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행복한 느낌’ 김덕기

이국적인 풍경, 왈츠와 함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덕기의 작품은 밝고 화사하다. 밝은 색채의 원들이 반딧불처럼 번져나온 작품은 행복한 느낌을 준다.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겐 꿈과 희망을, 삶의 단란한 꿈과 행복의 의미를 찾는 이들에겐 소박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김덕기는 주고받는 것에 서툰 현대인들에게 완전한 위로를 건넨다.
 

▲ 김덕기_오스트리아 할슈타트-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Hallstatt, Austria-The Sunlight Shines Brightly_2019_ Acrylic on canvas_ 80.3 x 116.8cm

김덕기는 무수히 많은 점들로 만든 꽃과 잔디, 새와 나무로 캔버스를 채운다. 그의 작품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짧게나마 미소 지을 수 있는 행복이 존재한다. 봄의 절정을 이루는 45월 따뜻한 풍경을 담은 김덕기의 개인전이 부산 해운대구 소재의 갤러리,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열린다.

봄의 절정

김덕기는 산과 정원을 배경으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정원시리즈를 소개해왔다. 부산, 제주, 이탈리아 아말피·베네치아를 거쳐 뉴욕에 이르는 여행시리즈는 2011년부터 매년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전시 푸른 다뉴브강의 왈츠는 유럽의 젖줄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다뉴브강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작품으로 구성했다. 관람객들에게는 다양한 지역의 이국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색채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기회다.

그의 캔버스에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눈부신 자연을 배경으로 담겨있다. 다채로운 색채와 붓 터치는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경쾌하게 그려진 박공지붕, 가족, 형형색색의 꽃, 둥근 나무 등 김덕기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소재는 밝고 긍정적인 음악인 왈츠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김덕기는 실제 동유럽을 여행하며 관람한 실내악 연주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또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계속해서 왈츠를 들으며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제목의 바탕이 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는 처음 연주됐을 때 청중들의 의아함을 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다뉴브강은 곡의 제목처럼 푸른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잿빛의 다뉴브강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현지인들은 그것이 문학적인 표현이었다 할지라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곡의 숨겨진 이야기처럼 무채색 현실의 풍경을 천연색으로 재탄생시킨 김덕기의 작품은 때론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인들이 왈츠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상실감을 극복했듯 김덕기의 무수한 터치가 만들어낸 화려한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녹록치 않은 일상도 감사함으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산과 들판, 나무의 주조색을 초록으로 하고 빨강과 노랑 등의 강렬한 색점들이 입체적으로 올렸을 때, 풍경 너머 여백이 돼주는 하늘과 강, 바다를 푸른 계열의 색조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덕기는 섬세한 농도의 차이와 충돌할 수 있는 색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정교한 감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동유럽 여행 중 실내악 영향
화려한 붓 터치로 따뜻함 전해

산 너머 멀리 혹은 근경에 부분적으로 배치됐던 바다는 마이애미시리즈서 전면에 등장했다. 돌고래 가족은 희고 검은 물감이 섞여 있는 역동적인 터치로, 태양에 반짝이는 파도는 근경과 원경이 다른 흐름의 터치로 표현된 것 또한 인상적이다.

잔잔한 물결 위 보트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가족 옆에도 시들지 않는 꽃다발 하나가 놓여있다. 보트 위 어항 속 물고기와 강아지,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한 쌍 등 오밀조밀한 묘사가 한 데 모여 작가만의 독창적인 풍경을 일궈냈다.


이번 전시에는 동유럽 시리즈 외에도 미주, 이탈리아, 아시아 여러 지역과 제주를 배경으로 한 신작도 다수 공개된다. 그중 2014제주시리즈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감귤나무 사이로2019년 세 개의 화면으로 나뉜 파노라마 형식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세 작품을 이어놓으면 하나의 대형작품이 되고, 따로 떼어놓으면 각기 다른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밀도 높게 완성됐다.
 

▲ 김덕기_호엔잘츠부르크 성-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Hohensalzburg Castle-The Sunlight Shines Brightly_2019_ Acrylic on canvas_ 80.3 x 116.8cm

봄날 제주의 햇살이 느껴질 만큼 따뜻한 색과 화사한 꽃,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캔버스에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김덕기는 세 작품을 연결할 때 더욱 확장되는 풍경처럼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무한히 이어지길 바랐다.

그밖에 장가계의 가을 풍경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화면 전체를 묘사했다. 멕시코 칸쿤은 이국적인 해변서 평온하게 신혼을 즐기는 부부의 모습을 담았다. 신혼부부의 뒤로 물놀이하는 아이들과 한 쌍의 불가사리, 꽃게들처럼 무심코 놓치게 되는 풍경까지 표현해 일상을 환기시킨다.

일상의 환기

소울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서로 다른 인종, 성별, 세대의 차이를 극복하고 동물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축복과 감동은 아름다운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이색적인 청취가 왈츠처럼 경쾌하게 재현된 김덕기의 캔버스가 눈부신 봄,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다음달 2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덕기는?]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의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서 전시를 가졌다. 가족과 나누는 일상을 통해 사랑과 행복,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 자연에 대한 감사 등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담아낸다. 동화 같은 순수한 작품 속에도 깊이가 있다.

부산서 열린 첫 전시는 2011년 소울아트스페이스가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소울아트스페이스서 열리는 김덕기의 7번째 전시다. 그는 매년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은행, 주상하이총영사관, 로렌스 쉴러 컬렉션, 디터 홀츠 컬렉션 등 국내외 주요 기관서 김덕기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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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