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탐구] 방송 3사 2008 연기대상 수상 (KBS)김혜자, (MBC)김명민·송승헌, (SBS)문근영

그들이 있어 안방극장 빛났다

김혜자(KBS)·김명민(MBC)·송승헌(MBC)·문근영(SBS)이 2008년 방송 3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김혜자는 <엄마가 뿔났다>에서 어머니를 연기하며 중견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개성 넘치는 지휘자를 연기하며 ‘연기천재’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을 통해 대상을 받았다. 문근영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바람의 화원>에서 주인공 신윤복을 연기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안방극장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기대상을 수상한 네 배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김혜자 KBS 연기대상
김혜자는 1992년 MBC 연기대상 이후 16년 만에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혜자는 “<엄뿔> 때문에 드라마 밖에서도 엄마들이 뿔날 일이 많았다. 새해에는 모두 신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남겼다.
김혜자는 한국 드라마의 개막을 알린 1962년 KBS 개국과 함께 KBS공채 탤런트 1기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1969년 MBC 개국과 함께 KBS에서 MBC로 옮겨 1969년 일일극<개구리 남편>에서부터 <전원일기> <모래성> <사랑이 뭐길래> <장미와 콩나물> <그대 그리고 나> <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했고, 2008년 KBS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하며 빼어난 연기력을 보이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혜자는 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섰다. 한국 드라마의 개국과 함께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써왔고 어제와 오늘을 있게 한 스타다. 열악한 제작환경 그리고 연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치열한 연기혼으로 극복하며 한국 드라마의 초석과 발전의 토대가 된 스타인 것이다. 김혜자와 그 세대의 연기자들은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 스타로 부상하던 시기다. 마케팅보다는 연기력이 스타의 부상여부를 결정했다. 또한 명성과 수입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기력에 가중치를 두고 연기를 한 스타이기도 하다.

김명민 MBC 연기대상
2007년 <하얀거탑>으로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마지막까지 <태왕사신기> 배용준과 경합을 펼치다 아쉽게 최우수상에 만족해야 했던 김명민은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됐다.
김명민은 수상소감을 통해 “나에게 연기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고 그걸 충분히 채워주지 않아 노력하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한다. 우리 드라마 이순재 선생님, 배우는 창조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함께 연기한 동료 선후배 연기자, 서희태 예술감독, 팬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의 과도적인 시기에 연기자로 데뷔해 스타로 부상했다. 1992년 SBS의 등장으로 방송사의 전속제가 무너지면서 스타를 발굴하고 교육시키며 유통시켰던 방송사의 기능이 약화되고 그 기능을 연예기획사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시기인 1996년 SBS 탤런트 공채로 출발한 연예인이 바로 김명민이다. 김명민은 방송사 공채로 데뷔를 했지만 김혜자처럼 방송사 전속으로 활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8년간의 죽음 같은 무명생활을 견디며 치열한 노력으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데뷔 이후 무명생활 끝에 2004년 KBS <불멸의 이순신>에서 인간적인 이순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명민 역시 연예기획사의 엄청난 물량공세와 마케팅으로 스타가 된 것이 아니고 연기력 하나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 이후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을 보여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송승헌 MBC 연기대상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에서의 열연을 바탕으로 김명민과 함께 대상을 수상했다. 2008년 다소 부진했던 드라마 왕국 MBC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에덴의 동쪽>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 중반을 넘어선 현재 3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송승헌은 이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군 제대 후 <에덴의 동쪽>을 선택한 송승헌의 도전이 적중한 셈이다.
송승헌은 수상소감을 통해 “정말로 감사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5년 만에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스태프,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상 기쁘게 받겠다. 1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강원도에서, 그리고 홍콩에서는 더위와 싸우며 고생한 그분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상이 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영광이 아니라 대표해서 받는 거라면 감사하게 받겠다. 또 부모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1995년 CF등으로 인연을 맺은 송승헌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시스템을 대표하는 스타이다. 연예기획사가 발굴하고 관리하는 스타시스템에 의해 배출된 스타가 바로 송승헌이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나가 한류를 일으키는 시기의 중심에 선 스타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광고출연, 시트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출연이라는 연예기획사의 연기자의 진출 및 활동경로를 송승헌은 그대로 밟으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 시기는 연예기획사의 막대한 물량공세와 마케팅으로 신인이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때문에 연기력보다는 외모와 이미지, 연예기획사의 마케팅이 스타 부상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 또한 스타들이 연기의 진정성 보다는 수입과 인기, 명성에 가중치를 두는 시기이기도 하다. 송승헌은 이 시기의 대표 스타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스타가 엄청난 이윤을 창출하는 인적자원으로 부상하며 한류를 이끄는 중추로 자리잡은 데 송승헌이 있었다.
송승헌은 <가을동화>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젊은 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혜자-많은 작품 통해 한국의 어머니상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김명민-타의 추종 불허하는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 보여준 스타
송승헌-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 사로잡은 젊은 스타
문근영-국민 여동생 캐릭터에서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안착


문근영 SBS 연기대상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의 열연에 힘입어 대상을 거머쥐었다. 문근영은 만21세로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근영의 대상 수상은 다소 파격이었다. <일지매> 이준기, <온에어> 김하늘·송윤아, <조강지처클럽> 김해숙 등 쟁쟁한 손윗 연기자들이 강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졌기 때문. 하지만 SBS는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을 환생시킨 문근영에게 영예의 대상 트로피를 안겨줬다.
문근영은 수상직후 “어떡해요”라고 말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너무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한다. 감사한 마음보다 무섭고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데 이 상이 굉장히 큰 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문근영은 2004년 KBS 2TV <아내>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 최고의 화원 신윤복으로 분해 남장여자 등 쉽지 않은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당초 남장여자 신윤복을 연기하는 데 있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기도 했으나 문근영은 한층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08년 하반기를 강타한 ‘신윤복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문근영은 김홍도(박신양 분), 정향(문채원 분)과 각각 사제커플, 닷냥커플 등을 이뤄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오랫동안 남몰래 베풀어 온 선행 사실이 공개되면서 색깔론에 휘말려 때아닌 마음고생을 하게 됐지만 성숙한 자세로 의연히 대처, 진정한 선행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1999년 데뷔한 문근영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시기의 스타다. 문근영은 김혜자의 시기처럼 연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고 연기자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중의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시기의 스타다.
연예기획사의 철저한 관리하에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명성과 인기를 쌓았던 문근영은 가장 큰 수입원인 CF출연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스타 중 한 사람이다. 문근영은 스타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연기력 연마에 치중해 인기는 높지만 연기력이 부족한 일부 톱스타와 차별화를 꾀했다. 드라마 <가을동화> 등으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심은 문근영은 한동안 국민 여동생 캐릭터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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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