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민주당 원내 사령탑 쟁탈전

이번 경선에 공천이 달려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슬슬 몸을 푸는 분위기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행된다. 원내대표는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총선 출마에 앞서 치열한 공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구도 역시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동시에 후보들 간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태년·노웅래·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행정안전부)·김영춘(해양수산부)장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매해 5월 둘째 주 치러진다. 민주당은 당헌으로 경선 일정을 정했다. 당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는 한 달 정도다. 홍 원내대표는 이해찬 대표의 등장으로 존재감을 잃었다. 이 대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장악했다. 이 대표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번 경선을 통해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당 대표의
장악력은?

초기 원내대표의 경선 구도는 민주당 김태년 의원과 노웅래 의원의 맞대결이었다. 김 의원의 출마는 예상된 바였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자리서 내려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서 물러난 직후 동료 의원들과 자주 접촉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로 ‘친문 실세’로 통한다. 당 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군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신임도 두텁다. 김 의원은 추미애 대표 체제부터 이해찬 대표 체제에 이르기까지 정책위의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김 의원의 정치적 중량감 역시 한 몫 한다. 김 의원은 경기 성남시수정구서만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 의원과 함께 경선에 뛰어든 노 의원은 비문계의 지지를 받는 당내 비주류다. 노 의원은 원내대표 삼수생이다. 노 의원은 지난 경선서 홍 원내대표를 넘지 못했지만 38표를 득표하는 저력을 보였다.


노 의원은 오래전부터 표밭 일구기에 나섰다. 노 의원의 강점은 스킨십이다. 노 의원은 당 행사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등 적극적이다. 동료 의원들에게 책과 편지, 생일 케이크 등을 선물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노 의원 역시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3선 중진에 속한다. 노 의원은 서울 마포구갑서만 3선을 달성했다.

당장 양자대결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후보는 김 의원이라는 평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의 과반 득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체 128명의 의원 중 과반(64표) 이상을 확보한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원내대표로 당선된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의 등장으로 구도가 복잡해졌다. 이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와 당내 86그룹,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더미래는 민주당 의원들의 정책 모임이다. 이 의원은 민평련과 더미래 정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 당내 운동권 세력과 친밀도가 높다. 운동권 세력은 문재인정부서 주류로 통한다.

원내대표 3선들의 3파전…불꽃 튀는 경쟁
강한 대표 이해찬과 호흡 맞출 적임자는? 


이 의원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설훈 의원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서울 구로구갑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중진의원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경선이 3파전으로 치러지면서 후보자 간 역학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김태년 대항마’로 여겨진다. 이 의원은 당내 친문 인사들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김 의원은 초·재선 친문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김 의원의 행보를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추 대표 체제부터 이 대표 체제까지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뒤 원내대표 경선에 곧바로 뛰어든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의원의 출마는 짙어지는 친문 색채와 연관이 있다. 최근 청와대 1기 참모진 등 친문 인사들이 민주당에 입·복당했다. 차기 총선과 문재인정부의 3년 차 징크스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결집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를 경우, 친문 결집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마저 친문 인사가 꿰차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의원의 경선 참여로 민주당 의원들은 새로운 선택지를 받게 됐다.


우려·걱정
전략·속셈

일각에선 당내에서 제기되는 친문일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의원들의 친문 일변도에 따른 우려는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차기 공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의원이 당선된다면 이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함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체제는 공천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을 차단할 공산이 크다. 동일한 맥락서 의원들이 공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공천개혁 의지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최근 총선 모드로 돌입, 본격적으로 공천에 손을 대고 있다. 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기획단은 지난 26일 국회서 1차 회의를 열었다. 총선 기획단은 후보자의 자격, 공천 심사, 경선 방법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기획단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방안의 투명성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단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고, 최고위원회 결정에 따라 마련한 안건들을 시행할 예정이다.

친문 쏠림 우려 vs 공천 앞둔 셈법
장관 출신 의원? 현실적 어려움?


결국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 개개인이 직접 투표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내부서부터 달궈지고 있는 까닭이다.

