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YG 커넥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37:25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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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칼날’ 양현석 겨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 게이트’가 YG엔터테인먼트로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승리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법인카드로 접대부 여성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YG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양현석 YG 대표가 실소유하고 있는 유흥주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빅뱅 전 멤버 승리

빅뱅 전 멤버인 승리의 성매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승리의 전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YG 회계책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회계책임자
참고인 소환

경찰에 따르면 승리는 2015년 말쯤 해외 투자자 성접대 등을 위해 호텔 숙박비 3000여만원을 YG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경찰은 YG 관계자들을 소환해 YG가 당시 성접대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YG 회계책임자의 말에 따르면 YG가 승리에게 제공한 카드는 선납금 개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YG가 소속 연예인인 승리에게 개인 기명 카드를 제공했고 호텔비 등 업무 외적인 비용이 발생하면 나중에 정산했다는 것.


YG의 돈이 성접대에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경찰은 “YG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고 YG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들의 피의자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승리는 2015년 12월 7∼9명의 일본인 투자자 일행을 상대로 한 접대 자리서 호텔비 3000만원을 소속사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이를 둘러싸고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 과정서 나온 법카 
승리 성접대 비용 지불? 

경찰에 따르면 승리와 함께 투자회사 유리홀딩스를 설립한 유인석 전 대표는 당시 일본인 투자자를 서울 강남의 한 술집으로 초대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유 전 대표는 성접대 목적으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10여명을 호출했다.

그는 일본인 투자자들을 위해 유흥업소 여성을 부르고 대금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측은 일본 투자자 일행이 서울 5성급 H호텔에 2박3일간 머무는 동안 유 전 대표가 이들 여성을 동원해 성접대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성 17명은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계좌 분석 등을 통해 이들 여성에게 성매매 관련 비용이 처리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달 23일과 24일 연이틀에 걸쳐 승리를 소환했다.  

YG 측은 승리가 호텔비 결제 뒤 개인적으로 이를 정산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명과 달리 이를 법인 비용으로 둔갑시켰을 경우 탈세뿐만 아니라 분식회계와 횡령 가능성도 있다.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진술 등에 비춰보면 승리의 호텔비 결제도 성접대 비용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승리가 명백한 불법행위와 관련된 비용을 결제하면서, 사용내역이 고스란히 남는 법인카드를 사용한 부분은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버닝썬 성매매
YG랑 무슨 상관?

법인카드로 결제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회사 법인카드나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뒤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세청 세무조사서 단골사례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탈세, 횡령 수법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양현석 YG 대표에게로 불똥이 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양 대표의 개인적인 탈세 의혹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세청은 지난 3월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 ‘특별세무조사 전담조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관 100여명을 투입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YG는 3년 전인 2016년에 통상 5년 단위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상당한 혐의가 있어야 착수한다’는 특별 세무조사의 성격이 강하다. 
 

▲ 양현석 YG 대표이사

업계에선 양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흥주점 ‘러브시그널’ ‘삼거리포차’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브시그널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과 달리 부가가치세 10% 이외에 개별소비세 10%와 교육세 3%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했다면 탈세에 해당한다.

이미 혐의 포착?
특별 조사 성격

이외에도 양 대표가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에 10여개 이상의 유흥주점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 대표는 씨디엔에이라는 주식회사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동생인 YG 양민석 대표이사의 소유다. 양씨 형제가 지분 전체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러브시그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씨디엔에이는 러브시그널을 포함해 삼거리포차, 삼거리별밤, 가비아, 문나이트, 토토가요 등 홍대와 강남, 광진구 일대 10여개 클럽과 주점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홍대 가비아와 삼거리별밤이 있는 건물의 소유자 역시 양 대표다. 양 대표가 이들 클럽과 업소의 실소유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홍대의 클럽 NB 1·2도 양 대표가 문을 연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YG의 역외탈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이 이번 YG 조사에 1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공연·마케팅 등 사실상 모든 업무 영역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국세청은 YG가 지난 5년간 진행한 해외공연 내역 등을 확보했고, 현재는 수집된 공연 정보와 추정 수입 등을 근거로 지난달 20일 확보한 재무 자료가 정확한지를 대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G는 20개의 회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집단이다. 이 중 해외 계열사만 YG저팬 등 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상장사고 손자 회사도 3개나 되는 탓에 정확한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한류에 올라탄 연예 기획사의 지능적 역외탈세는 지난해 9월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 과정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양 대표의 유흥주점 실소유주 의혹 
국세청 핵심 조사4국 세무조사 착수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현재 YG에 소속돼있거나 과거 소속됐던 아티스트들이 해외서 올린 수익의 모든 내역을 국내 세법에 맞게 신고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 저작물의 해외판권이나 저작권료 등은 국세청이 FIU(금융정보분석원)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과 동남아, 중국 등 해외 공연수익은 계약자 상호 합의에 의해 내역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는 게 가능하다.  

국세청은 또 양 대표와 YG가 해외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관련 시장이나 자산에 이른바 ‘파킹(고의 은폐)’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있다. 해외의 숨은 별장이나 미술품 등 고액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국내의 한 연예기획사 사주는 해외공연 수익 70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해 은닉했다가 세금 추징에 더해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과세당국이 이번 조사로 K팝 열풍 뒤에 숨은 연예기획사의 고질적인 역외탈세 관행까지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향후 사정기관 수사서 YG의 최순실 연루설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YG에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발단은 당시 YG 소속이었던 가수 싸이가 회오리 축구단에 소속돼있던 것에서 시작됐다. 회오리 축구단은 최순실 언니 최순득이 영향을 끼친 연예인 축구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씨와 장시호가 연예계 사업에 침투해 특정 연예인에게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면서 YG의 최순실 연루설이 퍼졌다. 당시 YG 측은 모든 게 루머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당시 양 대표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가 최연소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거나 싸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서 특별공연을 하는 등 박근혜정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 논란이 됐다. 

차명 업소는?
역외탈세 조사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의 하나인 차은택 감독이 빅뱅의 ‘거짓말’, 싸이의 ‘행 오버’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 역시 YG와 박근혜정부의 커넥션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특히 YG의 계열사 YG케이플러스가 최순실 소유의 건물인 미승빌딩을 임대해 사용했던 전적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논란이 일자 의정부시는 “시가 먼저 YG에 제안해 K팝 클러스터 조성 협약을 맺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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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