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락한 항공재벌 조양호·박삼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09:47:51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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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고, 밀려나고…땅을 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항공재벌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의 총수들이 경영 일선서 전격 물러났다. 한 명은 경영권이 박탈됐고, 한 명은 자진사퇴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서 내려오게 됐다. 국내서 최초로 주주권 행사에 따라 오너 총수가 물러났으며,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파란의 주총
결국 물러나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오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표 대결서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한항공의 지분을 11.56%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예상대로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고 뜻을 이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수탁위는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과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에 대한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탁위에서는 조 회장의 부인과 세 자녀에 대해서도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이 이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이 같은 기류에 동참했다.

결국 참석 주주들의 의향도 조 회장의 연임 반대로 기울면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재벌 중심의 한국 재계에 경종을 가하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보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국민연금은 뉴욕 월스트리트서도 큰손으로 꼽힌다.

경영권 박탈, 자진 사퇴…2세 시대 저물어
날개 꺾인 대한·아시아나항공 ‘어디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재벌 총수 일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의 승리라는 의미에도 초점을 맞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년 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조 회장은 1999년 부친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뒤 줄곧 경영 일선에 있었다.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한항공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권한과 실력을 갖추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8일 인천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한진정보통신의 사장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이 됐다. 1996년에는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에는 한진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이 조 회장의 작은아버지,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이태희 대한항공 법률고문이 자형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동생이다. 동생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지병으로 고인이 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제수다. 

조 회장은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이사에 올라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장녀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장남,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차녀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전문의 박종주씨로 현재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녀인 김미연씨와 결혼했다.

복귀는 언제?
다음 카드는?

현재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질 횡포와 비리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전면적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14일 해외 재산 은닉과 세금 포탈 등을 뿌리 뽑기 위해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 조사와 처벌, 수익 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검찰은 2018년 5월10일경부터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 배임·횡령 혐의와 상속세 500억원 포탈 혐의 등을 놓고 수사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쳤다.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조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 규모는 모두 270억원가량이다.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 병원 근처서 고용 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고,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약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조 회장 일가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KE086편을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여객기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조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항소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전무가 던졌다는 물컵은 검찰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내외에 쌓여 있던 한진 오너 일가에 분노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이사장도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 갑질 횡포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10일 이 이사장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조 회장은 2016년 11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서 물러났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2016년 5월 조직위원장서 물러나던 시기에 일어난 각종 상황의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리스크
예견된 결과

조 회장은 그해 5월 위원장 자리서 돌연 물러나며 한진해운의 정상화에 힘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조 회장이 2년 넘게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을 쏟아왔던 만큼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씨와 연관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한 각종 이권사업을 거부해 위원장 자리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 회장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그룹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다. 전격적인 용퇴다. 지난 28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지고 퇴진을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서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룹은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상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그룹의 비상 경영을 이끌게 된 이원태 부회장은 지난 1972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특히 1993년부터 금호아시아나의 중국사업 전진기지인 북경 대표처서 근무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을 이끈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빠른 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박 회장은 이번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항공 계열사의 경영 일선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은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결심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그에 따른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 퇴진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오너 비리·갑질 주주들 제동
남아있는 두 아들 역할에 주목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의견 한정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박 회장의 자진 퇴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오너 박 회장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 악화 등과 같은 재계의 상황도 박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도 지난해 이른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논란’에 휘말리며 비난을 받았다. 

한편 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사퇴 발표 전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서 물러나기 전 이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1945년 3월19일 광주서 태어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국합성고무 창업회장인 박인천 명예회장과 한국부인회 광주전남지부 이사장인 이순정씨의 5남3녀 가운데 삼남이다. 위로 두 명의 형과 두 명의 누나가 있다. 박성용 2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경애씨, 박정구 3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이 그들이다.

아래로 남동생 둘, 여동생 하나가 있는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다. 배영환 삼화고속 회장이 자형,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매제다.

박 회장은 이정환 전 재무부장관의 차녀 이경렬씨와 결혼했으며, 자녀로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인인 이정환 전 장관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고려대학교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위기냐
기회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지냈다.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 경영에 시련을 겪었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박 회장도 소송을 취하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금호타이어 인수서 자금력 부족으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내식 대란과 성추행 의혹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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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