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가 지원’ 농림부 혈세 낭비 의혹

에어컨 실외기에 4000억 예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0여년 동안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 농가 지원사업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홍보하면서 지원·보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한 농가에 태양열 발전 설비가 설치돼있다.

조상들은 24절기에 따라 계절을 구분했다. 농경사회서 절기는 농민들에게 일종의 시간표였다. 따뜻한 봄에 씨를 뿌려 뜨거운 여름에 가꾸고, 서늘한 가을에 수확해 추운 겨울에 저장하는 과정은 절기에 맞춰 진행됐다. 가을에 수확한 새 곡식으로 올리는 차례는 한 해 농사를 잘 짓게 해준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여름·겨울
온도 유지

농민들은 날씨에 따라 울고 웃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를,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을 걱정했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작물이 타 죽지는 않을까, 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얼어 죽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했다.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농민에게 숙명이나 다름없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농작물에 맞는 온도 유지는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정부는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농가 지원사업의 방향은 전기와 유류 난방기기 중심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2010년부터 지열냉난방 시설을, 2012년부터 공기열냉난방 시설을 지원하는 농업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위탁받아 시행한다.


농림부는 이 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기술을 농업시설에 적용하고 확대 보급해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 녹색성장을 선도해 온실가스의 절감을 꾀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와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이용 효율화 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시설과 에너지 절감시설을 설치지원 중이다.

지열냉난방 시설인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도 그 일환이다. 지열냉난방은 지하수나 지열 등 지열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냉기를, 겨울에는 온기를 뽑아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지열히트펌프는 땅속의 연중 일정한 온도(1215)를 이용해 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보급
지열냉난방 설비 활성화

지열히트펌프의 원리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다. 압축, 응축, 팽창, 증발의 단계를 거쳐 열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냉방모드의 경우 실내의 열교환기서 열을 흡수한 뒤 실외의 열교환기인 히트펌프를 이용해 열을 방출한다. 난방모드는 반대 과정을 거친다.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서 냉매가 사용된다. 냉매는 시간에 따라 공기 중으로 방출되므로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의 지열에너지 개발은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2000년에는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나 레저시설, 병원 등에 적용했다. 2004년 공공기관의 건물을 신축할 때 공사비의 일부를 대체에너지 설치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지열냉난방 설치가 크게 늘었다.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에너지관리공단은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지열난방 시스템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2010년 농림부서 사업을 이어받아 지열히트펌프 보급에 나섰다. 냉난방이 필요한 고정식 시설서 채소·화훼·과수·버섯류를 재배·생산하거나 돼지··오리 가축사육업을 허가 또는 등록한 농가가 대상이다.
 

농림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하 신재생에너지법) 4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의 촉진에 관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체 등의 자발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을 장려하고 보호·육성해야 한다를 근거로 지열히트펌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가의 자가부담 비율은 20%(융자 10%, 현금 10%)이며, 나머지 80%는 국고서 60%, 지방자치단체서 20%를 지원한다. 설치비는 3.3(1)38~50만원 정도로 3300(1000)에 지열히트펌프를 설치한다면 약 4억원이 든다. 이때 농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8000만원가량이다.

2010년부터
지열냉난방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약 4200억원에 이른다. 농림부 각 연도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20101200억원, 20111004억원, 2012744억원, 2013500억원, 2014361억원, 2015196억원, 2016137억원, 2017113억원이 지열히트펌프 농가 보급에 사용됐다.

지열히트펌프 보급 사업은 올해도 계속된다. 농림부는 지난해 1219일 세종컨벤션 센터서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농업분야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 기관이 시설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지열·공기열냉난방 시설 보급 사업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농림부는 지열·공기열냉난방 시설은 기존 유류난방기 대비 6078%, 전기난방기 대비 5070%까지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욱 농림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번 협약으로 농가는 경영비의 3040%를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을 덜고, 국가 차원에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둬 모두 윈윈하는 협업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농림부서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홍보하면서 보급하고 있는 지열히트펌프가 실제로는 신재생에너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에 들어간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효용성 없이 낭비됐다는 주장이다. 또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는 지열냉난방 시설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한다는 농림부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친환경?
환경 파괴?

논란은 히트펌프의 정의서 출발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서 히트펌프를 검색하면 냉매가 증발기 내에서 증발하고 주위의 열을 빼앗아 기체가 되며 다시 응축기에 의해 주위에 열을 방출해 액화하는 냉동사이클로서, 방출된 열을 난방이나 가열에 이용하는 경우의 냉동기를 말한다. 열을 저온부서 고온부로 빨아올린다는 의미서 열펌프(heat pump)라고 한다. 열원은 공기, 우물물, 태양열, 지열 등이 이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규칙 2(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는 여러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와 부대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중 지열에너지 설비는 , 지하수 및 지하의 열 등의 온도차를 변환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라고 정의했다.
 

▲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풍력발전

여기서 온도차를 변환시켜라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히트펌프는 열을 교환하는 열교환기의 역할을 할 뿐 온도차를 만드는 온도차변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A씨는 히트펌프는 에어컨 실외기와 작동원리가 비슷하다 에어컨 실외기가 흡수한 뜨거운 열을 배출하는 기능을 하듯 히트펌프는 열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열을 생산해내는 설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2010년 농림부서 지열히트펌프 보급을 본격화하기 전 농촌진흥청서 발행한 교육 교재를 근거로 들었다.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 지열난방 시스템 교육교재에는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한 시설원예 냉난방 기술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교재에는 히트펌프에 대해 열을 온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장치라고 쓰여 있다. 히트펌프도 에어컨과 동일하게 사이클 내 냉매가 들어있으며, 냉매가 압축, 응축, 팽창, 증발 과정을 거치면서 열원으로부터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2008년 교육했는데
2015년 관련 토론회?

A씨는 교육 과정서 히트펌프가 온도변환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국회서 진행된 토론회도 언급했다. 201556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강후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히트펌프, 신재생에너지원 지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 수단으로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우리나라가 히트펌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히트펌프에 대한 올바른 인식확산과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A씨는 국회의원, 대학 교수,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 민간사업체 관계자가 토론회에 참석했다당시 토론회서조차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원인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인지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농림부의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시행됐지만 2015년에도 히트펌프와 신재생에너지 간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청와대, 농림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민신문고 등에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과 관련해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매번 답변을 준 것은 농림부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농림부는 A씨가 문제 삼은 변환에 대해 변환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꾼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법률전문가의 의견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난방시스템의 효율은 대기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난방시스템보다 높은 것이 학술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열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며 그 효율이 우수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지열냉난방 시설에 대한 지원을 예산낭비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낭비 아니다
효율도 높다”

농림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산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 내에 신재생에너지 센터라는 별도의 조직이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KS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설비 KS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 지열냉난방 시설 지열히트펌프를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교재에 대해서는 농림부가 이 사업을 산자부(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받은 게 2010이라며 교재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열냉난방 안전성은?

20171115일 경북 포항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은 인근에 지어진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왔다. 당시 포항지진은 대입 수능시험을 1주일 미룰 정도로 전국적 여파가 컸다.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 지열발전 관련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열냉난방 시설은 지진에 대한 위험보다 환경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진은 지난 2012지열에너지의 환경성 평가 및 환경친화적 이용방안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지열히트펌프 이용에 따라 천공과정과 지열공의 부실관리에 따른 오염물질 유입, 재주입 지하수에 의한 수질오염, 지반침하, 소음·진동 발생 등의 환경적 영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토양과 지하수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오염이 누적되고, 일단 오염이 되면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복원이 어려운 만큼 설치에서부터 폐쇄 이후까지 환경 관리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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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