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④서울 망우리공원

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망우리공원에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더듬어보면 어떨까.
 

▲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많은 망우리공원

망우리공원은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이다. 우거진 숲에 고즈넉한 ‘사색의길’이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다. 뜨겁게 살다 간 근현대 위인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 열정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현재 7400여기

망우리공원은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 사이에 있다.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망우리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망우리공동묘지’로 부르는 이가 적잖다. 망우리공동묘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약 83만2800㎡ 규모로 문을 열어 1973년까지 운영됐다. 2만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 나무를 심어, 망우리공원은 울창한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망우산을 따라 조성한 사색의길 주변에는 물 맑은 약수터도 많다.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

망우리공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사색의길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나온다. 망우산순환도로를 정비해 만든 사색의길은 5.2km에 달한다. 산책로 곳곳에 연보비가 눈에 띈다. 독립운동가와 문화 예술가의 넋을 기리는 비석으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와 합장묘

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의 연보비에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라고 새겨져 있다. 짧지만 강한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돼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 하냐”는 조봉암 선생의 연보비에서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 등록문화재 519호로 지정된 만해 한용운의 묘

본격적인 산책에 나서기 전,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부터 둘러보자. 바닥에는 망우리공원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과 중랑둘레길 스탬프 투어용 스탬프함이 있다. 이곳은 망우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중랑둘레길의 출발점으로, 망우산 이미지가 새겨진 도장을 찍을 수 있다.
 

▲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의 묘

길은 입구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순환하는 길이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왼쪽 길에 들어서 걷다 보면 이태원묘지 합장비 표지판이 나온다. 유관순 열사를 추모하는 곳이다. 유관순 열사는 순국 후 이태원공원묘지에 안장됐는데, 일제가 공동묘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해를 분실했다. 당시 연고가 없는 무덤 2만8000기의 유해를 화장한 뒤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 묘지가 무연고 처리됐기 때문에 이 묘지에 합장됐으리라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 이중섭 화가의 묘비에는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연보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3·1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의 묘(등록문화재 519호)다. 
 

▲ 〈목마와 숙녀〉 한 구절이 새겨진 박인환 시인의 연보비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으로 저항문학을 선도했던 인물로, 이곳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큰 곳”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장정환,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무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망우리공원 전망대에서 본 중랑구 시내 전경

망우리공원에는 도산 안창호의 흔적도 있다. 도산은 임시정부의 지도자로 이곳에 묘지가 있었으나, 강남구 신사동에 도산공원이 조성되면서 이장했다. 도산의 비서로 임시정부에 참여한 유상규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망우리공원에 잠들었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의 묘지다. 묘비에는 ‘어린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뜻의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이에 어울리는 글귀다.
망우리공원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조각가 권진규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묘지도 있다. 추모객이 많은 묘지 중 하나는 이중섭 화가의 무덤이다. 화가의 묘비에는 원 안에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이는 후배 차근호의 작품으로 이중섭의 두 아들을 상징한다.
 

▲ 커다란 소나무가 늘어선 구리 동구릉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
우거진 숲으로 고즈넉한 ‘사색의길’ 조성 

감수성이 풍부한 시로 인기를 얻은 박인환의 연보비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새겨졌다.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어두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
 

▲ 아차산봉수대터에 복원된 봉수대

망우리공원을 둘러보면 묘지라기보다 야외 역사박물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소중한 공간이다. 망우리공원을 2015년 미래 유산으로 선정한 서울시와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결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봉화산둘레길을 걷는 등산객

이곳에 잠든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출간한 김영식 작가는 “망우리묘지의 숲에서 시내를 보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며 “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돌아보고 궁으로 가던 중 이곳에 발길을 멈춰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망우(忘憂).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역사 문화 벨트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바뀔 전망이다.
망우리공원에서 역사 인물을 만났다면,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에서는 조선의 왕을 알현할 차례다.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년 능제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유산으로, 왕릉 9기가 있다.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순조의 아들인 문조의 수릉이 조성된 1855년 이후로 이전에는 동오릉, 동칠릉이라 했다. 9기 중 태조의 건원릉이 조선 왕릉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건원릉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를 덮은 점이 독특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구릉은 참나무와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숲이 울창해 나들이객이 많다.
봉화산 정상에 있는 아차산봉수대터도 역사적인 장소다. 아차산봉수대는 양주 한이산에서 소식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한 봉수대다. 봉화산 정상은 해발고도 약 160m로 낮지만, 사방이 트여 봉화를 올리기 적당했다. 봉화산은 주택가가 가까워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4.2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있다.
 

▲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망우리공원 아래 자리한 중랑캠핑숲도 인기가 많다. 서울 도심 공원에 처음 설치된 오토캠핑장으로 잔디밭과 바비큐 그릴, 야외 테이블을 갖췄다. 중랑캠핑숲은 가족 단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가족캠프존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문화존, 생태학습존, 숲체험존, 나들이공원으로 구성되며 양원숲속도서관도 있어 봄맞이 문학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중랑캠핑숲

암벽등반에 관심이 있다면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높이 17m, 폭 30m의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을 이용하자. 클라이밍장 옆에는 용마폭포와 청룡폭포, 백마폭포 등 인공폭포 3개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폭포수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인공폭포라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니,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가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망우리공원 여행: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동구릉 여행: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둘째 날: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랑구 문화관광 www.jungnang.go.kr/portal/culturetour/main.do?menuNo=200365
- 서울시설공단 www.sisul.or.kr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https://nationaltrust.or.kr
- 문화재청 www.cha.go.kr
-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http://jscf.modoo.at

문의 전화 
- 중랑구청 문화관광과 02)2094-1814
- 망우묘지관리사무소 02)434-3337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중랑캠핑숲 02)434-4371~2
- 용마폭포공원 02)2094-2965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 망우역·망우지구대 정류장에서 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88번·167번·201번·202번·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서울광장→세종대로 광화문 방면→세종대로사거리에서 종로1가 방면 우회전→시조사삼거리에서 삼육서울병원·중랑교 방면 우회전→망우로→망우치안센터·망우리공원 방면 우회전, 직진→망우리공원


숙박 정보
- 메이호텔: 중랑구 망우로52길, 02)493-1100
- 호텔드씨엘: 중랑구 동일로, 02)975-9380
- 더홀릭호텔: 중랑구 망우로50길, 02)439-0082
- 상봉칼튼호텔: 중랑구 상봉로26길, 02)496-3618, https://sbcarltonhotel.modoo.at

식당 정보
- 서옹메밀막국수(막국수·들깨칼국수): 경기 구리시 경춘로, 031)568-7006
- 용마해장국(해장국): 중랑구 용마공원로5길, 02)2209-5938
- 농부보쌈(보쌈): 중랑구 용마산로, 02)2207-9291
- 망우찜쌈밥(쌈밥): 중랑구 용마공원로2길, 02)437-0175

주변 볼거리
봉화산옹기테마공원, 서울장미공원, 성덕사, 우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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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