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키맨’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10:28:38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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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별장서 함께 술도 마셨다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이에 중간다리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게 전달된 익명의 투서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투서의 내용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까. 법조계는 투서의 내용과 공개 시점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가명으로 보냄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김학의 검사장님 계실 때 춘천지검에 근무하던 검사입니다. (중략) 김학의 검사장을 그런 험지에 빠지게 한 분이 당시 A씨(현 변호사)입니다. 거의 매일 술을 드셨고 윤중천 사장을 김학의 검사장님에게 소개시켜준 분입니다. 문제가 된 별장서의 음주에도 동석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주 그곳을 드나들면서 당시 부장검사나 서울서 온 지인들을 데리고 다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분이 왜 조사에서 누락됐는지 혹시 과거사진상조사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연수원 17기 동기)이어서 그런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투서 접수
내용은?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26일 투서를 공개했다. 발신자는 춘천지방검찰청 박정의(가명)로 돼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키맨’인 A씨에 대한 조사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그 이유를 A씨가 과거사위원장이었던 김갑배 변호사와 절친한 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검찰의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관한 진상규명을 위해 발족한 조사단 중 일부 조사위원은 지난해 12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서 당시 수사 검사의 외압 등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법무부 소속 과거사위 산하 기관이다.

민간 조사단원인 김영희 변호사 등 6명은 당시 “조사대상 사건과 관련된 검사 중 일부가 조사 활동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단원 일부가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일부 사건에 대해 민·형사 조치를 운운하는 것에 압박을 느끼고 단원이 조사 및 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이 엄정한 조치를 취해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김 변호사는 외압이 있었던 사건명과 외압 행사 방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현재 조사단의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A씨를 언급한 투서는 김 총괄팀장 앞으로 수신됐다.

현직 변호사 ‘김-윤중천’ 연결
전직 과거사위원장 절친 주장도

조사단의 기한 연장과 관련해 과거사위와 갈등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 당시 조사단이 과거사위 측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사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일부 위원이 “조사단 활동기한이 연장되면 사표를 쓰겠다” “(사건에) 욕심 내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투서에 언급된 김갑배 변호사는 과거사위원장이었다. 김 변호사는 2017년 12월부터 위원장을 맡아오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이 사실은 지난 1월 뒤늦게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당시 복수의 언론을 통해 “사건의 조사 방향 설정 및 쟁점 파악 등을 정리해가는 과정서 어려운 점 등이 있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일각에선 과거사위 내부적으로 갈등이 빚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 변호사는 “그 점은 (사실이)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설명에도 법조계에서는 조사단의 외압 폭로와 김 변호사의 사의 표명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김 총괄팀장 앞으로 온 투서에 A씨의 존재와 김 변호사가 언급됐다. 김 변호사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A씨를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투서에 거론된 연수원 17기 동기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전혀 모른다는 반박이다.

A씨 등장
돌연 부상


이 때문에 법조계 내에서는 투서와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먼저 투서의 내용 중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수의 언론에서는 변호사 박모씨를 유력한 A씨 후보로 지목한다. 박씨는 윤씨와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 그는 윤씨 부인의 변호를 맡았던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투서가 주장하는 내용과 박씨가 실제 김 전 차관에게 윤씨를 소개시켜줬는지는 구분지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차관이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윤씨를 알았다기보다 충북지역 검사장 모임서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사법 적폐 청산 운동을 펼치는 서기호 변호사는 지난 27일 YTN라디오와 한 인터뷰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된 경위는 박씨가 소개했다기보다는 당시 원주나 충주, 이쪽 지역 검사장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서 김 전 차관이 윤씨를 알게 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며 “윤씨는 그쪽 지역서 일종의 스폰서였다”고 내다봤다.

유력 후보
수면 위로

또 김 변호사가 과거사위원장이었을 당시 박씨를 조사 대상서 제외시켰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서는 A씨와 김 변호사가 절친한 사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와 박씨의 관계는 연수원 17기 동기라는 점을 제외하고 두 사람의 친분을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오히려 김 변호사가 “검찰 과거사위가 조사단으로부터 여러 번 중간보고 등을 받았지만, 조사 대상에 누구를 빼라거나 넣으라고 못한다. 그랬으면 조사단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반박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투서는 A씨의 출석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단서를 제공한 점, 의도적으로 조사 대상서 누락됐다는 점을 밝힌 점, 투서의 마지막에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점 등이 그렇다.

그러나 투서를 공개한 조사단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새겨지고 있다. 조사단 김 팀장은 “오늘 편지를 받았다. 보도에 참고하기 바란다”며 투서가 들어온 즉시 언론에 공개했다. 물리적 시간상 조사단이 투서의 내용을 제대로 검증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과거사조사단, 당일 투서 공개
출석 압박용? 반응하는 정치권

실제 조사단 측은 A씨가 누구인지, 제기한 의혹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상황인지, 편지를 쓴 사람이 실제 검사인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조사단의 투서 공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여러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내다본다. 조사단이 A씨의 출석을 압박하기 위해, 또는 조사단이 검찰 측 고위 인사를 조사할 동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정치권도 투서에 반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A씨가 예전 최순실 특검의 특검보였다는 주장이 나온다”며 “김 전 차관과 윤씨를 연결해준 A씨도 재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야당 입막음용 수사’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한국당 곽상도 의원을 수사대상에 포함한 반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제외했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
밝혀진다

나 원내대표는 “재수사 권고가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A씨와 조 의원도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드루킹 재특검’을 받지 않으면, ‘김학의 특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의 정체는 검찰의 수사과정서 밝혀질 공산이 크다. 과거사위가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기 때문에 투서 역시 검찰 쪽으로 넘어간다. 이때 투서 내용의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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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