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법률사무소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12 14:43:49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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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잘 만나 방 얻고 사건 맡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퇴임 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행적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법무부 차관이던 시절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으로 사임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일요시사>는 김 전 차관의 중학교 친구이자 그가 변호사 활동을 하는 데 조언을 해준 A 변호사를 통해 ‘변호사 김학의’를 추적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15일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했다. 취임 6일 후인 21일 김 전 차관은 강원 원주시 소재 한 별장서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당일 김 전 차관은 의혹을 부인하며 차관직서 사임했다. 경찰은 조사 끝에 김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성접대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차관 사임
변호사 변신

김 전 차관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변호사로 전직했다. 2015년 11월13일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에 변호사 자격등록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변회는 등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해 12월15일 서울변회는 상임이사회를 열어 김 전 차관에 대한 변호사 자격등록 부적격 및 입회 거부 의견을 최종확정, 이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전달했다.

당시 서울변회는 “김 전 차관이 공직자로서 향응을 받은 점에 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혐의 없음’ 결론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이 충분하다”며 “이는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퇴직한 경우로 볼 수 있어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현저히 부적절하고 변호사법이 규정한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입회 거부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변협은 2016년 1월25일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자격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변협이 서울변회의 결정을 뒤집고 김 전 차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변회가 적용한 현행 변호사법이 아닌 2013년 김 전 차관이 퇴직할 당시의 변호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는 서울변회로부터 입회 거부를 통지받자 김 전 차관이 반박하며 내세운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기존 변호사법 제8조 1항 4호는 ‘직무 관련성 있는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 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이로 인해 퇴직한 자에 한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동법은 2014년 5월 ‘직무 관련성 있는 위법행위’ 부분이 삭제돼 지금에 이른다. 직무와 관련 없는 비위를 저지르거나 징계를 받아 퇴직한 판·검사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대한변협은 자격요건이 강화되기 이전의 변호사법을 적용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용했다. 김 전 차관이 받고 있는 혐의가 직무와 무관하다는 결론이다.

대치동 사무실
친구에게 빌려

변호사의 길이 열린 김 전 차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빌딩 5층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그곳에는 B법률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A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률사무소다. 등기부에 따르면 A 변호사는 2016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이 빌딩 5층 전체에 대한 전세 계약을 맺었다.

A 변호사는 대형 로펌서 30년 동안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주로 기업M&A와 환경 쪽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를 종합하면, A 변호사는 2013년 7월 말 대형 로펌을 나와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그러다 2015년 2월 대형 로펌서 함께 일한 변호사들과 또 다른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A 변호사는 그곳을 나와 2016년 1월 지금의 B법률사무소를 차렸다. 대한변협이 김 전 차관의 변호사 자격등록을 허용한 시점도 2016년 1월이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변호사의 길이 열린 김 전 차관은 A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김 전 차관이)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변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를 찾아와 이런저런 자문을 구해서 얘기해줬다. 변호사는 내가 30년 이상 했으니 (김 전 차관에 비해)한참 선배”라고 말했다.

극비리 개업 대치동 사무실 방문해보니…
40년 지기 변호사 “불쌍해서 빌려줬다”

A 변호사는 1984년 9월부터 현재까지 계속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반면 검사장을 지낸 김 전 차관은 검찰 고위직 출신이지만, 변호사 활동은 이제 막 시작한 상태였다. 김 전 차관은 A 변호사로부터 민사사건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은 바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민사는 낯선 영역이다.

김 전 차관과 A 변호사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김 전 차관과 친구 사이라고 말한 A 변호사는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는 다르지만, 내가 서울대 법대 75학번이고 김 전 차관은 76학번이다. 나보다 대학은 1년 후배고 시험은 3년 후배다. 그 일(성접대 파문)이 있기 전 1년에 한두 번은 만났던 사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전 차관의 직장 주소는 A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B 법률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한다. 직장 전화번호 역시 B 법률사무소와 동일하며 이메일 역시 B 법률사무소의 것이다. A 변호사는 <일요시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이 자신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무실 공간이 두세 개 비어서 거기를 빌려줬다. 빈방이 있어서 (김 전 차관에게) 전대했다. 빌려준 것이다. 내 사무실에 소속된 변호사가 아니다. 사업자등록도 다르다. 완전히 독립돼있다.”

