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의 ‘문재인 저격수’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0:38:13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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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사정권’ 딸까지 겨냥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 장외로 나섰다. 고강도 투쟁에 나선 것이다. 국회 안팎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의 칼끝은 궁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은 10인의 저격수를 전진 배치시켰다. 
 

▲ 문재인 대통령

“대여투쟁 최전선에 설 10인의 전사를 발표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황교안 체제서 첫 장외투쟁에 나섰던 지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호명되는 10인의 전사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독기품은 전사
그들의 역할은?

10인의 전사들은 모두 현역 한국당 국회의원이다. 이들은 각자의 활동 분야를 갖고 있다. 김광림(경제실정), 주광덕(인사참사), 김도읍(청 특감반), 장제원(이미선 비위), 곽상도(문다혜 이민), 백승주(가짜 평화), 성일종(박영선 위법), 김종석(김의겸 투기), 최연혜(탈원전), 임이자(노동참사)가 그들이다.

지난 15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김광림 의원을 문정권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의원은 각종 공식 행사장서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맹공을 퍼붓는 기수 역할을 해왔다. 지난 1월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첫 번째로 지적한 부분이 바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었다. 당시 그는 출마 기자회견서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칠수록 소득은 오히려 도주하고 있고 투자는 고사하고, 있던 일감마저 사라지는 현실”이라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서민경제와 국가 미래를 부도내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최전선서 막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뿐 아니라 추경에 대한 고삐도 당기고 있다. 지난 24일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년 대비 9.5%나 증가한 470조원의 올해 대규모 예산을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상태서 빚을 내서 약 7조원의 (추경)예산을 추가로 더 쓰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더구나 이번 추경은 무려 4조원에 가까운 나라 빚을 내는 ‘빚더미 추경’”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인사참사를 맡은 주광덕 의원의 타깃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그는 최근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핵심 의혹 중 하나인 ‘배우자 불법 주식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조 수석과 맞장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박영선부터
이미선까지

당시 주 의원은 “각종 의혹이 있는데 전혀 걸러내지 못한 민정수석이 후보자 배우자의 해명을 카톡에 링크해서 (전달)하는 모습이 청와대 공직자의 모습인가”라며 “조 수석은 이미선 후보자 뒤에 숨어 ‘카톡질’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청문위원인 저와 맞장토론할 것을 강력히 제기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김도읍 의원은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진상조사단’을 맡고 있다. 의혹은 지난해 12월 불거졌다. 청와대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특감반서 정당하지 못한 일을 지시받았다”며 청와대 정보수집 정황을 폭로한 것이다. 이는 한국당이 청와대 인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계기가 됐다.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 의원은 고발장을 직접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 (사진 왼쪽부터)곽상도·김광림·김도읍·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지난달 28일 김 의원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전진’에 참석해 그간의 진상조사단 활동 성과 및 향후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해당 사건을 ‘법치주의의 훼손이자, 국가경영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위법행위’로 규정, 동료 의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의 주식 거래 의혹을 지적하는 기수 역할을 소화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장 의원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보자 시절에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참여해 이 재판관을 검증한 장본인이다. 


경제·노동·안보 ‘통’ 전진배치
한 가닥 하는 공격수들, 결과는?

이 재판관에게 ‘주식의 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사람도 바로 장 의원이다. 당시 장 의원은 미리 준비한 주식 수익률 관련 자료화면을 띄워 “(이 재판관은) 거의 주식의 신이다. 하늘이 내려준 운으로 이렇게 슈퍼주식 재산가가 됐는지 모르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사퇴할 용의는 없나”라고 공격했다.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국외 이주 의혹을 담당한다. 앞서 곽 의원은 다혜씨 부부가 지난해 7월 동남아로 이주했다는 의혹을 제기, 청와대에 이주 사유와 경호 비용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은 최근 ‘문다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다혜씨 의혹을 제기해온 곽 의원이 해당 특위 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검찰 수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위원장은 아니지만, 곽 의원은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저격성 발언에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 판결 후 되짚어보는 문재인정부의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서 곽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기다리기 지루하실 테니 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얘기 좀 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성토가 쏟아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여기는 교육 관련 토론회다. 정치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곽 의원은 “자사고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라며 “자사고 문제가 어디로 가려는지 모르겠다. 문다혜씨도 부산외고 일어과를 2학년 때 중퇴했다고 하던데 같이 다닌 어느 학생이 자료를 내놓은 것이 있다”고 연결성을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하지 마라” “그만 하라” 등의 말로 곽 의원을 제지했다.

