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해남부선 부실자재 의혹

설계도엔 KS, 실제론 비KS?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에 KS인증뿐만 아니라 검수조차 받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재의 성능은 교량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공사현장서 강재를 사용할 때 검증 절차가 따르는 이유다. 발주청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교량 전문사이트 건설과사람들의 자문을 받아 내막을 살펴봤다.

▲ KTX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

동해남부선은 부산의 부산진역과 경북 포항의 포항역 사이에 부설된 철도다. 동해안을 따라 부설된 동해남부선은 길이가 145.8에 이른다. 2003년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해남부선 단선 철로를 복선화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업은 부산시 구간 37, 울산시 구간 26.7등 총 65.7로 계획됐고, 예산은 26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도급 업체
교량 공사

지난 20161229일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28.5) 구간의 복선전철이 개통했다. 당초 광역철도 사업으로 착공했지만 부산시의 공사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다 국비로 건설하는 일반철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버스로 1시간40분 정도 소요되던 부전~일광 구간이 전동차로 37분이면 갈 수 있게 돼 동부산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구간에는 14개의 현대화된 철도역사가 들어섰다. 교대역, 벡스코역, 거제역서 각각 부산도시철도 1·2·3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KS강재 문제가 불거진 곳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이다.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가 MSP BEAM 특허공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은 철도노선이 필요한 곳에 공사를 발주한다. 원도급 업체는 공사를 쪼개 하도급 업체에 맡긴다. 실질적인 공사 주체는 하도급 업체지만 원도급 업체서 이들을 관리한다. 공사현장의 전체적인 관리·감독은 감리단서 담당한다.


전체 공정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발주청, 시설공단이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는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동해남부선의 시작점인 부전역을 포함해 총 6개역이다. 원도급 업체 현대건설은 교대역 교량 공사를 한국피씨에스에 맡겼다.

한국피씨에스는 교량용 거더를 제작하고 일반 교량용 자재를 제작·판매하는 업체다. 거더는 교량의 상부구조물로 집에 비유하면 대들보와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교대역 교량에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강재는 건설공사 등의 재료로 쓰기 위해 압연 따위의 방법으로 가공한 강판이다. 강재의 양과 질 그리고 종류에 따라 교량의 강도가 좌우된다. 실제 교량의 강도는 안전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공사현장서 가능한 한 KS인증을 받은 강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산 대응 저렴한 철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용

당초 교대역 교량 설계도에는 KS인증을 받은 SM520 철판 511톤과 SS400 철판 42톤을 합쳐 총 553톤의 철판을 사용하도록 돼있었다. 하지만 실제 교대역 교량에 들어간 강재를 살펴보면,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으로부터 구입한 KS인증 철판을 사용한 반면, 42톤에 달하는 나머지 철판은 KS인증을 받지 못한 비KS GS400 철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GS400 철판은 포스코서 중국 철판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판매하는 수입 대응재다. 일반적으로 KS인증 철판은 결함이 생기면 제조사에 클레임을 걸 수 있다. 하지만 GS400 철판은 결함이 있어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저원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시설공단 등은 시공 당시 SS400 철판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동일한 성능의 GS400 철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GS400 철판은 고강도 콘크리트에 강연선(여러 가닥의 강철선을 꼬아서 만든 줄)의 긴장력이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설치한 보강판에 사용됐다강연선 긴장력은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도록 설계됐기에 구조적으로 (GS400 철판의) 중요도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SS400 철판 수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교량서 중요한 부분에 들어가는 철판도 아니었기에 GS400 철판으로 대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철강업계 영업팀 관계자는 “20152016(교대역 교량공사 시공시기) SS400 철판 수급은 원활했다당시 철강업계가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때라 주문이 있었다면 신속하게 공급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교량 전문업체 관계자는 “(교대역 교량서) GS400 철판은 거더와 콘크리트를 연결해주는 부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그 부분은 강연선에 힘이 가해질 때 교량의 하중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저렴하지만
노 클레임

더 큰 문제는 비KS강재가 교대역 교량에 사용되는 과정서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재 선택과 사용은 공사현장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모든 공사현장서 지켜야 할 매뉴얼을 담은 표준시방서나 특정 공사현장서 하도급 업체가 따라야 하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강재 사용 시 지켜야 할 절차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도로교표준시방서(2016)에 따르면 강재를 구입할 때는 시험성적증명서인 밀시트와 입고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계약상대자는 강재의 품질 확인과 검증을 위해 밀시트, 재료 시험보고서, 제품 검사보고서와 검사성적서 등을 제출해 감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기돼있다.
 

