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손학규·정동영 ‘올드보이 3인방’ 사생결단 고지전

마지막 정치인생을 불태운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국을 강타할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차기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다만 여야 누구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못했다.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정계개편의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시선은 당 지도부로 향하고 있다. 화려한 복귀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판한 올드보이들이다. 이들은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 (사진 왼쪽부터)이해찬(더불어민주당)·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평화민주당) 대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은 가빠지고 있다. 각 정당은 전열 가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출마 예정자들은 벌써부터 지역구 다지기에 들어갔다. 몇몇은 출마 지역구를 지목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당 지도부는 복잡한 정치셈법의 정중앙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총선 준비
본격 착수

총선은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그간 총선은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다. 집권 여당은 현 정부의 동력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저마다 사활을 걸곤 했다. 21대 총선 역시 같은 맥락이다.

각 정당들의 이번 총선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 4·3보궐선거서 한국당은 국회의원 1석과 기초의원 2석을 차지하면서 기세를 모았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지역서 모두 패배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제3지대’ 시나리오와 함께 언급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서 총선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바미당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미당 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도화선은 지난 4월 보궐선거였다. 예상치보다 낮은 득표율이 결정적이었다. 당장 지도부의 총사퇴 요구가 있었고,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졌다.

평화당은 3지대 구축에 힘쓰고 있다. 평화당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에 따른 내분을 겪은 뒤, 3지대를 통한 총선 생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평화당 의원들은 바미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호남을 연결고리로 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과 바미당, 평화당 모두 여러 변수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당 대표들의 속내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해당 변수들이 총선 과정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흔들리는 리더십…재기 발판은?
손, 내홍 격화에 ‘추석 10%’ 배수진
정, 3지대 구축 군불 때기…가능성은?

3당 대표들은 이른바 ‘올드보이’다. 지난해 이들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을 맡게 됐다. 상당한 정치적 중량감을 자랑하는 올드보이들이 복귀하면서 관심이 쏠렸는데 동시에 기대도 컸다. 다만 오늘날 올드보이들이 처한 상황은 지난날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난 보궐선거의 성적표는 무승부였다. 그러나 사실상 여권이 패배했다는 목소리가 당 내외서 제기됐다.

창원성산서 민주당의 단일화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지만 한국당과 매우 근소한 격차였다. 선거 과정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 비하 발언,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선거 유세 논란이 막판 표심을 움직였다는 평이 있었다.


결국 진보진영이 한국당의 자충수로 창원성산서 겨우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당이 기세를 선점한 것 역시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한국당은 선거 과정서 ‘정권 심판론’을 주창했다. 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는 야당에서 펼치는 선거전략 중 하나다. 한국당은 4월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정권 심판론이 통한다는 점을 인지했다.
 

▲ ▲▲ 손학규 대표에게 모욕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재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최근 황 대표가 민생대장정에 나선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경제 문제를 선택, 정권 심판론과 결부시킬 수 있는 요소로 여길 공산이 크다.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한국당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총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당 안팎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 대표는 분위기 전환의 일환으로 내달 실시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안일?
신중?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 의원은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 중 하나다. 김 의원은 친문(친 문재인)계뿐 아니라 당 지도부로부터 지지를 받는 후보로 알려져 있다. 이해찬계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서 승리한다면 이 대표는 김 의원과 함께 민주당 투톱 체제를 구축, 리더십 제고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나쁘지 않다. 당 대표가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비교적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추석 10%’와 함께 대표직을 걸었다.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의 배수진은 최근 어수선한 당내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바미당은 내부 갈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은 그 결정체다.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책임을 언급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회 관계자는 “언제 쪼개져도 어색하지 않다”며 “바미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이 회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미당은 이언주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기점으로 분당 분위기가 본격화됐다”고 덧붙였다.

분열, 파산…
위기의 시작

그간 바미당은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화합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상황이 악화된 건 4월 보궐선거 결과와 차기 총선에 대한 우려였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3%대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 후보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보다 뒤쳐져 4위에 머물렀다. 당내서 차기 총선서 당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일각에선 손 대표가 추석 민심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 때까지 10%를 넘지 못할 경우 당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과격해지고,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며 “민심서 멀어진 뒤 대표직서 물러나는 것은 오히려 당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정당 공동대표

한편 최고위 보이콧에 앞장섰던 하 의원은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언급했다.

이날 하 의원은 “대다수 지역위원장과 당원들은 손 대표 체제로 가면 당이 안락사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사태의 본질은 올드보이 리더십의 파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로 가든지 해서 (안 전 공동대표를)만나보려고 한다. 다만 당장 이번 달은 아니고, 내부가 수습되고 난 후”라고 덧붙였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3지대를 통해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미당 내 호남출신 의원들이 그 대상이다. 호남정당을 표방하는 평화당은 호남을 공통분모로 3지대를 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복귀는 동시에, 지금부턴 제각각 
선거전 박차…머리 싸맨 지도부


이미 물밑 접촉은 시작됐다. 지난 16일 바미당 박주선 의원과 평화당 의원 8명은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동남갑이다. 이날 정 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고위원과 박지원 의원, 조배숙 의원 등이 참여했다.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먼저 자리를 뜬 바미당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계개편 회오리 속에서 바미당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관점과 국민적 인식이 커서 이걸 불식하기 위해서 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국민의당서 같이 했던 분들이 평화당에 있고 그분들도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하니, 우리 정치권서 세를 확대하는 데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며 “우리에게는 동질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들의 회동은 올해 초부터 계속됐다. 지난 1월 박 의원과 바미당 김동철 의원은 평화당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과 만나 제3정당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광주 광산구갑으로 호남 지역이다.

지난 2월에는 바미당 박 의원과 김 의원, 평화당 장병완·황주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서 ‘한국정치발전과 제3정당의 길’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에도 호남과 국민의당을 공통고리로 한 이들의 만남을 두고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호남 출신
공통고리

평화당의 3지대 구축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면 3지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지난 4월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형성을 두고 주목을 받았다. 과거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합의, 비교섭단체서 교섭단체 자격을 부여받았다. 정의당서 고 노 전 의원의 빈자리를 여영국 의원의 당선으로 채웠지만, 평화당 내에선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이견이 있었다. 결국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합의는 무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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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