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7가지 의혹 승리와 그의 친구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9 09:32:17
  • 호수 1210호
  • 댓글 0개

‘세븐 트랙’으로 꽁꽁 묶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직원의 손님 폭행 논란서 시작된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이 ‘게이트’로 번졌다. 하나같이 초강력 범죄들만 모였다. 최근 경찰서 수사 중인 사안은 크게 일곱 가지다. 폭행·마약 유통·음란물 촬영·성접대·탈세·유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빅뱅 멤버 승리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클럽 버닝썬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한 클럽 손님이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경찰의 초동조치·유착 의혹, 신고자의 성추행·폭행 의혹, 클럽 내 성폭행·마약 의혹 등이 함께 불거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사태가 커짐에 따라 지금까지 이뤄진 고소 건들의 진행상황도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13일, 경찰청 긴급기자간담회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우선 버닝썬의 시발이 된 폭행 사건,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 청탁 사건, 버닝썬 내 음란물 촬영 및 유포 사건, 마약류 투약 유통, 승리 관련 성접대 의혹, 아레나 클럽 조세포탈 사건 이 정도의 큰 줄기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경찰 고위층 관련 카톡 내용에 관련된 수사 등 7개 부분서 크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행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당해 이번 사건을 폭로한 김상교씨의 수사는 현재 광역수사대서 진행 중이다. 버닝썬 이사였던 장모씨는 지난해 11월24일 오전 7시쯤 클럽 손님인 김씨를 가게 바깥으로 끌고 나와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입건됐다.  

이 과정서 112 신고자인 김씨는 장씨뿐만 아니라 옆에 같이 있던 직원들까지 합세해 자신을 집단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 측은 장씨 본인이 김씨를 폭행한 것은 어느 정도 시인했으나 직원들은 장씨를 말리려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상호폭행 혐의와 함께 직원들의 집단폭행 여부도 조사 중이다.


1년 넘게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의 폭행 사건 가해자가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지 2주 만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전담팀은 아레나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28일 오전 4시쯤 아레나서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전치 5주의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논현파출소는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로 넘겼지만 1년 넘게 폭행 가해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청 미제사건전담팀은 클럽 내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약 2주 만에 A씨를 특정해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일부 폭행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강남 클럽 ‘버닝썬’의 직원이 구속 기소됐다. 버닝썬 사건 관련자 중 첫 기소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조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버닝썬서 MD로 일하던 조씨는 대마와 필로폰, 엑스터시 등을 흡입 또는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엑스터시와 이른바 ‘해피벌룬’으로 불리는 아산화질소를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청장까지 나서…경찰 클럽수사 본격 착수
마약, 탈세, 음란물, 성접대 등 7개 혐의


앞서 경찰은 조씨가 마약을 외국서 몰래 들여오던 것을 적발해 구속했으며, 추가조사를 거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조씨를 기소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씨가 마약을 입수하는 데 조직적인 범죄조직이 개입됐는지 여부, 다른 버닝썬 직원들의 공모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앞서 경찰은 조씨 구속에 이어 클럽 관계자들과 손님 등 10여명을 마약투약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음란물

버닝썬 화장실서 고객들의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A씨를 구속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클럽서 고객을 유치하는 MD로 근무했던 A씨를 이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A씨는 버닝썬 VIP룸 화장실로 추정되는 공간서 한 남녀가 성관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인터넷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영상 속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인지, 성폭행에 의한 것인지는 확인 중이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촬영·유포 경위를 조사하고, 또 다른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 정준영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도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영상 속 여성에게 마약을 먹여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경찰조사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촬영자 A씨와 공범이 있는지, 동영상 속 남녀가 마약투약을 했는지,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더불어 승리와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도 수사 중이다.
 
성접대

승리의 해외 투자자에 대한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카톡방에는 다른 연예인들도 여러 명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승리의 성접대 의혹 카톡 대화와 관련해 이 카톡방에 참여했던 연예인 중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카톡방서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카톡방에 참여한 연예인 중에는 가수 출신으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는 A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같은 달 10일 승리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당시 승리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는 정밀 감정을 의뢰했으나, 감정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성접대 의혹과 관련된 카톡 대화 내용에 일관성이 있다고 보고 카톡 대화 원본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탈세


버닝썬 사건의 불똥은 클럽 아레나까지 튀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지방국세청이 고발한 아레나의 150억원대 탈세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를 탈세 주범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강씨는 강남권 유흥업소 10여곳을 운영하는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졌으나 서류상으로는 아레나의 경영권자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클럽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강씨와 명의사장 등 10명 내외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단순 폭력이 게이트로 
대한민국 들었다 놨다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 간의 유착 의혹, 클럽 내 마약 투약과 유통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버닝썬의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버닝썬의 1년치 장부를 확보해 클럽 매출을 횡령하거나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편법을 썼는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버닝썬 직원들이 개인 통장으로 술값을 받은 다음 이를 다시 법인 계좌로 입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동안 버닝썬서 판매하는 1억원짜리 ‘만수르 세트’ 등의 경우 무자료 거래를 통해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버닝썬 내에서는 세무조사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가짜 메뉴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착


버닝썬과 경찰 간의 유착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유착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클럽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첩보도 확인 중이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경찰관 출신 강모씨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으며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다. 강씨는 지난해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버닝썬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한편 FT아일랜드의 멤버 최종훈이 3년 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 보도를 막아달라고 경찰에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유착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최종훈은 승리와 정준영이 참여한 카톡 단체 대화방서 경찰이 뒤를 봐줬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최종훈은 2016년 2월 이태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250만원의 벌금과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고 이를 이행한 사실이 있음을 본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훈은 당시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멤버라 생각해 조용히 넘어가려고 소속사에 알리지 못한 채 두려움에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 점을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호

다만 “최종훈이 언론사나 경찰을 통해 그 어떤 청탁도 한 사실은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승리와 정준영 등 남성 연예인들의 카톡 단체대화방에 언급된 경찰 고위직과 관련해 경찰청장이 뒤를 봐준다고 볼 수 있는 대화내용이 포착돼 경찰이 내사 중이다. 카톡 대화에서는 ‘경찰총장’으로 표현이 됐으나 실제 경찰청장을 의미하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