물론 KS인증을 받지 않은 비KS강재를 무조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철도설계기준 철도교편(2004)’ 4장 사용재료 부분을 보면 강철도교에 사용되는 재료는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산업규격(KS)에 규정된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새로운 재료를 적용할 때는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기재했다.

철도설계기준에서 말하는 타당한 근거는 감리의 확인 하에 직접 현장에 납품된 자재에 대해 샘플링해 의뢰한 시험성적증명서를 뜻한다. 이때 밀시트로 품질시험을 대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공사현장에 비KS강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검사를 거친 후 받은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별표2와 국토교통부 고시자료(2015. 6. 30)에 따르면 압연용 강재는 겉모양, 치수, 무게, 화학성분, 인장강도, 굽힘성 등에 대해 제조회사·제품규격별로 50톤마다 시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교대역 교량 제작을 위한 ‘MSP 합성거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공사에 사용하는 재료는 설계도 재료표에 명기한 것으로, 사용 강재는 규격증명서를 첨부해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작특별시방서에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해당 설계기준과 표준시방서에 따른다고도 명시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과 GS400 철판의 밀시트를 입수해 건설과사람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두 철판의 출신 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M520 철판은 제조·공급 등 유통과정이 명확했던 반면 GS400 철판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제조·공급
불분명하다

정상적으로 발주해 납품된 철판은 제조사에서 기입한 정보가 마킹돼있다. 모든 사항이 기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철판의 재질과 규격, 제품번호, 제강번호 등은 필수로 들어간다. 공사현장에 납품되는 철판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공사현장에서는 철판에 마킹된 주문번호와 밀시트에 기재된 번호를 비교해 실제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 확인한다.

동국제강이 교대역 교량 공사에 납품한 SM520 철판의 경우, ‘회사 로고’ ‘제품규격’ ‘제품치수’ ‘제품번호’ ‘제강번호’ ‘목적지명등이 마킹돼있고 이는 밀시트 내용과 일치한다. 교대역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서 전량 공급됐다.
 

반면 GS400 철판은 각기 다른 4군데 대리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GS400 철판의 밀시트서 설계 수량과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다. 밀시트에 기재된 제작 수량과 구매 수량이 일치하지 않았다. 시설공단 등은 이에 대해 “GS400 철판의 밀시트가 일부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KS강재를 공사현장에 공급할 때 시험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해 받아야 하는 자재공급원 승인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설공단 등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GS400 철판에 대한 자재공급원 승인원을 받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2016년 다른 공사에서 받은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자재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몰랐다” 시설공단
감리에 책임 떠넘겨

시설공단 등에서 말한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은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에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진접선에 들어가는 GS400 철판의 자재공급 승인 날짜는 20161110일로 확인된다.

그 시기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 구간은 개통을 한 달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미 준공된 공사에 들어간 GS400 철판의 적정성을 이후 다른 공사에서 받은 자재공급원 승인원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설공단 영남본부 동해남부선 부산울산 PM 관계자는 GS400 철판 사용 문제는 감리단의 업무라고 해명했다. 당시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 감리는 설계업체 유신이 맡았다.

시설공단에서 유신에 책임감리를 맡긴 만큼 공사현장 자재 검측이나 자재공급원 승인 등은 감리단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자재공급원 승인은 시설공단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 감리단장의 승인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시설공단은 언론 등에서 비KS강재 사용,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해당 사항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발주청인 시설공단은 문제를 야기한 업체나 감리단에 벌점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역 교량 공사에서 비KS강재 사용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8월경, 하지만 업체나 감리단 등에 벌점이 부과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실제 책임감리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이우현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터널공사 과정서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공단은 책임감리제를 구실로 직원들에게 경징계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책임소재
누구한테?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주청의 업무 범위에는 건설공사의 품질관리와 안전관리에 대한 지도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서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은 시공업체나 감리단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설공단서 책임감리를 맡겼다는 핑계로 감리단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며 문제를 인지한 이후에도 시설공단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상한 철판 공급업체 “면허도 없는데 재하도급?"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에 비KS강재를 사용한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는 인천 소재의 영세업체 금강스틸에서 절단한 GS400 철판을 경주 소재의 동보테크로부터 공급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확인 결과, 두 업체는 철강 관련 면허뿐만 아니라 어떠한 건설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건설기술산업법 제29(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에 따르면 하수급인은 하도급을 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재하도급할 수 없게 돼있다. 단 하도급을 받은 전문공사의 일부를 그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에게는 하도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문제는 동보테크가 전문건설업 등록이 안 된 상태라 건설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당초 동보테크는 한국피씨에스의 재하도급을 받을 수 없는 업체였던 셈이다. 시설공단 등은 동보테크는 일부 강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자재납품 업체이므로 재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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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