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프리미엄’ 없어서 못산다

분양시장에 ‘뷰(View) 프리미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뷰를 확보한 단지는 주거는 물론 업무 환경이 쾌적해 거주자나 입주자의 만족도가 높아 배후수요 확보에 유리하다. 임대료와 권리금도 ‘쏠쏠’하다.

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는 대도시에서는 뷰 프리미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 속 경치 좋은 숲이나 공원 등을 끼고 있어 좋은 뷰를 감상할 수 있고 뛰어난 정주 여건을 갖춘 곳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가치는…
높은 경쟁률

실제 뷰 프리미엄을 확보한 아파트와 타운하우스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공급된 ‘하남 포웰시티’는 단지 주변으로 천마산과 금암산, 캐슬렉스GC 등 숲으로 둘러싸여 쾌적한 조망권으로 주목받았다. 이 단지는 209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만5110명이 몰리면서 평균 26.2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명품 조망이 가능한 곳은 프리미엄도 높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서울숲과 한강의 화려한 야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서울숲 트리마제’의 전용 69㎡는 지난 10월, 19억5000만원(17층)에 거래돼 분양가(10억7500만원)보다 약 2배 가까운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뛰어난 조망을 누릴 수 있는 타운하우스의 인기도 높다. 지난 2012년 광교호수 공원변에 들어선 ‘광교 에일린의 뜰’ 테라스하우스의 전용 123㎡는 지난해 9월 12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원천저수지 바로 앞에 위치해 호수 조망권을 갖췄다. 특히 테라스하우스 조망권이 가장 우수하다. 테라스하우스 분양가가 6억2180만원에서 7억6610만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 단지도 2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등 주택과 마찬가지로 수익형 부동산도 뷰 프리미엄이 대세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부동산 입지의 특장점 중 하나는 뷰 프리미엄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망권이 확보된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 수익률에서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된 청약 성적을 보인다.

자연이 조망되는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지어진 ‘현대토픽스’(2000년 1월 입주)는 올림픽공원 조망이 가능한 오피스텔이다. 현재 수익률이 전용면적 36㎡ 기준 연 5.25~6.75% 수준이다. 같은 방이동이지만 조망권이 확보되지 않은 ‘대우유토피아’(1999년 7월 입주) 오피스텔은 전용 37㎡ 기준 연 4.0~4.67%의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조망권 확보 분양단지 각광 
환경이 쾌적해 만족도 높아 

경기도 일산신도시 호수공원 조망이 되는 ‘삼성라끄빌’(2002년 9월 입주) 오피스텔은 전용 77 ㎡의 연간 수익률이 6.18~6.55  %다. 반면 비조망권인 ‘현대밀라트’(2003년 10월 입주) 오피스텔 전용 69㎡의 수익률은 연 4.92~5.54% 수준이다.

대형 오피스를 대체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는 지식산업센터 역시 조망권에 따라 지가 상승률이 다르게 나타난다. ‘선유도역 아이에스비즈타워’ (2013년 5월 준공)는 안양천과 한강이 동시조망 가능한 지식산업센터로 유명하다.

국토교통부 공시지가 자료에 따르면 이 지식산업센터의 공시지가는 최근 2년 새(2013~2015  년) 10%(㎡당 323만→353만9000원) 올랐다. 반면 유사 입지지만 조망이 안 되는 ‘에이스하이테크시티1차’(2007년 5월 준공)는 같은 기간 8%(㎡당 490만→531만원)의 오름폭을 보이는 데 그쳤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상가 설계 트렌드가 테라스형으로 자리 잡히면서 조망권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조성된 수변공원인 커널웨이 주변으로으로는 상가들이 즐비해 있다. 청라국제도시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커널웨이가 조망이 되는 상가는 비조망 상가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이렇다 보니 지가도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대표 수변상권인 커널웨이에 위치한 상업시설(청라여성병원)은 지난 1년간(2014 ~2015년) 5.56%(㎡당 287만6000원→303만6000원) 오른 반면, 자연 조망이 불가능한 위치에 들어선 상업시설(청라정형외과의원)은 같은 기간 ㎡당 285만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뷰 프리미엄의 여부는 이제 분양시장에서 꼭 체크해야 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부동산 불경기에는 가격 하락을 저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며 “특히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수요자나 투자자들의 경우 가격보다도 조망과 채광 등 생활환경을 더 고려하기 때문에 조망 여부 및 좋은 조망권에 따라 수천만원씩 시세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공급 중인 뷰 프리미엄 확보 단지.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38-6번지 일대에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796.22㎡ 규모로 층별 구성은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지상 1~4 층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층별로 4세대로 4개층, 총 16세대로 공급된다. 1층은 테라스형, 4층은 복층형으로 구성되며 전용면적은 69.40㎡으로 동일하다. 

상가도…
테라스형 대세

도시형 생활주택의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총 분양가는 2억원대(4층 복층형 제외)로 책정됐다. 

