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영선과 ‘수상한 사단법인’ 추적

남편 아파트를 사무실로 빌려줬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남편 이원조씨는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아파트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된 사단법인에게 빌려줬다. 사단법인 생각연구소는 이씨의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의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이들의 활동에 꾸준히 등장했다. 눈길이 가는 건 생각연구소의 구성원. 몇몇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회서 박 후보자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이하 박 후보자)와 사단법인 생각연구소(이하 생각연구소)의 관계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 2017년 1월4일 설립됐다. 박 후보자의 남편 이원조씨는 생각연구소의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공보 제2017-36호(정기재산공개)’서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설립
연구소 이사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중 비영리법인 출연 확인서에 따르면 이씨는 생각연구소 설립 비용으로 2000만원을 출연했다. 보유직위는 이사로 적시돼있다. 이씨는 2017년 9월6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국회공보 제2018-41호(정기재산공개)’에도 이씨의 이사직 사임이 명시돼있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지정기부금단체란 기부금을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법인 등을 뜻한다. 생각연구소는 절차에 따라 주무관청인 서울특별시에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을 요청했다.

서울시는 심사 이후 생각연구소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했고, 기재부장관은 생각연구소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했다. ‘기재부 공고 제2017-136호’와 기재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2018년도 4/4분기 지정기부금단체 정정고시’ 중 ‘지정누계’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주사무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해당 주식회사 관계자는 “생각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때 주소와 행정 처리를 위한 사무공간이 필요했다”며 “이곳을 임대차 형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당시 생각연구소서 따로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각연구소는 2018년 1월31일 ‘서울의 미래, 스마트 서울’이란 주제로 박 후보자와 창립세미나를 공동 주관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서울코인은 자원봉사활동을 경제에너지화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서울코인은 박 후보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시정과 관련해 제시한 제안 중 하나였다. 박 후보자는 두 달여 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아파트의 소유자는 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씨였다. 해당 아파트는 매매가 9억∼10억 사이의 고가 아파트다.
 

▲ 생각연구소의 두 번째 주사무소였던 아파트 사진. 문고리 포장지조차 뜯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박 후보자 측은 지난 14일 “생각연구소의 첫 번째 사무실 임대가 2017년 9월30일자로 만료되는 등 주소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이씨 소유의 종로구 아파트가 공실로 돼있어 임시로 임대·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단법인은 원칙적으로 주거용 건물에 사무소를 마련할 수 없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가 부득이하게 종로구 소재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고, 이는 민법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공문을 확인한 결과, 생각연구소 허가 조건에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를 주거용 공간으로 사용한 적도 없고, 사무용 공간만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허가 심사 요건’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거용?
사무용?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용 공간과 혼재불가라는 조건은 없다”면서도 “주소지가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는 서류를 제출했다면 주거용 공간은 안 된다고 설명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소가 변경됐다면 허가증을 재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주소지가 변경됐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현장 감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따진다. 그러나 생각연구소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생각연구소의 주사무소를 첫 번째 주소지로 알고 있었다. 그는 “해당 아파트가 주거용 시설이더라도 사무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가 없지만, 생각연구소의 주소지 변경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장 감사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 측은 임대차 계약 여부에 대해 “2017년 10월1일 주소지 이전과 동시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기간은 2018년 9월30일까지였다”며 “생각연구소 측에서 적정한 사무실 이전 장소를 구하지 못해 2019년 2월까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두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 측은 “구두로 사용연장을 요청하고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통지가 없었을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최대 2년 계약을 인정하도록 돼있다”고 덧붙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2018년 9월3일 이씨의 아파트로 주사무소를 이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 측 설명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그보다 약 11개월 전인 2017년 10월1일에 주사무소를 이씨의 아파트로 옮겼다. 

생각연구소의 첫 공식 활동은 지난 2018년 1월31일 박 후보자와 공동으로 주관한 창립세미나였다. 박 후보자 측의 설명대로라면 생각연구소의 모든 공식 활동은 이씨의 아파트에 주사무소를 옮긴 뒤 시행됐다.

후보자 측 “주거용 아닌 사무용으로 썼다”
박, 사단법인 공식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

생각연구소는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2018년 9월17일 ‘운영계획 및 전문위원 간담회’를 개최했고, 2018년 11월15일 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과 ‘남북경협 중소기업 참여확대와 상생발전’이라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어 2018년 12월17일 사단법인 한국조경협회와 공동간담회를 실시했으며, 지난 1월29일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후보자는 대한건축사협회 간담회를 제외한 모든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한국적 제3의길은 박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의원연구단체다. 


또 박 후보자는 생각연구소와 한국조경협회의 공동간담회서 “내년에는 앞선 주제를 가지고 더불어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한국조경협회, 생각연구소가 공동으로 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월19일 민주당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측은 참석 이유에 대해 “생각연구소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통해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이슈와 미세먼지 해법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1일 이씨의 아파트서 서울시 강남구의 한 건물 내 사무실로 주사무소를 옮겼다. 생각연구소는 지난달 27일 관계자들과 함께 이전 개소식을 열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개소식에 참석했다.

생각연구소는 한 주식회사의 사무실서 방 하나를 빌려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컴퓨터 두 대와 냉장고, 기자재 등이 있었고 굉장히 비좁았다. 당시 생각연구소 관계자는 출근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연락두절

생각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생각연구소에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님께 연락이 왔다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은 이후 통화서 “사무총장님께서 ‘알아서 하겠다’라는 말을 하셨다”며 “따로 연락처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사무국장은 출근 여부에 대해 “비상근”이라고 답했다. 이후 사무국장과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무총장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생각연구소 기획실장은 “소장님께 전달해드리겠다”며 “명함 한 장을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장의 연락도 없었다.

생각연구소 사무국장과 처음 통화한 날 생각연구소는 돌연 홈페이지의 문을 닫았다. 홈페이지에는 ‘홈페이지를 리뉴얼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게재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데이트 등의 이유로 4월 말에 홈페이지를 다시 연다고 했다”고 대신 전했다.
 

한편 생각연구소의 상임위원장 A씨는 2018년 4월10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서울시 서남권역 건축사, 박영선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생각연구소의 운영계획 보고 간담회와 한국조경협회 공동간담회에 참석했던 B씨는 이날 A씨와 함께 지지선언을 했다.

A씨는 2018년 4월12일 국회 정론관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특보·특별위원장·부위원장 100인의 박 의원 서울시장 입후보 예정자 지지선언’에도 참여했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국토교통 특보를 맡은 바 있다.

구성원 일부, 박 서울시장 출마 지지
법인은 기부금 미공개…시행령 위반

생각연구소가 한국적 제3의길과 공동주최한 토론회와 한국조경협회와의 공동간담회서 모습을 드러낸 C씨도 이날 지지를 선언했다. C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후보의 경제산업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기획실장 D씨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 측은 생각연구소 관계자에 대해 “친분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생각연구소는 그동안 기부금 모금액이나 활용실적을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을 공개해야 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 5항(의무이행) 3호에 따르면 지정기부금단체는 매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당 지정기부금단체 등과 국세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해야 한다. 생각연구소는 2017년 9월29일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7년 9월에 설립됐다면 2017년 내역을 2018년 3월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모금액이 0원이라 하더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각연구소의 홈페이지가 열려 있었을 때도 기부금 내역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생각연구소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생각연구소는 현재 시행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인데 지난해 실적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실적 공개 기한은 이번 달 말까지다.

지정기부단체
기부금 공개X

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금을 지급한 개인과 법인은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우 1000만원 이하는 1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1000만원이 초과하게 되면 30%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10% 한도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다.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