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비웃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실상

CCTV 설치해도 형량 강화해도 ‘퍽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마다 CCTV를 설치해 감시체계를 강화했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오히려 학대 사건 이후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학대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요시사>가 도 넘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조명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3세와 5세 자녀를 둔 김씨는 최근 언론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유치원은 대정부 투쟁을 한다면서 걸핏하면 개학 연기나 폐업 등을 거론하고 있고, 어린이집은 잦은 학대 사건으로 시끄럽다. 워킹맘인 김씨로선 유치원에 문제가 생기면 5세 딸이 걱정이고,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기면 3세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내 아이도?

최근에는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아침마다 전쟁이다. 어린이집 가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의 변화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지만 별일 아닐 거라고 자위한다. 어렵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일이 내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어린이집 학대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치를 떤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어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일각에서는 실제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직 의사표현이 서툰 아이가 학대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1월 어린이집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서 근무하던 해당 보육교사는 지난해 718일 낮 1233분께 생후 11개월 원생 A군을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6분간 몸을 꽉 껴안고 올라타 8초간 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심형섭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보육교사 김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방조) 등으로 기소된 쌍둥이 언니이자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와 담임 보육교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0만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717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서 4세 여아 김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함께 언론을 통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보육교사의 관리 소홀, 학대로 인해 연달아 일어난 사건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또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보육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서 일어난 학대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68. 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올해 3월에야 알려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이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는 아이가 밥을 토하자 그 토한 밥을 다시 아이에게 먹이는 보육교사의 모습이 담겨있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를 다리로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책을 빼앗으며 아이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도 나왔다. 34세 어린이 5명이 피해 대상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683개월 동안 피해 아동 5명에 대한 학대가 76건 일어났다고 밝혔다.

토한 밥 먹이고 성기 때리고
경찰은 축소 수사 의혹까지

하지만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구미경찰서가 수사를 축소했다고 반발했다. 경찰 수사보다 더 많은 학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천지청은 보육교사 2명이 아동 5명을 76 차례에 걸쳐 학대했지만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라면서 최근 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으로 넘겼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명백한 신체적 학대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사건을 축소했다신체적 학대를 인정해 형사재판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도 학부모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아동학대 사건 수사가 부실해 학부모들이 수사 주체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신체적 학대를 지적한 외부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동학대 사실을 알았던 원장까지 무혐의 처분해 구태의연한 수사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건 내용이 알려지고 시민단체가 나서는 등 경찰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경북경찰청이 직접 보강수사에 나섰다.

또 다른 구미의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는 학부모의 주장이 나왔다. 사건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보고 작성한 학대 정황 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기록에는 보육교사가 아이의 성기를 잡아당기거나 때리고 잡아서 흔들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사는 플라스틱 칼로 피해 아동의 머리를 써는 동작을 반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1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리고 묶어두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학부모에 따르면 어린이집 CCTV에 보육교사가 당시 18개월이던 아동의 등을 한 차례씩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또 다른 아동은 50여분 동안 부스터 의자의 잠금장치에 묶여 있었다. 보육교사가 의자에 묶인 아동을 물건 다루듯이 휙휙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2015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세 아이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당시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점심식사 후 급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서 피해 아동이 남긴 김치를 먹게 하다가 이를 뱉어내자, 아동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이 공개된 후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그 결과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CCTV 설치를 강제하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사건은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CCTV 영상은 아동학대의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는 최근 4년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서 받은 ‘2014~2017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및 안전사고 발생현황자료를 보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2014295건에서 2015427, 2016587, 2017815건 등으로 매년 늘어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92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및 재취업 제한 강화에 대해 답했다.

수위 높아져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과거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이 높지 않았지만 아동학대를 처음 범죄로 규정한 아동학대처벌특례법2014년 제정된 후부터는 검찰의 구형 기준, 법원의 양형 기준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꾸준히 보완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아동학대 형량이 강화되고 있으나 실제 선고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이 참작돼 형이 감경되다보니 최종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 규정들이 더욱 엄정하게 적용되도록 제도를 보안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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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