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권력자들의 별장은 지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57:3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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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찾는 아방궁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별장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력 권력자들은 그들의 이름을 딴 별장을 갖고 있었다.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해 있어 ‘아방궁’이라는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요시사>가 역대 권력자들의 별장을 종합해봤다.
 

▲ 청남대

강원도 고성군의 ‘화진포’는 넓이 2.3㎢, 둘레 16㎞에 이르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 호수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해 유력 인사들의 별장이 다수 위치해 있다. 특히 권력자들의 별장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위치해 있다.

근현대사
발자취들

여름휴가 때면 이승만 전 대통령은 화진포 별장을 찾았다. 이승만 별장은 호수를 바라보는 위치에 단층 슬래브 형태로 세워진 건물이다. 주변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한다. 현재는 이 전 대통령의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침실과 집무실, 거실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생존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사용한 유품도 전시돼있다.

호수 맞은편에는 김일성 전 북한수상의 별장이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화진포 외에도 경남 진해, 제주 구좌읍 등의 별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화진포의 성’은 일명 ‘김일성 별장’이라고 불린다. 화진포의 성은 1938년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의 요청에 의해 독일인 H. 베버가 건축했다. 베버는 나치정권을 거부하고 우리나라로 망명한 건축가다. 건물은 분단되기 전 외국인 휴양촌의 예배당으로 사용됐다. 이후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귀빈관으로 쓰였다.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김 전 수상이 자신의 부인 김정숙과 자녀들인 김정일, 김경희 등을 데려와 귀빈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으로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의 산정호수에는 김일성 별장터가 있다. 호수와 맞닿은 김일성 별장터는 전망대 부지 1700㎡ 규모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별장이 사라졌다. 산정호수를 바라보는 전망대 난간에 포천시가 설치한 ‘김일성의 별장’이라는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보급 천혜의 요새 입지
첩첩산중 부지에 철옹성

표지판에는 “동족상잔 이전에는 38선 북쪽에 속해 있어 북한의 소유지였다. 산정호수와 명성산의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산정호수의 모양이 우리나라 지도를 뒤집어놓은 모양이라 작전구상을 위해 별장을 지어놓고 김일성이 주로 머물렀다고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최근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 복원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김일성 별장 복원 사업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남북 평화무드를 조성함은 물론,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복원 사업비는 54억원 규모였으며, 이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해 별장 1채(330㎡)를 복원하고, 관련 유물 등을 구입 및 제작해 전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고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 같은 추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보수단체는 별장터를 찾아가 복원 사업 반대시위를 벌였다. 포천시 측은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김일성 별장 복원을 원해 검토했지만 복원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 김일성별장 ⓒ한국관광공사

이기붕 별장은 화진포 사구에 지어졌다. 1920년대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건설된 별장은 이승만 별장과 화진포의 성 사이 소나무 숲에 위치해 있다. 해방 후 북한 공산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다가 한국전쟁 이후 5대 부통령을 지낸 이기붕의 부인 박마리아의 개인 별장으로 사용됐다.  

다른 별장과는 다르게 규모가 작고 수수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각 벽면에는 화진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큰 창이 나있다. 내부는 복도 형식으로 돼있으며 당시 사용했던 문갑, 촛대, 라디오, 주전자 등을 전시해놨다. 

분단선 이남
김일성 별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바다의 청와대’로 불렸던 경남 거제시 저도의 청해대서 여름휴가를 즐겼다. 저도는 면적 43만4181㎡, 해안선 길이 3150m의 큰 섬이다. 섬 내부에는 청해대를 중심으로 수행원 및 경호원을 위한 8개 동의 숙소, 막사, 팔각정 건물, 9홀 규모의 골프장, 자가발전소 등과 대한민국 지도와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려 있는 이곳 저도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35년여가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글을 남겼다.

저도는 굴곡의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됐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됐다. 휴전 후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여름휴가지로 각광받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저도를 찾았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공식 지정됐다.

20년이 지난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별장 지정을 해제하면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그러나 2008년 대통령 경호실이 저도를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해 국방부 소유가 됐다. 현재는 해군의 관리하에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민간인 찾기 힘든 곳에 떡하니…
화진포에 이승만·김일성 하우스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시민들은 저도 개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거제시발전연합회는 지난 2월 거제시청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경호실은 저도의 대통령 별장 지정을 해제하고, 정부는 대통령 공약(저도 개방)을 즉시 이행할 것”이라며 “저도는 ‘군사보호구역’이란 핑계로 시민의 출입을 통제한 채 지난 2013년 8월 해군 장성 부인 40여명이 춤 파티를 벌이는 등 소수 특권층과 해군 간부들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에는 거제시발전연합회 회원을 비롯, 시민 400여명이 모여 저도 반환을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 이기붕 별장 ⓒ한국관광공사

저도뿐 아니라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별장이 있다.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한 속칭 ‘김학의 별장’이 그것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직 인사들에게 ‘별장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지은 아방궁에 비유된다.

