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손학규·정동영 ‘올드보이 3인방’ 사생결단 고지전

마지막 정치인생을 불태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국을 강타할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차기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다만 여야 누구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못했다.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하고 있다. 화려한 복귀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판한 올드보이들이다. 이들은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평화민주당) 대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은 가빠지고 있다. 각 정당은 전열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출마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 다지기에 들어갔다. 몇몇은 출마 지역구를 지목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 지도부는 복잡한 정치셈법의 정중앙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총선 준비
본격 착수

총선은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그간 총선은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다. 집권 여당은 현 정부의 동력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저마다 사활을 걸곤 했다. 21대 총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각 정당들의 이번 총선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 4·3보궐선거서 한국당은 국회의원 1석과 기초의원 2석을 차지하면서 기세를 모았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지역서 모두 패배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제3지대’ 시나리오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서 총선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바미당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미당 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도화선은 지난 4월 보궐선거였다. 예상치보다 낮은 득표율이 결정적이었다. 당장 지도부의 총사퇴 요구가 있었고,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졌다.

평화당은 3지대 구축에 힘쓰고 있다. 평화당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에 따른 내분을 겪은 뒤, 3지대를 통한 총선 생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평화당 의원들은 바미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호남을 연결고리로 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과 바미당, 평화당 모두 여러 변수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당 대표들의 속내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해당 변수들이 총선 과정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흔들리는 리더십…재기 발판은?
손, 내홍 격화에 ‘추석 10%’ 배수진
정, 3지대 구축 군불 때기…가능성은?

3당 대표들은 이른바 ‘올드보이’다. 지난해 이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맡게 됐다. 상당한 정치적 중량감을 자랑하는 올드보이들이 복귀하면서 관심이 쏠렸는데 동시에 기대도 컸다. 다만 오늘날 올드보이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날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난 보궐선거의 성적표는 무승부였다. 그러나 사실상 여권이 패배했다는 목소리가 당 내외서 제기됐다.

창원성산서 민주당의 단일화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지만 한국당과 매우 근소한 격차였다. 선거 과정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 비하 발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선거 유세 논란이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이 있었다.


결국 진보진영이 한국당의 자충수로 창원성산서 겨우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당이 기세를 선점한 것 역시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한국당은 선거 과정서 ‘정권 심판론’을 주창했다. 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는 야당에서 펼치는 선거전략 중 하나다.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정권 심판론이 통한다는 점을 인지했다.
 

▲ ▲▲ 손학규 대표에게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최근 황 대표가 민생대장정에 나선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경제 문제를 선택, 정권 심판론과 결부시킬 수 있는 요소로 여길 공산이 크다.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총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당 안팎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 대표는 분위기 전환의 일환으로 내달 실시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안일?
신중?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 의원은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계뿐 아니라 당 지도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져 있다. 이해찬계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서 승리한다면 이 대표는 김 의원과 함께 민주당 투톱 체제를 구축, 리더십 제고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나쁘지 않다. 당 대표가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비교적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추석 10%’와 함께 대표직을 걸었다.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배수진은 최근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바미당은 내부 갈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은 그 결정체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책임을 언급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회 관계자는 “언제 쪼개져도 어색하지 않다”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이 회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미당은 이언주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기점으로 분당 분위기가 본격화됐다”고 덧붙였다.

분열, 파산…
위기의 시작

그간 바미당은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화합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된 건 4월 보궐선거 결과와 차기 총선에 대한 우려였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3%대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 후보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보다 뒤쳐져 4위에 머물렀다. 당내서 차기 총선서 당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추석 민심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 때까지 10%를 넘지 못할 경우 당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과격해지고,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민심서 멀어진 뒤 대표직서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정당 공동대표

한편 최고위 보이콧에 앞장섰던 하 의원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언급했다.

이날 하 의원은 “대다수 지역위원장과 당원들은 손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안락사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사태의 본질은 올드보이 리더십의 파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로 가든지 해서 (안 전 공동대표를)만나보려고 한다. 다만 당장 이번 달은 아니고, 내부가 수습되고 난 후”라고 덧붙였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3지대를 통해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미당 내 호남출신 의원들이 그 대상이다. 호남정당을 표방하는 평화당은 호남을 공통분모로 3지대를 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복귀는 동시에, 지금부턴 제각각 
선거전 박차…머리 싸맨 지도부


이미 물밑 접촉은 시작됐다. 지난 16일 바미당 박주선 의원과 평화당 의원 8명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동남갑이다. 이날 정 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조배숙 의원 등이 참여했다.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먼저 자리를 뜬 바미당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계개편 회오리 속에서 바미당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관점과 국민적 인식이 커서 이걸 불식하기 위해서 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국민의당서 같이 했던 분들이 평화당에 있고 그분들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정치권서 세를 확대하는 데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우리에게는 동질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들의 회동은 올해 초부터 계속됐다. 지난 1월 박 의원과 바미당 김동철 의원은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과 만나 제3정당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광산구갑으로 호남 지역이다.

지난 2월에는 바미당 박 의원과 김 의원, 평화당 장병완·황주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서 ‘한국정치발전과 제3정당의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에도 호남과 국민의당을 공통고리로 한 이들의 만남을 두고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호남 출신
공통고리

평화당의 3지대 구축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면 3지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을 두고 주목을 받았다. 과거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 비교섭단체서 교섭단체 자격을 부여받았다. 정의당서 고 노 전 의원의 빈자리를 여영국 의원의 당선으로 채웠지만, 평화당 내에선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이견이 있었다. 결국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합의는 무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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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