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로구의원 수상한 통장내역 추적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구의원 후보자의 남편이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실제 계좌 주인의 문제 제기로 진행된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구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6·13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201712월 현역 기초 지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공천제를 둘러싼 기초의원들의 속내를 살펴볼 수 있는 조사였다. 그 결과 기초의원 10명 중 7명은 정당공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기초의원의 70%가 정당서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단수공천
초선의원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기초 지방의회 정책과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초의회의원 1559명 중 68.8%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방지’(56.6%),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풍토 개선’(20.9%), ‘각종 비리와 공천 관행의 근절’(20.5%) 순이었다.

··구의회 기초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등에 비해 적은 수의 유권자를 만나기 때문에 후보자의 특정 행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아 행사하는 공천권의 향방에 따라 당선의 축배와 낙선의 고배가 갈릴 수 있다. 기초의회 시의원·구의원을 꿈꾸는 후보자들이 공천과 지역주민의 여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선거 전과 선거운동 기간, 선거 후까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천을 받기 위한 검은돈, 지역주민에게 건네지는 금품과 향응 등은 선거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고질적인 병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서는 매번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지만 진흙탕 싸움은 여전히 전국 곳곳서 일어난다.

서울 구로구서도 구로구의회 조미향 구의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조 의원은 6·13선거서 단수공천을 받아 구로구 나선거구(신도림동·구로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친구에게 통장·카드 부탁
선거 1년 전부터 사용해

2인 선거구인 구로구 나선거구에는 조 의원과 함께 재선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최숙자 의원(당시 후보자), 바른미래당 김종우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조 의원은 61.4%(21658)의 높은 득표율로 24.5%(8657)를 얻은 최 의원과 함께 구로구의회 구의원으로 당선됐다. 선거 경험이 없던 정치신인이 지역주민의 높은 지지를 등에 업고 초선의원으로 입성한 것이다.

한 구로구의회 관계자는 선거 1년여 전부터 조 의원이 구의원으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공천만 받으면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말도 많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조 의원의 남편 변모씨가 6·13지방선거 1년 전인 20178월부터 선거가 끝난 이후인 지난해 7월까지 1년에 걸쳐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는 등 기부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해당 의혹은 변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박모씨가 이를 문제 삼으면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변씨는 2017830일 박씨에게 통장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박씨와 변씨는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함께 건물을 구입할 만큼 친분이 돈독했다. 박씨는 “(변씨가) 아내(조 의원)의 선거 때문에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친한 친구의 부탁이어서 별다른 생각 없이 통장계좌와 카드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2017830일 박씨와 변씨는 은행을 찾아 바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후 변씨는 4000만원을 박씨의 계좌에 입금했고 2018729일까지 사용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30일 계좌에 남아 있던 돈 432만원을 출금해 잔고를 0원으로 만들었다. 변씨는 아내 조 의원의 선거운동 기간을 포함해 11개월 동안 약 3600만원을 사용했다.

3명 중 1등
60% 지지 받아

음식점, 술집, 커피숍, 마트, 빵집, 약국 등 사용처는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사용한 내역이 많았다. 201794일 매운탕·해물탕집서 75000, 2017915일 고깃집서 105000, 2017114일 또 다른 고깃집서 15만원, 20171118일 술집서 121000, 20171222일에는 각각 두 곳의 고깃집서 88000, 56000원을 썼다.

2018121일에는 한 음식점서 3번에 걸쳐 69000, 35000, 6000원을 썼다. 같은 해 125일 고깃집서 101000, 24일 식당서 121000, 220일 청국장집서 75000원을 지불했다. 224일에는 청국장집서 36000, 치킨집서 57000원을 썼다. 지방선거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이후에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 체크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나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1832일부터 ·도의원, ·시의원 및 장의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제한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3명 이내의 사무원을 고용할 수 있고 명함을 배부하거나 전자우편 및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구민에게 식사 제공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 지난해 4월 화성시선거관리위원회는 3월부터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서 선거구민에게 10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명함을 배부하는 등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예비후보자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화성시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선거구민이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 왜?
3600만원 써

박씨 계좌서 큰 돈이 움직인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변씨는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이 한창이던 201844일 현금으로 1500만원을 찾았다. 변씨의 체크카드 사용은 2018730일 잔고를 모두 인출할 때까지 계속됐다.

박씨는 변씨가 자신의 계좌를 이용해 지역주민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제113(후보자 등의 기부행위제한)는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포함)와 그 배우자는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 ▲조미향 구로구의원

후보자는 물론 그 배우자의 행위로도 공직선거법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공직선거법(112)에는 선거사무소 등의 개소식서 당원이나 선거사무 관계자들에게 통상적인 범위의 다과를 제공하는 등의 의례적 행위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의회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일정 액수를 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구로구의회 구의원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서도 김밥이나 간단한 과일 등 1인당 3000원을 넘지 않는 범위서 준비한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공직선거법이 엄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운동원들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면, 일당을 지급할 때 밥값은 빼고 줘야 한다고도 전했다.

박씨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개월) 내인 지난해 1026일 변씨 문제와 관련해 조 의원을 피진정인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진정서와 계좌 입출금 내역서를 함께 제출했다.

검 “증거 불충분 ” 판단
피진정인 조사 안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40여일 뒤인 같은 해 1210일 박씨의 진정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씨의 진술과 계좌거래 내역으로 조 의원 또는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입증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선거구민인지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원칙적으로는 각 기부행위의 수령자별로 금품 수령행위가 인정돼야 하고, 최소한 그와 같은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당시 실재했는지와 동인이 선거구민 등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서 특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변씨가 박씨의 계좌를 사용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 그 돈으로 특정 상대방에게 밥이나 술 등을 사줬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그 특정 상대방이 조 의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거구민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씨와 주변 관계자들은 검찰의 판단이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나는 진정을 내고 검찰서 1차례 조사를 받았다그런데 피진정인 조 의원과 변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씨가 카드를 사용한 장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 구로구에 있는 음식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카드 내역에 찍힌 상점은 구로와 신도림에 위치한 곳이 많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계좌로 4000만원이라는 돈을 사용했다는 점부터 이상한 구석이 있다”며 피진정인(조 의원)은 물론 계좌를 실제로 사용한 변씨를 불러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씨가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음식점서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음식점 사용 내역 말고 돈의 인출 과정 등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남편 일인데
“아는 바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남편의 일인데도 아는 게 없는지라고 재차 묻자 회의 중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변씨 역시 지방에 있어서 통화가 힘들다”며 변호사와 통화해보라고 말했다. 이후 추가로 연락을 취해봤지만 닿지 않았다.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3월24일자 「차명계좌로 3600만원 ‘어디에’」 제하의 기사에서 서울시 구로구 구의원인 조미향 의원의 배우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선거법 위반 행위를 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미향 의원 측에서는 피진정인 조사를 거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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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