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권력자들의 별장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57:3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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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찾는 아방궁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별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력 권력자들은 그들의 이름을 딴 별장을 갖고 있었다.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해 있어 ‘아방궁’이라는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요시사>가 역대 권력자들의 별장을 종합해봤다.
 

▲ 청남대

강원도 고성군의 ‘화진포’는 넓이 2.3㎢, 둘레 16㎞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해 유력 인사들의 별장이 다수 위치해 있다. 특히 권력자들의 별장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위치해 있다.

근현대사
발자취들

여름휴가 때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화진포 별장을 찾았다. 이승만 별장은 호수를 바라보는 위치에 단층 슬래브 형태로 세워진 건물이다.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한다.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침실과 집무실, 거실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생존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사용한 유품도 전시돼있다.

호수 맞은편에는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화진포 외에도 경남 진해, 제주 구좌읍 등의 별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화진포의 성’은 일명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린다. 화진포의 성은 1938년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의 요청에 의해 독일인 H. 베버가 건축했다. 베버는 나치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로 망명한 건축가다. 건물은 분단되기 전 외국인 휴양촌의 예배당으로 사용됐다. 이후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귀빈관으로 쓰였다.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김 전 수상이 자신의 부인 김정숙과 자녀들인 김정일, 김경희 등을 데려와 귀빈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으로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의 산정호수에는 김일성 별장터가 있다. 호수와 맞닿은 김일성 별장터는 전망대 부지 1700㎡ 규모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별장이 사라졌다. 산정호수를 바라보는 전망대 난간에 포천시가 설치한 ‘김일성의 별장’이라는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급 천혜의 요새 입지
첩첩산중 부지에 철옹성

표지판에는 “동족상잔 이전에는 38선 북쪽에 속해 있어 북한의 소유지였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라 작전구상을 위해 별장을 지어놓고 김일성이 주로 머물렀다고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최근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 복원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김일성 별장 복원 사업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남북 평화무드를 조성함은 물론,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복원 사업비는 54억원 규모였으며, 이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해 별장 1채(330㎡)를 복원하고, 관련 유물 등을 구입 및 제작해 전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고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추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보수단체는 별장터를 찾아가 복원 사업 반대시위를 벌였다. 포천시 측은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김일성 별장 복원을 원해 검토했지만 복원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 김일성별장 ⓒ한국관광공사

이기붕 별장은 화진포 사구에 지어졌다.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건설된 별장은 이승만 별장과 화진포의 성 사이 소나무 숲에 위치해 있다. 해방 후 북한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이후 5대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의 개인 별장으로 사용됐다.  

다른 별장과는 다르게 규모가 작고 수수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각 벽면에는 화진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큰 창이 나있다. 내부는 복도 형식으로 돼있으며 당시 사용했던 문갑, 촛대, 라디오, 주전자 등을 전시해놨다. 

분단선 이남
김일성 별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바다의 청와대’로 불렸던 경남 거제시 저도의 청해대서 여름휴가를 즐겼다. 저도는 면적 43만4181㎡, 해안선 길이 3150m의 큰 섬이다. 섬 내부에는 청해대를 중심으로 수행원 및 경호원을 위한 8개 동의 숙소, 막사,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자가발전소 등과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이곳 저도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35년여가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글을 남겼다.

저도는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됐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됐다. 휴전 후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지로 각광받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저도를 찾았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공식 지정됐다.

20년이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별장 지정을 해제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 경호실이 저도를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해 국방부 소유가 됐다. 현재는 해군의 관리하에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민간인 찾기 힘든 곳에 떡하니…
화진포에 이승만·김일성 하우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시민들은 저도 개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 2월 거제시청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경호실은 저도의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저도 개방)을 즉시 이행할 것”이라며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이란 핑계로 시민의 출입을 통제한 채 지난 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 40여명이 춤 파티를 벌이는 등 소수 특권층과 해군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거제시발전연합회 회원을 비롯, 시민 400여명이 모여 저도 반환을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 이기붕 별장 ⓒ한국관광공사

저도뿐 아니라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별장이 있다.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한 속칭 ‘김학의 별장’이 그것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직 인사들에게 ‘별장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지은 아방궁에 비유된다.

