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비웃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실상

CCTV 설치해도 형량 강화해도 ‘퍽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마다 CCTV를 설치해 감시체계를 강화했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오히려 학대 사건 이후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학대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요시사>가 도 넘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조명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3세와 5세 자녀를 둔 김씨는 최근 언론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유치원은 대정부 투쟁을 한다면서 걸핏하면 개학 연기나 폐업 등을 거론하고 있고, 어린이집은 잦은 학대 사건으로 시끄럽다. 워킹맘인 김씨로선 유치원에 문제가 생기면 5세 딸이 걱정이고,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기면 3세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내 아이도?

최근에는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아침마다 전쟁이다. 어린이집 가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의 변화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지만 별일 아닐 거라고 자위한다. 어렵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일이 내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어린이집 학대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치를 떤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어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일각에서는 실제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직 의사표현이 서툰 아이가 학대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1월 어린이집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서 근무하던 해당 보육교사는 지난해 718일 낮 1233분께 생후 11개월 원생 A군을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6분간 몸을 꽉 껴안고 올라타 8초간 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심형섭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보육교사 김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방조) 등으로 기소된 쌍둥이 언니이자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와 담임 보육교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0만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717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서 4세 여아 김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함께 언론을 통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보육교사의 관리 소홀, 학대로 인해 연달아 일어난 사건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또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보육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서 일어난 학대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68. 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올해 3월에야 알려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이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는 아이가 밥을 토하자 그 토한 밥을 다시 아이에게 먹이는 보육교사의 모습이 담겨있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를 다리로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책을 빼앗으며 아이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도 나왔다. 34세 어린이 5명이 피해 대상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683개월 동안 피해 아동 5명에 대한 학대가 76건 일어났다고 밝혔다.

토한 밥 먹이고 성기 때리고
경찰은 축소 수사 의혹까지

하지만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구미경찰서가 수사를 축소했다고 반발했다. 경찰 수사보다 더 많은 학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천지청은 보육교사 2명이 아동 5명을 76 차례에 걸쳐 학대했지만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라면서 최근 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으로 넘겼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명백한 신체적 학대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사건을 축소했다신체적 학대를 인정해 형사재판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도 학부모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아동학대 사건 수사가 부실해 학부모들이 수사 주체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신체적 학대를 지적한 외부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동학대 사실을 알았던 원장까지 무혐의 처분해 구태의연한 수사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건 내용이 알려지고 시민단체가 나서는 등 경찰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경북경찰청이 직접 보강수사에 나섰다.

또 다른 구미의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는 학부모의 주장이 나왔다. 사건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보고 작성한 학대 정황 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기록에는 보육교사가 아이의 성기를 잡아당기거나 때리고 잡아서 흔들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사는 플라스틱 칼로 피해 아동의 머리를 써는 동작을 반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1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리고 묶어두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학부모에 따르면 어린이집 CCTV에 보육교사가 당시 18개월이던 아동의 등을 한 차례씩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또 다른 아동은 50여분 동안 부스터 의자의 잠금장치에 묶여 있었다. 보육교사가 의자에 묶인 아동을 물건 다루듯이 휙휙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2015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세 아이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당시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점심식사 후 급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서 피해 아동이 남긴 김치를 먹게 하다가 이를 뱉어내자, 아동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이 공개된 후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그 결과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CCTV 설치를 강제하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사건은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CCTV 영상은 아동학대의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는 최근 4년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서 받은 ‘2014~2017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및 안전사고 발생현황자료를 보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2014295건에서 2015427, 2016587, 2017815건 등으로 매년 늘어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92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및 재취업 제한 강화에 대해 답했다.

수위 높아져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과거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이 높지 않았지만 아동학대를 처음 범죄로 규정한 아동학대처벌특례법2014년 제정된 후부터는 검찰의 구형 기준, 법원의 양형 기준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꾸준히 보완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아동학대 형량이 강화되고 있으나 실제 선고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이 참작돼 형이 감경되다보니 최종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 규정들이 더욱 엄정하게 적용되도록 제도를 보안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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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