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총선 평행이론

이번 격전지가 다음 격전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여야의 치열했던 한판 승부가 마무리됐다. 지난 4·3보궐선거는 내년 총선 전에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로 통했다. 선거가 시행됐던 지역적 특성이 유효했다. 차기 총선서도 PK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의 ‘동진정책’과 자유한국당의 ‘텃밭사수’가 격돌할 전망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여야의 희비는 4·3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PK(부산·경남)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8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경교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아주 엄하게 비판했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비상한 각오로 성실하게 정치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격돌 예상

반면 경상남도 통영·고성에 깃발을 꽂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같은 날 “이번 선거서 큰 희망을 발견했다”며 “앞으로 혁신과 통합의 길로 함께 나아간다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압도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선거과정서 보여준 경쟁은 이번 4월 보궐선거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PK는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통해 해당 지역에서 큰 승리를 일궈냈다.

그간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진 PK는 당시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줬다. 부산광역시장과 경남도지사에 민주당 소속 후보가 꼽힌 것만으로도 파장이 상당했다. 반면 한국당은 보수의 성지로 통하는 TK(대구·경북)서 자존심을 지키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PK를 동진정책의 교두보로 삼았다. 민주당은 PK 민심을 확보, 이곳을 거점으로 영남지역의 주도권 경쟁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했다. 그러나 4월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의 동진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범진보진영으로 통하는 정의당에게 후보 단일화를 양보했지만 자칫 한국당에게 자리를 내줄 뻔했다. 민주당이 선거 결과에 대해 절치부심을 다짐한 까닭이다.

한국당은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통영·고성서 승리했고, ‘경남 진보 1번지’인 창원·성산서 504표 차이로 초접전을 벌였다. 황 대표 체제로 첫 선거를 치른 것치고 큰 성과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이번 4월 보궐선거 결과를 발판 삼아 잃어버린 PK를 되찾아오겠다는 심산이다.

PK 민심은 민주당서 한국당으로 기울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 조사해 8일 발표한 ‘리얼미터 주간집계’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36.1%인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39.7%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현재 PK 지역구 국회의원은 한국당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다. 부산에는 총 18명의 의원이 있다. 이 중 한국당은 11석, 민주당은 6석이다. 나머지 1석은 바른미래당이다. 당장 지난 총선서 당선된 이들과 낙선한 후보들의 재도전 여부만으로도 PK지역의 선거는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부산 중구영도구는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부산 지역서만 6선을 지냈지만, 차기 총선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무주공산이 된 중구영도구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서 김 의원과 맞붙은 바 있는 민주당 김비오 중구영도구 지역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40.7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름 저력을 보였던 바 있다.

여야, 전략적 요충지 확보에 사활
PK로 향하는 눈…예상 경쟁 구도는?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를 두고 있어 차기 총선서 민주당 배재정 사상구 지역위원장과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장 의원은 지난 총선서 배 위원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당시 두 후보의 표차는 1869표에 불과했다. 배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고,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경남에는 총 16명의 의원이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경남은 한국당 12석, 민주당 3석,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양산시갑 지역구 의원이다. 윤 의원은 해당 지역서 재선에 성공했다. 윤 의원은 차기 총선서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윤 의원은 송 전 비서관과 두 차례 경합한 바 있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지난 20대 총선까지 모두 4차례 양산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송 전 비서관은 지난달 민주당으로 복당해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선 한국당 윤한홍 의원과 민주당 하귀남 마산회원지역위원장이 리턴매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윤 의원은 지난 총선서 하 위원장과의 경쟁 끝에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하 위원장은 지난 17대 총선부터 지난 20대 총선까지 줄곧 마산에 도전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 다섯 번째 도전이다. 하 위원장은 지난 총선서 당선권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다. 하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만큼은 민주당의 강력한 후보로 평가받는다.

김해시을은 지난해 6월 재보궐선거서 당선된 민주당 김정호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른바 ‘공항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사퇴시켰다.

김 의원이 차기 총선 경쟁력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지역 내에서도 김 의원을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한국당 서종길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김 의원을 비판했다.

벌써 후끈

한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서 PK를 내년 총선의 격전지로 봤다. 유 이사장은 이날 “통영·고성의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부산에 출마해 얻은 표보다 많이 얻었다“며 “낙동강 벨트 중심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았다. 다음 총선서도 격전지가 될 것이다. 그전 선거와 별 차이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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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