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토지 보상금 ‘어디 베팅?’

60년 만에 찾아온 기해년 황금돼지해에 역대급 보상금이 풀려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지지구나 산업단지 등의 개발사업으로 풀린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인근 신도시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토지 보상금이 대부분 인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집값·땅값을 들쑤셔 놨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호도가 높았던 토지나 강남 아파트보다는 안정적인 월세형 부동산을 선호하는 형국이다.

업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공택지·산업단지·뉴스테이·사회간접자본(SOC) 등에서 풀릴 토지 보상금은 약 22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0년 연간 25조원 이래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14조5775억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전체 중 71.3%에 해당하는 14조5775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풀린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행된 토지 보상금은 6조원가량으로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수도권 3기 신도시 토지보상 절차가 본격화한다. 

전문가들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보상금만 20조~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과거 수도권 2기 신도시인 동탄 2신도시 한 곳에서 풀린 보상금이 7조8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보상금이 과거처럼 대부분 주변 토지나 서울 강남 아파트 등으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로 집값 상승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의 발길이 유망지역 역세권의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 보상금을 받은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아무래도 기존 역세권보다는 신설 노선인 GTX, 서울 경전철, 기존 지하철 연장선 등으로 보인다. 호텔식 오피스텔인 셀럽하우스나 섹션 오피스 등 틈새 수익형 상품들도 관심 대상으로 보인다. 

택지지구,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
보상금 22조 풀린다는데…어디에 몰릴까

한 부동산 전문가는 “2~3년 전만 해도 토지 보상금은 대체적으로 인근 땅 시장이나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로 몰려 해당지역이 들썩거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아파트나 토지시장은 담보대출 규제, 양도세 중과, 종부세 인상 등으로 메리트가 떨어져 예전처럼 보상금이 유입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덜하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는 알짜 수익형 부동산으로 토지 보상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역대급 토지 보상금으로 주목 받는 수익형 부동산.
 

▲오류동역 메디컬 프라자(상가)=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 68-35 일원에 국철 1호선 오류동역 초역세권 메디컬 전문상가인 ‘오류동역 메디컬 프라자’가 분양 및 임대 중이다. 지상 건물연면적 1039.47㎡,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분양 및 임대대상은 지상 1~8층이다. 권장업종은 1층 약국(독점), 2층 죽전문점·커피전문점 등, 3~7층 병의원, 8층 루프탑 카페(휴게공간 독점 활용가능) 등이다.

대로변에 입지해 상가투자에서 필수로 고려해야 할 가시성 및 접근성이 우수하다. 인근에 광장 조성(만남의 장소)으로 상가 홍보 효과가 탁월하다. 오류동역은 하루 평균 승하차인원이 약 1만2000명(출처: 2017년 코레일 홈페이지 참조)이며, 거주 인구 약 1만세대의 중심지라는 평가다. 인근에 노후건물이 많아 신축건물 희소가치가 높다.

오류동역 메디컬 프라자는 14만 배후수요의 가산디지털산업단지와 가깝다. 성공회대, 유한대, 가톨릭대, 한영신학대 등 인근 7개 대학교에 4만여명의 대학생 임대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현재 오류동의 10년 이상된 아파트는 3.3㎡당 1400만~1500만원대, 대로변 역세권 상업용지는 5000만원대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계약금 20%, 중도금 30  %, 잔금 50% 조건이다.
 

▲노량진 드림스퀘어(상가)=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 16-1외 10필지(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노량진 드림스퀘어’가 공급 중이다. 지하 5층~지상 최고 18층, 2개동, 원룸형 오피스텔 총 598실 규모를 배후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하루 평균 3만명을 유입할 수 있는 독점형 복합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공급되는 물량은 지상 1~2층의 총 26개 점포로 3.3㎡당 1000만~4000만원대(부가세별도)로 입지에 따라 다양하다. 총 주차대수는 437대.  


서울 강남으로
뭉칫돈 몰릴까

노량진 수산시장은 종사자만 약 3400명에 달한다. 서울 수산물 유통량의 50%가 이뤄지고 있다. 일평균 3만명의 방문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약 600실에 달하는 오피스텔 입주가 이뤄질 경우 불경기 없는 356일 황금상권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차량이 아닌 도보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형(초입) 상가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개 점포(전용면적 약 5㎡)당 권리금만 3억~4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노량진 드림스퀘어 상업시설은 1·9호선 노량진역 도보 3분 거리의 초역세권 상가로, 향후 투자가치를 높여줄 대형 개발호재도 즐비하다. 우선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은 현대화 사업이 완료됐고 2단계가 진행 중이다. 사업 완료 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이 될 전망. 향후 수산시장과 여의도를 잇는 보도 육교 건립도 예정됐다.