기존 후보군 이외의 인사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는지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장관직서 물러난 의원들이 그 대상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망에 올랐다. 김 행안부 장관은 지난 민주당 전대서 출마설에 휩싸였지만 불출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행안부장관이 험지로 통하는 지역구에 당선되면서 경선 출마설이 제기된 것이다.

김 행안부장관은 경기 군포서 내리 3선을 하다 험지로 통하는 TK(대구·경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9대 총선서 대구 수성구갑에, 지난 6회 지방선거서 대구시장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김 행안부장관은 세 번째 도전 끝에 지난 총선서 수성구갑의 문을 열었던 만큼 험지를 돌파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차기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의 ‘얼굴’ 역할을 하는 만큼 당 안팎서 김 행안부장관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행안부장관이 중도층 표심을 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역시 공천과 관련된 의원들의 전략적 계산이란 해석도 있다.

삼자구도?
다자구도?

김 행안부 장관은 최근 원내대표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김 행안부 장관은 지난 27일 “당으로 복귀하면 당장 그동안 소홀했던 대구 수성갑 지역 주민들을 찾아뵙는 게 급선무”라며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럴 뜻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 겸직 장관들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지역구를 챙기는 데 한계가 있다. 차기 총선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민주당에게 TK는 PK(부산·경남)와 함께 동진정책의 교두보로 통한다. 최근 두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휘청거리고 있다.

김 행안부장관은 “4선 의원으로 정부부처 장관직까지 졸업했는데 다시 원내대표에 나설 군번은 아니지 않느냐”며 “일부 요청은 받고 있으나 앞으로 진짜 할 일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진 의원으로서 당 영향력이 약화되는 곳에서 직접 승부를 보겠다는 의중을 비춘 것이다.


김 해수부장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출마설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형국이다. 서울 광진구갑서 재선에 성공한 뒤 부산 부산진구갑서 3선을 달성했던 김 해수부장관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진구갑서 한 차례 낙선한 바 있다.

출마설
뜬구름?

