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웅진에너지의 한계

결국 태양광은 안 되는 건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태양전지용 잉곳·웨이퍼의 제조업체 웅진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웅진에너지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웅진에너지가 휘청거리면서 태양광 산업도 덩달아 흔들리는 모양새다.
 

▲ 웅진에너지

정부는 204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이 담겨있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19~20405대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중국 물량공세?

주목할 부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로의 전환을 위해 석탄을 과감히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40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비중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의 전체 에너지 발전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7.6%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목표치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재생에너지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이오다.

문제는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실제 재생에너지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태양광 업계는 웅진에너지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웅진에너지가 무너질 경우 태양광 산업에 미칠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살릴 가능성은 없는지를 두고 분석에 분주한 모양새다.


웅진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웅진에너지는 태양전지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잉곳·웨이퍼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뉴시스>에 따르면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은 사실상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다. 대전공장은 잉곳을 생산하고 구미공장은 생산된 잉곳을 얇게 썰어 재가공한다.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과 대전공장의 가동률은 20%에 불과하다. 직원 수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27일 외부감사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웅진에너지는 2018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임을 공시했다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른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의 주요 근거로 웅진에너지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었다. 막대한 재무적자로 인해 기업의 유지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1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감사 의견거절 소식이 전해지자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웅진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

감사 ‘의견거절 ’ 상장폐지 가능성
국내 관련 산업도 덩달아 휘청휘청

웅진에너지는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와 관련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 등을 심의한다. 심의일부터 3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웅진에너지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2006년 웅진과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썬파워코퍼레이션의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웅진에너지는 웅진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한 회사다. 현재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인 잉곳·웨이퍼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회사다.
 

▲ 태양광 발전시설(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LG, SK, 한화, 한솔 등 주요 기업들도 잉곳·웨이퍼 제조에 뛰어 들었지만 웅진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관련 사업서 철수하거나 계열사를 매각했다. 태양광 산업 자체의 침체 분위기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웅진에너지가 파산하면 그 자리를 중국 업체가 채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양광 산업협회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을 내고 웅진에너지 살리기에 나섰다. 협회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큰 축을 담당해온 웅진에너지가 무너지고 있다중국의 저가 태양광 공세에 잉곳과 웨이퍼가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제조업체의 밸류체인 중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전 밸류체인이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서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는다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웅진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유는 기술경쟁력이 아닌 비용 경쟁력서 중국 업체에 뒤처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웅진에너지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확실한 처방은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웅진그룹은?

협회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일부를 재생에너지 제조 기업에 지원해준다면 중국과의 비용 경쟁력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정부와 우리 업계가 한뜻으로 나서준다면 웅진에너지의 대주주인 웅진그룹도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해 웅진에너지가 세계를 선도하는 잉곳·웨이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화답하리라 믿는다고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웅진 1000억 채권 때문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에너지를 고의로 부도내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코웨이 인수를 위해 18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면서도, 1000억원 내외인 웅진에너지의 채권을 갚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상황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책임 경영을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은 웅진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윤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다하지 않아 웅진에너지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글엔 “웅진그룹은 돈이 없어서 웅진에너지를 외면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