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로구의원 수상한 통장내역 추적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구의원 후보자의 남편이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실제 계좌 주인의 문제 제기로 진행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구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6·13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201712월 현역 기초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기초의원들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는 조사였다. 그 결과 기초의원 10명 중 7명은 정당공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기초의원의 70%가 정당서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단수공천
초선의원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기초 지방의회 정책과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초의회의원 1559명 중 68.8%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방지’(56.6%),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풍토 개선’(20.9%), ‘각종 비리와 공천 관행의 근절’(20.5%) 순이었다.

··구의회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등에 비해 적은 수의 유권자를 만나기 때문에 후보자의 특정 행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행사하는 공천권의 향방에 따라 당선의 축배와 낙선의 고배가 갈릴 수 있다. 기초의회 시의원·구의원을 꿈꾸는 후보자들이 공천과 지역주민의 여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선거 전과 선거운동 기간, 선거 후까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천을 받기 위한 검은돈, 지역주민에게 건네지는 금품과 향응 등은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고질적인 병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서는 매번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지만 진흙탕 싸움은 여전히 전국 곳곳서 일어난다.

서울 구로구서도 구로구의회 조미향 구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조 의원은 6·13선거서 단수공천을 받아 구로구 나선거구(신도림동·구로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친구에게 통장·카드 부탁
선거 1년 전부터 사용해

2인 선거구인 구로구 나선거구에는 조 의원과 함께 재선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최숙자 의원(당시 후보자), 바른미래당 김종우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조 의원은 61.4%(21658)의 높은 득표율로 24.5%(8657)를 얻은 최 의원과 함께 구로구의회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선거 경험이 없던 정치신인이 지역주민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초선의원으로 입성한 것이다.

한 구로구의회 관계자는 선거 1년여 전부터 조 의원이 구의원으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공천만 받으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말도 많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조 의원의 남편 변모씨가 6·13지방선거 1년 전인 20178월부터 선거가 끝난 이후인 지난해 7월까지 1년에 걸쳐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기부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해당 의혹은 변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박모씨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변씨는 2017830일 박씨에게 통장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와 변씨는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함께 건물을 구입할 만큼 친분이 돈독했다. 박씨는 “(변씨가) 아내(조 의원)의 선거 때문에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친한 친구의 부탁이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통장계좌와 카드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2017830일 박씨와 변씨는 은행을 찾아 바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후 변씨는 4000만원을 박씨의 계좌에 입금했고 2018729일까지 사용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30일 계좌에 남아 있던 돈 432만원을 출금해 잔고를 0원으로 만들었다. 변씨는 아내 조 의원의 선거운동 기간을 포함해 11개월 동안 약 3600만원을 사용했다.

3명 중 1등
60% 지지 받아

음식점, 술집, 커피숍, 마트, 빵집, 약국 등 사용처는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사용한 내역이 많았다. 201794일 매운탕·해물탕집서 75000, 2017915일 고깃집서 105000, 2017114일 또 다른 고깃집서 15만원, 20171118일 술집서 121000, 20171222일에는 각각 두 곳의 고깃집서 88000, 56000원을 썼다.

2018121일에는 한 음식점서 3번에 걸쳐 69000, 35000, 6000원을 썼다. 같은 해 125일 고깃집서 101000, 24일 식당서 121000, 220일 청국장집서 75000원을 지불했다. 224일에는 청국장집서 36000, 치킨집서 57000원을 썼다. 지방선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이후에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32일부터 ·도의원, ·시의원 및 장의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3명 이내의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고 명함을 배부하거나 전자우편 및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구민에게 식사 제공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 지난해 4월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는 3월부터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서 선거구민에게 10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명함을 배부하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예비후보자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화성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 왜?
3600만원 써

박씨 계좌서 큰 돈이 움직인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변씨는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이 한창이던 201844일 현금으로 1500만원을 찾았다. 변씨의 체크카드 사용은 2018730일 잔고를 모두 인출할 때까지 계속됐다.

박씨는 변씨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제113(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는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포함)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 ▲조미향 구로구의원

후보자는 물론 그 배우자의 행위로도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112)에는 선거사무소 등의 개소식서 당원이나 선거사무 관계자들에게 통상적인 범위의 다과를 제공하는 등의 의례적 행위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의회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일정 액수를 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구로구의회 구의원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서도 김밥이나 간단한 과일 등 1인당 3000원을 넘지 않는 범위서 준비한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직선거법이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일당을 지급할 때 밥값은 빼고 줘야 한다고도 전했다.

박씨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개월) 내인 지난해 1026일 변씨 문제와 관련해 조 의원을 피진정인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진정서와 계좌 입출금 내역서를 함께 제출했다.

검 “증거 불충분 ” 판단
피진정인 조사 안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40여일 뒤인 같은 해 1210일 박씨의 진정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씨의 진술과 계좌거래 내역으로 조 의원 또는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입증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선거구민인지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원칙적으로는 각 기부행위의 수령자별로 금품 수령행위가 인정돼야 하고, 최소한 그와 같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당시 실재했는지와 동인이 선거구민 등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서 특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 그 돈으로 특정 상대방에게 밥이나 술 등을 사줬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그 특정 상대방이 조 의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민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씨와 주변 관계자들은 검찰의 판단이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나는 진정을 내고 검찰서 1차례 조사를 받았다그런데 피진정인 조 의원과 변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씨가 카드를 사용한 장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 구로구에 있는 음식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드 내역에 찍힌 상점은 구로와 신도림에 위치한 곳이 많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계좌로 4000만원이라는 돈을 사용했다는 점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다”며 피진정인(조 의원)은 물론 계좌를 실제로 사용한 변씨를 불러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씨가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음식점서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음식점 사용 내역 말고 돈의 인출 과정 등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남편 일인데
“아는 바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남편의 일인데도 아는 게 없는지라고 재차 묻자 회의 중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변씨 역시 지방에 있어서 통화가 힘들다”며 변호사와 통화해보라고 말했다. 이후 추가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닿지 않았다.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3월24일자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제하의 기사에서 서울시 구로구 구의원인 조미향 의원의 배우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선거법 위반 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미향 의원 측에서는 피진정인 조사를 거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