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의 ‘문재인 저격수’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0:38:13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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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사정권’ 딸까지 겨냥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 장외로 나섰다. 고강도 투쟁에 나선 것이다. 국회 안팎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의 칼끝은 궁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10인의 저격수를 전진 배치시켰다. 
 

▲ 문재인 대통령

“대여투쟁 최전선에 설 10인의 전사를 발표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황교안 체제서 첫 장외투쟁에 나섰던 지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호명되는 10인의 전사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독기품은 전사
그들의 역할은?

10인의 전사들은 모두 현역 한국당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각자의 활동 분야를 갖고 있다. 김광림(경제실정), 주광덕(인사참사), 김도읍(청 특감반), 장제원(이미선 비위), 곽상도(문다혜 이민), 백승주(가짜 평화), 성일종(박영선 위법), 김종석(김의겸 투기), 최연혜(탈원전), 임이자(노동참사)가 그들이다.

지난 15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김광림 의원을 문정권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은 각종 공식 행사장서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맹공을 퍼붓는 기수 역할을 해왔다. 지난 1월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첫 번째로 지적한 부분이 바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었다. 당시 그는 출마 기자회견서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칠수록 소득은 오히려 도주하고 있고 투자는 고사하고, 있던 일감마저 사라지는 현실”이라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서민경제와 국가 미래를 부도내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최전선서 막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뿐 아니라 추경에 대한 고삐도 당기고 있다. 지난 24일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년 대비 9.5%나 증가한 470조원의 올해 대규모 예산을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상태서 빚을 내서 약 7조원의 (추경)예산을 추가로 더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더구나 이번 추경은 무려 4조원에 가까운 나라 빚을 내는 ‘빚더미 추경’”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인사참사를 맡은 주광덕 의원의 타깃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그는 최근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핵심 의혹 중 하나인 ‘배우자 불법 주식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조 수석과 맞장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박영선부터
이미선까지

당시 주 의원은 “각종 의혹이 있는데 전혀 걸러내지 못한 민정수석이 후보자 배우자의 해명을 카톡에 링크해서 (전달)하는 모습이 청와대 공직자의 모습인가”라며 “조 수석은 이미선 후보자 뒤에 숨어 ‘카톡질’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청문위원인 저와 맞장토론할 것을 강력히 제기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도읍 의원은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진상조사단’을 맡고 있다. 의혹은 지난해 12월 불거졌다.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특감반서 정당하지 못한 일을 지시받았다”며 청와대 정보수집 정황을 폭로한 것이다. 이는 한국당이 청와대 인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계기가 됐다.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 의원은 고발장을 직접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 (사진 왼쪽부터)곽상도·김광림·김도읍·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달 28일 김 의원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전진’에 참석해 그간의 진상조사단 활동 성과 및 향후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해당 사건을 ‘법치주의의 훼손이자, 국가경영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위법행위’로 규정, 동료 의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의 주식 거래 의혹을 지적하는 기수 역할을 소화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장 의원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보자 시절에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참여해 이 재판관을 검증한 장본인이다. 


경제·노동·안보 ‘통’ 전진배치
한 가닥 하는 공격수들, 결과는?

이 재판관에게 ‘주식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사람도 바로 장 의원이다. 당시 장 의원은 미리 준비한 주식 수익률 관련 자료화면을 띄워 “(이 재판관은) 거의 주식의 신이다. 하늘이 내려준 운으로 이렇게 슈퍼주식 재산가가 됐는지 모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사퇴할 용의는 없나”라고 공격했다.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국외 이주 의혹을 담당한다. 앞서 곽 의원은 다혜씨 부부가 지난해 7월 동남아로 이주했다는 의혹을 제기, 청와대에 이주 사유와 경호 비용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은 최근 ‘문다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다혜씨 의혹을 제기해온 곽 의원이 해당 특위 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위원장은 아니지만, 곽 의원은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저격성 발언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 판결 후 되짚어보는 문재인정부의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서 곽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얘기 좀 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성토가 쏟아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여기는 교육 관련 토론회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곽 의원은 “자사고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라며 “자사고 문제가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다. 문다혜씨도 부산외고 일어과를 2학년 때 중퇴했다고 하던데 같이 다닌 어느 학생이 자료를 내놓은 것이 있다”고 연결성을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하지 마라” “그만 하라” 등의 말로 곽 의원을 제지했다.

