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구원
사소한 것들의 구원
  • 문화부
  • 승인 2019.04.15 09:22
  • 호수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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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 천년의상상 / 1만4800원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장면들에서 구해낸 아름다움과 삶의 균형에 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의 구원>은 지난 20여년간 철학·과학·문학·대중문화를 횡단하는 독창적 작품을 잇달아 내며 인문학의 새 흐름을 이끌었던 철학자 김용석이 새로운 삶의 작가로서 내는 첫 산문집이다. 일상의 가치와 의미를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는 이 책은 45개의 단정한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그가 글의 소재로 포착한 것은 서로를 건강하게 시샘하며 피어나는 봄꽃, 공원에서 맞닥뜨린 반려견, 배꼽티를 입는 딸아이를 둔 친구와의 술자리 대화, 식당 종업원을 ‘이모님’이라 일컫는 모습, 숱한 관중이 열광하는 가을 야구 등과 같이 친숙한 것이다. 
작가는 이런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하여 칸트, 키케로, 마키아벨리 등과 같은 철학자들 이야기와 신화, 고전, 미학의 역사와 시·소설 작품 등을 유려하게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사유를 펼쳐나간다. 고아한 글쓰기와 절제된 유머, 섬세한 감수성과 경계 없는 인문학적 지식은 하나의 산문집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것임에 틀림없다. 
저자가 이렇게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고의 대상으로 삼는 까닭은 그들이 곧 ‘삶의 정곡’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본디 과녁의 한가운데는 작은 점일 뿐”이니까. 그는 삶의 감수성을 벼리기 위하여 일단 모든 감각을 활짝 열어놓으라고 권한다. 
그렇다면 왜 ‘일상적 감수성’과 ‘인간의 감각’이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때로 문화를 향유한다는 목적으로 미술관으로 향하고 클래식 공연에도 가보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가 또는 일정 계층의 사람들이 해설해둔 것을 접하며 지식을 쌓는 데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 감각을 열어둔다면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감각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활용은 자아를 찾는 길이다. 이는 문화 향유의 차원에서 ‘문화적 자유’의 개념에 연결된다. 자유의 개념을 사회·정치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논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감각은 보기 싫으면 눈 감고 귀 막고 코를 막으며 어떤 것은 수용하고 어떤 것은 거부한다. 내 몸에 속한 감각은 나의 마음대로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곧 타인이 주입하거나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자기 감각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때 우리는 자신을 알게 되며, 주체적으로 세계를 해석하게 된다. 감각은 나를 찾는 방법인 것이다. 
우리가 미학이라고 번역해서 쓰는 ‘에스테틱스’라는 말은 원래 ‘감각’이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직역하면 ‘감각학’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시각예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과 비평을 논하는 학문으로 미학이 발전해왔기에 좁은 의미로 번역해서 써온 것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미학적 관심이나 고찰은 본디 감각학이므로 현재 우리 일상에서 미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감각을 부지런히 움직여 일상의 변화에서 새로움을 느끼고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삶의 신선도’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