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항공 재벌’ 박삼구, 영욕의 30년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12:22
  • 호수 1215호
  • 댓글 0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설립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서 분리된다.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세 확장과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영욕의 30년이 막을 내렸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곳서 여러 유능한 임직원과 함께 미래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 보냅니다. 여러분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만, 고생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막을 내리다

금호산업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공평동 본사서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3.47%(6868만8063주)를 매각하기로 한다는 수정 자구안을 의결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의  45.3%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금까지 키워냈던 운송사업 중에서도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을 떠나 보내게 됐다. 이는 한때 재계 7위까지 차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추락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1945년 광주서 태어난 박 전 회장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씨의 5남3녀 중 삼남이다. 박 회장은 아버지가 택시 두 대로 일으킨 금호타이어(옛 삼양타이어)에 1967년 입사했으며, 1980년 당시 나이 35세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2001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으며 2002년 둘째 형인 고 박정구 회장에 이어 금호아시아나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거의 매년 1000억원대의 순적자를 기록했고, 박 전 회장은 2002년 제4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중국 톈진 공장을 일본 브릿지스톤에 매각하고, 금호타이어의 지분 50%를 군인공제회에 넘기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그룹의 재건을 위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다. 특히 대우건설·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는 박 전 회장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최악수였다. 그룹 해체와 유동성 위기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2005년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 인수를 강행하며 투자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는 3조5000억원가량의 ‘빚’을 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들과는 약정한 가격대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백옵션’ 계약을 맺고 자금을 지원받았다.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에게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밑돌면 그 가격에 주식을 되사들이기로 약정했다. 

당시 시장 예상가보다 2조원 이상 높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과 재무적 투자자를 통해 막대한 금액을 차입하며 ‘승자의 저주’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지자 ‘마법’ 같던 풋백옵션이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풋백옵션의 약정일은 다가오는데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2000원대에 머물렀다.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됐다. 결국 2009년 6월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되팔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형제 간의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빚 경영, 형제의 난, 미투…
재계 7위서 60위권 밖으로


대우건설·대한통운의 인수 책임을 둘러싸고 박 전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09년 말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결국 2010년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 형제 간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자 박 전 회장이 동생을 대표이사직서 해임했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퇴진하는 등 강수를 뒀다. 2015년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을 필두로 8개 계열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고, 현재까지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두 사람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박 전 회장은 박찬구 회장과 ‘금호’ 상표권 분쟁 등 10건이 넘는 송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민·형사상 소송은 진행 중이다. 경영서 한발 물러났던 박 전 회장은 2010년 채권단의 요구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복귀 직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를 팔았고, 2011년 대한통운까지 매각해야 했다. 금호타이어도 자금난에 빠져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고, 결국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이 가운데 박 전 회장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오너 리스크’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기내식 공급 대란’을 겪었고, 기내식 납품을 맡게 된 업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협력업체에 대한 ‘쥐어짜기’ 논란이 일었다.

또 박 전 회장은 여성 승무원들을 행사에 강제로 동원하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두 사건은 형사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오너 리스크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룹 연간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시세가 2000억원으로 알려진 인천국제공항의 격납고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다. 항공사 운영에 필수인 격납고까지 담보로 잡아야 할 만큼 다급한 유동성 위기였다.

절정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2일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중지된 사건이다. 나흘 만에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며 관리종목 지정 해제 등 시급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부실경영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수정된 최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전년대비 -88.5%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부채는 수정 전보다 1400억원이나 늘었다. 

‘회계꼼수’로 수백억원의 부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비판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번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질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조1328억원에 달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즉시 상환해야 할 상황도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금호산업의 주주총회서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될 예정이었다. 당시 총회는 박 회장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 청문회 성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가 박 전 회장이 31.%의 주식을 보유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은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2개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재계에선 사실상 그룹 재건에 실패한 박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이라고 평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