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영선과 ‘수상한 사단법인’ 추적

남편 아파트를 사무실로 빌려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남편 이원조씨는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아파트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에게 빌려줬다. 사단법인 생각연구소는 이씨의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의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이들의 활동에 꾸준히 등장했다. 눈길이 가는 건 생각연구소의 구성원. 몇몇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회서 박 후보자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하 박 후보자)와 사단법인 생각연구소(이하 생각연구소)의 관계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 2017년 1월4일 설립됐다. 박 후보자의 남편 이원조씨는 생각연구소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공보 제2017-36호(정기재산공개)’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설립
연구소 이사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중 비영리법인 출연 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생각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2000만원을 출연했다. 보유직위는 이사로 적시돼있다. 이씨는 2017년 9월6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국회공보 제2018-41호(정기재산공개)’에도 이씨의 이사직 사임이 명시돼있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지정기부금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 등을 뜻한다. 생각연구소는 절차에 따라 주무관청인 서울특별시에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심사 이후 생각연구소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했고, 기재부장관은 생각연구소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 ‘기재부 공고 제2017-136호’와 기재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8년도 4/4분기 지정기부금단체 정정고시’ 중 ‘지정누계’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주사무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해당 주식회사 관계자는 “생각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때 주소와 행정 처리를 위한 사무공간이 필요했다”며 “이곳을 임대차 형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당시 생각연구소서 따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연구소는 2018년 1월31일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이란 주제로 박 후보자와 창립세미나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코인은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에너지화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서울코인은 박 후보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시정과 관련해 제시한 제안 중 하나였다. 박 후보자는 두 달여 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아파트의 소유자는 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씨였다. 해당 아파트는 매매가 9억∼10억 사이의 고가 아파트다.
 

▲ 생각연구소의 두 번째 주사무소였던 아파트 사진. 문고리 포장지조차 뜯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후보자 측은 지난 14일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사무실 임대가 2017년 9월30일자로 만료되는 등 주소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이씨 소유의 종로구 아파트가 공실로 돼있어 임시로 임대·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단법인은 원칙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사무소를 마련할 수 없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가 부득이하게 종로구 소재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고, 이는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생각연구소 허가 조건에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를 주거용 공간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사무용 공간만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허가 심사 요건’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거용?
사무용?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은 없다”면서도 “주소지가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는 서류를 제출했다면 주거용 공간은 안 된다고 설명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소가 변경됐다면 허가증을 재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소지가 변경됐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현장 감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생각연구소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생각연구소의 주사무소를 첫 번째 주소지로 알고 있었다. 그는 “해당 아파트가 주거용 시설이더라도 사무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가 없지만, 생각연구소의 주소지 변경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장 감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 측은 임대차 계약 여부에 대해 “2017년 10월1일 주소지 이전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9월30일까지였다”며 “생각연구소 측에서 적정한 사무실 이전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9년 2월까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은 “구두로 사용연장을 요청하고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가 없었을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최대 2년 계약을 인정하도록 돼있다”고 덧붙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이씨의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 설명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그보다 약 11개월 전인 2017년 10월1일에 주사무소를 이씨의 아파트로 옮겼다. 

생각연구소의 첫 공식 활동은 지난 2018년 1월31일 박 후보자와 공동으로 주관한 창립세미나였다. 박 후보자 측의 설명대로라면 생각연구소의 모든 공식 활동은 이씨의 아파트에 주사무소를 옮긴 뒤 시행됐다.

후보자 측 “주거용 아닌 사무용으로 썼다”
박, 사단법인 공식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

생각연구소는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2018년 9월17일 ‘운영계획 및 전문위원 간담회’를 개최했고, 2018년 11월15일 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과 ‘남북경협 중소기업 참여확대와 상생발전’이라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어 2018년 12월17일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와 공동간담회를 실시했으며, 지난 1월29일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후보자는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한국적 제3의길은 박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의원연구단체다. 


또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와 한국조경협회의 공동간담회서 “내년에는 앞선 주제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한국조경협회, 생각연구소가 공동으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월19일 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측은 참석 이유에 대해 “생각연구소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이슈와 미세먼지 해법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1일 이씨의 아파트서 서울시 강남구의 한 건물 내 사무실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7일 관계자들과 함께 이전 개소식을 열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다.

생각연구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서 방 하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컴퓨터 두 대와 냉장고, 기자재 등이 있었고 굉장히 비좁았다. 당시 생각연구소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연락두절

생각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생각연구소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님께 연락이 왔다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은 이후 통화서 “사무총장님께서 ‘알아서 하겠다’라는 말을 하셨다”며 “따로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무국장은 출근 여부에 대해 “비상근”이라고 답했다. 이후 사무국장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무총장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생각연구소 기획실장은 “소장님께 전달해드리겠다”며 “명함 한 장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장의 연락도 없었다.

생각연구소 사무국장과 처음 통화한 날 생각연구소는 돌연 홈페이지의 문을 닫았다.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를 리뉴얼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데이트 등의 이유로 4월 말에 홈페이지를 다시 연다고 했다”고 대신 전했다.
 

한편 생각연구소의 상임위원장 A씨는 2018년 4월10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서울시 서남권역 건축사, 박영선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생각연구소의 운영계획 보고 간담회와 한국조경협회 공동간담회에 참석했던 B씨는 이날 A씨와 함께 지지선언을 했다.

A씨는 2018년 4월12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특별위원장·부위원장 100인의 박 의원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도 참여했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국토교통 특보를 맡은 바 있다.

구성원 일부, 박 서울시장 출마 지지
법인은 기부금 미공개…시행령 위반

생각연구소가 한국적 제3의길과 공동주최한 토론회와 한국조경협회와의 공동간담회서 모습을 드러낸 C씨도 이날 지지를 선언했다. C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경제산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기획실장 D씨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 관계자에 대해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생각연구소는 그동안 기부금 모금액이나 활용실적을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을 공개해야 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 5항(의무이행) 3호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지정기부금단체 등과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7년 9월에 설립됐다면 2017년 내역을 2018년 3월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모금액이 0원이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각연구소의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을 때도 기부금 내역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생각연구소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생각연구소는 현재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인데 지난해 실적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실적 공개 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지정기부단체
기부금 공개X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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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