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늪’ 오명 벗고 핫플레이스로

주거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이 분양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청량리역 일대, 경기 용인시, 인천 서구 등이 그곳. 대형 교통호재로 교통요충지로 변신하면서 직주근접형으로 바뀌고 대기업 이전, 투자 및 산업단지의 조성으로 자급자족형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눈을 감고 5년 후 미래를 그려보면 서울에서 청량리만큼 뜨거운 곳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간극 사이에서 투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 청량리역

2023년 5월 과거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 자리에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주상복합이 위용을 드러낸다.‘192’란 숫자는 건물 높이가 192m라는 뜻으로 최고 59층 4개동으로 구성된다. 같은 해 이 빌딩 바로 옆에는 40층짜리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2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청량리역 바로 옆에는 65층짜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주상복합 빌딩이 올라가 이 일대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게 된다.

2026년 즈음 청량리역사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다. 지금도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분당선·경춘선·경의중앙선· KTX강릉선·ITX청춘이 지나는데, 여기에 강북횡단선·면목선 ·GTX C노선 등이 새로 깔려 교차하게 된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GTX C노선을 이용하면 강남 삼성역까지 1개 정거장이다. 추진 중인 GTX B노선이 확정되면 청량리역은 서울역·삼성역과 더불어 ‘GTX 환승역’이 된다. 이미 수년 전 천지개벽했다는 평가를 듣는 왕십리 민자 역사를 넘어서는 ‘강북의 수서’로 떠오를 교통요충지인 셈이다.

4월 중순을 기준으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1순위 청약을 마쳤고,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상반기 중 분양할 예정이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지난 10~11일 이틀간 아파트투유를 통해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 및 부적격 사유로 잔여가구가 발생하면 이를 배정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매기는 절차로, 청약통장 없이도 할 수 있다. 15일 1순위 해당 지역, 16일 1순위 기타 지역 순으로 청약을 진행했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아파트)=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동부청과시장(용두동 39-1 일대) 재개발로 들어선다. 청량리 일대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외에도 3, 4구역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초고층 주상복합시티로 탈바꿈 중이다. 특히 40~50층 이상의 고층 건물만 11개동이 들어서 주변 스카이라인도 크게 바뀌며 생활 인프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청량리역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자리한 데다 향후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서는 아파트 내 편의시설도 이용 가능하다. 홈플러스(동대문점), 청량리시장, 경동시장, 동대문구청, 성심병원, 성바오로병원 등도 아파트에서 가깝다. 

경기 용인시

경기도 용인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미분양의 늪으로 불리던 용인 부동산 시장에 불을 당긴 것은 당연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이다. 용인 원산면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포함해 관련 기업들이 2024년까지 대거 들어설 예정이어서 토지 매매 가격은 물론, 보합세를 이어왔던 인근 아파트값도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지난 2월 전국 토지가격 상승률 1위에 경기 용인시 처인구(0.79  %)가 이름을 올렸다. 이 지역은 지난 3월26일 수도권정비위원회 본위원회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대한 산업단지 물량 추가 공급안건을 통과시키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이 사업은 여의도 면적의 1.5배 정도인 448만㎡ 부지에 반도체 제조 공장 4개가 들어서고, 국내외 협력 기업 50개 이상이 입주하는 총 사업비 120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주거선호도 떨어졌던 지역
대형 개발호재 업고 훨훨~

처인구의 토지가격 상승 폭은 올 들어 이미 1%를 웃돌았다. 1  ·2월 지가변동률은 1.03%로, 전국 상승률 0.58%와 용인시 전체 상승률 0.80%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3월 거래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 달 평균 100건 정도에 불과했던 처인구 원삼면 일대 거래량은 올해 1월 179건, 2월 229건, 3월 337건으로 급증했다. 3월 토지 거래량이 지난해 평균을 3배 이상 웃돈 것이다. 

처인구 전체로 확대하면 3월 거래건수는 2113건으로, 용인시 전체 거래량(2294건)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4월 들어서도 처인구의 거래량은 433건으로 평택시(500건)와 화성시(482건) 다음으로 많았다. 

