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이 뽑은 블랙기업 리스트

“이 회사 믿고 거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인터넷 사이트엔 네티즌들이 작성한 ‘블랙기업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블랙기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일부 기업들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블랙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해도 소수 직원들의 일은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블랙기업에 대한 정보, 경험담, 사실 등을 공유하는 공간이 생기자 네티즌들, 특히 취업 준비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이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들을 정리해 봤다.

블랙기업이란 기업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을 뜻한다. 좁은 의미로는 불법·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노동자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심하면 고객에게까지 그 피해를 전가하는 악덕기업을 말한다.

폭언과 욕설
영화화되기도

한국의 경우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고용시장서 근로자의 입지가 줄어들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던지는 비정규직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회사는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강요하고 있고, 이 과정서 성추행이나 괴롭힘 등의 인권 침해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직장 문제로 인한 자살 사건도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경동택배]  

2015년 3월17일 경동합동택배의 갑질행위가 밝혀졌다. 본사 직원이 영업소 소장에게 3.5톤 화물차의 출고 강요, 지게차 강매, 해외물류 강요 등을 일삼고, 영업소 매상이 적으면 본사에서 정신교육 및 반성문을 쓰게 하는 갑질을 한 것. 또한 간선택배 화물차 기사에게 영업소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반드시 지키라고 협박한 뒤, 지정한 도착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대형화물차 기사에게 엄청난 벌금을 물렸다. 


[금호아시아나]

하청업체에게 과도한 할당량을 요구해 대표를 자살하게 만들거나 자사 승무원을 기쁨조로 만드는 등의 만행이 드러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금호고속의 승무원들에게도 과도한 업무를 부과하고, 승무원들 연수 때 폭언과 욕설, 구타, 기합을 주는 등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 

[내일투어] 

여행사 중 가장 악질적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주말에 나와서 근무를 한 직원에게는 반차를 주는데 이것을 사실상 못 쓰게 한다. 해외 출장을 갈 경우에도 자신의 연차를 써야 하며 1분만 지각해도 연차서 차감된다. 또 직원의 실수로 여행사에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를 사비로 메꿔야 한다. 또한 이러한 악질적인 행태는 언론에 몇 번 공개되기도 했다. 
 

[선진네트웍스] 

자사 승무원 전원을 계약직으로 고용. 휴식시간에 비해 운행시간이 상당히 빡빡하다 보니 그만큼 난폭운전으로 악명이 높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랜드] 


계열사의 근로환경에 대한 내용이 <카트>와 <송곳> 등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알바생들에게 근무시간 초과분을 인정하지 않는 일명 ‘꺾기’를 자행했고, 1개월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1일 연차휴가나 연차수당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도록 보장된 휴식시간도 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생 및 정직원에 대한 임금체불에 이어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 사실도 드러났다.

야근 종용에 임금체불…부당행위까지
직원들 정신병에 스스로 목숨 끊기도

[인벤] 

야근 및 철야 강요, 휴일 출근 강요, 임원들의 갑질, 술자리 강요 등이 팽배하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직원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에 따른 당연한 대가라 여긴다. 직원들의 업무능력은 제대로 보지 않고 술자리 등에서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잘 보인 직원들만 승진시킨다. 시작은 메갈리아와 관련된 단순한 의혹이었다가 블랙기업 논란으로 번진 케이스다.

[태화관광] 

태화관광, 태화공항리무진은 2016년 10월13일 울산고속도로 기점인 언양분기점서 난폭운전으로 1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버스계의 경동택배’라고도 불린다. 버스기사에게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지키도록 협박했으며, 도착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30만원가량의 벌금을 물게 했다. 심지어는 교통사고,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운전기사를 채용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대홍기획]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은 ‘수평적 문화’를 자랑해 ‘2018 한국PR대상’서 사내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우수상까지 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대홍기획의 상무급 임원 A씨가 ‘빼빼로를 안 챙겨줬다’는 황당한 이유로 직원들에게 횡포를 부린 사건이 밝혀졌다.

한 매체에 따르면 A씨는 팀장급 부하직원 4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왜 나한테 아무도 빼빼로 과자를 챙겨주지 않았냐”며 30분간 고성을 질렀다. 심지어 직원들을 향해 빼빼로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른바 ‘빼빼로 갑질’로 불린 이 사건으로 인해 대홍기획의 ‘자유롭고 수평적인 사내 문화’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웅제약] 

지난해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의 ‘폭언 녹취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녹취록에는 윤 전 회장이 업무 보고를 한 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건이 터진 이후 대웅제약 직원들은 윤 전 회장의 이와 같은 폭언은 일상이었으며,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책임 묻지 않는 대한민국
전문가 “정부 차원 논의 필요”


결국 윤 전 회장은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저의 언행과 관련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을 인정했다. 

[하이마트] 

롯데 하이마트도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이마트는 파견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일부 파견 직원들은 무보수 야근, 모욕적인 폭언, 무리한 판매 강요 등으로 힘겨운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하이마트의 일부 지점장들이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상대로 폭언을 퍼부었다는 소식도 전해져 공분을 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점장은 폭언과 욕설을 내뱉고 협력 업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무일을 임의로 조정하며 실적을 압박했다고 한다.

[신한카드] 

신한카드가 협렵업체 콜센터 상담원의 인격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한 매체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상담원들을 관리했다. 메신저 대화 내용은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그다음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등 자리 비움과 복귀 알림이 주를 이뤘다. 이 과정서 관리자는 상담원들에게 “왜 자주 화장실을 가냐” “그만 좀 가라” “너무 왔다갔다 하는 것 아니냐”며 압박을 가했다.


상담원들은 화장실을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 게다가 상담원들은 하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휴가에도 제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보도 이후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언론에 공개
온라인 공분

블랙기업이 사회 문제화로 떠오른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노동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경제적 차원서만 논의될 뿐,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블랙기업이 얼마나,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는지조차 아직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블랙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블랙컨슈머’처럼 우리 사회 전반서 보편적인 단어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블랙기업의 사례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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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