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로구의원 수상한 통장내역 추적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구의원 후보자의 남편이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실제 계좌 주인의 문제 제기로 진행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구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6·13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201712월 현역 기초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기초의원들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는 조사였다. 그 결과 기초의원 10명 중 7명은 정당공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기초의원의 70%가 정당서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단수공천
초선의원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기초 지방의회 정책과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초의회의원 1559명 중 68.8%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방지’(56.6%),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풍토 개선’(20.9%), ‘각종 비리와 공천 관행의 근절’(20.5%) 순이었다.

··구의회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등에 비해 적은 수의 유권자를 만나기 때문에 후보자의 특정 행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행사하는 공천권의 향방에 따라 당선의 축배와 낙선의 고배가 갈릴 수 있다. 기초의회 시의원·구의원을 꿈꾸는 후보자들이 공천과 지역주민의 여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선거 전과 선거운동 기간, 선거 후까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천을 받기 위한 검은돈, 지역주민에게 건네지는 금품과 향응 등은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고질적인 병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서는 매번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지만 진흙탕 싸움은 여전히 전국 곳곳서 일어난다.

서울 구로구서도 구로구의회 조미향 구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조 의원은 6·13선거서 단수공천을 받아 구로구 나선거구(신도림동·구로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친구에게 통장·카드 부탁
선거 1년 전부터 사용해

2인 선거구인 구로구 나선거구에는 조 의원과 함께 재선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최숙자 의원(당시 후보자), 바른미래당 김종우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조 의원은 61.4%(21658)의 높은 득표율로 24.5%(8657)를 얻은 최 의원과 함께 구로구의회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선거 경험이 없던 정치신인이 지역주민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초선의원으로 입성한 것이다.

한 구로구의회 관계자는 선거 1년여 전부터 조 의원이 구의원으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공천만 받으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말도 많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조 의원의 남편 변모씨가 6·13지방선거 1년 전인 20178월부터 선거가 끝난 이후인 지난해 7월까지 1년에 걸쳐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기부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해당 의혹은 변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박모씨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변씨는 2017830일 박씨에게 통장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와 변씨는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함께 건물을 구입할 만큼 친분이 돈독했다. 박씨는 “(변씨가) 아내(조 의원)의 선거 때문에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친한 친구의 부탁이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통장계좌와 카드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2017830일 박씨와 변씨는 은행을 찾아 바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후 변씨는 4000만원을 박씨의 계좌에 입금했고 2018729일까지 사용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30일 계좌에 남아 있던 돈 432만원을 출금해 잔고를 0원으로 만들었다. 변씨는 아내 조 의원의 선거운동 기간을 포함해 11개월 동안 약 3600만원을 사용했다.

3명 중 1등
60% 지지 받아

음식점, 술집, 커피숍, 마트, 빵집, 약국 등 사용처는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사용한 내역이 많았다. 201794일 매운탕·해물탕집서 75000, 2017915일 고깃집서 105000, 2017114일 또 다른 고깃집서 15만원, 20171118일 술집서 121000, 20171222일에는 각각 두 곳의 고깃집서 88000, 56000원을 썼다.

2018121일에는 한 음식점서 3번에 걸쳐 69000, 35000, 6000원을 썼다. 같은 해 125일 고깃집서 101000, 24일 식당서 121000, 220일 청국장집서 75000원을 지불했다. 224일에는 청국장집서 36000, 치킨집서 57000원을 썼다. 지방선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이후에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32일부터 ·도의원, ·시의원 및 장의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3명 이내의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고 명함을 배부하거나 전자우편 및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구민에게 식사 제공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 지난해 4월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는 3월부터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서 선거구민에게 10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명함을 배부하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예비후보자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화성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 왜?
3600만원 써

박씨 계좌서 큰 돈이 움직인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변씨는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이 한창이던 201844일 현금으로 1500만원을 찾았다. 변씨의 체크카드 사용은 2018730일 잔고를 모두 인출할 때까지 계속됐다.

박씨는 변씨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제113(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는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포함)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 ▲조미향 구로구의원

후보자는 물론 그 배우자의 행위로도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112)에는 선거사무소 등의 개소식서 당원이나 선거사무 관계자들에게 통상적인 범위의 다과를 제공하는 등의 의례적 행위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의회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일정 액수를 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구로구의회 구의원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서도 김밥이나 간단한 과일 등 1인당 3000원을 넘지 않는 범위서 준비한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직선거법이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일당을 지급할 때 밥값은 빼고 줘야 한다고도 전했다.

박씨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개월) 내인 지난해 1026일 변씨 문제와 관련해 조 의원을 피진정인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진정서와 계좌 입출금 내역서를 함께 제출했다.

