공약 역시 실패했다. 교육계에서는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현행대로 상대평가 과목으로 남겨두면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시 30% 확대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진영 어느 쪽의 입장도 반영하지 못했다. 문정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제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공약에만 얽매여 교육업계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권변호사 문재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서 가난한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달동네서 성장하면서도 독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서 명문 학교로 꼽히는 경남고를 수석 입학한 후 경희대 법대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그는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운동권 학생이 됐다. 1975년 유신독재 반대운동 시위를 이끌다 징역 8개월을 받고 강제 징집돼 특전사령부에 입대했다. 전역 후 문 대통령은 전남 대흥사서 사법고시를 준비해 1979년 1차에 합격했다.

같은 해 10·16부마항쟁과 10·26사태가 발생하자 전두환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하면서 2차 시험에 응시했다. 결국 2차 시험의 합격증은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서 받게 됐다.

1982년 문 대통령은 쟁쟁한 동기들 속에서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마쳤지만, 유신반대 시위 전력이 결격 사유가 되어 판사 임용에 탈락했다. 대형 로펌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홀로 계신 노모를 모시기 위해 부산행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서 사법 연수원 동기생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개로 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동업자였지만 서로 신뢰를 쌓아나가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부산과 경남 전역으로 노동인권사건을 총괄하고 1985년에는 부산민주시민협의회를 창립, 87년에는 6월 항쟁의 주역이 된 부산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한 6월 항쟁의 기억은 살아온 동안 가장 보람 찬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정의로운 시대를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운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총선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도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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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