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③완도 소안도

항일의 땅, 해방의 섬

▲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는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항일 정신을 가르쳤다. 사진은 복원된 사립소안학교에서 종을 치는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장.

소안도는 아름다운 저항정신이 깃든 섬이다. 암울하고 참담한 일제강점기를 꿋꿋이 버텨냈다. 1년 내내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도 소안도의 자랑이다.

소안도에 가려면 완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소안항까지 하루 10~12회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차량을 실을 수 있는 여객선 3척이 운항하는데, 소안도의 항일정신을 기리려는 듯 이름이 대한호·민국호·만세호다. 어느 여객선을 타도 소안도의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화흥포를 출발한 여객선은 노화도 동천항을 거쳐 1시간 만에 소안도 소안항에 닿는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을 만난다. 가슴이 뭉클하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소안도는 어떻게 항일의 땅, 해방의 섬이 되었을까? 먼저 소안항일운동기념관으로 가자. 소안항에서 출발해 소안면 소재지를 지나면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이 지척이다. 가는 길에 태극기가 유난히 많다. 소안도는 일제에 저항한 정신을 드높이기 위해 태극기의 섬으로 거듭났다. 소안도 주민 1300여명의 집과 도로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한 것이다. 태극기 게양은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른 규정이 있다. 아무 때나 게양할 수 없기에 완도군은 소안도에서 365일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연중 펄럭이는 태극기가 무려 1500여기. 소안도가 태극기의 섬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 소안항일운동기념탑 전경

소안도는 예부터 달목도라 했다. 초승달처럼 허리가 잘록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안도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데, 본래 남쪽과 북쪽에 각각 2개의 섬이었다. 파도가 실어온 퇴적물 덕분에 사주로 연결됐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이 사주에 있어 동서로 바다가 훤히 보인다.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모금으로 세운 사립소안학교가 있던 자리라 의미도 깊다. 기념관과 함께 소안항일운동기념탑, 복원된 사립소안학교가 있다.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은 일제강점기에 소안도 주민의 끈질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녹여낸 곳이다. 기념관은 영상실과 전시실로 나뉜다. 영상실에서는 소안도의 항일운동 역사를 자세히 소개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전국 항일운동 지도가 보인다.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항일운동의 ‘3대 성지’로 불린다. 세 지역은 지속적이고 다양한 항일운동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 소안항일운동기념관에 전시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 디오라마

소안도에서는 평화적 시위와 무력항쟁, 교육운동과 노농운동, 비밀결사와 법정투쟁, 섬 주민의 자발적인 학교 설립 등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이 전개됐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비롯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 사립소안학교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완도 본섬에서 한참 떨어진 데다 인구가 6000여명밖에 안 되는 섬에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 기록에 남은 독립운동가가 89명에 이르는 사실로도 항일운동의 성지가 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전시관에서는 진(盡·온 힘을 다하다), 인(人·사람이 희망이다), 사(事·행동하는 양심, 역사가 되다), 대(待·힘을 모아 막아내다), 천(天·하늘이 내린 천직을 받들다), 명(命·힘을 보태 강해지다)을 테마로 항일운동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시관 중심에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된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의 디오라마가 있고, 천장은 다양한 태극기로 수놓아져 있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용한 교과서, 1920~1930년대 신문 지면을 장식한 소안도 기사, 독립운동가의 형사판결 원본 등 당시의 유물과 기록도 전시된다.
 

▲ 가슴 뭉클한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 푯돌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은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작점이다. 1909년 일본은 본국을 향해 먼 바다로 나가는 상선을 돕기 위해 당사도에 등대를 세웠다. 소안도 출신 동학군 이준화를 비롯한 5명은 일본 선박의 남해 항로를 방해하기 위해 거친 해안 절벽을 기어올라 일본인 등대원 4명을 죽이고, 등대를 파괴했다. 당사도등대가 생긴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당시 불빛을 밝히던 등명기를 파괴하려 했지만, 너무 단단해 바다에 빠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등대 주변에는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항일전적비와 광복 후 파괴된 등대원추모비 일부가 역사의 증인처럼 오롯이 서 있다.
 

