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수단 파병부대의 ‘수상한 입찰’ 추적

“아프리카 고기 질겨” 한우·한돈 주문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남수단에 파견 중인 파병부대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는 부대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대표. 그는 부대의 일방적인 입찰방식 변경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밀수를 조장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과연 아프리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동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서 식자재 및 식품을 취급하는 한 업체의 대표 A씨는 “H 부대로부터 부당한 공급 중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H 부대는 A씨 측에 식재료 납품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고 전해왔다. A씨는 기존의 한국대사관을 통한 입찰공고 방식으로 입찰을 준비하던 중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갑작스레 한국대사관을 통하지 않고 한국 식품을 취급하는 3개 업체에 대해 입찰공고를 한다는 이메일을 받은 것은 것이다.

반찬 투정을…
사실상 밀수 강요 

기존 H 부대의 이메일이 아닌 다른 주소로 보냈던 공문이었고 심지어 A씨에 이메일을 보낸 날짜는 3월8일이었는데 입찰공고 날짜는 3월5일이었다. A씨는 “긴급입찰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기존 주식재료인 김치 품목의 경우 정식적인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지 않고, H 부대 보급장교의 뜻에 따라 타 업체로 변경되기도 했다. 


A씨는 부대에 김치를 납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방부의 지침(시설·위생·한국산 원재료·제조과정·염도·세척·세균검사)을 지키기 위해 거액을 들여 제반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하지만 H 부대 측은 “다른 업체로부터 납품받기로 했다”는 한마디로 A씨의 회사를 일방적으로 제외시켰다고 한다. 

A씨는 “선정된 곳이 우리와 동일한 조건의 공장시설을 갖추고 있는 업체였으면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H 부대 담당자들이 직접 제조시설에 방문해 배추와 무, 파, 마늘, 고춧가루, 액젓, 찹쌀, 설탕, 소금 등 김치에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원산지 증명을 확인하고, 재배시설에 대한 토양시료 채취 및 토양온도 측정 등 모든 것을 진행했다. 

대사관 통해 진행됐던 입찰공고… 갑자기 변경
김치는 이미 다른 업체에… 실사도 없이 진행

A씨 회사서도 매번 철저히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실사를 통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시료 채취로 세균을 분석하는 등 검사를 강화하고, 시설에 대한 보완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사조차 나오지 않은 채 업체를 무단으로 선정했다.

김치는 부대원들이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 중 하나로 매월 1500kg가량 납품한다. A씨는 김치가 중요한 식재료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위생 검사와 원재료의 검증도 없고 제조과정도 불분명한 제품을 부대원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절차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번에 부대원들이 먹고 싶다고 요구한 품목들 중에는 육류(호주산, 수입산 양갈비, 염소고기, 한국산 돼지고기 삼겹살)들이 케냐 정부서 정한 수입 규제 품목들이었던 것. 
 

▲ 식료품 편의점(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케냐 현지에도 삼겹살 및 소고기, 양고기와 염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있다. 중동지역에 수출을 할 정도로 품질에는 이상이 없다. 오래 전부터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들을 비롯해 UN으로 파병된 타 국가 군인들 모두가 이곳서 생산되는 육류를 섭취한다. 하지만 유독 H 부대원들만이 “고기가 질겨서 못먹겠다”는 이유로 밀수된 육류를 납품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칭송받는 부대
고통받는 사람들

A씨는 “케냐는 후진국이긴 하나 수입 식재료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영국법을 적용해 철저한 정부 자체검사와 함께 합당한 물품에 대해 수입허가서를 발행하고 있다”며 “고기가 질기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파병한 H 부대서 불법으로 밀수된 육류를 납품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다면 창피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수입 규제 품목을 불법으로 밀수해 영리 목적의 사업을 하다가 적발 시 형사 처벌을 받는다. 외국인의 경우는 즉시 추방당하고, 두 번 다시 케냐에는 입국할 수 없다. 사업주 입장에선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큰 타격이다.  

A씨는 H 부대 보급담당자에게 “이러한 방법은 불법이니 제고해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에 걸쳐 했지만 결국 H 부대에서는 이 같은 요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입찰방식을 채택했다.

걸리면 추방
그래도 해라?

H 부대서 요청한 품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한다면, 수입절차 허가(케냐정부 허가심사) 기간은 3개월가량 소요된다. 대한민국서 정식으로 수출을 하려면 냉동식품 구매 및 선적준비기간이 14일 정도 필요하며 해상 운송기간(인천항·부산항 출발~동아프리카 케냐 뭄바사항 도착)이 30일서 40일 소요된다. 또 케냐 뭄바사항에 도착해 검사를 받고 모든 절차를 거치면 최소한 12일서 15일이 소요된다.

물리적으로 약 5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셈이다. 

A씨는 “이번 입찰형식으로 45일 만에 남수단에 있는 부대에 납품하라고 하는 것은 아프리카 실정을 무시한 일방적인 진행”이라며 “불법적 밀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냐 뭄바사항서 H 부대까지 가는 모든 식자재는 육로로 이동하는데 거리가 편도 2200km로 이동시간만 냉동화물차량으로 꼬박 12일을 달려야 가능한 거리다. 특히 우간다 국경과 남수단 주바 구간 현지 상황은 단독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도 없고, 무장경호 차량이 함께 이동해야 할 만큼 치안이 열악하다. 

“육류 못 먹겠다”국내산 요구
갑자기 이메일로 해지 통보

또 남수단 주바서 H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보르 지역까지는 국내 산악길에 비할 정도로 험준해 대형 4륜구동 차량 이외는 갈 수도 없는 곳이다. 우기 시즌에는 수많은 차량이 전복되거나 도로가 단절되고, 무장 게릴라 강도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곳이기도 하다. 


A씨는 “물론 이런 사항은 업체의 몫임을 알지만 부대서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사정에 적합한 입찰방식을 채택해 교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부분은 이번 입찰서 낙찰된 업체가 불법으로 밀수해 납품하다가 케냐 정부에게 적발된다면, 여기서 하는 사업을 모두 접고 케냐 정부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며 “현지 사정도 모른 채 국내서 행해지는 입찰 관련 형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부대가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번 입찰이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으로 봤을 때 개인의 수의계약 형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우리 업체를 그냥 들러리로 세워놓고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세심하게 판단해 이곳서 생활하는 저희 같은 교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수의계약했나?
묵묵부답 일관

현재 H 부대에서는 A씨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이렇다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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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