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각료 임명강행 비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08 10:40:27
  • 호수 12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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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vs 10명 문턱 걸려도 ‘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사가 만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만사인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내상을 입었고, 결국 낙마했다. 국회에서는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한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문재인정부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각료의 수는 박근혜정부 때 임명 강행된 각료의 수와 비등해졌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인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일 청와대의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부실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노 실장이 검증과 관련해 직접 사과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해외 부실학회 참석 의혹 등으로 낙마했다.

버티면 끝?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 통일부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박영선 중기부, 김연철 통일부, 진영 행안부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국회 행안위는 지난 4일 진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장관 후보자 7명 중 세 번째 청문보고서 채택이다. 7명 중 2명은 잇단 의혹으로 낙마했다. 남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가 관건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등 보수야당은 남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는 10일 문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는 법률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국회 역시 청문보고서를 다시 채택하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국회서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면, 출범 후 열 번째 강행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임명을 강행한 각료의 수는 9명이었다. 야당이 문재인정부의 인사문제를 지적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6명을 임명했다. 2014년에는 정종섭 전 안행부장관 등 2명을, 2016년에는 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야당의 반대를 뚫고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3·8개각 전 8명의 각료 임명을 강행한 상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시작으로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명래 환경부장관 등이다.

한미회담 전 ‘장관 데뷔식’ 고집
정국경색, 민생법안 표류 불가피

향후 정국 냉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제인사 관련 긴급 원내대책회의’서 “일부 장관 후보의 보고서까지 채택하며 국정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도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며 “한마디로 협치를 거부하고 국회를 무시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국회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처럼 청문회 자체가 철저하게 유린당한 적이 없었다”며 “‘나는 내 마음대로 할 테니 그러면 어떻게 할래’ 식의 태도는 시정잡배들도 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거둘 것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며 “청와대 인사검증의 무능과 무책임은 2년 넘게 충분히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반발에도 청와대가 임명강행 의지를 꺾지 않는 이유는 한미정상회담 이전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오는 10일 출국하는데 전날(9일) 열릴 국무회의에 신임 장관들을 데뷔시켜 국정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으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조현옥 수석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라며 “이것 없이는 국회서 원만한 협조를 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의 책임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수석은 “두 수석을 지키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지킨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임명강행이 국회 청문회를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서도 청문회를 하면 여당, 야당 의견이 갈린다. 그렇다고 해서 청문회를 무시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BH의 아집

결국 야당과의 전면전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민생 관련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 논의가 국회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미정상회담 의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불거진 ‘한미 균열설’을 불식시키고, 남북 평화무드를 다시금 조성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북미협상은 다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 대화의 동력을 되살릴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북미는 이미 두 국가 간에 이견이 크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핵담판’ 당시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는 ‘선 핵 폐기, 후 보상’의 볼턴식 리비아 해법을 연상시켰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해법을 도출할지가 관심사다.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테이블로 복귀시킬 협상안이 마련된다면, 남북미로 이뤄지는 톱다운 돌파구를 찾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현재 톱다운 대화의 순서로 ‘한미→남북→북미’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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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