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영선과 ‘수상한 사단법인’ 추적

남편 아파트를 사무실로 빌려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남편 이원조씨는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아파트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에게 빌려줬다. 사단법인 생각연구소는 이씨의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의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이들의 활동에 꾸준히 등장했다. 눈길이 가는 건 생각연구소의 구성원. 몇몇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회서 박 후보자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하 박 후보자)와 사단법인 생각연구소(이하 생각연구소)의 관계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 2017년 1월4일 설립됐다. 박 후보자의 남편 이원조씨는 생각연구소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공보 제2017-36호(정기재산공개)’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설립
연구소 이사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중 비영리법인 출연 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생각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2000만원을 출연했다. 보유직위는 이사로 적시돼있다. 이씨는 2017년 9월6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국회공보 제2018-41호(정기재산공개)’에도 이씨의 이사직 사임이 명시돼있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지정기부금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 등을 뜻한다. 생각연구소는 절차에 따라 주무관청인 서울특별시에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심사 이후 생각연구소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했고, 기재부장관은 생각연구소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 ‘기재부 공고 제2017-136호’와 기재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8년도 4/4분기 지정기부금단체 정정고시’ 중 ‘지정누계’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주사무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해당 주식회사 관계자는 “생각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때 주소와 행정 처리를 위한 사무공간이 필요했다”며 “이곳을 임대차 형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당시 생각연구소서 따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연구소는 2018년 1월31일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이란 주제로 박 후보자와 창립세미나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코인은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에너지화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서울코인은 박 후보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시정과 관련해 제시한 제안 중 하나였다. 박 후보자는 두 달여 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아파트의 소유자는 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씨였다. 해당 아파트는 매매가 9억∼10억 사이의 고가 아파트다.
 

▲ 생각연구소의 두 번째 주사무소였던 아파트 사진. 문고리 포장지조차 뜯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후보자 측은 지난 14일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사무실 임대가 2017년 9월30일자로 만료되는 등 주소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이씨 소유의 종로구 아파트가 공실로 돼있어 임시로 임대·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단법인은 원칙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사무소를 마련할 수 없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가 부득이하게 종로구 소재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고, 이는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생각연구소 허가 조건에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를 주거용 공간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사무용 공간만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허가 심사 요건’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거용?
사무용?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은 없다”면서도 “주소지가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는 서류를 제출했다면 주거용 공간은 안 된다고 설명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소가 변경됐다면 허가증을 재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소지가 변경됐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현장 감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생각연구소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생각연구소의 주사무소를 첫 번째 주소지로 알고 있었다. 그는 “해당 아파트가 주거용 시설이더라도 사무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가 없지만, 생각연구소의 주소지 변경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장 감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 측은 임대차 계약 여부에 대해 “2017년 10월1일 주소지 이전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9월30일까지였다”며 “생각연구소 측에서 적정한 사무실 이전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9년 2월까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은 “구두로 사용연장을 요청하고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가 없었을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최대 2년 계약을 인정하도록 돼있다”고 덧붙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이씨의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 설명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그보다 약 11개월 전인 2017년 10월1일에 주사무소를 이씨의 아파트로 옮겼다. 

생각연구소의 첫 공식 활동은 지난 2018년 1월31일 박 후보자와 공동으로 주관한 창립세미나였다. 박 후보자 측의 설명대로라면 생각연구소의 모든 공식 활동은 이씨의 아파트에 주사무소를 옮긴 뒤 시행됐다.

후보자 측 “주거용 아닌 사무용으로 썼다”
박, 사단법인 공식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

생각연구소는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2018년 9월17일 ‘운영계획 및 전문위원 간담회’를 개최했고, 2018년 11월15일 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과 ‘남북경협 중소기업 참여확대와 상생발전’이라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어 2018년 12월17일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와 공동간담회를 실시했으며, 지난 1월29일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후보자는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한국적 제3의길은 박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의원연구단체다. 


또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와 한국조경협회의 공동간담회서 “내년에는 앞선 주제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한국조경협회, 생각연구소가 공동으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월19일 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측은 참석 이유에 대해 “생각연구소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이슈와 미세먼지 해법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1일 이씨의 아파트서 서울시 강남구의 한 건물 내 사무실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7일 관계자들과 함께 이전 개소식을 열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다.

생각연구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서 방 하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컴퓨터 두 대와 냉장고, 기자재 등이 있었고 굉장히 비좁았다. 당시 생각연구소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연락두절

생각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생각연구소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님께 연락이 왔다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은 이후 통화서 “사무총장님께서 ‘알아서 하겠다’라는 말을 하셨다”며 “따로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무국장은 출근 여부에 대해 “비상근”이라고 답했다. 이후 사무국장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무총장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생각연구소 기획실장은 “소장님께 전달해드리겠다”며 “명함 한 장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장의 연락도 없었다.

생각연구소 사무국장과 처음 통화한 날 생각연구소는 돌연 홈페이지의 문을 닫았다.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를 리뉴얼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데이트 등의 이유로 4월 말에 홈페이지를 다시 연다고 했다”고 대신 전했다.
 

한편 생각연구소의 상임위원장 A씨는 2018년 4월10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서울시 서남권역 건축사, 박영선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생각연구소의 운영계획 보고 간담회와 한국조경협회 공동간담회에 참석했던 B씨는 이날 A씨와 함께 지지선언을 했다.

A씨는 2018년 4월12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특별위원장·부위원장 100인의 박 의원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도 참여했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국토교통 특보를 맡은 바 있다.

구성원 일부, 박 서울시장 출마 지지
법인은 기부금 미공개…시행령 위반

생각연구소가 한국적 제3의길과 공동주최한 토론회와 한국조경협회와의 공동간담회서 모습을 드러낸 C씨도 이날 지지를 선언했다. C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경제산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기획실장 D씨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 관계자에 대해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생각연구소는 그동안 기부금 모금액이나 활용실적을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을 공개해야 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 5항(의무이행) 3호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지정기부금단체 등과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7년 9월에 설립됐다면 2017년 내역을 2018년 3월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모금액이 0원이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각연구소의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을 때도 기부금 내역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생각연구소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생각연구소는 현재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인데 지난해 실적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실적 공개 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지정기부단체
기부금 공개X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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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