노량진복합리조트도 주변에서 계획됐다. 카지노 제외 대형 쇼핑센터와 호텔 컨벤션 사업이 재추진 중이다. 여의도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파트너 참여 문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상 20층, 310실로 예정된 관광호텔도 개발 중이다. 그 외에도 노량진 뉴타운 개발, 노량진 민자역사, 동작구 종합행정타운 건립 계획 등 굵직한 대형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8월 준공 예정.

틈새 수익형 
관심 대상으로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도시형 생활주택)= 경기도 용인경전철 초당역 2번출구 도보 1분 거리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3796.22㎡ 규모. 지하 1~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지상 1~4층은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공급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층별로 4세대, 4개층 총 16세대로 공급된다. 1층은 테라스형, 4층은 복층형으로 구성된다. 전용면적은 69.40㎡으로 동일하다.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총 분양가는 2억원대로 책정되었다.

최근 일대 연이은 대형 개발호재로 용인 초당역 블레싱타운 2차의 투자가치도 높아질 전망이다. 먼저 2020년 개원예정인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이 있다. 755병상의 상급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을 중심으로 20만8000㎡ 규모의 용인연세의료클러스터도 조성되어 의료기기, 바이오산업 기업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지역 내 의료서비스 수준 향상은 물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선호도 높았던 토지·아파트?
안정적 월세형 선호하는 형국

이와 더불어 최근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경기도 용인을 선택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에 이마트, 쥬네브, 동백 GGV, 초·중·고 등이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다양한 편의시설 도심형 인프라를 갖췄다.

용인경전철 에버라인을 통해 분당선 기흥역 환승이 가능해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GTX(용인역 예정) A노선도 2021년 말에 개통을 앞둬 향후 서울 삼성역이 15분대에 연결된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는 것은 물론, 역세권 프리미엄 확보도 기대된다.

차량을 이용하기도 좋다. 경부고속도로 수원신갈IC, 영동고속도로 마성IC, 용서고속도로 흥덕IC 등을 차량으로 10분대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및 신갈~대촌 고속화 우회도로가 개통될 예정이다. 향후 서울 동남권 및 수도권 지역, 세종시로의 이동이 한층 편리해진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대출 20%,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오는 7월 준공 예정.
 


▲한라 웨스턴파크 송도(오피스텔·상가)=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29-1번지(송도 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C2BL)에 들어서는 ‘한라 웨스턴파크 송도’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호텔 같은 오피스텔이다. 셀럽하우스는 ‘호텔처럼 살고 오피스텔처럼 산다’는 슬로건처럼 송도의 높은 미래비전으로 완성되는 신개념 투자상품으로 송도 최고 수준의 야외 수영장과 품격 높은 호텔식 서비스가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는 럭셔리한 주거공간이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3층, 지상 37층, 전용면적 21~54㎡ 타입의 1456실 대단지 프리미엄을 품었다. 달빛축제공원이 보이는 파크뷰(일부 세대 제외) 인천대교 조망권을 확보(일부 세대 제외), 항구가 보이는 하버뷰(일부 세대 제외) 가운데 1룸, 1.5룸, 2룸 타입으로 구성된다. 

실내는 맞춤형 투자가 가능한 21~55㎡의 소형 평면을 채택했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풀옵션 및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포스코건설, 코오롱글로벌, 삼성바이오로직스,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포스코대우, 셀트리온 등 대기업과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등 주요 국제기구 사무소가 입주해 있어 임차수요 확보 역시 용이할 전망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부동산 시장에서 여전히 뜨겁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월 1년 동안 인천 분양권 거래량은 7940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3623건(45.6%)이 모두 송도에서 거래됐다. 이처럼 송도국제도시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우수한 주거 인프라와 함께 다양한 개발호재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덜하고 
안정적 수익

송도에는 현재 GTX B노선을 비롯해 인천발 KTX, 골든하버 프로젝트 등 굵직한 개발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장점과 호텔·오피스텔의 장점을 결합한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시티 상품에 대한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1인 가구를 위한 호텔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 선보였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나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주로 문의가 오고 있는데 이는 인천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외국 바이어들의 숙소 이용에 특급호텔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피스텔, 호텔, 레지던스의 장점들을 결합한 새로운 주거 또는 임대사업 상품으로 개별 등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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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