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학의 키맨’ 윤중천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02 15:16:46
  • 호수 1216호
  • 댓글 0개

진실을 물고 있는 왕년의 마당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상대로 전방위 수사 중이다. 그는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병원장, 유력 사업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해왔던 ‘실력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윤중천

김학의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의혹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수사 중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 이하 수사단)은 윤씨를 상대로 금품·향응 제공과 성범죄 여부 등 이번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김 전 차관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별건 수사
영장 기각 

검찰과거사위는 윤씨가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단은 최근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모씨로부터 피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제출받은 상태다.

수사단은 법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7일 오전 7~8시께 윤씨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거주지 앞에서 체포했다. 지난달 29일 수사단이 출범한 이후 첫 체포다. 이후 수사단은 조사를 거쳐 지난 18일 윤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는 지난 2008년 D건설업체 공동대표로 취임한 뒤 골프장 건설 인·허가 등의 명분으로 억대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김 전 차관을 통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업가 A씨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의혹도 있다.


윤씨는 체포 후 조사서 혐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서도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윤씨는 심사서 “검찰이 과거에 잘못해놓고선 이제 와서 다시 조사하는 게 상당히 억울하다”며 ‘별건 수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9일,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수사 개시 시기나 경위, 영장청구서상 혐의 내용과 성격, 주요 혐의 소명 정도, 윤씨 체포 경위나 체포 후 수사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서 48시간 체포 시한을 넘겨 계속 구금할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별장 미스터리 풀 유력한 용의자
개인 비리부터 성접대·뇌물 의혹

그런데 지난 23일 윤씨는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그는 앞서 영장실질심사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윤씨의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윤씨의 신병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김 전 차관 수사에 협조한다는 뜻을 수사단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여러 차례 경찰과 검찰 수사를 겪어본 윤씨가 수사단에 ‘거래’를 시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협조 없이는 수사 진척이 어렵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으면 김 전 차관 등에 관해 진술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이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윤씨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씨가 시도한 거래를 당장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수사단은 앞서 계획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의 진술로 돌파될 수사가 아니다”라며 “(진술 여부와 상관없이)윤씨는 앞으로도 여러 번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현재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과 사진 등을 확보해 집중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사단은 최근 건설업자 윤씨 조카의 노트북에 들어 있던 사진들을 확보했다.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씨와 남성들의 성관계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수사단은 지난 15일 이씨를 불러 사진들을 확인시켰는데, 이씨는 일부 사진에 나온 여성이 ‘자신이 맞다’면서 상대 남성은 김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섹스 동영상
누가 찍었나

이씨는 지난 2013년 검찰 조사서도 윤씨가 성관계 동영상의 캡처 사진을 보내 협박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사진을 검찰에 제출하지 못하면서 윤씨는 무혐의 처분됐다. 수사단은 이씨를 서너 차례 소환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 맞다면 어떤 상황서 성관계를 맺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단은 또 지난 2012년 윤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른바 별장 동영상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여성 사업가 B씨도 조사했다. 수사단은 B씨를 상대로 김 전 차관의 동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와 고소 전 경찰과 접촉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은 지난 2013년 3월 속옷 차림의 한 남성이 여성과 노래를 부르다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당시 영상 속 남성으로 김 전 차관이 지목됐다. 이 논란으로 김 전 차관은 법무부 차관 임명 6일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남성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별장 성접대를 한 인물은 윤씨다. 윤씨는 정·관·재계를 비롯해 연예계까지 인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마당발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한 복합상가 착공식에 가수와 MC 등의 유명 연예인과 지역구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참석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복합상가의 시행사는 윤씨가 대표로 있는 중천산업개발이었다. 당시 윤씨는 정·관·재계를 비롯해 연예계까지 화려한 인맥을 가진 능력 있는 사업가로 알려졌다. 이들과의 친분을 위해 사용한 곳이 강원도 원주 별장이라는 것이다. 

중천산업개발은 2006년 4월부터 서울 목동의 땅 3800여㎡를 매입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긴 뒤 저축은행으로부터 240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땅의 실거래가는 40억원이었고, 중천산업개발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부실기업이었다. 

부실기업 오너
무슨 돈으로?

윤씨가 2010년 서종욱 당시 대우건설 사장에게 수천만원대의 그림을 건넨 사실도 밝혀졌다. 대우건설은 그림을 받은 후 윤씨가 관여했던 A건설이 대우건설 시공 골프장 사업서 244억원의 토목공사를 수주하게 해준 혐의를 받았다. 

대우건설 측은 2013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서 “서 사장과 윤씨는 일면식이 없고,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한 지인이 서 사장의 자택에 그림을 배달한 상태였다. 서 사장은 그림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가져가지 않아 그림은 회사에 보관했다”며 “A건설과 대우건설 사이에는 어떤 청탁과 민원도 오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밖에도 윤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건설회사는 50억원대의 경찰청 교육원 골프장과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의 암센터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와 연관된 건설회사가 수백억원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씨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았던 윤씨는 2014년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당시 김학의 전 차관 향응 수수 의혹은 무혐의 처분) 당시 재판부는 “2008년 이후 뚜렷한 사업 실적이 없던 윤씨가 빌린 돈을 대부분 갚지 않았다”며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을 감안했을 때 사기 범행 의도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윤씨는 2008년부터 관여했던 건설 시행 사업이 어려워지자 여러 차례 사기 행각을 벌였다. 2010년 1월에는 굴비 판매업을 하는 지인에게 두 차례에 걸려 43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2010년 8월에는 모 기업 회장에게 “일산 이마트 부지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데 부지 개발 허가만 나면 바로 갚겠다”며 4000만원을 빌렸다. 2011년 6월에는 또 다른 유력 인사에게 30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윤씨는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차례 이상 조사를 받았지만, 10여차례 벌금형을 받았을 뿐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에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불구속하면 수사 협조”
윤에 끌려다니는 검찰?

윤씨는 2008년 성접대를 했던 별장을 담보로 토마토 저축은행으로부터 13억5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해 별장은 경매로 넘어갔다.


하지만 윤씨는 유치권 행사를 하는 것처럼 속이거나 원주 별장을 답사한 사람을 매수하며, 별장을 성접대 로비 장소로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의 별장에는 박근혜정권의 고위 공무원과 법조계 고위 인사, 유력 정치인, 사업가, 병원장, 고위 장성까지도 드나들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경찰은 윤씨의 별장을 압수수색하면서 고위 법조계 인사들의 명함을 발견했다.
 

지난달 1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윤씨의 별장에는 윤갑근 전 고검장도 다녀간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경찰조사서 윤씨의 운전기사 박모씨가 별장에 왔던 복수의 법조인을 지목했는데, 그중 한 명이 윤 전 고검장이라는 것이다. 윤 전 고검장은 김 전 차관 성접대 사건 1차 수사 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였다. 2차 수사 때는 수사 지휘라인이었던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겸 강력부장이었다. 

윤 전 고검장은 JTBC 보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윤씨와 친분이 있고, 함께 식사하고 골프를 치고, 별장에 출입한 것처럼 (JTBC가) 보도했으나 저는 윤중천과는 일면식도 없으며 별장의 위치도 전혀 모른다”며 “명백한 허위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윤씨는 최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재조사서 윤 전 고검장과의 친분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학의 말고
다른 윗선은?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보고를 받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함께 검찰, 경찰, 국세청 등의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그리고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며 의혹을 낱낱이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서 수사가 그칠 게 아니라 윤씨와 만났던 정·재계 인사들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