잠잠하던 인근 집값도 상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업단지 개발 호재에 이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국도 42호선, 84번 국가 지원 지방도로, 82번 국가 지원 지방도로 등 인프라 확충이 기대감을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6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59㎡ 아파트 시세가 지난해 9월 2억800만원 수준에서 올해 1월 2억1900만원, 3월 2억3259만원으로 뛰었다. 84㎡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2억9000만원 수준에서 올 3월 2억9750만원으로 올라 미분양에 따른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몸살을 앓던 아파트 단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 인천 서구 행정구역도, 용인시 행정구역도

처인구뿐만 아니라 기흥구, 수지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미분양 물량은 거의 소진됐고 신규 입주 아파트는 호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입주 예정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도 활기를 띨 조짐이다. 지난해 8월 입주한 기흥구 구갈동 ‘힐스테이트기흥’과 ‘기흥역롯데캐슬레이시티’의 시세는 호가 기준으로 분양가 대비 1억5000만~2억원까지 올랐다. 현재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6억원대 중반에 시세가 형성됐는데 매물이 없어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수지구에서는 오는 5월 입주 예정인 ‘동천자이2차’아파트의 분양권 가격이 강세다. 전용 84㎡ 아파트 분양권에는 최대 2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전용 59㎡의 경우 2억8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나오고 있다. 수지구가 지난해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는 뜸해졌지만 분양권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용인시 일대 아파트의 분양 경쟁률도 높다. 작년 2월 경기 용인시 성복동 ‘성복역 롯데캐슬 파크나인 1차’는 419가구 모집에 1만6588명이 몰리며, 평균 4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이 올 초 수지구 신봉지구에서 공급한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역시 8대1의 경쟁률로 좋지 않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38-6번지 일대에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통학이 가능해 다양한 편의시설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다. 에버라인을 통해 분당선 기흥역 환승이 가능해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GTX(용인역 예정) A노선도 2021년 말에 개통을 앞둬 향후 서울 삼성역이 15분대에 연결된다. 용인 기흥구, 처인구 일대에서는 서울 강남권에 30분대면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역세권 프리미엄 확보도 기대된다. 차량을 이용하기도 좋다.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영동고속도로 마성IC, 용서고속도로 흥덕IC 등을 차량으로 10분대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및 신갈~대촌 고속화 우회도로가 개통될 예정으로, 향후 서울 동남권 및 수도권 지역, 세종시로의 이동이 한층 편리해진다. 

인천 서구

마지막으로 인천 서구가 있다. 청라국제도시 등으로 인구 유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천 서구가 인천 남동구를 앞지르게 됐다. 기존에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등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인구 유입이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서구를 포함한 북부지역이 인천 인구의 증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구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 등으로 2020년 63만1000명, 2030년 78만7000명 수준까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구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53만7758명으로, 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인 남동구(53만7923명)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났다. 

인천시는 인천 전체 인구에서 서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7.3%에서 2030년 21.5%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서구의 인구 증가는 지속적인 신도시·도시개발사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내 청라국제도시와 가정지구 등에서 공동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꾸준히 인구가 유입된 것이다. 앞으로 서구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등에서 공동주택 공급이 본격화하고 실제 입주가 이뤄지면 지역 인구의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요충지, 기업 이전…
자급자족형 도시로 변신

현재 청라국제도시나 루원시티, 가정지구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호재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찾아감에 따라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라국제도시는 현재 글로벌 스마트 시티(G-City) 조성 사업을 논의 중에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인천시와 글로벌 스마트 시티 조성사업을 두고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앞으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스타필드 청라, 차병원 의료복합타운, 하나금융타운, 도시첨단산업단지, 로봇랜드 등 다양한 호재를 통해 추가 고용 인구 6만5000여명이 유입될 전망이다. 여기에 인천 서북부 랜드마크로 꼽히는 청라 시티타워 착공계획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청라 시티타워는 세계 6번째 높이의 전망 타워이자 국내 3번째로 높은 건축물로, 오피스 시설 없이 상업시설과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등 모든 층에 쇼핑·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인구 유입뿐만 아니라 대기업 이전도 속도를 내면서 교통망도 확충되고 있다. 서울 7호선 청라 연장선이 조기 착공 시 강남·가산디지털단지·논현·청담 등 서울의 주요 도심까지 환승 없이 접근할 수 있고, 반경 10km 이내의 인근 부천·부평 등의 도시에서 15분 이내 진입 가능하다.
 

▲루원 지웰시티 푸르지오(아파트)= 신영은 인천 루원시티에서 ‘루원 지웰시티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단지가 들어서는 루원시티 도시개발구역은 인천시 서구 가정동 가정5거리 주변 93만3916㎡ 부지에 9521가구, 약 2만3993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된다. 

루원시티 푸르지오는 루원시티 내에서도 중심입지이자 인천지하철 2호선 가정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뛰어난 교통환경이 강점이다. 

단지 인근으로 현대제철, 두산인프라코어, GS칼텍스 윤활유공장을 비롯해 우림테크노밸리, 인천기계일반산업단지, 부평국가산업단지 등이 위치해 있다. 입주 예정일은 2022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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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