▲ 복원된 사립소안학교 내 작은도서관에서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을 들어 보이는 어린이

전면 토지소유권 반환 청구 소송도 같은 해 시작됐다. 소안도는 왕실에 세금을 내는 궁납전이었는데, 1905년 친일 매국노 이기용이 토지를 사유화하자 소송을 벌였다. 일본과 조선 왕실을 상대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13년의 법정투쟁 끝에 승리를 거뒀다. 소송 승리의 기쁨은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소안도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1만원이 넘는 돈을 모금했다.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70원인 점을 생각하면 꽤 큰 액수다. 사립소안학교에서 ‘사립’을 강조하는 이유는 마을 주민이 스스로 세웠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사립소안학교에는 일장기가 없었고, 민족의식을 일깨우며 항일정신을 가르쳤다. 노화도를 비롯한 주변 섬뿐 아니라 해남과 제주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다.
 

▲ 천연기념물 339호로 지정된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 전경

1년 내내 태극기 휘날리는 ‘태극기의 섬’
일제강점기 내내 다양한 항일운동 전개

하지만 사립소안학교는 일제에 ‘항일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1927년 강제 폐교된다. 소안도 주민은 격렬히 항거했고, 학교를 다시 열기 위해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이 일로 소안도 주민 6000여명 가운데 800명이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이 돼 일제의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고초를 겪었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수의위친계, 배달청년회, 살자회 등 항일 비밀결사를 만들어 조직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감옥으로 끌려간 이웃을 생각하며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잤다는 일화가 있다.
 

▲ 물치기미전망대에서 본 풍경

소안도 항일운동의 중심에는 송내호 선생이 있다. 사립소안학교의 전신인 사립중화학원을 설립해 교육에 힘썼고, 이후 사립소안학교를 세우는 데 앞장섰다. 1919년 경성(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나고 불과 2주 뒤, 완도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비밀결사 수의위친계를 조직했으며 배달청년회, 소안노농대성회, 살자회 등에 참여해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배달청년회 사건으로 수감돼 이듬해인 1928년 세상을 떠났다.
사립소안학교는 지난 2003년 복원돼 평생학습원과 작은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작은도서관은 시간 내서 들러볼 만하다. 아늑한 공간에 동화책, 소설책 등이 빼곡하다. 소안도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를 읽어보기 바란다.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

이제 소안도를 한 바퀴 둘러보자.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앞으로 난 길은 소안도 남쪽 맹선리, 진산리, 소진리, 부상리, 미라리를 거쳐 원점으로 돌아오는 도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과 몽돌 해변, 제주 한라산과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전망대 등 진경을 볼 수 있다.
맹선리로 방향을 돌리면 가장 먼저 완도 맹선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40호)을 만날 수 있다. 해풍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물고기를 불러 모으는 어부림 구실을 하는 숲이다.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수가 빽빽하다. 당사도등대 습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구한말, 소안도 주민이 무단으로 들어와 살던 일본인 거주지를 불태운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맹선리를 지나면 소안도 남쪽 해안 절벽을 따라 고갯길이 이어진다. 고갯마루에 물치기미전망대가 있다. 당사도와 그 너머로 추자도가 보이고, 맑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당사도 왼쪽 끄트머리에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당사도등대가 보인다.
 

▲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의 거대한 해송

고갯마루를 내려가면 진산리다. 주먹만 한 몽돌이 깔린 진산해변은 둥글게 호를 그리는데, 잔잔한 가운데 몽돌을 파고드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진산리에서 부상리 마을을 지나 한 굽이 올라서면 잘 알려지지 않은 전망대가 나온다. 바로 해맞이일출공원으로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하다. 숲길을 따라 200m 정도 가면 해안 절벽 꼭대기에 닿는다. 서쪽으로 대모도와 청산도, 완도의 끝 섬 여서도가 나란하고, 남쪽은 사수도 너머로 제주도가 가깝다. 벤치에 앉아 너른 바다와 섬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절벽 아래에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가 은신한 해안 동굴도 있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미라리가 지척이다. 몽돌이 예쁜 미라해변과 완도 미라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339호)이 한데 어울려 있다. 미라리 상록수림은 해송이 가장 많고, 생달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특히 숲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거대한 해송과 2그루와 바다가 그림 같다.
 

