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문재인-민주당 결별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20:51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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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위장이혼이라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본격적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리는 마지막 정기 선거다. 누가 제1당이 되느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6·13지방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친문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 정치권은 양상이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지난해 6월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17개 지역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소속 후보가 14개 지역서 당선됐다. 민주당이 놓친 지역은 대구·경북(TK)과 제주뿐이었다. 

친문 마케팅
이제는 옛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하 재보선)를 보면 당시 민주당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개 재보선 지역 중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광역·기초의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광역의원 당선자 총 824명(비례대표 포함) 중 민주당 소속은 647명으로 78.5%에 달했다.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지역구 기초의원 2541명 중 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50%가 넘는 1386명이었으며, 비례대표 기초의원 당선자는 239명이었다. 총 2927명의 기초의원 당선자 중 55.5%에 달하는 162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야권 당선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민주당의 당선자 수가 더 많았다.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확실시된 이후 상황실에 나와 “이번 선거는 평화와 경제, 민생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잘 새기면서 겸손하게 집권당으로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자축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도 국민들께서 믿음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공통된 분석은 ‘친문(또는 문재인) 마케팅’이 제대로 먹혔다는 것.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선거벽보와 홍보물에 전면에 내걸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전략이 바로 친문 마케팅이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들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비문(비 문재인)계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민(문재인+이재명+민주당)’이란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유세장서도 틈날 때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은 문재인정부를 함께 만든 동지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6·13 때는 사진만 찍어도 당선
문통↓ 민주당↑ 데드크로스 임박

의사 출신인 윤일규 천안병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주치의’라는 타이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최재성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역을 누볐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자신을 “문 대통령과 영혼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유세 현장에서는 ‘문재인’을 제외하면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친문계 핵심으로 통하는 전해철 의원은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올라 10분 동안 26번이나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우원식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은 5분30초 동안 총 7번 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는 문재인정부’ ‘적폐 청산을 통한 문재인의 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정부 지지’ 등의 말을 쏟아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해당 마케팅 전략은 비단 유세장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는 홍보물에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써놓거나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으면, 여론조사서 10%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과연 친문 마케팅이 ‘친박(친 박근혜) 마케팅’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친문 마케팅은 멈추지 않았다.

떨어지는 문
어디까지?

어떤 후보는 자신을 소개할 때 ‘뼈노친문’(뼈부터 노무현, 친 문재인)을 강조했다. 어떤 후보는 자신의 홍보물에 ‘문재인과 함께’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어떤 후보는 건물 외벽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내걸었다. 그렇게 친문 마케팅은 계속 이어졌고, 그 효과는 민주당 입장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이상 기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은 선거 전날인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렸다.

민주당은 친문 마케팅으로 최근 몇 년간 톡톡한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1년 후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서도 친문 마케팅을 이어갈 것인가. 가능성은 ‘아니다’ 쪽에 가깝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어 역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7%로 집계됐으며 부정평가는 45%였다. 이는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무려 6%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4%포인트 내렸다.

“강원 산불에 잘 대응했다”는 국민 여론이 반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 주 전만 해도 취임 후 최저치인 41%였다. 부정평가도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새누리도
그랬는데…

동 조사의 정당 지지율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9%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초반,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중반으로 약 30%의 지지율 격차가 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1대 총선 전에 역전된다.

이는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민주당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비문이 주류인 친문에 반기를 드는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역대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4년 6월4일에 실시됐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을 갓 넘긴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론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시기지만, 권력은 살아있었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경부선을 따라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부산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올라가는 유세 전략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때 사용했던 전략을 떠올리게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출발은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마케팅을 한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못 쫓아가는 이유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전철 밟나…
20대 진박, 21대 진문?

박근혜 마케팅은 주효했다. 비록 광역단체장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나머지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수는 야권을 압도했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은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일부 TK 출마 후보들이 ‘진박 마케팅’을 사용했지만 대다수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일부 TK 기반 국회의원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친박계가 비박(비 박근혜)계를 몰아내는 공천을 하자 비박계 수장이던 김무성 당시 대표는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행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받았다. 그러나 진박 감별사 논란과 옥새 파동이라는 내부 분열로 결국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30% 후반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시 한국당의 ‘자중지란’을 지근거리서 지켜봤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21대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고, 최근 부산·경남(PK)에서는 한국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21대 총선 전 마지막 선거였던 4·3재보궐선거에서는 1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서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총선서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안 단속
주효하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멤버들을 영입하고 있다. 문재인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다음 달 민주연구원장으로 당에 복귀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은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입 가능성을 전했다.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민주당 지도부가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문 축출설’ 나오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 룰이 윤곽을 드러냈다. 현역 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당내 평가를 거쳐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공천 심사와 경선 때 20%를 감점하는 안도 잠정 결정됐다. 반대로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는 당내 비문계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 새로 영입된 문재인정부 청와대 1기 출신 인사들에게는 유리한 기준이다.

1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신인의 기준은 총선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이에 해당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민주당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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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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