검 “증거 불충분 ” 판단
피진정인 조사 안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40여일 뒤인 같은 해 1210일 박씨의 진정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씨의 진술과 계좌거래 내역으로 조 의원 또는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입증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선거구민인지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원칙적으로는 각 기부행위의 수령자별로 금품 수령행위가 인정돼야 하고, 최소한 그와 같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당시 실재했는지와 동인이 선거구민 등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서 특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 그 돈으로 특정 상대방에게 밥이나 술 등을 사줬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그 특정 상대방이 조 의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민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씨와 주변 관계자들은 검찰의 판단이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나는 진정을 내고 검찰서 1차례 조사를 받았다그런데 피진정인 조 의원과 변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씨가 카드를 사용한 장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 구로구에 있는 음식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드 내역에 찍힌 상점은 구로와 신도림에 위치한 곳이 많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계좌로 4000만원이라는 돈을 사용했다는 점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다”며 피진정인(조 의원)은 물론 계좌를 실제로 사용한 변씨를 불러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씨가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음식점서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음식점 사용 내역 말고 돈의 인출 과정 등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남편 일인데
“아는 바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남편의 일인데도 아는 게 없는지라고 재차 묻자 회의 중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변씨 역시 지방에 있어서 통화가 힘들다”며 변호사와 통화해보라고 말했다. 이후 추가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닿지 않았다.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3월24일자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제하의 기사에서 서울시 구로구 구의원인 조미향 의원의 배우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선거법 위반 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미향 의원 측에서는 피진정인 조사를 거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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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탄 남발하는 국감 고지전

