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해남부선 부실자재 의혹

설계도엔 KS, 실제론 비KS?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에 KS인증뿐만 아니라 검수조차 받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재의 성능은 교량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공사현장서 강재를 사용할 때 검증 절차가 따르는 이유다. 발주청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교량 전문사이트 건설과사람들의 자문을 받아 내막을 살펴봤다.

▲ KTX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

동해남부선은 부산의 부산진역과 경북 포항의 포항역 사이에 부설된 철도다. 동해안을 따라 부설된 동해남부선은 길이가 145.8에 이른다. 2003년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해남부선 단선 철로를 복선화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업은 부산시 구간 37, 울산시 구간 26.7등 총 65.7로 계획됐고, 예산은 26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도급 업체
교량 공사

지난 20161229일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28.5) 구간의 복선전철이 개통했다. 당초 광역철도 사업으로 착공했지만 부산시의 공사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다 국비로 건설하는 일반철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버스로 1시간40분 정도 소요되던 부전~일광 구간이 전동차로 37분이면 갈 수 있게 돼 동부산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구간에는 14개의 현대화된 철도역사가 들어섰다. 교대역, 벡스코역, 거제역서 각각 부산도시철도 1·2·3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KS강재 문제가 불거진 곳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이다.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가 MSP BEAM 특허공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은 철도노선이 필요한 곳에 공사를 발주한다. 원도급 업체는 공사를 쪼개 하도급 업체에 맡긴다. 실질적인 공사 주체는 하도급 업체지만 원도급 업체서 이들을 관리한다. 공사현장의 전체적인 관리·감독은 감리단서 담당한다.

전체 공정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발주청, 시설공단이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는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동해남부선의 시작점인 부전역을 포함해 총 6개역이다. 원도급 업체 현대건설은 교대역 교량 공사를 한국피씨에스에 맡겼다.

한국피씨에스는 교량용 거더를 제작하고 일반 교량용 자재를 제작·판매하는 업체다. 거더는 교량의 상부구조물로 집에 비유하면 대들보와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교대역 교량에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강재는 건설공사 등의 재료로 쓰기 위해 압연 따위의 방법으로 가공한 강판이다. 강재의 양과 질 그리고 종류에 따라 교량의 강도가 좌우된다. 실제 교량의 강도는 안전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공사현장서 가능한 한 KS인증을 받은 강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산 대응 저렴한 철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용

당초 교대역 교량 설계도에는 KS인증을 받은 SM520 철판 511톤과 SS400 철판 42톤을 합쳐 총 553톤의 철판을 사용하도록 돼있었다. 하지만 실제 교대역 교량에 들어간 강재를 살펴보면,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으로부터 구입한 KS인증 철판을 사용한 반면, 42톤에 달하는 나머지 철판은 KS인증을 받지 못한 비KS GS400 철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GS400 철판은 포스코서 중국 철판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판매하는 수입 대응재다. 일반적으로 KS인증 철판은 결함이 생기면 제조사에 클레임을 걸 수 있다. 하지만 GS400 철판은 결함이 있어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저원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시설공단 등은 시공 당시 SS400 철판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동일한 성능의 GS400 철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GS400 철판은 고강도 콘크리트에 강연선(여러 가닥의 강철선을 꼬아서 만든 줄)의 긴장력이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설치한 보강판에 사용됐다강연선 긴장력은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도록 설계됐기에 구조적으로 (GS400 철판의) 중요도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SS400 철판 수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교량서 중요한 부분에 들어가는 철판도 아니었기에 GS400 철판으로 대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철강업계 영업팀 관계자는 “20152016(교대역 교량공사 시공시기) SS400 철판 수급은 원활했다당시 철강업계가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때라 주문이 있었다면 신속하게 공급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교량 전문업체 관계자는 “(교대역 교량서) GS400 철판은 거더와 콘크리트를 연결해주는 부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그 부분은 강연선에 힘이 가해질 때 교량의 하중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저렴하지만
노 클레임

더 큰 문제는 비KS강재가 교대역 교량에 사용되는 과정서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재 선택과 사용은 공사현장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모든 공사현장서 지켜야 할 매뉴얼을 담은 표준시방서나 특정 공사현장서 하도급 업체가 따라야 하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강재 사용 시 지켜야 할 절차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도로교표준시방서(2016)에 따르면 강재를 구입할 때는 시험성적증명서인 밀시트와 입고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계약상대자는 강재의 품질 확인과 검증을 위해 밀시트, 재료 시험보고서, 제품 검사보고서와 검사성적서 등을 제출해 감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기돼있다.
 

