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④서울 망우리공원

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망우리공원에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더듬어보면 어떨까.
 

▲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많은 망우리공원

망우리공원은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이다. 우거진 숲에 고즈넉한 ‘사색의길’이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다. 뜨겁게 살다 간 근현대 위인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 열정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현재 7400여기

망우리공원은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 사이에 있다.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망우리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망우리공동묘지’로 부르는 이가 적잖다. 망우리공동묘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약 83만2800㎡ 규모로 문을 열어 1973년까지 운영됐다. 2만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 나무를 심어, 망우리공원은 울창한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망우산을 따라 조성한 사색의길 주변에는 물 맑은 약수터도 많다.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

망우리공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사색의길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나온다. 망우산순환도로를 정비해 만든 사색의길은 5.2km에 달한다. 산책로 곳곳에 연보비가 눈에 띈다. 독립운동가와 문화 예술가의 넋을 기리는 비석으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와 합장묘

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의 연보비에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라고 새겨져 있다. 짧지만 강한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돼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 하냐”는 조봉암 선생의 연보비에서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 등록문화재 519호로 지정된 만해 한용운의 묘

본격적인 산책에 나서기 전,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부터 둘러보자. 바닥에는 망우리공원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과 중랑둘레길 스탬프 투어용 스탬프함이 있다. 이곳은 망우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중랑둘레길의 출발점으로, 망우산 이미지가 새겨진 도장을 찍을 수 있다.
 

▲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의 묘

길은 입구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순환하는 길이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왼쪽 길에 들어서 걷다 보면 이태원묘지 합장비 표지판이 나온다. 유관순 열사를 추모하는 곳이다. 유관순 열사는 순국 후 이태원공원묘지에 안장됐는데, 일제가 공동묘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해를 분실했다. 당시 연고가 없는 무덤 2만8000기의 유해를 화장한 뒤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 묘지가 무연고 처리됐기 때문에 이 묘지에 합장됐으리라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 이중섭 화가의 묘비에는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연보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3·1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의 묘(등록문화재 519호)다. 
 

▲ 〈목마와 숙녀〉 한 구절이 새겨진 박인환 시인의 연보비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으로 저항문학을 선도했던 인물로, 이곳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큰 곳”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장정환,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무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망우리공원 전망대에서 본 중랑구 시내 전경

망우리공원에는 도산 안창호의 흔적도 있다. 도산은 임시정부의 지도자로 이곳에 묘지가 있었으나, 강남구 신사동에 도산공원이 조성되면서 이장했다. 도산의 비서로 임시정부에 참여한 유상규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망우리공원에 잠들었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의 묘지다. 묘비에는 ‘어린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뜻의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이에 어울리는 글귀다.
망우리공원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조각가 권진규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묘지도 있다. 추모객이 많은 묘지 중 하나는 이중섭 화가의 무덤이다. 화가의 묘비에는 원 안에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이는 후배 차근호의 작품으로 이중섭의 두 아들을 상징한다.
 

▲ 커다란 소나무가 늘어선 구리 동구릉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
우거진 숲으로 고즈넉한 ‘사색의길’ 조성 

감수성이 풍부한 시로 인기를 얻은 박인환의 연보비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새겨졌다.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어두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
 

▲ 아차산봉수대터에 복원된 봉수대

망우리공원을 둘러보면 묘지라기보다 야외 역사박물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소중한 공간이다. 망우리공원을 2015년 미래 유산으로 선정한 서울시와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결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봉화산둘레길을 걷는 등산객

이곳에 잠든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출간한 김영식 작가는 “망우리묘지의 숲에서 시내를 보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며 “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돌아보고 궁으로 가던 중 이곳에 발길을 멈춰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망우(忘憂).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역사 문화 벨트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바뀔 전망이다.
망우리공원에서 역사 인물을 만났다면,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에서는 조선의 왕을 알현할 차례다.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년 능제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유산으로, 왕릉 9기가 있다.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순조의 아들인 문조의 수릉이 조성된 1855년 이후로 이전에는 동오릉, 동칠릉이라 했다. 9기 중 태조의 건원릉이 조선 왕릉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건원릉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를 덮은 점이 독특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구릉은 참나무와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숲이 울창해 나들이객이 많다.
봉화산 정상에 있는 아차산봉수대터도 역사적인 장소다. 아차산봉수대는 양주 한이산에서 소식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한 봉수대다. 봉화산 정상은 해발고도 약 160m로 낮지만, 사방이 트여 봉화를 올리기 적당했다. 봉화산은 주택가가 가까워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4.2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있다.
 

▲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망우리공원 아래 자리한 중랑캠핑숲도 인기가 많다. 서울 도심 공원에 처음 설치된 오토캠핑장으로 잔디밭과 바비큐 그릴, 야외 테이블을 갖췄다. 중랑캠핑숲은 가족 단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가족캠프존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문화존, 생태학습존, 숲체험존, 나들이공원으로 구성되며 양원숲속도서관도 있어 봄맞이 문학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중랑캠핑숲

암벽등반에 관심이 있다면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높이 17m, 폭 30m의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을 이용하자. 클라이밍장 옆에는 용마폭포와 청룡폭포, 백마폭포 등 인공폭포 3개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폭포수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인공폭포라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니,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가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망우리공원 여행: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동구릉 여행: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둘째 날: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랑구 문화관광 www.jungnang.go.kr/portal/culturetour/main.do?menuNo=200365
- 서울시설공단 www.sisul.or.kr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https://nationaltrust.or.kr
- 문화재청 www.cha.go.kr
-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http://jscf.modoo.at

문의 전화 
- 중랑구청 문화관광과 02)2094-1814
- 망우묘지관리사무소 02)434-3337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중랑캠핑숲 02)434-4371~2
- 용마폭포공원 02)2094-2965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 망우역·망우지구대 정류장에서 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88번·167번·201번·202번·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서울광장→세종대로 광화문 방면→세종대로사거리에서 종로1가 방면 우회전→시조사삼거리에서 삼육서울병원·중랑교 방면 우회전→망우로→망우치안센터·망우리공원 방면 우회전, 직진→망우리공원

숙박 정보
- 메이호텔: 중랑구 망우로52길, 02)493-1100
- 호텔드씨엘: 중랑구 동일로, 02)975-9380
- 더홀릭호텔: 중랑구 망우로50길, 02)439-0082
- 상봉칼튼호텔: 중랑구 상봉로26길, 02)496-3618, https://sbcarltonhotel.modoo.at

식당 정보
- 서옹메밀막국수(막국수·들깨칼국수): 경기 구리시 경춘로, 031)568-7006
- 용마해장국(해장국): 중랑구 용마공원로5길, 02)2209-5938
- 농부보쌈(보쌈): 중랑구 용마산로, 02)2207-9291
- 망우찜쌈밥(쌈밥): 중랑구 용마공원로2길, 02)437-0175

주변 볼거리
봉화산옹기테마공원, 서울장미공원, 성덕사, 우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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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