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탐구] 방송 3사 2008 연기대상 수상 (KBS)김혜자, (MBC)김명민·송승헌, (SBS)문근영

그들이 있어 안방극장 빛났다

김혜자(KBS)·김명민(MBC)·송승헌(MBC)·문근영(SBS)이 2008년 방송 3사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김혜자는 <엄마가 뿔났다>에서 어머니를 연기하며 중견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김명민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개성 넘치는 지휘자를 연기하며 ‘연기천재’라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을 통해 대상을 받았다. 문근영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바람의 화원>에서 주인공 신윤복을 연기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안방극장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연기대상을 수상한 네 배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김혜자 KBS 연기대상
김혜자는 1992년 MBC 연기대상 이후 16년 만에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김혜자는 “<엄뿔> 때문에 드라마 밖에서도 엄마들이 뿔날 일이 많았다. 새해에는 모두 신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남겼다.
김혜자는 한국 드라마의 개막을 알린 1962년 KBS 개국과 함께 KBS공채 탤런트 1기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1969년 MBC 개국과 함께 KBS에서 MBC로 옮겨 1969년 일일극<개구리 남편>에서부터 <전원일기> <모래성> <사랑이 뭐길래> <장미와 콩나물> <그대 그리고 나> <궁>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했고, 2008년 KBS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하며 빼어난 연기력을 보이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혜자는 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섰다. 한국 드라마의 개국과 함께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써왔고 어제와 오늘을 있게 한 스타다. 열악한 제작환경 그리고 연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치열한 연기혼으로 극복하며 한국 드라마의 초석과 발전의 토대가 된 스타인 것이다. 김혜자와 그 세대의 연기자들은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 스타로 부상하던 시기다. 마케팅보다는 연기력이 스타의 부상여부를 결정했다. 또한 명성과 수입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기력에 가중치를 두고 연기를 한 스타이기도 하다.

김명민 MBC 연기대상
2007년 <하얀거탑>으로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마지막까지 <태왕사신기> 배용준과 경합을 펼치다 아쉽게 최우수상에 만족해야 했던 김명민은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됐다.
김명민은 수상소감을 통해 “나에게 연기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고 그걸 충분히 채워주지 않아 노력하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한다. 우리 드라마 이순재 선생님, 배우는 창조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함께 연기한 동료 선후배 연기자, 서희태 예술감독, 팬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의 과도적인 시기에 연기자로 데뷔해 스타로 부상했다. 1992년 SBS의 등장으로 방송사의 전속제가 무너지면서 스타를 발굴하고 교육시키며 유통시켰던 방송사의 기능이 약화되고 그 기능을 연예기획사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시기인 1996년 SBS 탤런트 공채로 출발한 연예인이 바로 김명민이다. 김명민은 방송사 공채로 데뷔를 했지만 김혜자처럼 방송사 전속으로 활동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8년간의 죽음 같은 무명생활을 견디며 치열한 노력으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데뷔 이후 무명생활 끝에 2004년 KBS <불멸의 이순신>에서 인간적인 이순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대중의 환호를 받으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명민 역시 연예기획사의 엄청난 물량공세와 마케팅으로 스타가 된 것이 아니고 연기력 하나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명민은 <불멸의 이순신> 이후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을 보여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송승헌 MBC 연기대상
송승헌은 <에덴의 동쪽>에서의 열연을 바탕으로 김명민과 함께 대상을 수상했다. 2008년 다소 부진했던 드라마 왕국 MBC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에덴의 동쪽>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드라마 중반을 넘어선 현재 3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송승헌은 이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군 제대 후 <에덴의 동쪽>을 선택한 송승헌의 도전이 적중한 셈이다.
송승헌은 수상소감을 통해 “정말로 감사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5년 만에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스태프,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대상 기쁘게 받겠다. 1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강원도에서, 그리고 홍콩에서는 더위와 싸우며 고생한 그분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상이 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영광이 아니라 대표해서 받는 거라면 감사하게 받겠다. 또 부모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1995년 CF등으로 인연을 맺은 송승헌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시스템을 대표하는 스타이다. 연예기획사가 발굴하고 관리하는 스타시스템에 의해 배출된 스타가 바로 송승헌이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나가 한류를 일으키는 시기의 중심에 선 스타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광고출연, 시트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 출연이라는 연예기획사의 연기자의 진출 및 활동경로를 송승헌은 그대로 밟으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이 시기는 연예기획사의 막대한 물량공세와 마케팅으로 신인이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때문에 연기력보다는 외모와 이미지, 연예기획사의 마케팅이 스타 부상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 또한 스타들이 연기의 진정성 보다는 수입과 인기, 명성에 가중치를 두는 시기이기도 하다. 송승헌은 이 시기의 대표 스타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스타가 엄청난 이윤을 창출하는 인적자원으로 부상하며 한류를 이끄는 중추로 자리잡은 데 송승헌이 있었다.
송승헌은 <가을동화> 등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젊은 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혜자-많은 작품 통해 한국의 어머니상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김명민-타의 추종 불허하는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 보여준 스타
송승헌-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 사로잡은 젊은 스타
문근영-국민 여동생 캐릭터에서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안착


문근영 SBS 연기대상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의 열연에 힘입어 대상을 거머쥐었다. 문근영은 만21세로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근영의 대상 수상은 다소 파격이었다. <일지매> 이준기, <온에어> 김하늘·송윤아, <조강지처클럽> 김해숙 등 쟁쟁한 손윗 연기자들이 강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졌기 때문. 하지만 SBS는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을 환생시킨 문근영에게 영예의 대상 트로피를 안겨줬다.
문근영은 수상직후 “어떡해요”라고 말한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는 “너무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한다. 감사한 마음보다 무섭고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데 이 상이 굉장히 큰 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문근영은 2004년 KBS 2TV <아내>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에서 조선 최고의 화원 신윤복으로 분해 남장여자 등 쉽지 않은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당초 남장여자 신윤복을 연기하는 데 있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기도 했으나 문근영은 한층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2008년 하반기를 강타한 ‘신윤복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문근영은 김홍도(박신양 분), 정향(문채원 분)과 각각 사제커플, 닷냥커플 등을 이뤄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오랫동안 남몰래 베풀어 온 선행 사실이 공개되면서 색깔론에 휘말려 때아닌 마음고생을 하게 됐지만 성숙한 자세로 의연히 대처, 진정한 선행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1999년 데뷔한 문근영은 연예기획사 중심의 스타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시기의 스타다. 문근영은 김혜자의 시기처럼 연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고 연기자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중의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시기의 스타다.
연예기획사의 철저한 관리하에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명성과 인기를 쌓았던 문근영은 가장 큰 수입원인 CF출연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스타 중 한 사람이다. 문근영은 스타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연기력 연마에 치중해 인기는 높지만 연기력이 부족한 일부 톱스타와 차별화를 꾀했다. 드라마 <가을동화> 등으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심은 문근영은 한동안 국민 여동생 캐릭터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이후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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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