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여행 ①이태원 우사단길

▲ 우사단길 ‘음레코드’ 옥상에서 본 서울 풍경

번화한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를 끼고 살짝 들어서면 숨은 명소인 우사단길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길이 나뉘는데, 왼쪽 우사단로10길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우사단길 여행이 시작된다. 

우사단길 초입은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인도 등지의 음식점과 아랍어로 적힌 간판, 히잡과 터번을 쓴 이방인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1976년 국내 최초로 개원한 이슬람 성원인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이국적인 정취에 정점을 찍는다.
 

▲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우사단길의 랜드마크다.

할랄 푸드

이슬람 성원이 있다 보니 주변에 할랄 푸드 전문점이 많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할랄 푸드라고 낯설게 여길 필요는 없다. 우사단길에는 할랄 인증 한식 전문점도 있다. ‘이드’와 ‘마칸’이 대표적이다.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낸다. 일반 한식과 똑같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여행 중에 한식을 맛보고 싶은 이슬람교도들도 많이 찾는다.
 

▲ 생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파키스탄 음식

이국적인 할랄 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꽤 대중화된 케밥이나 인도 음식, 아직 조금은 낯선 파키스탄이나 이집트, 터키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팍인디아레스토랑’은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이다. 파키스탄 음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주메뉴가 탄두리치킨과 커리, 난 등 인도 음식과 유사해 의외로 익숙한 맛이다.
‘케르반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선 터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타일로 내부를 꾸몄다. 이곳에서는 달콤한 터키 디저트와 차, 파니니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클라바부터 주문하자.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넣은 달짝지근한 페이스트리로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오리지널,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며 터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 각종 터키 디저트와 빵, 쿠키, 아이스크림이 있다.
 

▲ 터키 디저트를 판매하는 ‘케르반카페’

우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집과 골목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주택가로, 2003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옛 동네의 정취를 풍긴다.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예술가나 청년 창업자들이 우사단길로 들어와 개성 넘치는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의 우사단길이 자리 잡았다.
 

▲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우사단길

많은 가게와 공방이 들어섰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부침도 겪었다. 그래도 꾸준히 이곳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챔프커피’와 ‘오토’가 대표적이다.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인 챔프커피는 외관이 정겹다. 옛날 쌀집이나 구멍가게 같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가 들러 삼삼오오 담소했을 듯한 공간. 챔프커피는 실제로 우사단길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제일 큰 테이블은 주인장이 작업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 앉으면 단골이든 뜨내기손님이든 말을 섞는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다양한 얘기가 오간다. 길을 잘못 들어 후진하다가 이 동네를 발견하고 눌러앉았다는 챔프커피의 탄생 배경, 챔프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입담 좋은 주인장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 ‘챔프커피’는 외관부터 정겹다.

이국적+한국적 분위기의 매력
다양한 음식·볼거리 한가득

챔프커피 근방의 오토(OTTO)는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소개된 김밥집이다. 로메인과 고추냉이소스가 들어가는 고추냉이김밥이 유명한데, 모양도 맛도 신선하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두루 좋아할 맛이라 다양한 나라의 손님들이 찾는다. 이곳은 김밥만큼 야외 테라스도 매력적이다. 볕 좋은 날, 우사단길이 내다보이는 자그마한 테라스에 앉아 김밥을 먹어보자. 인생 김밥으로 남을 운치와 맛을 선사한다.
 

▲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좋아하는 맛, ‘오토’의 고추냉이김밥

우사단길의 하이라이트는 도깨비시장 쪽 ‘음레코드’에 숨어 있다. 바이닐(LP) 문화를 쉽고 편하게 접하는 음레코드는 음료나 맥주를 마시며 LP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여 유명 가수들이 화보를 촬영하러 오기도 한다. 특히 옥상이 압권이다. 저 멀리 남산서울타워부터 가까이에 있는 우사단길 도깨비시장의 비닐 천막까지 한눈에 보인다. 그 사이를 오래된 주택과 골목이 겹겹이 채운다. 우사단길을 품은 서울이 아득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높은 곳에 올라앉은 우사단길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음레코드’ 실내

이태원의 특색 있는 길을 더 둘러보고 싶다면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로 가자. 미군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내놓은 가구를 사고팔던 데서 유래해, 지금은 국내 대표 앤티크 가구 매매 거리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을 구경하노라면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풍경

이태원의 빈티지한 매력은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PLASTIC)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이곳은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공간이다. 1층은 주로 LP, 2층은 CD를 전시·판매하며, 곳곳에 턴테이블과 카세트플레이어, CD플레이어가 비치돼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음악이 친숙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곳이다. 
 

▲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바이닐앤플라스틱’

바이닐앤플라스틱 맞은편 골목에는 보물 같은 예술 공간이 숨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각기 다른 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이 한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소장품 역시 어마어마하다. 국보와 보물,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두루 전시한다.
 

▲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삼성미술관 리움
▲ 독서당로에 위치한 디뮤지엄

핫플레이스 ‘독서당로’

예술적 욕구를 더 채우고 싶다면 독서당로가 제격이다. 독서당로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디뮤지엄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갤러리, 복합 문화 공간, 카페, 맛집이 많아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남동에서 옥수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 독서당로를 따라 걸으며 예술·문화 투어를 즐겨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둘째 날: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용산구문화관광 www.yongsan.go.kr/site/ct/index.jsp
- 이태원앤틱가구협회 http://itaewonantique.com
- 바이닐앤플라스틱 http://vinylandplastic.hyundaicard.com
- 삼성미술관 리움 www.leeum.org
- 디뮤지엄 www.daelimmuseum.org/dmuseum 

문의 전화
- 이태원역관광안내소 02)3785-0942(지하), 749-9221(지상)
- 이태원관광안내소 02)794-5579
- 바이닐앤플라스틱 02)2014-7800
- 삼성미술관 리움 02)2014-6901
- 디뮤지엄 070-5097-002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한남2고가차도→북한남삼거리→이태원로→대사관로→이태원로36길→우사단로14길→우사단로10길→우사단길

숙박 정보
- 크라운관광호텔: 용산구 녹사평대로, 02)797-4111, www.hotelcrown.co.kr
- GV레지던스: 용산구 이태원로15길, 02)797-5800, http://gv-residence.com
- 임피리얼팰리스부티크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02-8000, www.imperialpalaceboutiquehotel.com
- 해밀톤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86-6000, www.hamilton.co.kr

식당 정보
- 오토(고추냉이김밥): 용산구 우사단로10다길, 02)794-0110, www.instagram.com/otto_kimbab
- 팍인디아레스토랑(탄두리치킨·커리):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0-1509 
- 마칸(마칸불고기·불고기비빔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6012-2231
- 이드(소불고기):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8899-8210
- 케르반카페(바클라바·파니니케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7532-1997 
- 숙이네닭발(닭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8-0838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남산공원, 전쟁기념관, 경리단길, 블루스퀘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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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