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축구협회 ‘선거정보 유출’ 의혹

김병지는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입수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 선거의 신뢰도는 추락한다. 선거 규정을 촘촘하게 짜는 이유다. 특히 게임의 룰’(rule)은 모든 후보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선거정보를 사전에 습득한 후보자는 길 찾기 게임서 혼자 지도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

대한축구협회(이하 대한축협)가 서울시축구협회(이하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출마 선언한 김병지에게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병지는 대한축협서 만든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선거권자에게 유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정 후보
특혜 논란

김병지는 지난달 6일, 언론을 통해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서 서울시 엘리트 축구와 생활축구의 상생을 위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축구 행정가의 꿈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김병지가 선거일정이 공표되기도 전에 선거정보가 담긴 문건을 미리 받아봤고, 이를 축구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해당 문건이 대한축협 관계자를 통해 김병지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한축협의 선거개입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축협은 시도축협 선거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축협 정관 239항에 따르면 시·도축협을 포함한 대한축협의 임직원은 체육회의 회장 선거, 협회, 회원종목단체, ·도체육회 및 시·도종목단체 등 체육단체의 선거와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체육회에 요구할 수 있다.


김병지는 서울시축구협회 회장 선거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축구인들에게 보냈다. 김병지에게 문건을 받은 축구인 중에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인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규정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문건 받아 선거권자에 유포해?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대한축협이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건 오른쪽 상단에는 부서: 기획감사팀’ ‘작성일: 2019. 3. 26’이라고 쓰여 있다. 문건에 기재된 기획감사팀은 대한축협 경영혁신실 산하 부서로, 대한축협 내 중요 부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대한축협 내부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만들었고, 이 문건이 김병지에게 전달된 것이다.

문건의 내용은 크게 선거인단 구성향후 일정으로 나뉜다. 문건에 따르면 선거인단은 서울시 규약에 따른 대의원 50명과 대한축협에 등록된 사람들 50명 등 100명으로 구성된다. 대의원은 자치구 축구협회의 장 25명과 등록팀의 단체군 대표 25명이다.

나머지 50명은 초···대학·일반·여성 지도자 10, 심판 10, 선수 10, 동호인 20명으로 정했다. 지도자, 심판, 선수, 동호인은 선거 20일 전 대한축협에 등록된 자를 대상으로 하며 사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는 410회장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430·개표에 이르기까지의 선거일정도 일별로 기재돼있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서울축협 관리위원회서 나눴던 회의 내용을 (대한축협)내부적으로 정리·보고하는 과정서(김병지에게 유출됐다)”고 밝혔다. 문건이 내부 보고용이었다는 입장이다.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특정후보(김병지)를 서울축협 회장으로 밀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어디서?
어떻게?


그러면서 다른 후보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관리위원회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물어봤을 것이라며 저희는 문서화된 문건이 김병지에게 가서 문제가 된 것이고, 다른 분들은 구두로 (회장 선거가)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서 유출된 해당 문건

이 관계자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대한축협의 생각은 그렇다고 언급했다.

김병지의 경우처럼 문건으로 유출됐든 구두로 전해졌든 관리위원회 회의 내용이 후보자들에게 공유됐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문건 유출 경로 등에 대해서 대한축협과 서울시체육회, 관리위원회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체육회(이하 시체육회) 관계자들은 문건 유출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이 만들어진 과정, 유출 경로 등에 대해 대한축협으로부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관리위원회 회의서 사용되는 문서는 비공개 보안문서로 분류해 관리하고, 회의가 끝나면 회수하는 등 보안 유지에 만반을 기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시체육회 종목육성팀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규정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대한축협서 만든 문건이(새나간 것 같다)”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위해 45일 대한축협에 공문을 보냈고 유선으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한축협은 시체육회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지난 19일 기준).

다른 후보도
받아 봤다?

또 다른 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문건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사건 이후 관리위원회를 부정하고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건 유출에 대해 알게 된 일부 축구인들이 시체육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 유출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회의 등은 현재 올스톱 상태다.

시체육회의 종목단체인 서울축협은 9개월째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7월 최재익 전 회장과 집행부가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자리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체육회는 지난해 112712차 이사회서 서울축협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안을 가결했다.
 

시체육회는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축협의 정상화를 꾀했다. 서울축협 관리위원회는 축구인 출신 관리위원장, 대한축협 추천 인사인 부위원장·변호사, 대한축협 인사 2, 시체육회 인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관리위원회의 시급한 과제는 9개월째 공석인 서울축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시체육회에 따르면 약 10일에 한 번씩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선거 일정이나 규정 등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전반적인 사항이 다뤄졌다. 이런 상황서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문건 유포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축구인들은 시체육회에 진정서를 내고 항의했다. 이들은 “서울축협 회장 선거를 진행할 권한이 없는 대한축협이 특정후보(김병지)를 당선시키기 위해 문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축구인들에게는 선거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정인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서울시축구협회 불법 회장 선거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선거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축구협회 관리위원회 위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한축협 인사 3명을 즉각 해임하고 대한축협 차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축협, 유출 경로 파악 중이라면서
시체육회 사실확인 요구 묵묵부답

하지만 문건 유출에 대한 조치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규정이 정비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축협은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통합 과정서 잡음이 발생하면서 회장 선거규정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회장 선거 관련 규정에 대해 논의하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서울축협 회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축구인 A씨는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대한축협이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축구인들 사이서 돌아다니는 문서를 보고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됐다그 이전에 문건을 접하거나 그에 대한 내용을 들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대한축구협회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여러 축구인들은 그 문건을 보고 대한축협서 조직적으로 김병지를 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축협을 통해 특정후보에게 문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든 받은 사람이든 대한축협 차원서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축구인 B씨는 김병지가 문건 유출에 앞서 또 다른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22일 서울 효창운동장 회의실서 초등학교 감독들을 모아놓고 경기도의회의 한 도의원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는 것. B씨는 이 자리서 지도자 처우 개선 등의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혹
초등 지도자도?

B씨는 당시 회의실에 있던 초등학교 감독들은 초등연맹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라며 김병지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대한축협과 시체육회의 명백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병지 입장은? 
문건 받은 것 맞다

김병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건을 받았고 유포한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문건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병지는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선거법 위반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축구인들에게 선거 일정 나왔습니다라는 문구를 달아 메시지로 문건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관련된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걸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선거 일정 알려주면서 보내줬다”
“어디서 받았냐고? 말하기 곤란”

그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다른 분들도 (문건을)다 받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제가 관련 내용을 알기 전에 그분들도 먼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22일 효창운동장 회의실에서 있던 일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지도자들의 궁금증, 현재 초·중학교 체제의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맞다저는 ()의원을 소개시켜주고 빠졌다. 그 자리에서 저를 찍어 달라거나 하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그 의원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주선해준 것이라며 축구 발전을 위해서 한 일인데 주변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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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