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영선과 ‘수상한 사단법인’ 추적

남편 아파트를 사무실로 빌려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남편 이원조씨는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아파트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에게 빌려줬다. 사단법인 생각연구소는 이씨의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의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이들의 활동에 꾸준히 등장했다. 눈길이 가는 건 생각연구소의 구성원. 몇몇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회서 박 후보자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하 박 후보자)와 사단법인 생각연구소(이하 생각연구소)의 관계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 2017년 1월4일 설립됐다. 박 후보자의 남편 이원조씨는 생각연구소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공보 제2017-36호(정기재산공개)’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설립
연구소 이사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중 비영리법인 출연 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생각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2000만원을 출연했다. 보유직위는 이사로 적시돼있다. 이씨는 2017년 9월6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국회공보 제2018-41호(정기재산공개)’에도 이씨의 이사직 사임이 명시돼있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지정기부금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 등을 뜻한다. 생각연구소는 절차에 따라 주무관청인 서울특별시에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심사 이후 생각연구소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했고, 기재부장관은 생각연구소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 ‘기재부 공고 제2017-136호’와 기재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8년도 4/4분기 지정기부금단체 정정고시’ 중 ‘지정누계’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주사무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해당 주식회사 관계자는 “생각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때 주소와 행정 처리를 위한 사무공간이 필요했다”며 “이곳을 임대차 형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당시 생각연구소서 따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연구소는 2018년 1월31일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이란 주제로 박 후보자와 창립세미나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코인은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에너지화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서울코인은 박 후보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시정과 관련해 제시한 제안 중 하나였다. 박 후보자는 두 달여 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아파트의 소유자는 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씨였다. 해당 아파트는 매매가 9억∼10억 사이의 고가 아파트다.
 

▲ 생각연구소의 두 번째 주사무소였던 아파트 사진. 문고리 포장지조차 뜯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후보자 측은 지난 14일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사무실 임대가 2017년 9월30일자로 만료되는 등 주소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이씨 소유의 종로구 아파트가 공실로 돼있어 임시로 임대·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단법인은 원칙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사무소를 마련할 수 없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가 부득이하게 종로구 소재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고, 이는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생각연구소 허가 조건에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를 주거용 공간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사무용 공간만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허가 심사 요건’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거용?
사무용?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은 없다”면서도 “주소지가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는 서류를 제출했다면 주거용 공간은 안 된다고 설명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소가 변경됐다면 허가증을 재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소지가 변경됐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현장 감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생각연구소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생각연구소의 주사무소를 첫 번째 주소지로 알고 있었다. 그는 “해당 아파트가 주거용 시설이더라도 사무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가 없지만, 생각연구소의 주소지 변경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장 감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 측은 임대차 계약 여부에 대해 “2017년 10월1일 주소지 이전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9월30일까지였다”며 “생각연구소 측에서 적정한 사무실 이전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9년 2월까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은 “구두로 사용연장을 요청하고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가 없었을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최대 2년 계약을 인정하도록 돼있다”고 덧붙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이씨의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 설명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그보다 약 11개월 전인 2017년 10월1일에 주사무소를 이씨의 아파트로 옮겼다. 

생각연구소의 첫 공식 활동은 지난 2018년 1월31일 박 후보자와 공동으로 주관한 창립세미나였다. 박 후보자 측의 설명대로라면 생각연구소의 모든 공식 활동은 이씨의 아파트에 주사무소를 옮긴 뒤 시행됐다.

후보자 측 “주거용 아닌 사무용으로 썼다”
박, 사단법인 공식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

생각연구소는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2018년 9월17일 ‘운영계획 및 전문위원 간담회’를 개최했고, 2018년 11월15일 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과 ‘남북경협 중소기업 참여확대와 상생발전’이라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어 2018년 12월17일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와 공동간담회를 실시했으며, 지난 1월29일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후보자는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한국적 제3의길은 박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의원연구단체다. 


또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와 한국조경협회의 공동간담회서 “내년에는 앞선 주제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한국조경협회, 생각연구소가 공동으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월19일 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측은 참석 이유에 대해 “생각연구소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이슈와 미세먼지 해법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1일 이씨의 아파트서 서울시 강남구의 한 건물 내 사무실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7일 관계자들과 함께 이전 개소식을 열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다.

생각연구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서 방 하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컴퓨터 두 대와 냉장고, 기자재 등이 있었고 굉장히 비좁았다. 당시 생각연구소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연락두절

생각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생각연구소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님께 연락이 왔다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은 이후 통화서 “사무총장님께서 ‘알아서 하겠다’라는 말을 하셨다”며 “따로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무국장은 출근 여부에 대해 “비상근”이라고 답했다. 이후 사무국장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무총장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생각연구소 기획실장은 “소장님께 전달해드리겠다”며 “명함 한 장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장의 연락도 없었다.

생각연구소 사무국장과 처음 통화한 날 생각연구소는 돌연 홈페이지의 문을 닫았다.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를 리뉴얼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데이트 등의 이유로 4월 말에 홈페이지를 다시 연다고 했다”고 대신 전했다.
 

한편 생각연구소의 상임위원장 A씨는 2018년 4월10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서울시 서남권역 건축사, 박영선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생각연구소의 운영계획 보고 간담회와 한국조경협회 공동간담회에 참석했던 B씨는 이날 A씨와 함께 지지선언을 했다.

A씨는 2018년 4월12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특별위원장·부위원장 100인의 박 의원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도 참여했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국토교통 특보를 맡은 바 있다.

구성원 일부, 박 서울시장 출마 지지
법인은 기부금 미공개…시행령 위반

생각연구소가 한국적 제3의길과 공동주최한 토론회와 한국조경협회와의 공동간담회서 모습을 드러낸 C씨도 이날 지지를 선언했다. C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경제산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기획실장 D씨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 관계자에 대해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생각연구소는 그동안 기부금 모금액이나 활용실적을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을 공개해야 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 5항(의무이행) 3호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지정기부금단체 등과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7년 9월에 설립됐다면 2017년 내역을 2018년 3월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모금액이 0원이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각연구소의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을 때도 기부금 내역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생각연구소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생각연구소는 현재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인데 지난해 실적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실적 공개 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지정기부단체
기부금 공개X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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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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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