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새누리당 투톱’ 김무성-유승민 엇갈린 운명
‘옛 새누리당 투톱’ 김무성-유승민 엇갈린 운명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05.08 09:41
  • 호수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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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우리도 좋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서 투톱이었던 두 인물의 엇갈린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한 명은 한국당으로 복귀해 당 화합에 집중하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기울어진 배를 다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묶어 ‘투톱’이라 일컫는다. 당의 주요한 업무를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직책의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당 대표는 주로 당의 외적인 부분을, 원내대표는 당의 내적인 부분을 이끌어간다. 당 대표가 바깥사람이라면 원내대표는 안사람이라 보면 된다.

한때는 동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무성 의원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 투톱이었다. 2015년 2월 유 의원이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투톱이 완성됐다. 

‘김무성-유승민’ 체제는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취임 두 달 후 교섭단체 연설서 유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그해 7월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다. 부글부글 끓고 있던 친박(친 박근혜)계에게 내린 사실상의 돌격명령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여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결의, 짧았던 투톱 체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소신발언으로 유 의원은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김·유 두 의원은 정치적 동지의 길을 선택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여당이 쑥대밭이 되자 두 사람은 탈출을 거행,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바른정당의 대주주로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찍어내기를 당할 때 당 대표였던 김 의원은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백기를 들었다. 주류였던 친박계가 유 의원의 사퇴를 결의하자 김 의원은 이들과 동조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의 갈등은 최고조를 이뤘다. 친박 공천으로 유승민계 의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유 의원 역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할 지경이었다. 공천 막판에 김 의원이 옥새(당 직인) 파동을 일으켜 유 의원과 유승민계가 출마할 수 있는 길을 터줬지만, 섭섭함은 사라지지 않은 듯했다. 당시 유 의원 측은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어 뭐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앙금이 남았던 것일까. 바른정당서 두 사람은 과거 새누리당 투톱이었을 때처럼 찰떡호흡을 보이진 못했다. 오히려 언제 이혼 도장을 찍어도 이상하지 않을 균열을 보였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2017년 9월 최고위원회의서 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김 의원은 ‘유승민 사당화’를 거론하며 거부했다.

최고위원회의 직전 의원단 만찬서 두 사람이 선보였던 ‘선 러브샷, 후 입맞춤’도 두 사람의 관계를 봉합하지 못했다. 두 달 후 김 의원이 한국당행을 선택함으로써 우여곡절이 많았던 두 사람의 2년여에 걸친 동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이 다시금 국회서 관심을 받고 있다. 좌초 직전인 바른미래당호를 일으키기 위해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 개혁보수 외길 걸어가
‘김’ 한국당과의 동행 선택

현재 바미당의 내부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사보임 쇼크’는 잠자고 있던 내분의 조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자당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위원 중 권은희 의원을 임재훈 의원으로,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바꾸는 사보임계를 국회사무처 의사국에 제출했다.

유 의원 등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는 데 반대하는 바미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이 지정된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전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유 의원의 탈당설이 불거졌다. 유 의원이 바미당을 나와 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김 의원이 걸었던 길과 같다. 그러나 유 의원은 탈당설을 일축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암아트홀서 열린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행사에 참석해 “여러분 중 많은 분이 한국당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분명히 말하겠다. 저는 쉽고, 편하고, 거저 먹고, 더 맛있어 보이고, 계산기 두드려서 이익이 많아 보이는 쪽으로 가는 그런 길은 안 간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의원이 지도부 총사퇴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그는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의) 처신을 보고 움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미당 원외 지역위원장 등은 이미 지도부 총사퇴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여기에 당내에서는 유 의원의 등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유 의원의 ‘개혁보수’ 외길 인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각자의 길로

반면 김 의원은 한국당의 가치와 함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당내 복당파 의원 22명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청원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는 취지의 편지를 보낸 바 있다. 또 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는 농성을 벌이는 등 비박(비 박근혜)계 색채를 최대한 자제한 채 당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전사 전성시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저지 농성을 벌이는 과정서 여성 의원들이 보여준 발언과 행동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농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저녁, 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들 사이로 들어가 “독재 타도, 헌법 수호” 구호를 외치며 주변을 독려했다.

다음 날에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동료 의원들과 스크럼을 짜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대치 상황서 빼앗은 빠루(쇠 지렛대)를 쥐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은재 의원은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집무실을 점거했을 때 문 의장에게 국회법을 보여주며 “이걸 지켜야지요. 의장님 사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사퇴하라”고 소리친 바 있는 이 의원은 최근 ‘사퇴 요정’으로 통한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