윤씨는 부론면 골짜기에 별장 5∼6개동을 짓고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별장에는 수영장과 연못 등이 있으며, 수입 대리석으로 치장된 건물 내부에는 드럼과 스탠드바가 있는 노래방, 찜질방, 영화감상실, 당구장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18일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사건 조사를 위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을 조사단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승만은?
박정희는?

이명박 별장은 경기도 가평군의 ‘된섬’에 위치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부터 서울시장 때까지 애용한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별장은 이 전 대통령의 ‘현대가 인맥’이 소유하고 있다. 

해당 별장은 국도 46호선(경춘국도)서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 쪽으로 가다가 사룡리 방면으로 10㎞가량 떨어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북한강 자락에 위치해 있다. 별장이 있는 된섬은 지역 주민들 사이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대로변서 진입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야 별장에 닿을 수 있다. 남향으로 북한강 줄기가 흐르고 북한강 뒤로는 산이 막고 있는 밀폐된 구조다.

입구를 지나 15분 정도 걸어가면 20m 간격으로 놓인 단층주택 4개동이 남향을 보고 나란히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15평형 3개동과 25평형(사진) 1개동이다. 건물 사이에는 테니스장 등이 위치해 있다. 별장 진입로 입구는 철대문으로 막혀 있다.

주택 내부는 방과 화장실 각 한 개, 그리고 거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거실 한쪽 벽면은 통유리로 제작돼 거실서 북한강과 강변의 맞은쪽 야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평소에는 두꺼운 커튼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다. 앞마당은 수백평의 잔디밭과 벚꽃나무 등 정원수로 단장돼있다.


이곳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 테니스협회장과 호화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4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소속 안민석 의원이 “테니스협회장이 여성들을 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며 “이 자리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테니스협회장은 여흥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휴가 때 주로 찾아
김학의 별장 내부는?

안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당시 서울시 측은 “별장 파티는 없었고 모임의 날짜나 별장 소유 모두 허위”라며 “이런 정치공세를 계속해서 시정을 방해하고 이(명박) 시장을 음해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정치공작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2004년 7월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에 가서 저녁에 불고기를 구워먹고 아침에 테니스를 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해당 별장은 지난 1988년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건축됐다. 호화 파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서울시는 “해당 별장은 현대건설이 장기 근무한 임원들을 위해 지어 나눠준 것”이라며 별장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 이명박 별장

청남대는 이른바 ‘대통령의 별장’으로 불린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호 문제로 이곳에 자주 머물렀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5명의 대통령이 20년간 88회, 366박, 471일을 머물며 휴양을 하고 국정을 구상하던 대한민국 공식 대통령 별장이었다.

일반에게 개방된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청남대를 방문하면서 공식적인 역대 대통령의 방문 횟수는 89회 472일로 늘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영춘재’라는 이름이었으나 1986년 7월 지금의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해 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세워진 공원이 조성돼있다. 그 외 본관과 헬기장, 오각정, 양어장, 그늘집,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경비부대원 부속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며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대청호수와 나지막한 산이 병풍처럼 별장을 둘러싸고 있다. 청남대는 그동안 천혜의 자연환경과 대통령 경호급의 보안 경계로 베일에 가려진 철옹성이었다.

역대 대통령
89회 방문

현재 청남대는 일반에게 공개돼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청남대를 일반에 개방하면서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쓰는 것보다는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개방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월 청남대는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400여명 수준이다. 청남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이 걸으면 길도 상품?
여름휴가 보낸 장태산 휴양림 인기

관람객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를 보낸 대전 장태산 휴양림이 인기다. 장태산 휴양림은 충서구 장안동에 위치해 있으며, 계룡시 출신인 고 임창봉씨가 조성한 것을 2002년 대전시가 매입했다.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 최초 민간 휴양림,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대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여름 문 대통령 내외가 이곳을 휴가지로 결정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 방문 이후 이곳의 관람객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민이 주로 찾던 곳에서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 등 전국 각지서 관람객이 찾아오는 전국구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 유일 메타세쿼이아 숲
방문 이후 관람객 2배 증가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장태산 휴양림을 활용해 정원관광산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식 대전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시정질의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여름휴가 기간에 장태산 산림욕을 즐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닌 길에 이름을 붙여 대통령 관광 코스로 명칭하는 등 대통령의 스토리와 장태산을 연결시켜 관광코스 개발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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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