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YG 커넥션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07 10:37:25
  • 호수 1217호
  • 댓글 0개

‘사정 칼날’ 양현석 겨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버닝썬 게이트’가 YG엔터테인먼트로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승리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법인카드로 접대부 여성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YG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양현석 YG 대표가 실소유하고 있는 유흥주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빅뱅 전 멤버 승리

빅뱅 전 멤버인 승리의 성매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승리의 전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YG 회계책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회계책임자
참고인 소환

경찰에 따르면 승리는 2015년 말쯤 해외 투자자 성접대 등을 위해 호텔 숙박비 3000여만원을 YG의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경찰은 YG 관계자들을 소환해 YG가 당시 성접대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YG 회계책임자의 말에 따르면 YG가 승리에게 제공한 카드는 선납금 개념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YG가 소속 연예인인 승리에게 개인 기명 카드를 제공했고 호텔비 등 업무 외적인 비용이 발생하면 나중에 정산했다는 것.


YG의 돈이 성접대에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진술이다. 경찰은 “YG로부터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고 YG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들의 피의자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승리는 2015년 12월 7∼9명의 일본인 투자자 일행을 상대로 한 접대 자리서 호텔비 3000만원을 소속사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이를 둘러싸고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다.

수사 과정서 나온 법카 
승리 성접대 비용 지불? 

경찰에 따르면 승리와 함께 투자회사 유리홀딩스를 설립한 유인석 전 대표는 당시 일본인 투자자를 서울 강남의 한 술집으로 초대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유 전 대표는 성접대 목적으로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10여명을 호출했다.

그는 일본인 투자자들을 위해 유흥업소 여성을 부르고 대금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 측은 일본 투자자 일행이 서울 5성급 H호텔에 2박3일간 머무는 동안 유 전 대표가 이들 여성을 동원해 성접대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여성 17명은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계좌 분석 등을 통해 이들 여성에게 성매매 관련 비용이 처리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 의혹 등과 관련해 지난달 23일과 24일 연이틀에 걸쳐 승리를 소환했다.  

YG 측은 승리가 호텔비 결제 뒤 개인적으로 이를 정산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명과 달리 이를 법인 비용으로 둔갑시켰을 경우 탈세뿐만 아니라 분식회계와 횡령 가능성도 있다.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진술 등에 비춰보면 승리의 호텔비 결제도 성접대 비용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승리가 명백한 불법행위와 관련된 비용을 결제하면서, 사용내역이 고스란히 남는 법인카드를 사용한 부분은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버닝썬 성매매
YG랑 무슨 상관?

법인카드로 결제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회사 법인카드나 공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뒤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세청 세무조사서 단골사례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탈세, 횡령 수법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양현석 YG 대표에게로 불똥이 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양 대표의 개인적인 탈세 의혹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세청은 지난 3월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에 ‘특별세무조사 전담조직’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관 100여명을 투입해 세무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YG는 3년 전인 2016년에 통상 5년 단위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상당한 혐의가 있어야 착수한다’는 특별 세무조사의 성격이 강하다. 
 

▲ 양현석 YG 대표이사

업계에선 양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흥주점 ‘러브시그널’ ‘삼거리포차’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러브시그널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과 달리 부가가치세 10% 이외에 개별소비세 10%와 교육세 3%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영업했다면 탈세에 해당한다.

이미 혐의 포착?
특별 조사 성격

이외에도 양 대표가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에 10여개 이상의 유흥주점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 대표는 씨디엔에이라는 주식회사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동생인 YG 양민석 대표이사의 소유다. 양씨 형제가 지분 전체를 갖고 있는 이 회사는 러브시그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씨디엔에이는 러브시그널을 포함해 삼거리포차, 삼거리별밤, 가비아, 문나이트, 토토가요 등 홍대와 강남, 광진구 일대 10여개 클럽과 주점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홍대 가비아와 삼거리별밤이 있는 건물의 소유자 역시 양 대표다. 양 대표가 이들 클럽과 업소의 실소유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홍대의 클럽 NB 1·2도 양 대표가 문을 연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YG의 역외탈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이 이번 YG 조사에 1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투입해 공연·마케팅 등 사실상 모든 업무 영역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국세청은 YG가 지난 5년간 진행한 해외공연 내역 등을 확보했고, 현재는 수집된 공연 정보와 추정 수입 등을 근거로 지난달 20일 확보한 재무 자료가 정확한지를 대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G는 20개의 회사를 계열사로 둔 기업집단이다. 이 중 해외 계열사만 YG저팬 등 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상장사고 손자 회사도 3개나 되는 탓에 정확한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한류에 올라탄 연예 기획사의 지능적 역외탈세는 지난해 9월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 과정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양 대표의 유흥주점 실소유주 의혹 
국세청 핵심 조사4국 세무조사 착수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빅뱅, 싸이, 투애니원 등 현재 YG에 소속돼있거나 과거 소속됐던 아티스트들이 해외서 올린 수익의 모든 내역을 국내 세법에 맞게 신고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티스트 저작물의 해외판권이나 저작권료 등은 국세청이 FIU(금융정보분석원)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과 동남아, 중국 등 해외 공연수익은 계약자 상호 합의에 의해 내역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는 게 가능하다.  

국세청은 또 양 대표와 YG가 해외서 얻은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관련 시장이나 자산에 이른바 ‘파킹(고의 은폐)’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있다. 해외의 숨은 별장이나 미술품 등 고액자산을 신고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국내의 한 연예기획사 사주는 해외공연 수익 70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해 은닉했다가 세금 추징에 더해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과세당국이 이번 조사로 K팝 열풍 뒤에 숨은 연예기획사의 고질적인 역외탈세 관행까지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향후 사정기관 수사서 YG의 최순실 연루설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YG에 입사했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발단은 당시 YG 소속이었던 가수 싸이가 회오리 축구단에 소속돼있던 것에서 시작됐다. 회오리 축구단은 최순실 언니 최순득이 영향을 끼친 연예인 축구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씨와 장시호가 연예계 사업에 침투해 특정 연예인에게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면서 YG의 최순실 연루설이 퍼졌다. 당시 YG 측은 모든 게 루머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당시 양 대표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가 최연소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거나 싸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서 특별공연을 하는 등 박근혜정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 논란이 됐다. 

차명 업소는?
역외탈세 조사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의 하나인 차은택 감독이 빅뱅의 ‘거짓말’, 싸이의 ‘행 오버’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것 역시 YG와 박근혜정부의 커넥션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특히 YG의 계열사 YG케이플러스가 최순실 소유의 건물인 미승빌딩을 임대해 사용했던 전적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의정부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논란이 일자 의정부시는 “시가 먼저 YG에 제안해 K팝 클러스터 조성 협약을 맺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