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블랙리스트 의혹’ 환경부 훈장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25 09:47:25
  • 호수 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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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준비팀에…끌어주고 밀어줬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과거 자신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으로 파견 나온 환경부 공무원 두 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자신의 청문회 준비팀으로 왔던 환경부 공무원 두 명에게 각각 홍조근정훈장과 근정포장을 수여했다. 2018년 1월24일자 전자관보서 ‘2017년 우수공무원 정부포상 수여’ 명단을 보면 A씨는 홍조근정훈장, B씨는 근정포장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많고 많은
직원 중에… 

2017년 우수공무원 정부포상 수상자 9명 중 훈포장을 받은 사람은 두 사람뿐으로, 그 외 인사들은 대통령표창 또는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상훈법은 표창에 대해 “훈포장을 수여할 만한 공적에 버금가는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한다”고 명시돼있다.

A씨와 B씨는 김은경 당시 환경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으로 파견 나온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청문위원들이 지난 2017년 6월 김은경 당시 후보자 측에 요구한 자료 중 준비팀 명단을 보면 A씨는 언론보도 대응반에서 대변인을, B씨는 신상자료 준비반에서 감사담당관을 각각 역임했다.

근정훈장은 군인과 군무원을 제외한 공무원 중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총 5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며, A씨가 받은 홍조근정훈장은 근정훈장의 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한다(1등급 청조근정훈장·2등급 황조근정훈장·3등급 홍조근정훈장·4등급 녹조근정훈장·5등급 옥조근정훈장).


B씨가 받은 근정포장은 공무원 및 사립학교의 교원과 국공영기업체·공공단체 또는 사회단체의 직원으로서 직무에 최선을 다해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공적이 근정훈장을 수여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 자에게 수여하며 그 크기도 훈장보다 작지만, 법적 효력은 근정훈장과 차이가 없다. 

청문회 중역 2명 ‘2017 우수공무원’
수상자 9명 중 2명만 훈포장 받아

A씨와 B씨가 받은 우수공무원 정부포상은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년 진행되는 정기포상이다. 전자관보는 A씨의 공적 사유에 대해 2017년 우수공무원 정부포상으로만 기술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A씨의 구체적 공적 사유는 “재직 이래 부단한 노력과 탁월한 업무 추진으로 깨끗한 국가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었다. <일요시사>는 좀 더 자세한 공적 사유를 듣기 위해 A씨와 B씨 측에 연락과 메모를 남겼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다.

이처럼 상훈의 기준은 포괄적이다. 상훈법 제3조(서훈의 기준)을 보면 “서훈 대상자의 공적 내용, 그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그밖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훈포장 대상자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매년 행정안전부는 포상 계획을 각 부처에 전달하면 계획을 받은 각 부처는 추진 계획과 일정에 따라 내부 인사를 추천한다.
 

상훈법 제5조(서훈의 추천)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대통령 직속기관 및 국무총리 직속기관의 장을 포함),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한다”고 규정한다.


3등급 훈장
포괄적 기준

그러나 훈포장 대상자 추천은 통상 각 실국과 소속기관서 이뤄진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21일 ‘장관이 내부 직원을 추천하는 과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절차는 없다. 각 실국과 소속기관서 추천을 하지 별도로 장관이 개별 직원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천된 인사는 정부포상공적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훈포장이 정치적 논리로 해석되는 사례가 있다. 해당 매체는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실서 근무했던 전직 정책보좌관이 지난 2017년 3월 한 시민단체가 주최한 4대강 사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과거 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환경부 인사를 향해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전직 정책보좌관은 당시 토론회서 “(4대강 복원을 논의하는 위원회 명칭이) 복원위원회가 되든 우리강위원회가 되든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직속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토론회 참석자께서) 과거 청산을 말씀하셨는데 (4대강 정책) 찬동인사는 (위원회서)당연히 배제해야 한다. (이명박정부 당시) 훈포장을 받은 사람이 전부 블랙리스트인지 여부는 조금 걱정된다. 진짜 고생하신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정책보좌관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일 검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공로로 이명박정부로부터 훈포장을 받은 환경부 인사가 이번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례도 있다.

수사망 좁혀져
실체 드러나나

지난 2012년 7월 4대강 사업 공로로 ‘하천이용활성화 기반구축 유공’ 명단에 포함돼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환경부 인사는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특별감찰반(이하 특감반) 의혹 진상조사단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8개 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등이 담겼다.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해당 의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월 검찰은 환경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서 환경부의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재직 시절의 환경부 인사 및 보좌관을 불러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균형인사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MB정부 훈포장자 ‘블랙리스트’에
김은경 재소환, BH로 향하는 검날


검찰은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의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직후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이 청와대를 찾아가 청와대 낙점 인사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경위 등을 신 비서관에게 해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검찰 조사를 받은 복수의 환경부 전·현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신 비서관은 지난해 7월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서 청와대가 추천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서류전형서 탈락하자 환경부 관계자들을 질책하며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박씨의 서류전형 탈락 사유가 적힌 경위서를 신 비서관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비서관을 찾아가 해명했다는 안병옥 전 차관은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여가 지난 뒤 경질됐다.

검찰은 면접 전형까지 진행됐던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가 무산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황모 환경부 국장은 지난해 7월 돌연 “면접 합격자들 중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통보했다. 당시 위원이었던 한 사립대 교수는 “통보만 받고 그 이유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기상 신 비서관이 박씨의 탈락에 대해 환경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였다.

BH 정조준
확전 불가피

재공모를 통해 환경공단 이사장에는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 인사가, 상임감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특보 출신 인사가 각각 임명됐다. 검찰은 이 과정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또 두 사람 외에도 여당과 캠프 출신 인사들이 임원으로 임명되는 데 특혜가 있었는지의 여부도 살펴보는 중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소환조사했던 김 전 장관도 다시 불러 산하기관 임원 교체 인사 경위와 청와대의 압력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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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