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폭발 가상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1:31:21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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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화산재로 덮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백두산이 폭발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백두산 폭발이 현실화 될 경우 우리에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통해 화산분출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 백두산 천지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서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구원)은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한 화산의 분화 조짐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질연구원에 따르면 백두산에 화산분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질연구원은 최근 백두산서 지질을 일으키는 가스가 분출되는 등 심각한 폭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한 조짐

이러한 조짐은 예전부터 포착돼왔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는 백두산 천지 근방서 약 3000회 이상 화산 지진이 일어났고, 2002년부터 2009년까지는 10cm정도 융기했다가 가라앉았다. 2015년에는 섭씨 60도를 오르내리던 천지 주변 온천의 온도가 83도까지 올랐다. 이때 채취한 화산 가스의 헬륨 농도는 일반 대기의 7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질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을 모두 화산분화 징후로 판단했다.

백두산이 처음으로 분화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인 939년에 나온다. 7년 뒤 폭발규모 7에 달하는 ‘밀레니엄 분화’가 발생했다. 당시 화산재가 한반도 전역에 50cm 두께로 쌓이고 450km 떨어진 개성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다. 1000km 이상 떨어진 일본서도 백두산의 화재가 구름이 목격됐다고 전해진다.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0년 동안 있었던 화산활동 중 가장 큰 규모의 화산활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에도 백두산은 총 31번 분화했다. 1688년과 1702년에도 백두산서 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비처럼 내렸다는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03년이다. 

백두산이 실제로 폭발한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까.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홍수가 발생하고 도로, 댐, 전기 등이 마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남한도 화산재로 인한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윤성효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화산재해 피해예측 기술개발’에 따르면 남한 전역에 화산재가 쌓여 4조5189억원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다. 강원도와 경북에는 화산재가 최고 10.3m까지 쌓이고, 제주공항을 제외한 모든 항공이 최장 39시간 폐쇄돼 최대 611억원의 재산피해가 일어난다. 또 10층 이상 건물에 영향을 미쳐 서울서만 13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작물 피해·항공 폐쇄 등 피해
남북공동연구 중···현실적 제약에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백두산이 폭발하면 한국의 피해가 북한보다 적을 수는 있으나 그 규모는 작지 않을 것”이라며 “독성의 화산가스가 함유된 미세먼지의 확산, 항공 운항·운송 악영향 등으로 인해 수출·수입·관광시장에 큰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백두산 분화가 1년 이상 지속되면 그 피해는 중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백두산 화산폭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백두산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과의 관측자료 공유가 원활하지 않으며 남북 공동연구는 정치·사회적으로 남북관계에 따라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윤수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는 “백두산 화산 재해의 과학적 연구방안과 실제적인 남북국제공동협력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서울대학교 교수도 “백두산 화산 분화 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화산가스의 위험성과 관련된 백두산 천지 내 이산화탄소 측정 및 분석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질연구원 관계자는 “2004년 세인트헬렌스 화산의 정확한 예측과 효과적인 경고를 이끌어 낸 것은 체계적인 화산 감시망 구축 때문이었다”며 “백두산 화산분화 예측을 위해 남북공동연구가 선행된 화산 감시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화산이 폭발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국가서 제시한 국민행동요령을 참고해야 한다.

▲화산재 낙하 전에는 문과 창문, 환기구 등 외부 공기 유입이 들어올 수 있는 틈새를 적신 수건으로 막아야 하며, 특히 창문은 테이프로 원천봉쇄해야 한다.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천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실내서 머무르도록 해야 하며 가축의 사료나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경우 며칠간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생수와 음식물, 방진 마스크, 의약품 등 구급함을 준비해놔야 한다.

▲외부활동 시 화산재 낙하가 시작됐을 땐 마스크나 손수건, 옷 등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건물이나 자동차 안 등 실내로 대피해야 한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안경으로 대체해야 하며 자동차로 이동해야하는 경우 전조등을 켜고 화산재가 날리지 않도록 서행해야 한다.

▲화산재 낙하 후 실외 청소를 해야하는 경우 물을 많이 사용하면 안된다. 화산재가 침수되면 단단한 덩어리로 변해 처치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침수된 화산재가 배수구나 하수구 등으로 들어가면 막힐 수가 있다.

정부 적극지원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과학기술특별위원장은 “백두산에 대한 남북 과학기술 협력 연구를 위해 국회·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피해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이동하면서 유럽 공항 곳곳의 항공기 수천편이 운항 중지됐다. 아이슬란드서 1700㎞ 이상 떨어진 영국 전역의 공항서 항공기 운항이 중지됐고, 북유럽의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공항들도 마비상태에 빠졌다.

파리의 샤를드골공항 등 서유럽 항공권역서도 항공기 운항이 중지됐다. 운항 중지의 이유는 화산재에 있는 유리, 모래 같은 이물질들이 들어갈 경우 엔진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산재는 상공 11㎞ 이상까지도 올라간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화산 폭발로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가 발생하고 여진이 뒤따라 주민 800여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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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