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방’ 국회 윤리특위 해부

도대체 하는 일이 뭔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5·18망언 관련 의원들의 징계안이 불발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박명재, 자유한국당)의 역할이 조명을 받고 있다. 윤리특별위원회의 주 업무는 국회의원들의 징계다.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그 대상이지만 징계안 대부분은 의결까지 가지 않는다.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한계도 역력하다. 매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는 윤리특위. 이대로 괜찮은 걸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는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은 5·18민주화운동을 비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171명의 의원은 이들에 대한 징계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김 의원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리특위의 징계안 의결 가능성이 부상했던 까닭이다.

개점휴업

지난해 10월21일 박 위원장은 윤리특위위원장 선임 직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고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 상황에 맞는 윤리특위 운영을 통해 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사실상 공전상태다.

윤리특위 산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문위는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책 기구다. 자문위는 윤리특위에 제출된 징계안을 심사하고 징계 수위 등을 권고한다. 자문위는 총 8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교섭단체의 추천 인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4명, 한국당은 3명,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1명을 추천한다.


지난 21일 한국당이 추천한 3명의 자문위원들은 사의를 밝혔다. 한국당 3인의 징계안에 대한 심사가 난관에 부딪힌 결정적 이유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위원장 선출과 관련된 사안이다.

자문위원장은 자문위원들의 호선에 따르지만 관례상 연장자가 맡는다. 현재 자문위의 구성원을 살펴봤을 때 연장자는 민주당 추천의 장훈열 변호사고 그 다음이 한국당 추천의 홍성걸 국민대 교수다. 관례에 따르면 장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18일 자문위 회의서 마찰음이 생겼다. 5년째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홍 교수가 사실상 자문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인 지난 4일, 민주당서 장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한국당 추천 자문위 3인은 장 변호사의 위원장 선임에 반발했다.

5·18 관련 한국당 3인방에 대한 징계안은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한국당 의원들의 5·18망언이 나온 지 벌써 40일이 돼간다”며 “한발 더 나아가 징계를 피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리특위 소속 바미당 이태규·임재훈 의원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한국당 추천 위원의 사퇴로 자문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자문위가 파행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5·18 관련 징계안에 동참했던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5·18망언 3인방의 생명 연장 꼼수가 도를 넘고 있다”며 “윤리특위서 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자문위원 3명이 돌연 전원 사퇴해 윤리특위 징계 논의 자체를 마비시켰다”고 일갈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같은 날 상무위원회의서 “한국당은 앞에서는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뒤에서는 징계를 막을 꼼수만 연구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징계마다 고비, 부실한 구조 조명
“어차피 안 돼∼” 으름장 놓기도

5·18 외에도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한 징계안이 남아 있다. 논란이 촉발될 당시 후폭풍은 상당했다. 다만 그 기세는 사그라드는 형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국회에서 매듭짓지 못한다면 누가 해결해야 하느냐”며 “윤리위라는 최소한의 제동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초래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리특위는 지난 1991년 설립됐다. 윤리특위는 같은 해 제정된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제정 근거로 뒀다. 당시 13대 국회는 윤리특위를 상설기구로 지정했다. 윤리특위는 그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의원 징계안은 기약 없이 계류됐고, 임기만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되곤 했다.

윤리특위가 처음 신설된 13대 국회서 접수된 징계안은 총 5건이었지만 모두 철회됐다. 14대 국회서도 3건이 접수됐지만 2건은 철회, 1건은 폐기됐다.

15대 국회에서는 총 44건의 징계안이 접수됐다. 그러나 31건은 임기만료 폐기, 12건은 폐기, 1건은 철회됐다. 16대 국회에선 13건의 징계요구가 있었지만 10건은 임기만료 폐기, 3건은 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선 총 37건의 징계안 중 25건의 임기만료 폐기, 5건의 철회, 그리고 7건의 폐기가 있었다. 18대 국회에서는 54건의 징계 요구가 있었다. 30건은 임기만료 폐기, 16건은 철회, 7건은 폐기됐다. 가결은 1건에 불과했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강용석 의원은 아나운서 비하 논란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기존의 제명안은 본회의서 부결됐다. 강 의원은 한 단계 낮은 수위인 ‘30일 국회 출석 정지’를 받는 데 그쳤다.

19대 국회에선 39건의 징계안이 접수됐다. 33건은 임기만료 폐기, 6건은 철회였다. 당시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성폭행 혐의로 본회의에 제명안이 상정된 상태였다. 심 의원은 본회의 직전 자진사퇴했고, 안건은 폐기됐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중 윤리특위는 ‘비상설’ 기구로 전락했다. 비상설 상임위원회는 6개월에 한 번씩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연장되지 않을 경우 윤리특위는 자동 해체된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징계안은 총 40건이다. 이 중 철회가 3건, 심사대상제외가 2건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35건은 접수만 됐을 뿐 진척이 없다. 가결 징계안은 단 1건도 없다.

유명무실

국회의원들의 징계안 접수는 도리어 정치 대결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대결구도가 대표적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발언했다. 민주당은 즉각 나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했다. 한국당 역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등 맞불을 놨는데 징계안 처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이용, 이를 정치공세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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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