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항공 재벌’ 박삼구, 영욕의 30년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12:22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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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서 분리된다.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과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영욕의 30년이 막을 내렸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곳서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 보냅니다. 여러분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만, 고생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막을 내리다

금호산업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매각하기로 한다는 수정 자구안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의  45.3%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금까지 키워냈던 운송사업 중에서도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나 보내게 됐다. 이는 한때 재계 7위까지 차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추락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1945년 광주서 태어난 박 전 회장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씨의 5남3녀 중 삼남이다. 박 회장은 아버지가 택시 두 대로 일으킨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 1967년 입사했으며, 1980년 당시 나이 35세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으며 2002년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에 이어 금호아시아나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거의 매년 1000억원대의 순적자를 기록했고, 박 전 회장은 2002년 제4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중국 톈진 공장을 일본 브릿지스톤에 매각하고, 금호타이어의 지분 50%를 군인공제회에 넘기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그룹의 재건을 위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회장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최악수였다. 그룹 해체와 유동성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2005년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 인수를 강행하며 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는 3조5000억원가량의 ‘빚’을 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과는 약정한 가격대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 계약을 맺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에게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그 가격에 주식을 되사들이기로 약정했다.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차입하며 ‘승자의 저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자 ‘마법’ 같던 풋백옵션이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풋백옵션의 약정일은 다가오는데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2000원대에 머물렀다.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2009년 6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팔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형제 간의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빚 경영, 형제의 난, 미투…
재계 7위서 60위권 밖으로


대우건설·대한통운의 인수 책임을 둘러싸고 박 전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9년 말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결국 2010년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 형제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자 박 전 회장이 동생을 대표이사직서 해임했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등 강수를 뒀다. 2015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필두로 8개 계열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고, 현재까지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박 전 회장은 박찬구 회장과 ‘금호’ 상표권 분쟁 등 10건이 넘는 송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민·형사상 소송은 진행 중이다. 경영서 한발 물러났던 박 전 회장은 2010년 채권단의 요구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를 팔았고, 2011년 대한통운까지 매각해야 했다. 금호타이어도 자금난에 빠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이 가운데 박 전 회장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오너 리스크’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기내식 공급 대란’을 겪었고, 기내식 납품을 맡게 된 업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협력업체에 대한 ‘쥐어짜기’ 논란이 일었다.

또 박 전 회장은 여성 승무원들을 행사에 강제로 동원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두 사건은 형사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오너 리스크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룹 연간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시세가 2000억원으로 알려진 인천국제공항의 격납고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항공사 운영에 필수인 격납고까지 담보로 잡아야 할 만큼 다급한 유동성 위기였다.

절정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2일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된 사건이다. 나흘 만에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며 관리종목 지정 해제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부실경영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수정된 최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대비 -88.5%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부채는 수정 전보다 1400억원이나 늘었다. 

‘회계꼼수’로 수백억원의 부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비판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질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조1328억원에 달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즉시 상환해야 할 상황도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금호산업의 주주총회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었다. 당시 총회는 박 회장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청문회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가 박 전 회장이 31.%의 주식을 보유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은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선 사실상 그룹 재건에 실패한 박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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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