김 국교부장관도 지역구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국교부장관은 오랜 기간 지역구를 비워뒀다.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장관 겸직 의원들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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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단독] ‘눈 뜨고 당하는’ 임차권등기 말소의 이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후폭풍은 엄청났다. 생전 걸음할 일 없다고 생각했던 경찰서를 드나들었고 송사를 치르느라 법정을 오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일은 법원에서 날아온 문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어떤 실수는 손쓸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시에는 실수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갔다가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든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수습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계약이 이뤄진 상태라면 더더욱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김모씨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놀라서 해줬다가 사건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7월 김씨는 경기도 광주의 한 빌라에 거주할 목적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2년, 보증금은 2억200만원으로 했다. 해당 빌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씨가 전세 계약을 맺은 후 임대인이 바뀌었다. 문제는 새로운 임대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는 전세 계약 기간 만료 후인 2019년 9월 해당 빌라에 임차권등기를 마쳤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임차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이사할 수 있는 제도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임차주택에 거주할 때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도 대항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 퇴거하게 되면 이사하는 곳으로 주소를 옮겨야 하니 임차권등기명령을 통해 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권등기명령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만큼, 강한 대항력을 가진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돼있다는 것은 세입자는 더 이상 그 집에 살지 않지만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김씨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에 가입해 뒀다는 사실이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은 전세 계약이 종료됐을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HUG가 대신 돌려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HUG가 임차인에게 먼저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청구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2019년 10월 HUG로부터 전세보증금 전액인 2억200만원을 받았다. 전세 살다 보증금 못 받아 전세보증금 보험으로 구제 이후 김씨는 경기도 안양으로 이사했고 해당 빌라와 관련한 일은 새카맣게 잊고 지냈다. 그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HUG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았으니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이후 5년여 동안 해당 빌라와 관련해 김씨에게까지 영향이 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해당 빌라의 주인이 바뀌는 등 소유권 변동이 일어났지만 김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던 것. 그러다 지난해 11월 김씨에게 임차권등기명령 취소 신청서가 날아들었다. 김씨는 “법원에서 문서가 송달돼 크게 당황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려고 문서에 기재된 번호로 연락했더니 7년 전 전세로 살았던 빌라의 집주인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집주인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갑자기 법원에서 종이가 날아오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에 덜컥 겁을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임차권등기 말소를 위한 서류를 직접 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20일 김씨가 해당 빌라에 걸어놨던 임차권등기가 말소됐다. 해당 빌라에 김씨가 행사할 수 있던 권한이 소멸한 것이다. 동시에 집주인으로서는 등기부등본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렇게 되면 세입자를 구하는 일도 수월해진다. 줄줄이 꼬였다 이때 김씨가 간과한 사실은 HUG의 존재였다. 김씨가 해당 빌라의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세입자가 돈을 받은 뒤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주는 게 실제 일반적인 절차다. 이 과정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전문가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HUG에서 받았다. HUG 입장에서는 해당 빌라의 집주인에게 2억200만원 즉, 돌려받아야 할 돈이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으로 말소해버린 것이다. 동시에 김씨가 배당 순위에서 밀리게 되면서 HUG는 대위변제한 보증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해졌다. 여기에 은행, 지자체 등 후순위 채권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김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HUG 경기관리센터(이하 HUG 경기센터)는 “모든 임차인은 HUG에 대위변제를 받으면서 대위변제증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HUG로부터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을 당시 작성한 대위변제증서에는 ‘본인(김씨)은 HUG가 대위변제금 및 제반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HUG의 동의 없이 주택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겠으며 본인의 주택임차권등기 말소로 인해 HUG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HUG 경기센터는 “HUG는 대위변제 물건을 경매에 넘겨서 배당을 회수하는데 임차권등기명령을 무단 말소하면 경매에서 배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UG에 연락했으면 대신 응소해 임차권등기를 지켰을 텐데 당시 김씨가 연로해 이런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낙장불입 그러나… 김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주인이) 내가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았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를 말소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본인(집주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 임차권등기를 말소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나를 속였다”며 “내 입장에서는 전세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주인 말에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김씨가 집주인과 해당 빌라의 채권자들에게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피고(집주인)가 원고(김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고의적인 기망행위를 했다거나 그로 인해 김씨가 신청 취하 행위 자체에 착오에 빠져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김씨의 “속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김씨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HUG 경기센터는 대위변제한 보증금 회수를 위해 일단 김씨의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다. 그러면서도 김씨의 상황을 참작하고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임차권등기 무단 말소 무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HUG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한번도 진행한 적 없는 소송이라고 한다. “억울하다” 법원 인정 안 해 HUG, 구제 위해 소송 제기 HUG 경기센터는 “그동안 임차권등기가 말소되면 복구할 가능성이 없는 것(낙장불입)으로 보고 임차인 손해배상 청구로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임차권등기 말소 무효 소송을 통해 원상복구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 자문이 있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송이 HUG의 승소로 종결돼 임차권등기가 부활하면 김씨에 대한 구제가 가능하다. 이때 김씨는 소송 실비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HUG 경기센터가 제기한 소송은 김씨에게 해당 빌라에 걸려 있던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HUG가 김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만큼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권한도 HUG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니 김씨의 임차권등기 말소 행위는 무효라는 게 골자다. HUG 경기센터는 “김씨가 임차권등기를 무단 말소하면서 채권 선순위로 올라온 은행, 세무서, 지자체 등이 김씨의 억울함을 헤아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응소하지 않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은 김씨가 별도로 제기했던 소송에 모두 대응한 전력이 있어 HUG가 제기한 소송에도 응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HUG가 김씨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 구제를 위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이들 후순위 채권자들도 집주인의 허위 소송에 안타깝게 속아 임차권등기를 말소한 김씨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실제 김씨가 제기한 ‘임차권등기 말소 회복 청구 등’ 소송에서 은행 한 곳은 대응하지 않았다. 순간 실수 인정될까? 김씨는 집주인과 채권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의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HUG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법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일이 벌어지고 HUG로부터 연락을 받고 난 뒤에야 상황을 파악했다”며 “재산은 (가압류로) 묶였고 소송비용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