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2013년에 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를 여러분들은 기억하는가. 그 속에 묘사된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작가 댄 브라운조차 이 소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그 ‘비밀단체’와 ‘골프’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상상은 가능한 것일까. 만약 그 비밀결사조직이 지향하는 세계 단일국가라는 목표가 골프로 인해 이루어졌다면?

270년 전

21세기 전 세계 지구촌에서 행해지고 있는 골프는 단일화된 규칙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통일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일정한 제도권 안에서 통제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이 비밀결사조직은 정치적으로는 세계 단일국가를 만들지 못했지만 골프로는 이미 세계 통일을 이루어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비밀결사조직이 이미 270년 전 골프를 매개체로 자신들의 목표를 설정해두었다는 것은 사실일까?

1744년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 성 클레어 경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인근 로슬린성의 영주이며 프리메이슨의 최고 수장 그랜드마스터였다. 골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그는 왕실 전용 골프장인 리스클럽에서 4차례, 올드코스클럽의 캡틴을 3차례나 역임한 당대 최고의 명망가였다. 프리메이슨은 스코틀랜드에서 돌을 캐는 석공들의 모임으로, 18세기 영국사회의 상위 그룹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신흥조직이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
소설 속 비밀결사조직과 골프 연관?


그들의 조상은 십자군 전쟁의 주역인 템플기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1307년 10월13일 프랑스 필립 4세가 3000여명에 달하는 템플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 화형시키는 와중에 일부가 도망쳐 유럽의 어디론가 숨어들었고,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 스코틀랜드의 석공조합으로 역사에 다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일의 금요일을 피해 도망간 지 140여년이 흐른 1446년, 스코클랜드의 수도 에딘버러 남쪽 인근 로슬린 지역에 싱클레어라는 성주가 나타났다. 그는 비밀리에 십자군 당시 예루살렘의 솔로몬궁을 지었던 석공들의 후손을 물색했고, 그렇게 찾은 후손들로 하여금 헤롯 신전에 사용됐던 돌, 입구의 기둥틀, 바닥의 도면, 서쪽의 벽 등 예루살렘의 그것들을 그대로 재현해 성을 짓게 만들었다. 10년의 공사 끝에 로슬린성이 지어졌다. 그로부터 300여년 후인 1744년 싱클레어의 후손인 클레어 경이 스코틀랜드의 최고 명망가로 나타난 것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템플기사단의 후예인 메이슨은 장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비밀조직을 굳건히 해줄 매개체가 필요했다. 긴밀한 연락망과 비밀 교제, 그들의 손으로 건설되어야 하는 통일국가 등을 위한 것이었다. 마침 18세기 붐이 일어나고 있던 골프는 그들이 추구하는 결속을 다지는 데 최적의 수단이었다. 메이슨들은 골프와 조직을 접목시키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차분히 진행해나가기 시작했다. 

수백년간 골프는 일정한 규칙도 없이 자연 상태에서 즐기는 놀이에만 국한되었고 조직화와 체계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골프장마다 홀은 5, 7, 12홀 등 제각각이었고 1라운드가 몇 홀인지의 규정도 없었다. 대회라는 명칭이 붙은 공식 경기도 없었고, 일정한 룰이 없어 시시비비도 끊이지 않았다. 골프의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했다. 메이슨은 우선 최초의 골프 규칙 13조항을 만들고, 공식적인 실버컵대회도 개최하면서 골프를 체계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조직력 굳건히 해줄 매개체
결속 다지는 데 최적의 수단

골프장마다 동우회를 조직하고 유니폼도 엄격하게 착용했다. 대회장에 유니폼을 입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했다. 올드코스에서 최초로 한 라운드를 18홀로 규정하고 그들만의 비밀 회동을 위해 오직 멤버들만 입장이 가능한 클럽하우스도 만들었다. 골프를 칠 때는 비밀스러운 내용을 남들이 듣지 못하게 4명이 걷게 했다. 동우회에 속한 멤버들은 예외 없이 메이슨 단원이어야 했다. 한때 시의 재정난으로 옥수수 밭으로 개간될 뻔했던 올드코스를 법정싸움을 통해 지켜낸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메이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스코틀랜드에만 국한됐던 골프는 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지로 건너갔고, 21세기에는 아시아로까지 대륙 이동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세계 단일국가는 골프를 통해 결국 이루어진 것인 지도 모른다.
 

그림의 주인공은 성 클레어(ST.  CLAIR) 경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눈매에 호리호리한 키, 양궁선수 출신의 근육질 몸매, 흔치 않은 양손 장갑에 잘 다듬어진 롱 노우즈 클럽을 쥐고 있는 모습, 검은색 모자와 붉은 재킷, 검은 벨벳 7부 바지 등은 귀족 골프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림 뒤편의 링크스코스는 왕실과 귀족 전용의 리스골프장 모습이다. 이 초상화는 당시 귀족이었던 조지 칼머스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가로 155㎝, 세로 224㎝에 이르는 대형 초상화이다. 초창기에는 로슬린성에 걸려 있었지만 현재는 영국 왕실 ‘양궁의 전당’에 보관되어 있다.


체계화 작업

18세기 사회의 전면에 갑자기 부각된 인물 클레어는 300년 전 그의 조상인 ‘SINCLAIR’에서 SIN을 떼어내, SAINT, 즉 ST. 성스럽다는 의미로 바꾸고 CLAIR만 남겼다. SINCLAIR는 라틴어 상투스 클라리스(SAENTUS CLARIS)의 ‘성스러운 빛’을 의미하는 어원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싱클레어의 어원이 성스러운 성배(SANGRAIL)라고 해석하면서 싱클레어 가문을 예수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로슬린성을 메이슨 지부 1번으로 공공연히 부르며 메이슨과 템플기사단과의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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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