경제 실정
노동 참사?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의원은 한국당 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으로 현재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백 의원이 맡은 분야는 가짜 평화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 및 대북 정책을 ‘가짜 평화’로 규정, 공세에 나섰다. 

백 의원은 지난 15일 ‘제7차 문재인·트럼프 회담 이후 이슈와 전망’ 토론회서 “오지랖으로 (우리 정부에게)대북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김정은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항의 한 번 못하고, 국제사회로부터는 유엔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네북 신세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 ▲(사진 왼쪽부터)주광덕·최연혜·임이자 의원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한국당 측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질의자로 나선 백 의원은 정경두 당시 국방부장관을 향해 맹공을 펼치는 등 당내서 탁월한 공격수로 꼽힌다. 

성일종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전담한다. 앞서 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창일 때 성 의원은 박 장관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입수, 그가 2013년 3월13일 서울 여의도의 중식당서 ‘신임 법무부장관(현 황교안 대표)과 면담 및 오찬’을 갖고 42만3900원을 결제한 사실을 공개했다. 


성 의원은 박 장관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박 장관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한 내용에 따르면 그날 신임 법무부장관과의 면담 및 오찬 명목으로 42만39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오지만, 박 장관이 공개한 일정표에는 이형규 당시 고엽제전우회 총회장 등과 오찬을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성 의원은 “박 장관 후보자가 공개한 일정표와 선관위에 낸 오찬 참석자가 다르기 때문에 만약 허위로 신고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고, 만약 지역구 관계자 등과 식사를 하면서 로비가 있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법적으로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석 의원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전담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김 전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상가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지속적인 공세를 펼쳐오고 있다.

박영선·김의겸 맨투맨
다혜씨 부부도 도마에?

최근에는 대출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긴급 원내대책회의서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전 대변인의) 2층 상가 건물에는 상가 10개가 입주 가능한 것으로 돼있고, 이에 근거해 월 525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산정됐다”며 “하지만 일반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니 이 건물 1층에는 상가 3개, 2층에는 시설 1개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김 전 대변인에게 매입 자금을 더 많이 빌려주려고 서류를 부풀렸다는 주장인데 국민은행 측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출은) 정상적으로 취급됐으며 특혜가 제공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백승주·성일중·장제원 의원

최연혜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도서관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서명 운동에 돌입한 바 있다.

서명운동은 지난 1월21일 기준 33만명이 넘어섰다. 이에 서명운동본부는 시민들의 서명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쓴 5장짜리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는 약 두 달 만에 최 의원실로 답변 이메일을 보냈지만, 내용이 부실해 ‘무성의’ 논란에 휩싸였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는 ‘제출한 서명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은 3월 임시국회 때 소관 상임위 등을 통해 충분히 답변드릴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사항은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해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서명운동을 주도해온 최 의원은 “수십만명의 국민이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어 청원했는데 이렇게 무성의한 답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개탄했다.

각 분야별
전문가 투입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노동 정책을 ‘참사’로 규정, 임이자 의원에게 이를 지적하는 중책을 맡겼다. 임 의원은 한국당 내에서 특히 주목받는 노동전문가다. 경북 상주 출신인 그는 고려대 노동대학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대 총선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현재 한국당 노동위원장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서 감금이라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에 이어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 의장을 국회의장실에 감금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 24일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집무실을 점거했다. 바미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문제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문 의장과 한국당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결국 몸싸움까지 벌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다음 타깃은 바미당 채이배 의원이었다. 오 의원을 대신해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점거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 11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경부터 5시간 가까이 채 의원의 사무실에 머물면서 채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전체회의 출석을 막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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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