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④서울 망우리공원

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망우리공원에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더듬어보면 어떨까.
 

▲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많은 망우리공원

망우리공원은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이다. 우거진 숲에 고즈넉한 ‘사색의길’이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다. 뜨겁게 살다 간 근현대 위인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 열정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현재 7400여기

망우리공원은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 사이에 있다.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망우리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망우리공동묘지’로 부르는 이가 적잖다. 망우리공동묘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약 83만2800㎡ 규모로 문을 열어 1973년까지 운영됐다. 2만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 나무를 심어, 망우리공원은 울창한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망우산을 따라 조성한 사색의길 주변에는 물 맑은 약수터도 많다.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

망우리공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사색의길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나온다. 망우산순환도로를 정비해 만든 사색의길은 5.2km에 달한다. 산책로 곳곳에 연보비가 눈에 띈다. 독립운동가와 문화 예술가의 넋을 기리는 비석으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와 합장묘

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의 연보비에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라고 새겨져 있다. 짧지만 강한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돼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 하냐”는 조봉암 선생의 연보비에서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 등록문화재 519호로 지정된 만해 한용운의 묘

본격적인 산책에 나서기 전,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인물전시장부터 둘러보자. 바닥에는 망우리공원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과 중랑둘레길 스탬프 투어용 스탬프함이 있다. 이곳은 망우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중랑둘레길의 출발점으로, 망우산 이미지가 새겨진 도장을 찍을 수 있다.
 

▲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의 묘

길은 입구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순환하는 길이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왼쪽 길에 들어서 걷다 보면 이태원묘지 합장비 표지판이 나온다. 유관순 열사를 추모하는 곳이다. 유관순 열사는 순국 후 이태원공원묘지에 안장됐는데, 일제가 공동묘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해를 분실했다. 당시 연고가 없는 무덤 2만8000기의 유해를 화장한 뒤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 묘지가 무연고 처리됐기 때문에 이 묘지에 합장됐으리라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 이중섭 화가의 묘비에는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연보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민족 대표 33인으로 3·1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의 묘(등록문화재 519호)다. 
 

▲ 〈목마와 숙녀〉 한 구절이 새겨진 박인환 시인의 연보비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으로 저항문학을 선도했던 인물로, 이곳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큰 곳”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장정환,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무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 망우리공원 전망대에서 본 중랑구 시내 전경

망우리공원에는 도산 안창호의 흔적도 있다. 도산은 임시정부의 지도자로 이곳에 묘지가 있었으나, 강남구 신사동에 도산공원이 조성되면서 이장했다. 도산의 비서로 임시정부에 참여한 유상규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망우리공원에 잠들었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의 묘지다. 묘비에는 ‘어린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뜻의 동심여선(童心如仙)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이에 어울리는 글귀다.
망우리공원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조각가 권진규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의 묘지도 있다. 추모객이 많은 묘지 중 하나는 이중섭 화가의 무덤이다. 화가의 묘비에는 원 안에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이는 후배 차근호의 작품으로 이중섭의 두 아들을 상징한다.
 

▲ 커다란 소나무가 늘어선 구리 동구릉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
우거진 숲으로 고즈넉한 ‘사색의길’ 조성 

감수성이 풍부한 시로 인기를 얻은 박인환의 연보비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새겨졌다.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어두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
 

▲ 아차산봉수대터에 복원된 봉수대

망우리공원을 둘러보면 묘지라기보다 야외 역사박물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소중한 공간이다. 망우리공원을 2015년 미래 유산으로 선정한 서울시와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결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봉화산둘레길을 걷는 등산객

이곳에 잠든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출간한 김영식 작가는 “망우리묘지의 숲에서 시내를 보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며 “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돌아보고 궁으로 가던 중 이곳에 발길을 멈춰 “그동안의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망우(忘憂).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역사 문화 벨트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바뀔 전망이다.
망우리공원에서 역사 인물을 만났다면,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에서는 조선의 왕을 알현할 차례다.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년 능제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유산으로, 왕릉 9기가 있다.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순조의 아들인 문조의 수릉이 조성된 1855년 이후로 이전에는 동오릉, 동칠릉이라 했다. 9기 중 태조의 건원릉이 조선 왕릉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건원릉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를 덮은 점이 독특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구릉은 참나무와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숲이 울창해 나들이객이 많다.
봉화산 정상에 있는 아차산봉수대터도 역사적인 장소다. 아차산봉수대는 양주 한이산에서 소식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한 봉수대다. 봉화산 정상은 해발고도 약 160m로 낮지만, 사방이 트여 봉화를 올리기 적당했다. 봉화산은 주택가가 가까워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4.2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있다.
 

▲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망우리공원 아래 자리한 중랑캠핑숲도 인기가 많다. 서울 도심 공원에 처음 설치된 오토캠핑장으로 잔디밭과 바비큐 그릴, 야외 테이블을 갖췄다. 중랑캠핑숲은 가족 단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가족캠프존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문화존, 생태학습존, 숲체험존, 나들이공원으로 구성되며 양원숲속도서관도 있어 봄맞이 문학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중랑캠핑숲

암벽등반에 관심이 있다면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높이 17m, 폭 30m의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을 이용하자. 클라이밍장 옆에는 용마폭포와 청룡폭포, 백마폭포 등 인공폭포 3개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폭포수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인공폭포라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니,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가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망우리공원 여행: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동구릉 여행: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망우리공원→중랑캠핑숲 
둘째 날: 구리 동구릉→아차산봉수대터→용마폭포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랑구 문화관광 www.jungnang.go.kr/portal/culturetour/main.do?menuNo=200365
- 서울시설공단 www.sisul.or.kr
- 한국내셔널트러스트 https://nationaltrust.or.kr
- 문화재청 www.cha.go.kr
-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 http://jscf.modoo.at

문의 전화 
- 중랑구청 문화관광과 02)2094-1814
- 망우묘지관리사무소 02)434-3337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중랑캠핑숲 02)434-4371~2
- 용마폭포공원 02)2094-2965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경의중앙선 망우역 1번 출구, 망우역·망우지구대 정류장에서 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88번·167번·201번·202번·270번 버스 이용, 동부제일병원 정류장 하차, 망우리공원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서울광장→세종대로 광화문 방면→세종대로사거리에서 종로1가 방면 우회전→시조사삼거리에서 삼육서울병원·중랑교 방면 우회전→망우로→망우치안센터·망우리공원 방면 우회전, 직진→망우리공원


숙박 정보
- 메이호텔: 중랑구 망우로52길, 02)493-1100
- 호텔드씨엘: 중랑구 동일로, 02)975-9380
- 더홀릭호텔: 중랑구 망우로50길, 02)439-0082
- 상봉칼튼호텔: 중랑구 상봉로26길, 02)496-3618, https://sbcarltonhotel.modoo.at

식당 정보
- 서옹메밀막국수(막국수·들깨칼국수): 경기 구리시 경춘로, 031)568-7006
- 용마해장국(해장국): 중랑구 용마공원로5길, 02)2209-5938
- 농부보쌈(보쌈): 중랑구 용마산로, 02)2207-9291
- 망우찜쌈밥(쌈밥): 중랑구 용마공원로2길, 02)437-0175

주변 볼거리
봉화산옹기테마공원, 서울장미공원, 성덕사, 우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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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