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축구협회 ‘선거정보 유출’ 의혹

김병지는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입수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 선거의 신뢰도는 추락한다. 선거 규정을 촘촘하게 짜는 이유다. 특히 게임의 룰’(rule)은 모든 후보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선거정보를 사전에 습득한 후보자는 길 찾기 게임서 혼자 지도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

대한축구협회(이하 대한축협)가 서울시축구협회(이하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출마 선언한 김병지에게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병지는 대한축협서 만든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선거권자에게 유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정 후보
특혜 논란

김병지는 지난달 6일, 언론을 통해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서 서울시 엘리트 축구와 생활축구의 상생을 위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축구 행정가의 꿈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김병지가 선거일정이 공표되기도 전에 선거정보가 담긴 문건을 미리 받아봤고, 이를 축구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해당 문건이 대한축협 관계자를 통해 김병지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한축협의 선거개입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축협은 시도축협 선거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축협 정관 239항에 따르면 시·도축협을 포함한 대한축협의 임직원은 체육회의 회장 선거, 협회, 회원종목단체, ·도체육회 및 시·도종목단체 등 체육단체의 선거와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체육회에 요구할 수 있다.

김병지는 서울시축구협회 회장 선거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축구인들에게 보냈다. 김병지에게 문건을 받은 축구인 중에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인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규정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문건 받아 선거권자에 유포해?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대한축협이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건 오른쪽 상단에는 부서: 기획감사팀’ ‘작성일: 2019. 3. 26’이라고 쓰여 있다. 문건에 기재된 기획감사팀은 대한축협 경영혁신실 산하 부서로, 대한축협 내 중요 부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대한축협 내부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만들었고, 이 문건이 김병지에게 전달된 것이다.

문건의 내용은 크게 선거인단 구성향후 일정으로 나뉜다. 문건에 따르면 선거인단은 서울시 규약에 따른 대의원 50명과 대한축협에 등록된 사람들 50명 등 100명으로 구성된다. 대의원은 자치구 축구협회의 장 25명과 등록팀의 단체군 대표 25명이다.

나머지 50명은 초···대학·일반·여성 지도자 10, 심판 10, 선수 10, 동호인 20명으로 정했다. 지도자, 심판, 선수, 동호인은 선거 20일 전 대한축협에 등록된 자를 대상으로 하며 사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는 410회장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430·개표에 이르기까지의 선거일정도 일별로 기재돼있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서울축협 관리위원회서 나눴던 회의 내용을 (대한축협)내부적으로 정리·보고하는 과정서(김병지에게 유출됐다)”고 밝혔다. 문건이 내부 보고용이었다는 입장이다.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특정후보(김병지)를 서울축협 회장으로 밀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어디서?
어떻게?

그러면서 다른 후보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관리위원회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물어봤을 것이라며 저희는 문서화된 문건이 김병지에게 가서 문제가 된 것이고, 다른 분들은 구두로 (회장 선거가)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서 유출된 해당 문건

이 관계자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대한축협의 생각은 그렇다고 언급했다.

김병지의 경우처럼 문건으로 유출됐든 구두로 전해졌든 관리위원회 회의 내용이 후보자들에게 공유됐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문건 유출 경로 등에 대해서 대한축협과 서울시체육회, 관리위원회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체육회(이하 시체육회) 관계자들은 문건 유출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이 만들어진 과정, 유출 경로 등에 대해 대한축협으로부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관리위원회 회의서 사용되는 문서는 비공개 보안문서로 분류해 관리하고, 회의가 끝나면 회수하는 등 보안 유지에 만반을 기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시체육회 종목육성팀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규정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대한축협서 만든 문건이(새나간 것 같다)”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위해 45일 대한축협에 공문을 보냈고 유선으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한축협은 시체육회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지난 19일 기준).

다른 후보도
받아 봤다?

또 다른 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문건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사건 이후 관리위원회를 부정하고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건 유출에 대해 알게 된 일부 축구인들이 시체육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 유출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회의 등은 현재 올스톱 상태다.

시체육회의 종목단체인 서울축협은 9개월째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7월 최재익 전 회장과 집행부가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자리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체육회는 지난해 112712차 이사회서 서울축협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안을 가결했다.
 

시체육회는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축협의 정상화를 꾀했다. 서울축협 관리위원회는 축구인 출신 관리위원장, 대한축협 추천 인사인 부위원장·변호사, 대한축협 인사 2, 시체육회 인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관리위원회의 시급한 과제는 9개월째 공석인 서울축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시체육회에 따르면 약 10일에 한 번씩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선거 일정이나 규정 등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전반적인 사항이 다뤄졌다. 이런 상황서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문건 유포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축구인들은 시체육회에 진정서를 내고 항의했다. 이들은 “서울축협 회장 선거를 진행할 권한이 없는 대한축협이 특정후보(김병지)를 당선시키기 위해 문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축구인들에게는 선거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정인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서울시축구협회 불법 회장 선거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선거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축구협회 관리위원회 위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한축협 인사 3명을 즉각 해임하고 대한축협 차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축협, 유출 경로 파악 중이라면서
시체육회 사실확인 요구 묵묵부답

하지만 문건 유출에 대한 조치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규정이 정비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축협은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통합 과정서 잡음이 발생하면서 회장 선거규정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회장 선거 관련 규정에 대해 논의하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서울축협 회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축구인 A씨는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대한축협이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축구인들 사이서 돌아다니는 문서를 보고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됐다그 이전에 문건을 접하거나 그에 대한 내용을 들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대한축구협회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여러 축구인들은 그 문건을 보고 대한축협서 조직적으로 김병지를 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축협을 통해 특정후보에게 문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든 받은 사람이든 대한축협 차원서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축구인 B씨는 김병지가 문건 유출에 앞서 또 다른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22일 서울 효창운동장 회의실서 초등학교 감독들을 모아놓고 경기도의회의 한 도의원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는 것. B씨는 이 자리서 지도자 처우 개선 등의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혹
초등 지도자도?

B씨는 당시 회의실에 있던 초등학교 감독들은 초등연맹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라며 김병지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대한축협과 시체육회의 명백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병지 입장은? 
문건 받은 것 맞다

김병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건을 받았고 유포한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문건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병지는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선거법 위반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축구인들에게 선거 일정 나왔습니다라는 문구를 달아 메시지로 문건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관련된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걸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선거 일정 알려주면서 보내줬다”
“어디서 받았냐고? 말하기 곤란”

그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다른 분들도 (문건을)다 받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제가 관련 내용을 알기 전에 그분들도 먼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22일 효창운동장 회의실에서 있던 일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지도자들의 궁금증, 현재 초·중학교 체제의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맞다저는 ()의원을 소개시켜주고 빠졌다. 그 자리에서 저를 찍어 달라거나 하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그 의원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주선해준 것이라며 축구 발전을 위해서 한 일인데 주변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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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