단지 앞에 인접한 석성산과 근린공원 등으로 도심 속에서 푸르름을 느끼며 전원주택 같은 쾌적함을 누리기에 충분하다.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이동 가능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가깝게 누릴 수 있는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대출 2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오는 7월 준공 예정.
 

▲분당 지웰 푸르지오(아파트·상가)= ㈜신영의 계열사인 ㈜대농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분당 지웰 푸르지오’ 아파트 및 상업시설을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28층, 총 2개동 규모다. 지상 1~2층은 판매·근린생활시설, 5~7층은 업무시설, 8~28층은 아파트로 각각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84㎡·96㎡·119㎡의 아파트 총 166가구와 전용면적 21~286㎡의 상가 72실로 조성되는 스트리트형 상업시설이 분양될 예정이다. 

체크해야 할
중요한 요소

단지 1~2층에 신규 조성되는 분당 지웰 애비뉴는 도심형 스트리트 몰로 계획됐다. 주거지원 시설 및 필수업종 시설·집객형 테넌트를 도입한 트렌디한 MD 구성이 계획돼 있다. 수변 조망을 누리는 (일부 호실) 도심 속 공원 상가로, 차별화된 외관까지 갖춰 높은 집객률이 기대된다. 접근성이 높은 대로변에 들어서 분당구청 및 인근 사무실·주거단지 입주민들이 항시 몰리는 주7일 상권을 이룰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등 수내역과 AK플라자 및 로데오거리가 형성돼 있는 서현역을 이어주는 브릿지형 상권으로, 인근 생활체육시설 및 녹지공간 등을 찾는 유동인구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촌역 천년가 골든뷰(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52-45번지 일대에 ‘금촌역 천년가 골든뷰’ 오피스텔·소형 아파트가 선보인다. 연면적 2만5509.997㎡, 지하 2층~지상 26층 규모에 오피스텔 252실, 도시형 생활주택 210세대로 총 462가구로 구성된다. 주차대수는 오피스텔은 1실당 1대, 도시형 생활주택은 세대당 0.5대로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각 2가지 타입으로 전용면적 기준 21.86㎡, 22.82㎡이며, 도시형 생활주택 역시 2가지 타입으로 전용면적 기준 18.01㎡, 18.97㎡이다. 


파주 금촌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금촌역 천년가 골든뷰는 26층의 초고층으로 학령산 조망권 프리미엄과 1.5룸의 특화평면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보광 그랑베르 이후 5년 만에 신규 상품인 ‘금촌역 아르젠 오피스텔’이 공급 한 달 만에 완판을 기록하며 최근 프리미엄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가량 형성되고 있다. 

사업지는 경의중앙선 금촌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에 위치해 파주 일대는 물론 수도권으로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곳이다. 인근에는 파주시청과 법원 및 신세계프리미엄 아울렛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이마트, 메가박스 등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숲, 호수…자연 품은 전망
2배 가까운 프리미엄 형성

파주 지역은 잇따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수익형 부동산의 핫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파주 일대 토지 거래량(2만4608건·2018년 9월14일 기준)은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 2만7692건에 육박했다. 

가격도 많이 올라 올해 상반기 파주 땅값은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은 5.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정부가 통일경제특구(제2개성공단)를 추진 중에 있어 미래비전이 더욱 기대되는 지역이다. 

파주 일대는 LG디스플레이산업단지를 비롯해 LCD산업단지, 신촌일반산업단지, 문발1·2산업단지, 탄현국가산업단지 등 20개의 산업단지가 가동 및 조성 중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안정적인 배후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시행은 (주)에이치비산업, 시공은 새천년종합건설(주), 신탁은 KB부동산신탁이 각각 맡았다.
 


▲오류동역 메디컬 프라자(상가)=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68-35 일원에 메디컬 전문상가인 ‘오류동역 메디컬 프라자’가 분양 및 임대 중이다. 연면적 1039.47㎡,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분양 및 임대 대상은 지상 1~8층이다. 권장업종으로는 1층 약국(독점), 2층 죽전문점과 커피전문점 등, 3~7층은 병의원, 8층은 루프탑 카페(휴게공간 독점 활용가능) 등이다. 

대로변에 입지해 상가투자에서 필수로 고려해야 할 가시성 및 접근성 우수하다. 인근에 광장 조성(만남의 장소)으로 상가 홍보 효과가 탁월하다. 5층 이상은 사면이 탁 트여 개웅산 및 근린공원 조망이 가능하다. 하루 평균 승하차인원 약 1만2000명(2017년 코레일 홈페이지 참조)이며, 이를 배후로 거주 인구 약 1만세대의 중심지라는 평가다. 

가격 하락?
안전장치 역할

사업지는 인근에는 노후건물이 많아 신축건물의 희소가치가 높다. 대단지 배후 확보 및 형성으로 인구유입이 기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류동의 인구는 최근 4년간 4000여명이 증가해 메디컬 입지로서 최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선시공·후분양으로 안전성 확보는 물론 투자와 동시에 빠른 수익이 기대되며 투자자는 병의원 등 키네턴트 입점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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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