윤씨는 부론면 골짜기에 별장 5∼6개동을 짓고 성접대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별장에는 수영장과 연못 등이 있으며, 수입 대리석으로 치장된 건물 내부에는 드럼과 스탠드바가 있는 노래방, 찜질방, 영화감상실, 당구장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18일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용산 참사 사건 조사를 위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을 조사단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승만은?
박정희는?

이명박 별장은 경기도 가평군의 ‘된섬’에 위치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부터 서울시장 때까지 애용한 별장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별장은 이 전 대통령의 ‘현대가 인맥’이 소유하고 있다. 

해당 별장은 국도 46호선(경춘국도)서 신청평대교를 건너 설악면 쪽으로 가다가 사룡리 방면으로 10㎞가량 떨어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북한강 자락에 위치해 있다. 별장이 있는 된섬은 지역 주민들 사이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다. 대로변서 진입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야 별장에 닿을 수 있다. 남향으로 북한강 줄기가 흐르고 북한강 뒤로는 산이 막고 있는 밀폐된 구조다.

입구를 지나 15분 정도 걸어가면 20m 간격으로 놓인 단층주택 4개동이 남향을 보고 나란히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15평형 3개동과 25평형(사진) 1개동이다. 건물 사이에는 테니스장 등이 위치해 있다. 별장 진입로 입구는 철대문으로 막혀 있다.

주택 내부는 방과 화장실 각 한 개, 그리고 거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거실 한쪽 벽면은 통유리로 제작돼 거실서 북한강과 강변의 맞은쪽 야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평소에는 두꺼운 커튼으로 내부가 가려져 있다. 앞마당은 수백평의 잔디밭과 벚꽃나무 등 정원수로 단장돼있다.


이곳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 테니스협회장과 호화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4월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소속 안민석 의원이 “테니스협회장이 여성들을 파티에 참석하도록 주선했다”며 “이 자리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테니스협회장은 여흥을 즐겼다”고 주장했다.

휴가 때 주로 찾아
김학의 별장 내부는?

안 의원의 의혹 제기에 당시 서울시 측은 “별장 파티는 없었고 모임의 날짜나 별장 소유 모두 허위”라며 “이런 정치공세를 계속해서 시정을 방해하고 이(명박) 시장을 음해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보려는 정치공작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2004년 7월 테니스 동호인 모임의 수련회에 가서 저녁에 불고기를 구워먹고 아침에 테니스를 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해당 별장은 지난 1988년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건축됐다. 호화 파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서울시는 “해당 별장은 현대건설이 장기 근무한 임원들을 위해 지어 나눠준 것”이라며 별장의 실소유주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 이명박 별장

청남대는 이른바 ‘대통령의 별장’으로 불린다. 역대 대통령들은 경호 문제로 이곳에 자주 머물렀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5명의 대통령이 20년간 88회, 366박, 471일을 머물며 휴양을 하고 국정을 구상하던 대한민국 공식 대통령 별장이었다.

일반에게 개방된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청남대를 방문하면서 공식적인 역대 대통령의 방문 횟수는 89회 472일로 늘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영춘재’라는 이름이었으나 1986년 7월 지금의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위치해 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세워진 공원이 조성돼있다. 그 외 본관과 헬기장, 오각정, 양어장, 그늘집,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경비부대원 부속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로 불리며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대청호수와 나지막한 산이 병풍처럼 별장을 둘러싸고 있다. 청남대는 그동안 천혜의 자연환경과 대통령 경호급의 보안 경계로 베일에 가려진 철옹성이었다.

역대 대통령
89회 방문

현재 청남대는 일반에게 공개돼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청남대를 일반에 개방하면서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쓰는 것보다는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개방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월 청남대는 누적 관람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400여명 수준이다. 청남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이 걸으면 길도 상품?
여름휴가 보낸 장태산 휴양림 인기

관람객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름휴가를 보낸 대전 장태산 휴양림이 인기다. 장태산 휴양림은 충서구 장안동에 위치해 있으며, 계룡시 출신인 고 임창봉씨가 조성한 것을 2002년 대전시가 매입했다.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 최초 민간 휴양림,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대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여름 문 대통령 내외가 이곳을 휴가지로 결정하면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 방문 이후 이곳의 관람객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민이 주로 찾던 곳에서 수도권은 물론, 영남과 호남 등 전국 각지서 관람객이 찾아오는 전국구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 유일 메타세쿼이아 숲
방문 이후 관람객 2배 증가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는 장태산 휴양림을 활용해 정원관광산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식 대전시의원은 지난해 11월 시정질의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여름휴가 기간에 장태산 산림욕을 즐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태산 휴양림은 전국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현재 수많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닌 길에 이름을 붙여 대통령 관광 코스로 명칭하는 등 대통령의 스토리와 장태산을 연결시켜 관광코스 개발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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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