같은 주소
같은 이메일

A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B 법률사무소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합동법률사무소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합동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서로 간에 업무 협조도 거의 없을 정도로 따로 움직이지만, 같은 법률사무소의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전 법률사무소에 있을 때도 우리 후배들과 별도의 일을 했지만, 같은 이메일 주소를 썼다. 그런 의미로 (김 전 차관이 B 법률사무소) 이메일 주소를 쓰는 일을 내가 허락했을 것이다. (이메일 사용을) 막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B 법률사무소와 김 전 차관의 전문분야는 다르다. B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은 환경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했다. A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검찰 출신인 김 전 차관은 형사사건을 전문분야로 한다. 

“나는 형사사건을 거의 안 한다. 여기(B 법률사무소)에 있는 사람들도 기본업무가 다 환경 쪽이다. 일반형사사건은 수임할 일도 없고, 능력도 없다. 검찰청에 다니지도 않는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출신이니 업무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하청 받아 사건 변호
전화, 이메일도 동일


<일요시사>는 김 전 차관이 변호한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판결문을 열람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민사상고, 형사 제1심 단독공판, 형사항소공판 등의 사건을 주로 맡아 변호했다. 이 중에는 B 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함께 맡은 사건도 있다. 김 전 차관과 A 변호사가 함께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사건도 확인됐다. A 변호사는 김 전 차관과 동업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바로 옆에 있으니 어쩌다 일을 같이한 경우가 있기는 하다. 변호사가 일을 하다 보면 친구에게 하청을 주기도 한다. (김 전 차관은) B 법률사무소 소속이 아니다. 내가 고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준비서면에 이름을 쓰면 개인 법률사무소니까 변호사 이름을 쭉 쓰지 않나. 그때 B 법률사무소의 명칭을 쓰는 것이다. 명칭을 쓰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의혹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김 전 차관이 사무실에)나온 적은 거의 없다.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어디 일이 있겠나? 누가 일을 줘야 할 것 아닌가. 김 전 차관이 검사장과 차관을 했다고 사람들이 일을 주겠나? 딱하다.”

A 변호사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친구 김학의’를 도와준 것일 뿐 ‘변호사 김학의’와 같이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내어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 주변인에 대한 취재가 그 주변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친구 김학의
딱해 보여서”


그는 “(김 전 차관에게)사무실을 빌려줬더니 주변서 괜히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을 많이 하더라. 난 중학교 친한 친구여서 빌려준 것이다. 세상 인심이 이렇구나(라고 느꼈다). 무슨 한센인 보듯이 한다. (김 전 차관은)엄청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인데, 조금 기다렸다가 진실이 드러나고 (취재)하면 되는 건데, 드러나기 전에 죽여놓고 보자는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조차 싫어할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친구가 보기에 민망스럽고 불쌍해 보인다. 친구에게 방 빌려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한다. 지금 (기자가)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주변서 걱정하는 게 기우가 아니었네’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한테까지 관심을 가지다니 말이다. 기자님이라면 부모와 친구가 어려운 일을 겪으면 곁도 안 내주고 도망 다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학의 반격 왜?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자신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전날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소장에서 김 전 차관은 해당 여성이 2013년 검찰·경찰 수사 당시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차관은 이들 여성을 아예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4월과 이듬해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서 여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한 여성이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역시 무혐의로 끝났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미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아 혐의 입증이 어려운 점을 간파한 김 전 차관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라 분석한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일단 보류한 점도 맞대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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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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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