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2세 시대’ 기대와 우려

일단 가긴 가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50년 만에 스스로 자리서 물러나면서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동원그룹의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동원그룹은 회장직을 당분간 공석으로 둔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김 부회장이 조만간 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물려받아 회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철 회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이천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서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믿고 응원하고자 한다”며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순조로운 시작

김 전 회장은 23세이던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에 승선했다.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어선 선장으로 활동하며 ‘캡틴 킴’으로 불렸다. 1969년 4월 서울 명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고, 1982년 국내 최초 참치 통조림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김 전 회장은 2000년 동원F&B를 설립했다. 동원F&B는 유가공,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008년에는 젊은 시절 참치를 잡아 납품하던 미국 최대의 참치 통조림 업체 스타키스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동원그룹은 수산·식품·패키징·물류의 식품 중심 4대 사업을 통해 연간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 등 43개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기준 재계 서열 45위다.


평소 ‘원칙을 철저히, 작은 것도 소중히, 새로운 것을 과감히’라는 원칙을 강조한 김 전 회장은 오랫동안 고민 끝에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국내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1세대 창업주로, 그동안 자진해서 퇴진하는 창업세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회장에서 물러난 후 김 전 회장은 그룹 경영과 관련해 조언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며, 재계 원로로서 다양한 외부 활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김 전 회장의 빈자리를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채울 것이란 전망이다. ‘2세 경영 체제’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

김 전 회장은 2002년 동원산업과 동원금융을 계열 분리해 금융부문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에게 맡겼고, 제조부문은 차남인 김 부회장에게 맡겼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5년 동원금융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후 그룹과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 김재철 동원그룹 전 회장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을 67.98%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룹의 지주회사로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 등 주요 상장계열사 4곳과 비상장사 19곳, 해외법인 15곳을 거느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꼼꼼한 경영 스타일을 닮은 것으로 알려진 김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1996년 동원산업에 입사해 영업부, 기획실, 마케팅실 등을 고루 거치며 회사 분위기를 익혔다. 특히 입사 초기 참치 통조림 공장의 생산직을 거쳐 동원산업 영업부 사원으로 백화점에 참치를 배달하는 등 밑바닥서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식품·포장재·물류 시너지 창출 주력 
만만치 않은 과제들…해결 능력도 주목

이후 김 부회장은 2003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동원에프앤비(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동원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참지 중심 수산전문기업서 종합식품그룹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동원그룹은 대체육 제품을 국내에 들어오는 계약을 맺었다. 동원F&B는 미국 ‘비욘드미트’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고 100%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을 선보인다. 대형 식품 업체가 대체육을 유통·판매하는 것은 동원F&B가 최초다.

펫푸드와 HMR(가정간편식)도 김 부회장이 확대하는 사업부문이다. 동원F&B는 지난해 10월 ‘뉴트리플랜 애견 건사료 2종’을 통해 펫푸드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고양이용 펫푸드에 이어 강아지용 펫푸드 시장에도 발을 디딘 것.

국내 동물병원 전문 유통업체인 CHD와 손잡고 동물병원 판매 전용 상품인 ‘아미노레딕스 캣’과 ‘뉴트리메딕스 독’도 선보이며 동물병원 시장까지 진출했다. 

HMR은 ‘더반찬’ 브랜드를 통해서 수익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5월 서울에 대규모 조리공장을 세웠다. 김 부회장은 더반찬으로 HMR 부문 연간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업계 관계자는 “동원그룹은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에 1조원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라며 “김 부회장이 급속한 외형성장에 따른 재무 부담을 풀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사업군을 재편함으로써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며 “그동안 김 회장이 ‘종합식품회사’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던 만큼 김 부회장은 앞으로 식품 사업을 주축으로 포장재, 물류사업의 시너지를 통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처럼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외형 성장을 이끌어온 김 부회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약 1조원이 소요된 인수합병으로 인해 파생된 재무 부담을 덜기 위해 어떠한 형태로 사업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끌어낼 것인지에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또 최근 동원그룹의 자회사인 스타키스트가 미국서 태국 ‘치킨오브더씨’와 미국 ‘범블비’ 등과 함께 참치캔 가격 담합 소송으로 1억달러(한화 약 1141억원)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도 산적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이어가겠지만, 회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둘 것”이라며 “기존처럼 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독립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