물론 KS인증을 받지 않은 비KS강재를 무조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철도설계기준 철도교편(2004)’ 4장 사용재료 부분을 보면 강철도교에 사용되는 재료는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산업규격(KS)에 규정된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새로운 재료를 적용할 때는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기재했다.

철도설계기준에서 말하는 타당한 근거는 감리의 확인 하에 직접 현장에 납품된 자재에 대해 샘플링해 의뢰한 시험성적증명서를 뜻한다. 이때 밀시트로 품질시험을 대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공사현장에 비KS강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검사를 거친 후 받은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별표2와 국토교통부 고시자료(2015. 6. 30)에 따르면 압연용 강재는 겉모양, 치수, 무게, 화학성분, 인장강도, 굽힘성 등에 대해 제조회사·제품규격별로 50톤마다 시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교대역 교량 제작을 위한 ‘MSP 합성거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공사에 사용하는 재료는 설계도 재료표에 명기한 것으로, 사용 강재는 규격증명서를 첨부해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작특별시방서에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해당 설계기준과 표준시방서에 따른다고도 명시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과 GS400 철판의 밀시트를 입수해 건설과사람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두 철판의 출신 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M520 철판은 제조·공급 등 유통과정이 명확했던 반면 GS400 철판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제조·공급
불분명하다

정상적으로 발주해 납품된 철판은 제조사에서 기입한 정보가 마킹돼있다. 모든 사항이 기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철판의 재질과 규격, 제품번호, 제강번호 등은 필수로 들어간다. 공사현장에 납품되는 철판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공사현장에서는 철판에 마킹된 주문번호와 밀시트에 기재된 번호를 비교해 실제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 확인한다.

동국제강이 교대역 교량 공사에 납품한 SM520 철판의 경우, ‘회사 로고’ ‘제품규격’ ‘제품치수’ ‘제품번호’ ‘제강번호’ ‘목적지명등이 마킹돼있고 이는 밀시트 내용과 일치한다. 교대역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서 전량 공급됐다.
 

반면 GS400 철판은 각기 다른 4군데 대리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GS400 철판의 밀시트서 설계 수량과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다. 밀시트에 기재된 제작 수량과 구매 수량이 일치하지 않았다. 시설공단 등은 이에 대해 “GS400 철판의 밀시트가 일부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KS강재를 공사현장에 공급할 때 시험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해 받아야 하는 자재공급원 승인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설공단 등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GS400 철판에 대한 자재공급원 승인원을 받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2016년 다른 공사에서 받은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자재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몰랐다” 시설공단
감리에 책임 떠넘겨

시설공단 등에서 말한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은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에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진접선에 들어가는 GS400 철판의 자재공급 승인 날짜는 20161110일로 확인된다.

그 시기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 구간은 개통을 한 달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미 준공된 공사에 들어간 GS400 철판의 적정성을 이후 다른 공사에서 받은 자재공급원 승인원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설공단 영남본부 동해남부선 부산울산 PM 관계자는 GS400 철판 사용 문제는 감리단의 업무라고 해명했다. 당시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 감리는 설계업체 유신이 맡았다.

시설공단에서 유신에 책임감리를 맡긴 만큼 공사현장 자재 검측이나 자재공급원 승인 등은 감리단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자재공급원 승인은 시설공단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 감리단장의 승인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시설공단은 언론 등에서 비KS강재 사용,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해당 사항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발주청인 시설공단은 문제를 야기한 업체나 감리단에 벌점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역 교량 공사에서 비KS강재 사용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8월경, 하지만 업체나 감리단 등에 벌점이 부과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실제 책임감리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이우현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터널공사 과정서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공단은 책임감리제를 구실로 직원들에게 경징계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책임소재
누구한테?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주청의 업무 범위에는 건설공사의 품질관리와 안전관리에 대한 지도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서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은 시공업체나 감리단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설공단서 책임감리를 맡겼다는 핑계로 감리단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며 문제를 인지한 이후에도 시설공단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상한 철판 공급업체 “면허도 없는데 재하도급?"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에 비KS강재를 사용한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는 인천 소재의 영세업체 금강스틸에서 절단한 GS400 철판을 경주 소재의 동보테크로부터 공급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확인 결과, 두 업체는 철강 관련 면허뿐만 아니라 어떠한 건설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건설기술산업법 제29(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에 따르면 하수급인은 하도급을 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재하도급할 수 없게 돼있다. 단 하도급을 받은 전문공사의 일부를 그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에게는 하도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문제는 동보테크가 전문건설업 등록이 안 된 상태라 건설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당초 동보테크는 한국피씨에스의 재하도급을 받을 수 없는 업체였던 셈이다. 시설공단 등은 동보테크는 일부 강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자재납품 업체이므로 재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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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