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로 확 바뀌는 사회상

가뭄·홍수보다 더한 놈이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반도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을 나타내는 붉은색이 지도를 물들였다. 미세먼지 사태가 연일 계속되면서 민심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여러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한 상태. 국민들은 제각기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 최근 며칠 동안 한강을 휘감은 미세먼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찍은 사진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던 날의 사진과 평소 맑았던 때의 사진을 비교해 업로드한 이용자가 많았다. 배경은 같았지만 사진은 판이하게 달랐다. 최근 사진 속 하늘은 안개가 낀 것마냥 미세먼지로 자욱했다.

안개 낀 줄
뿌연 하늘

최악의 미세먼지가 장기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6일은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은 6일 연속이다. 2017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제도가 시행된 이후 6일 연속은 처음이다.

강원도 영동 지역은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과 세종·충남·충북은 6일 연속, 대전은 5일 연속이다.

환경부는 지난 6전국 17개 시·도 중 15곳은 내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거나 오늘 50/초과, 내일 50/초과 등이 예상돼 발령 기준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35/까지 치솟았다. 연평균(25/)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로 2015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다. 올해 114일 기록한 최고 수치(129/)50일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수도권에는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외출 자제, 마스크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발송됐다. 5일에는 오전 650오늘 01시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실외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자가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안내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리고 공기청정기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미세먼지에 좋다는 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보다 미세먼지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은 대기 정체 등 기상여건 악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지난 6일 서울시청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서 신 원장은 최근 한반도 고농도 미세먼지는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후의 역습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며 기상 악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은 5년 중 최저, 세정에 영향을 주는 강수 일수 역시 5년 중 가장 적었다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기상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외서 유입된 초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 상황서 퍼지지 못하자 고농도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중국 오염물질
한국에서 정체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농도가 35/를 넘는 나쁨일수는 23일로 지난 4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베이징과 선양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3% 증가했고 하루 평균 최대값과 나쁨일수도 늘었다.

분석 결과 중국 베이징과 선양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1230시간 후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지난달 19일에는 베이징서 폭죽놀이 행사를 하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228일과 33일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기 정체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다. 12월 시베리아와 북한 부근에 10상공의 제트 기류가 형성돼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지속
나빠지고 길어지고 공기질 ‘최악’

3월 초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대기 흐름이 멈췄다. 여기에 북서풍을 따라 중국 산둥·요동 지역서 대기오염 물질이 국내로 유입되고 국내 정체가 반복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화살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확실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국회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 사태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국가재난으로 지정되면 긴급한 소요가 생겼을 때 예비비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 또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매뉴얼에 따라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긴급 회동을 갖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있는 법안들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하기로 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통과되면 국민 생명과 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조치에 미세먼지도 포함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경우 국가가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예방과 대비, 대응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대책을 주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춘추관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중국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인공강우를 공동으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 한중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동시에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라한중 환경장관회의서 인공강우 기술협력을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했고, 인공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선 만큼 서해 상공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또 한중이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조명래 환경부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방안과 관련된 긴급보고를 받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보급하는 데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책임론을 부인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주문한 미세먼지 한중 공조방안 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관련 보도를 알지 못한다”며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47/를 넘었지만 베이징에는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 같다는 말로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 대책
중 “우리 아냐”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책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이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중인 미세먼지 대책도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각 시·도별로 비상저감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면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있는 곳은 서울뿐이다. 그마저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역시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세먼지 피하기에 나섰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가 나와도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꼬박꼬박 착용한다. 목에 솜이 낀 것처럼 꽉 막힌 경험을 한 차례 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황사 방역용 마스크 제조업체는 말 그대로 물량이 폭주한 상태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따르면 228일부터 34일까지 닷새간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인증받은 KF80·KF94 인증을 포함한 마스크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식약처 인증 표시 KF(Korean Filter)가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차단이 가능하다. KF800.6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는 평균 0.4크기의 입자를 94% 걸러낼 수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단가 자체가 높은 데다 성능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공기질이 연일 나빠지고 있는 상황서 마스크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마냥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무상공급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보통 편의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입하는데 KF마크가 있는 제품은 개당 3000원 정도였다고 했다.

마스크·공기청정기 불티나게 팔려
가격·성능 천차만별 …빈부격차도

그러면서 미세먼지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이나 환경부 차원서의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다그러나 향후 수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세먼지 오염서 당장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는 현실적으로도 가장 강력하고 비용 대비 효과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민간에 공급이 맡겨져 있고 실제 많은 국민들이 일회용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정부가 주도해 국민 보건을 위해 긴급하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량생산해 국민에게 무료로 공급해줄 것을 부탁한다. 전 국민이 어렵다면 저소득층 노약자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무상 공급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공기청정기도 가정용뿐만 아니라 차량용, 1인용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유위니아는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위니아 공기청정기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가정서 한 대 이상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업계에서는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사태가 만든 신조어도 나왔다. 엄마를 뜻하는 빈부격차를 합한 맘부격차.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일부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공기가 깨끗한 해외로 떠나 한 달 살기에 나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9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마스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심지어 미세먼지를 피해 이민을 생각한다는 사람도 있다.

노점상 등 자영업자들은 미세먼지 사태에 제대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노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수록 손님 수가 줄어 울상이다. 서울 영등포 노점서 떡볶이 등 분식을 파는 B씨는 최근 말 그대로 파리를 날리고 있다. 퇴근 시간과 늦은 저녁시간에 노점을 찾던 손님들이 싹 사라졌다. 다른 노점도 손님이 줄긴 마찬가지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줄어든 손님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재래시장 특성상 손님들이 지나가면서 구경할 수 있도록 상품을 외부에 진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세먼지가 그 위로 덮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 것으로 기대했던 상인들도 실망이 커지고 있다.

제조사 웃고
노점상 울고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미세먼지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봄철 나들이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이들이 밖으로 나와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미세먼지 자체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에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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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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