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터질 때마다…‘강제입원’ 딜레마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9 10:33:33
  • 호수 12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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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안전이냐? 환자 인권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진주 방화·살인 사건 후 강제입원 요건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한다는 주장과 환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 진주서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 4층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흉기로 찔렀다. 이 범행으로 5명이 숨졌고 13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남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안씨가 성인 남성을 배제하고 노약자, 어린이, 어린 여성 위주로 공격하는 등 당시 인식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경찰조사를 받을 때 횡설수설하며 정신질환 증세를 보였다.

본인 동의 필요

2010년 안씨는 길거리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했다. 이후 안씨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 한 정신병원서 68회에 걸쳐 조현병을 치료받았다. 이는 5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꼴로 진료를 받은 셈이다. 안씨는 2016년 7월 마지막 진료를 받고 난 후 범행 전까지 2년9개월 동안 치료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안씨의 조현병은 완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씨 가족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안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지만 수차례 불발됐다. 안씨는 지난달 10일 도로서 행인을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피의자로 입건된 바 있다. 이때 안씨 가족들은 안씨의 조현병 증세를 심각하게 여겨 강제입원을 시키려 했다.


강제입원 종류에는 보호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이 있는데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입원’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서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안씨의 형은 의료기관에 그의 강제입원을 문의했지만 의료기관 측은 전문의 진단서를 요구했다. 이에 안씨의 형은 그를 데려가 진단서를 받으려 했으나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전문의의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안씨 동생은 “당시 형(안씨)은 가족들이 본인을 해코지하고 감시한다는 의심을 품었다”며 “가족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증언했다.
 

▲ 진주아파트 방화 살인 피의자 안인득

‘응급입원’은 환자 동의없이 강제 입원이 가능한 제도다. 안씨의 형은 지난 4일 진주경찰서를 방문해 응급입원에 대해 문의했다. 경찰관 1명과 의사 1명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큰 사람에 대해 응급입원 동의를 하면 되지만 당시에도 무산됐다.

경찰은 안씨가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협이 큰 상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입원 동의를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을 때마다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진주 방화·살인 후 요건 두고 갑론을박
범죄 우려 있는 정신질환자 ‘어찌할꼬’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9번의 미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10번째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지 경찰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안씨의 형은 주민센터에 ‘행정입원’에 대해 문의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지자체의 입원 요청 역시 본인 동의하에 받은 전문의 진단서가 필요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행정입원을 시키면 지자체가 병원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예산 편정 규정이 없다”며 “민원·소송 등의 우려 때문에 보호 의무자가 있으면 지자체가 잘 나서지 않는다. 행정입원은 사문화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신병원 입원 환자(지난해 9월 기준) 6만7429명 중 행정입원은 2796명(4.1%)에 불과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요건으로 안씨의 강제입원은 성사되지 않았다. 안씨 사례를 통해 시민들은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제입원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국회서 경찰의 단독 판단으로 정신질환자를 응급입원 시킬 수 있는 ‘안인득 방지법’이 발의됐다.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을 정신의료기관에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주체에 경찰이 포함되면서 경찰도 위해요소 및 위해행위를 제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애인·인권단체에서는 이 법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제입원한 환자들이 갖는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2012년 5289건서 2016년 8287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범죄율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자(0.08%)가 일반인(1.2%)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강제입원 피해자

강제입원을 겪어 본 정신질환자들에게 당시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보호자 손에 이끌려 온 병원을 폐쇄병동 감금으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강제입원이 환자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 1형(조울증)으로 강제입원을 경험했던 강모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증상이 심해지면 가족은 응급 이송단을 불렀다”며 “30분, 1시간동안 힘으로 눌렀던 기억은 몸에 그대로 박힌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친형은··· 강제 입원? 자발입원?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열린 공판의 피고인 신문서 ‘친형 강제입원’ 등 3개 사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지사는 2012년 성남시장 재직시절, 친형 고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강제입원이 아닌 진단과 치료 절차를 검토하라고 포괄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이 지사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피고인 신문서 “형이 직원들을 힘들게 해서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해 비서실장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정신건강센터장이 작성한 평가문건을 수정한 적도 없고 전임 분당보건소장을 불러 강제입원 불가 취지를 물은 적도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무원들에게 강요와 압박은 없었다”며 “공무원들이 형님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엮이기를 꺼려해 (진단·치료) 안할 이유를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음성파일에 관해 이 지사 측은 “파일은 2012년 4월 이 지사 어머니와 형제 등 친척들이 이 지사 형 이재선씨의 정신질환 진단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던 직후인 그 해 6월 녹음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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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