경제 실정
노동 참사?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은 한국당 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으로 현재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백 의원이 맡은 분야는 가짜 평화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 및 대북 정책을 ‘가짜 평화’로 규정, 공세에 나섰다. 

백 의원은 지난 15일 ‘제7차 문재인·트럼프 회담 이후 이슈와 전망’ 토론회서 “오지랖으로 (우리 정부에게)대북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김정은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항의 한 번 못하고, 국제사회로부터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네북 신세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 ▲(사진 왼쪽부터)주광덕·최연혜·임이자 의원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한국당 측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의자로 나선 백 의원은 정경두 당시 국방부장관을 향해 맹공을 펼치는 등 당내서 탁월한 공격수로 꼽힌다. 

성일종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전담한다. 앞서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일 때 성 의원은 박 장관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입수, 그가 2013년 3월13일 서울 여의도의 중식당서 ‘신임 법무부장관(현 황교안 대표)과 면담 및 오찬’을 갖고 42만3900원을 결제한 사실을 공개했다. 


성 의원은 박 장관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박 장관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그날 신임 법무부장관과의 면담 및 오찬 명목으로 42만39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오지만, 박 장관이 공개한 일정표에는 이형규 당시 고엽제전우회 총회장 등과 오찬을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성 의원은 “박 장관 후보자가 공개한 일정표와 선관위에 낸 오찬 참석자가 다르기 때문에 만약 허위로 신고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고, 만약 지역구 관계자 등과 식사를 하면서 로비가 있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법적으로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석 의원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담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김 전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상가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속적인 공세를 펼쳐오고 있다.

박영선·김의겸 맨투맨
다혜씨 부부도 도마에?

최근에는 대출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긴급 원내대책회의서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대변인의) 2층 상가 건물에는 상가 10개가 입주 가능한 것으로 돼있고, 이에 근거해 월 525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산정됐다”며 “하지만 일반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니 이 건물 1층에는 상가 3개, 2층에는 시설 1개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김 전 대변인에게 매입 자금을 더 많이 빌려주려고 서류를 부풀렸다는 주장인데 국민은행 측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출은) 정상적으로 취급됐으며 특혜가 제공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백승주·성일중·장제원 의원

최연혜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도서관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서명 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서명운동은 지난 1월21일 기준 33만명이 넘어섰다. 이에 서명운동본부는 시민들의 서명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쓴 5장짜리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는 약 두 달 만에 최 의원실로 답변 이메일을 보냈지만, 내용이 부실해 ‘무성의’ 논란에 휩싸였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는 ‘제출한 서명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은 3월 임시국회 때 소관 상임위 등을 통해 충분히 답변드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해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서명운동을 주도해온 최 의원은 “수십만명의 국민이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어 청원했는데 이렇게 무성의한 답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개탄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 투입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노동 정책을 ‘참사’로 규정, 임이자 의원에게 이를 지적하는 중책을 맡겼다. 임 의원은 한국당 내에서 특히 주목받는 노동전문가다. 경북 상주 출신인 그는 고려대 노동대학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대 총선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현재 한국당 노동위원장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서 감금이라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에 이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 의장을 국회의장실에 감금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4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집무실을 점거했다. 바미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문제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문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결국 몸싸움까지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다음 타깃은 바미당 채이배 의원이었다. 오 의원을 대신해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점거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 11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경부터 5시간 가까이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면서 채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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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