▲ 보길도윤선도원림 동천석실에서 본 부용동

보길도 여행

소안도에서 완도로 갈 때 경유하는 노화도는 다리 하나로 보길도와 이어진다. 완도로 돌아가기 전 노화도 동천항에 내리면 보길도 여행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가 병자호란 때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은둔의 삶을 찾아 제주도로 가다 운명적으로 만난 섬이다. 윤선도가 이곳에서 지낸 흔적은 보길도윤선도원림(명승 34호)에 고스란히 남았다. 흐르는 물을 끌어들여 만든 연못에 세연정을 지어 풍류를 즐겼고, 곡수당에서는 〈어부사시사〉처럼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동천석실에서는 낙서재를 바라보며 유유자적 다도를 즐겼다. 85세에 화려한 삶을 마감한 고산이 기거한 낙서재까지 그의 혼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10분 정도 산행해야 하는 동천석실은 꼭 가보자. 그곳에서 연꽃을 닮은 부용동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소안항일운동기념관→소안도 일주(완도 맹선리 상록수림-물치기미전망대-진산해변-해맞이일출공원-완도 미라리 상록수림)→가학산 등산
둘째 날: 보길도윤선도원림(곡수당과 낙서재-동천석실)→예송갯돌해변→우암송시열글씐바위→완도수목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완도문화관광 www.wando.go.kr/tour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http://bizjhp.cafe24.com

문의 전화
- 완도군청 관광정책과 061)550-5412
- 완도군관광안내소 061)550-5151~3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061)552-0516
- 보길면관광안내소 061)553-5177
- 보길도윤선도원림 061)553-563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완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10~17: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서 화흥포여객선터미널까지 셔틀버스로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완도공용버스터미널 061)552-1500
여객선: 완도-소안도, 화흥포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10~12회(06:50~17:20) 운항, 1시간 소요(노화도 동천항 경유). 
*문의: 화흥포여객선터미널 061)555-1010 소안도여객선터미널 061)553-8177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서호학산 IC→지방도819호선 13.4km 직진, 학산교차로에서 강진 방면 국도2호선→월산교차로에서 완도 방면 국도13호선→완도대교 건너 원동교차로에서 군외 방면 국도77호선으로 좌회전, 8.5km 직진→청해포구촬영장 끼고 우회전, 510m 이동→청해진서로로 우회전, 약 1.9km 직진→화흥포길로 우회전→화흥포여객선터미널→소안도여객선터미널→소안로 따라 2.6km 직진→소안항일운동기념관

숙박 정보 
- 미라펜션: 소안면 소안로, 061)552-4711, http://061-552-4711.kti114.net
- 소안그린펜션: 소안면 소안로, 010-8070-1259, https://cafe.naver.com/soannhgreen
- 동남펜션: 소안면 소안로232번길, 010-3607-7938, http://동남펜션.com
- 미소펜션: 소안면 소안로538번길, 061)555-3667, http://soanmiso.com 
- 블랙스톤펜션: 보길면 예송로, 061)554-1009, http://blackstonepension.co.kr 
- 해그림펜션: 보길면 보길동로, 010-9194-6254, www.haegrim.co.kr 
- 전라남도완도자연휴양림: 완도읍 대야일구1길, 061)550-3570, http://forest.jeonnam.go.kr
- 두바이모텔: 완도읍 해변공원로, 061)553-0688
- 무릉도원한옥집: 군외면 청해진로, 061)552-4779, https://0615524779.modoo.at

식당 정보
- 소안도맛집(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5-9966
- 작은섬식당(백반): 소안면 소안로, 061)552-7088
- 바다를담은면(바다를담은해조비빔밥): 군외면 초평길, 061)555-9988, https://badam.modoo.at
- 은혜기사식당(백반정식): 완도읍 개포로130번길, 061) 552-2774


주변 볼거리
청해포구촬영장, 완도수목원, 완도타워와 완도모노레일, 장도청해진장보고유적, 청산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