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수단 파병부대의 ‘수상한 입찰’ 추적
<단독> 남수단 파병부대의 ‘수상한 입찰’ 추적
  •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05.02 14:24
  • 호수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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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고기 질겨” 한우·한돈 주문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남수단에 파견 중인 파병부대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부대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대표. 그는 부대의 일방적인 입찰방식 변경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밀수를 조장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과연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동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서 식자재 및 식품을 취급하는 한 업체의 대표 A씨는 “H 부대로부터 부당한 공급 중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H 부대는 A씨 측에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고 전해왔다. A씨는 기존의 한국대사관을 통한 입찰공고 방식으로 입찰을 준비하던 중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갑작스레 한국대사관을 통하지 않고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3개 업체에 대해 입찰공고를 한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은 것이다.

반찬 투정을…
사실상 밀수 강요 

기존 H 부대의 이메일이 아닌 다른 주소로 보냈던 공문이었고 심지어 A씨에 이메일을 보낸 날짜는 3월8일이었는데 입찰공고 날짜는 3월5일이었다. A씨는 “긴급입찰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기존 주식재료인 김치 품목의 경우 정식적인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H 부대 보급장교의 뜻에 따라 타 업체로 변경되기도 했다. 

A씨는 부대에 김치를 납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방부의 지침(시설·위생·한국산 원재료·제조과정·염도·세척·세균검사)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들여 제반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하지만 H 부대 측은 “다른 업체로부터 납품받기로 했다”는 한마디로 A씨의 회사를 일방적으로 제외시켰다고 한다. 

A씨는 “선정된 곳이 우리와 동일한 조건의 공장시설을 갖추고 있는 업체였으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H 부대 담당자들이 직접 제조시설에 방문해 배추와 무, 파, 마늘, 고춧가루, 액젓, 찹쌀, 설탕, 소금 등 김치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원산지 증명을 확인하고, 재배시설에 대한 토양시료 채취 및 토양온도 측정 등 모든 것을 진행했다. 

대사관 통해 진행됐던 입찰공고… 갑자기 변경
김치는 이미 다른 업체에… 실사도 없이 진행

A씨 회사서도 매번 철저히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실사를 통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시료 채취로 세균을 분석하는 등 검사를 강화하고, 시설에 대한 보완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사조차 나오지 않은 채 업체를 무단으로 선정했다.

김치는 부대원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 중 하나로 매월 1500kg가량 납품한다. A씨는 김치가 중요한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위생 검사와 원재료의 검증도 없고 제조과정도 불분명한 제품을 부대원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절차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번에 부대원들이 먹고 싶다고 요구한 품목들 중에는 육류(호주산, 수입산 양갈비, 염소고기, 한국산 돼지고기 삼겹살)들이 케냐 정부서 정한 수입 규제 품목들이었던 것. 
 

▲ 식료품 편의점(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식료품 편의점(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케냐 현지에도 삼겹살 및 소고기, 양고기와 염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있다. 중동지역에 수출을 할 정도로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오래 전부터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들을 비롯해 UN으로 파병된 타 국가 군인들 모두가 이곳서 생산되는 육류를 섭취한다. 하지만 유독 H 부대원들만이 “고기가 질겨서 못먹겠다”는 이유로 밀수된 육류를 납품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칭송받는 부대
고통받는 사람들

A씨는 “케냐는 후진국이긴 하나 수입 식재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영국법을 적용해 철저한 정부 자체검사와 함께 합당한 물품에 대해 수입허가서를 발행하고 있다”며 “고기가 질기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파병한 H 부대서 불법으로 밀수된 육류를 납품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다면 창피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수입 규제 품목을 불법으로 밀수해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다가 적발 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외국인의 경우는 즉시 추방당하고, 두 번 다시 케냐에는 입국할 수 없다. 사업주 입장에선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큰 타격이다.  

A씨는 H 부대 보급담당자에게 “이러한 방법은 불법이니 제고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에 걸쳐 했지만 결국 H 부대에서는 이 같은 요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입찰방식을 채택했다.

걸리면 추방
그래도 해라?

H 부대서 요청한 품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한다면, 수입절차 허가(케냐정부 허가심사) 기간은 3개월가량 소요된다. 대한민국서 정식으로 수출을 하려면 냉동식품 구매 및 선적준비기간이 14일 정도 필요하며 해상 운송기간(인천항·부산항 출발~동아프리카 케냐 뭄바사항 도착)이 30일서 40일 소요된다. 또 케냐 뭄바사항에 도착해 검사를 받고 모든 절차를 거치면 최소한 12일서 15일이 소요된다.

물리적으로 약 5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셈이다. 

A씨는 “이번 입찰형식으로 45일 만에 남수단에 있는 부대에 납품하라고 하는 것은 아프리카 실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진행”이라며 “불법적 밀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냐 뭄바사항서 H 부대까지 가는 모든 식자재는 육로로 이동하는데 거리가 편도 2200km로 이동시간만 냉동화물차량으로 꼬박 12일을 달려야 가능한 거리다. 특히 우간다 국경과 남수단 주바 구간 현지 상황은 단독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도 없고, 무장경호 차량이 함께 이동해야 할 만큼 치안이 열악하다. 

“육류 못 먹겠다”국내산 요구
갑자기 이메일로 해지 통보

또 남수단 주바서 H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보르 지역까지는 국내 산악길에 비할 정도로 험준해 대형 4륜구동 차량 이외는 갈 수도 없는 곳이다. 우기 시즌에는 수많은 차량이 전복되거나 도로가 단절되고, 무장 게릴라 강도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곳이기도 하다. 

A씨는 “물론 이런 사항은 업체의 몫임을 알지만 부대서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사정에 적합한 입찰방식을 채택해 교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이번 입찰서 낙찰된 업체가 불법으로 밀수해 납품하다가 케냐 정부에게 적발된다면, 여기서 하는 사업을 모두 접고 케냐 정부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며 “현지 사정도 모른 채 국내서 행해지는 입찰 관련 형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부대가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번 입찰이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으로 봤을 때 개인의 수의계약 형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우리 업체를 그냥 들러리로 세워놓고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세심하게 판단해 이곳서 생활하는 저희 같은 교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수의계약했나?
묵묵부답 일관

현재 H 부대에서는 A씨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이렇다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