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로 ‘3지대’ 주도권 싸움
마지막 기로 ‘3지대’ 주도권 싸움
  • 김정수 기자
  • 승인 2019.04.17 09:35
  • 호수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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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양쪽 다 무너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3지대는 구축될 수 있을까. 지난 4·3보궐선거 이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움직임에 눈길이 간다. 한쪽은 극심한 내홍을 겪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고 있다.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양당은 정계개편의 마지막 기로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 악수 나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 악수 나누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치권은 지난 4·3보궐선거와 함께 출렁였다. 4월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졌던 만큼 경남 민심의 리트머스 성격이 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경쟁은 치열했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은 경남을 차기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봤다. 거대 양당은 차기 총선서 경남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계개편
기웃기웃

한편에선 정계개편을 주축으로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사이에 놓인 3지대론이다.

바미당과 평화당이 정계개편으로 묶여 언급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계개편에 첫 단초를 제공한 건 6·13지방선거였다. 양당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두 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서 자유롭지 못했다. 골자는 바미당과 평화당이 각각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흡수될 것이란 관측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시나리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패배 이후 당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정계개편론에 힘이 실렸다. 당시 바미당의 쌍두마차였던 유승민·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공동대표직서 물러났다. 평화당에선 ‘호남 정당’의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당은 정계개편 가능성을 일축하고 정상궤도 안착을 시도했다. 바미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 내부 결집에 나섰다. 바미당은 지난해 9월 전당대회를 개최해 손학규 대표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평화당 역시 지난해 8월 전대서 정동영 대표를 선출하는 등 분위기를 전환했다.

다만 양당은 체제를 정비한 뒤에도 이따금씩 정계개편 논란에 휘말렸다. 바미당은 지난해 12월 이학재 의원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으로, 평화당은 지난해 9월 김경진·이용주 의원의 탈당 가능성 시사로 한 차례 시끄러웠다.

보궐선거 책임론 부상, 바미당 분열
평화-정의 공동교섭단체, 난관 봉착

잠잠했던 정계개편은 4월 보궐선거 결과와 함께 부상했다. 창원·성산에 출마한 바미당 이재환 후보는 3.57%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후보는 민중당의 손석형 후보에게 뒤처지면서 4위를 기록했다. 손 대표와 유 전 공동대표 등 당의 핵심 인사들이 지원유세에 나섰던 것이 무색할 정도의 결과였다.

선거 직후 바미당 내에선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이 언급됐다.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선거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아침부터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지도부가 빠른 수습에 나서기 위해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며 “당연히 공감하며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 최근 당내 내홍으로 고민 많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 최근 당내 내홍으로 고민 많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람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손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 회의서 “지금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최고위에는 총 7명의 당 지도부 중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제외한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 등이 불참했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 등을 주장하며 보이콧했다.

국민의당계인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개인사유로 인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찬성한 의원들은 바미당으로 향했다. 반대 의원들은 평화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의 합당으로 창당한 바미당은 그간 ‘화학적 결합’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내부 반발
갈등 진화

바미당은 특정 사안을 두고 당내 노선이 갈리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바미했다’는 표현도 그 연장선서 쓰였는데 바미당이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을 빗댄 신조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바른정당계 좌장격인 유 전 공동대표의 입장에 이목이 쏠렸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9일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사초청 특강서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보수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0일에 열린 최고위 역시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참석하지 않는 ‘반쪽’ 회의에 그쳤다. 이날 최고위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국민의당계인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 4명만 자리를 지켰다. 결국 4월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내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이날 손 대표는 “저나 다른 당직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손 대표는 유 전 공동대표의 전날 발언을 가리키며 “시의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바미당의 당내 갈등은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불안함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대표가 강조한 다당제의 가치는 사실상 힘을 잃었다”며 “당장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서 4월 보궐선거의 결과는 어땠나. 생존에 대한 불안함이 더 증폭된 측면서 분열을 매듭짓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땐 맞고
지금 틀려

평화당 역시 4월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창원·성산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당선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평화당과 정의당이 구성한 공동교섭단체의 성사 여부와 관련해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지난해 4월 ‘평화와 정의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동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교섭단체는 국회 내 의사진행에 있어 중요한 안건 등을 협의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평화당과 정의당의 의석수는 각각 14석과 6석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비교섭단체로서 국회 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우회 경로를 통해 교섭단체 자격을 부여받았다.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평화와 정의의 모임은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 것이다. 고 노 전 의원의 타계로 정의당의 의석수는 6석서 5석으로 줄었다.

이후 4월 보궐선거 창원·성산서 정의당 여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의당은 5석서 다시 1석을 회복해 6석이 됐다. 정의당은 선거 직후 평화당에게 공동 교섭단체 복원을 제안했으나 이를 두고 평화당 내에선 의견 충돌이 상당했다.

평화당은 지난 5일에 이어 9일 저녁 비공개 의원총회서 ‘끝장 토론’까지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은 실익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서 공동 교섭단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평화, 바미당과 접촉…3지대 군불
생존 걸린 총선, 눈치 볼 여유 없어?

평화당 내에서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를 두고 잡음이 일자 시선은 이내 바미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에게로 향했다. 공동 교섭단체에 반대하는 몇몇 평화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바미당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평화당 최경환 의원은 지난 9일, 공동교섭단체 관련 의총 시작 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진지한 논의가 아닌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호남 쪽 의원들의 세력 통합이 정계개편, 3지대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미당의 많은 의원들이 저희들에게 이제 다시 합치자, 함께 큰집을 지어보자, 먼저 평화당이 나서달라, 이런 이야기를 항상 한다”고도 했다.

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에 선을 긋고 3지대 구축론에 힘을 실었다.

유 의원은 지난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최근 손 대표와 막걸리 한잔을 나눴다”며 “제3의 새로운 세력을 위한 정비, 결집 등 생각이 거의 같지 않은가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3지대를 두고)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공동 교섭단체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밝혔다.
 

▲ 안철수·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 안철수·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튿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손 대표를 향해 “물과 기름 사이에 같이 있지 말고 평화당으로 들어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신당을 창당해 만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바미당이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 사이서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서로 급하니 3지대는 될 것”이라며 “안 전 공동대표는 금년 내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생존 급급
이합집산?

평화당 의원들의 연이은 러브콜에 3지대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평화당 소속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이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당장 금배지가 걸려 있기 때문에 3지대 구축은 시기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