공포탄 남발하는 국감 고지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의 꽃인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사방이 어수선하다. 여야의 마음이 이미 지방선거라는 콩밭으로 향한 탓이다. 당은 당대로, 후보는 후보대로 강성 유권자 표심 얻기에 나서면서 국정감사는 누가 더 날 선 말을 내뱉는지 대결하는 장으로 변했다. 지방선거(이하 지선)까지 약 8개월이 남았지만 여야의 시선은 이미 내년 6월을 향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여의도는 이미 지선 모드”라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대로 당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기 위해 치밀한 계산에 나섰다.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사실상 지방선거로 향하는 지름길이자 후보의 인상을 남기기 위한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조·오 앞으로 서울은 내년 지선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인 데다가 서울의 승리가 곧 지선 전체 승리라는 분위기에 힘이 실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서영교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도전장을 내밀면서 벌써부터 경쟁에 돌입했다. 서 의원은 국감이 열리기 전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을 강하게 몰아세웠다. 앞서 대법원은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주요 후보에 대한 판결을 이례적인 속도로 선고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이 담긴 제보자의 녹음 파일을 근거로 들며 대선 개입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점을 토대로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관례에 따라 인사말 후 이석 형태로 참석하겠다는 방침을 따랐다. 그는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 인사말을 통해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은 이석을 요청했으나 법사위에서 이를 불허해 오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때 민주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윤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 ‘선거법 재판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강행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조 대법원장은 자신이 한 전 총리 등과 회동했다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및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묶어뒀지만 결과적으로 이렇다 할 답변은 얻지 못한 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만 들었다. 국감을 내란 세력 청산의 불쏘시개로 쓰려던 민주당이 너무 섣부르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조희대·김현지가 집어삼킨 일주일 상임위 곳곳 파열음…제자리 맴맴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견제에 나섰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한강버스가 실패로 돌아가자 오 시장의 자질 부족을 지적하며 대항마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도 한강버스를 겨냥해 맹폭을 가하면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 ‘네임드 의원’이 출마 채비를 마쳤지만 서울에서 4선을 지낸 오 시장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은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고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된 만큼 민주당 내 강경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는 오히려 서울 시민의 반발심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오 시장의 실정을 파고들어 틈을 벌리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이하 행안위)는 오는 23일 열리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한강버스 관련 질의를 하기 위해 손정일 가덕중공업 대표를 비롯한 김선직 한강버스 대표 등 4명을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모든 것을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이번 국감의 타깃으로 세웠다면,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성남 라인’으로 알려진 김 실장을 ‘정부 실세’로 규정하고 의혹 한 점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김 실장을 찾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김 실장 대북송금 사건 변호사 교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는 지난 14일, 법사위에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의 변호사 교체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위헌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계열인 ‘경기동부연합’과 김 실장이 연결돼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과 단일화해 승리한 바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경기동부연합과 어떤 관계인지 지속해 의문이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검증보다 마음 앞서 그는 “김 전 의원은 식사 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식사 대금을 지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위반 행위에 김현지가 깊이 관여돼있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김 실장의 연락을 받아 식사 모임을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며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했다”며 판결문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는 김 실장이 이재명정부에서 임명된 김인호 산림청장과 인연이 있다고 주장했다. 타 상임위와 마찬가지로 임명 과정 문제를 짚기 위해 김 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김 실장과 김 청장이 과거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한 점을 언급하며 “김 실장과의 어떤 사적인 관계가 (김 청장) 임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당 차원의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해서 보좌관한테 확인해 보니 (양당) 보좌관은 ‘산림청장 임명 과정에 대한 검증은 운영위원회 사안이라서 이곳에서 검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의 이름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도 들려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환된 국감에서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김 실장과 통화한 적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한 장관은 “네이버에 있을 때도, 지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튜버 김어준씨 손위 처남이자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인태연 전 대통령자영업비서관이 중기부 2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오자, 이번 인사에 김 실장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각종 상임위가 ‘김현지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본인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부속실장으로서 (국감에) 부르는 게 아니라 김현지-이재명을 연결지어 정부 전체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라며 “초반에는 김 실장도 ‘국회가 부르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오히려 잡음만 키울 것이란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면서도 의혹 제기가 공포탄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모양새다. 실제 김 실장이 출석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채 몰아세우기만 한다면 야당으로서 모습만 우스워진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전력으로 김현지 세 글자를 띄우는 데에는 이정부의 비선 실세 프레임을 내년 지선 돌파구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 이어 조기 대선까지 패배했다. 이번 지선에서 자력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르고 보는 사자후 일색 지선에 내보낼 거물급 후보가 없다는 것 역시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특히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서울시장의 경우 오 시장의 임기가 남아있어 섣불리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눈치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전국 당협위원장을 뽑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총괄기획단도 출범했다”면서도 “(후보로 나서기에 앞서) 당에서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미애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박찬대 의원은 인천시장에 도전한다는 등 여당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의원 위주로 하마평이 돌자 국민의힘에서는 혹시 모를 차기 선거를 위해 몸값을 키우려는 시도만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야당 몫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다. 법사위원장인 추 위원장과 사사건건 맞붙으면서 ‘추나 대전’ 프레임만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을 강행하자 나 의원이 “조 대법원장 출석 주장 논리라면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도 모두 나와야 한다”고 소리쳤고 여야 간의 고성이 오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충돌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5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재판관 및 재판 연구관의 자료 열람 기록 등에 대한 서류 제출 요구의 건을 의결하자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을 사실상 압수수색한다”고 소리친 것이다. 나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정중히 사양한다”며 이를 일축했지만, 추 위원장과 매일같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차기 경기도지사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외에서도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는데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으로 석방되면서 보수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내년 지선 대구 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것이다. 오히려 키웠다? 갑자기 뜬 이진숙 지선까지 8개월 일단 뱉고 보는 말 이정부와 민주당에 맞서는 ‘여전사’ 이미지가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영남일보> 의뢰로 지난 12~13일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82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위원장이 21.2%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총리(15.6%)로 두 사람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5.6%p다. 해당 여론조사는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은 6.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감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이 전 위원장의 보폭이 넓어졌다. 지난 14일 국회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 국감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참석해 이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스피커를 키웠다. 증인석에 선 이 전 위원장은 체포 과정을 세세하게 설명하며 “이정부는 비상식적인 것이 뉴 노멀인 상황이 됐다” “대통령 한 사람한테 밉보이면 이렇게 되나 생각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전 위원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 보수 출신 관계자는 “보수 진영 지지층에게 공개적 메시지를 내기 위한 장소로 국감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정치적 메시지를 낼 장소로 (국감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국감은 내년 지선을 앞두고 행하는 마지막 정치 이벤트다. 예년보다 짧은 국감 기간에 강경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는 일이 파다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는 강경 지지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싸움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국감 기간 도중 과격한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 국감 시작 일주일 만에 자중론으로 의견이 모인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사위 현장 국감은 소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조희대의 답변과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며 “‘몸싸움이나 거친 말이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같은 날 대법원 현장 국감서 여야 간의 충돌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작부터 자중론 국회 최고령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SNS에 법사위 운영과 관련해 “과유불급. 저부터 자제하겠다”며 “현재 대법원 현장 국감 중인데 누가 끼어들고 소란 피우는가를 국민께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측 법사위원과 언쟁이 벌어지자 상대방을 향해 “조용히 해!”라고 소리친 사건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어 박 의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간 공방에 무의식 중 ‘조용히 해’ ‘끼어들지 마’ 같은 언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동생·자식 같은 후배 의원님들이지만 선수 상관없이 모두 동료 의원님들”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