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풍경의 화가’ 서승연

물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충북 청주시 소재 쉐마미술관서 서승연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서승연은 최근 10년간 가장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작가 중 한 사람이다. 최근에는 풍경, 특히 도시경관을 주제로 삼고 있는 서승연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 Life19-02 116.7×62.5cm, Acrylic on Canvas, 2019

서승연 작가는 주제를 선택하면 그 이미지를 2차원의 평면에 안착시킨다. 사진에서 필름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인화지에 현상하듯 캔버스 표면 위에 이미지를 쌓는다. 서승연이 그리는 풍경의 이미지는 유클리트 공간서 꼭대기·밑바닥··우 같은 평면기하학의 원리나 원근법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

물에 떠 있듯

서승연의 표현방식은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와 닮아 있다. 브라크는 간판 제작과 나무의 표면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사용해 입체주의의 표현형식을 발전시켰다. 그는 전통적인 원근법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기계적인 처리방식으로는 결코 사물을 완전히 포착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특히 내가 지각한 새로운 회화공간의 시각화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승연이 표현한 풍경 이미지들은 리얼리즘의 한계와 추상미술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점차 희미해지다가 방위까지 불확실해진다. 물 위에 떠 있는 듯 또 물에 잠긴 듯 불확실한 이미지는 포스트모더니즘 회화의 중요한 개념인 모호성을 갖는다.


도시경관 주제로 활발한 활동
‘가깝고 먼’ 원근법을 넘어

복합적인 표현적 행태들의 정합성을 해체하고 그 본질적인 요소들로 독특한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김재관 쉐마미술관 관장은 이 과정을 통해 서승연의 작품은 그 나름대로의 회화의 자율성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회화의 표현에 있어서 1차적 관점은 철저하리만큼 색채와 형태의 문제에 집중됐다.

묘사 대상의 가시적 체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미술이 시대를 주도했고, 이러한 인식은 비대상적이고 절대적인 미술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 Life18-12 72.7× 72.7cm, Acrylic on Canvas, 2018

반면 서승연의 풍경은 객관적인 세계의 묘사와는 단절돼있다. 작가 자신의 고유한 풍경 세계, 즉 즉물적이면서 이미지와 물의 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김 관장은 서승연은 기존의 구상회화가 추구했던 생명이 없는 모사 행위를 포기하고 현대미술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매우 창의적인 추상 풍경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승연은 물을 이용해 풍경과 화면을 통합시키면서 새로운 인생의 꿈을 만난다고 했다. 그는 일찍이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과 자연의 이치를 물로 설명했다. 물은 풍요와 생명의 원리이며 청정한 정화력을 지니고 있다. 물의 순환은 재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창의적인 추상 풍경화
작품 속 강한 에너지


이어 물의 심상은 자연과 세계 그리고 가장 자유롭고 유연한 순리라는 인생의 섭리를 드러낸다”며 나의 작업은 만물의 근원인 물방울을 통해 성장과 소멸, 재탄생의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생명력으로 전달받는다고 덧붙였다.

김 관장은 모든 사물이 물에서 태어났듯 서승연의 작품도 물에서 비롯됐고, 그러한 근원에 따라 이미지가 태어나고 지워지는 과정을 통해 작품이 이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Life18-07 53.0× 162.0cm, Acrylic on Canvas, 2018

서승연은 지금의 작업에 대해 대단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주관적인 표현주의 화풍서의 대담한 색채와 독특한 이미지의 조형언어를 통해 생명력의 근원인 물이 지닌 힘이 서승연의 화면서 강렬한 에너지로 표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에 가라앉듯

쉐마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서승연의 회화세계서 또 한 번의 도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승연 작가가 더욱 더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관람객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서승연은?]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전시

개인전 27(서울·청주·인천·순천· L.A·미시간주·부산국제 아트페어·한국구상대제전·세텍-서울아트쇼 2013·남송국제 아트쇼 외 다수)
단체전 160여회
KIAF ARTSEOUL
혜초 이후- 한국, 인도 문화의 소통
‘LANDMARKS : A GLORIOUS DREAM-
세계도시의 건축
부산국제아트페어
상하이 아트페어
대구아트페어
광주국제아트페어

AHAF(Asia Hotel Art Fair SEOUL 2015)

경력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양천미술협회, 에꼴회원, 쉐마아트포럼 아티스트, 담코회원
강릉원주대학교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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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