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로 확 바뀌는 사회상

가뭄·홍수보다 더한 놈이 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반도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을 나타내는 붉은색이 지도를 물들였다. 미세먼지 사태가 연일 계속되면서 민심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여러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한 상태. 국민들은 제각기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다.
 

▲ 최근 며칠 동안 한강을 휘감은 미세먼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찍은 사진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던 날의 사진과 평소 맑았던 때의 사진을 비교해 업로드한 이용자가 많았다. 배경은 같았지만 사진은 판이하게 달랐다. 최근 사진 속 하늘은 안개가 낀 것마냥 미세먼지로 자욱했다.

안개 낀 줄
뿌연 하늘

최악의 미세먼지가 장기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6일은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은 6일 연속이다. 2017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제도가 시행된 이후 6일 연속은 처음이다.

강원도 영동 지역은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수도권과 세종·충남·충북은 6일 연속, 대전은 5일 연속이다.

환경부는 지난 6전국 17개 시·도 중 15곳은 내일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거나 오늘 50/초과, 내일 50/초과 등이 예상돼 발령 기준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35/까지 치솟았다. 연평균(25/)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로 2015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다. 올해 114일 기록한 최고 수치(129/)50일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수도권에는 수도권 내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외출 자제, 마스크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발송됐다. 5일에는 오전 650오늘 01시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경보 발령.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실외활동 금지,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자가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안내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리고 공기청정기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미세먼지에 좋다는 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보다 미세먼지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은 대기 정체 등 기상여건 악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승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지난 6일 서울시청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서 신 원장은 최근 한반도 고농도 미세먼지는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후의 역습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며 기상 악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올해 12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오염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은 5년 중 최저, 세정에 영향을 주는 강수 일수 역시 5년 중 가장 적었다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기상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외서 유입된 초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 상황서 퍼지지 못하자 고농도 현상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중국 오염물질
한국에서 정체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3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하루 평균 농도가 35/를 넘는 나쁨일수는 23일로 지난 4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베이징과 선양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3% 증가했고 하루 평균 최대값과 나쁨일수도 늘었다.

분석 결과 중국 베이징과 선양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1230시간 후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지난달 19일에는 베이징서 폭죽놀이 행사를 하고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

228일과 33일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환경연구원은 중국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기 정체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다. 12월 시베리아와 북한 부근에 10상공의 제트 기류가 형성돼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 지속
나빠지고 길어지고 공기질 ‘최악’

3월 초에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 대기 흐름이 멈췄다. 여기에 북서풍을 따라 중국 산둥·요동 지역서 대기오염 물질이 국내로 유입되고 국내 정체가 반복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화살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확실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국회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 사태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국가재난으로 지정되면 긴급한 소요가 생겼을 때 예비비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 또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매뉴얼에 따라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긴급 회동을 갖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 있는 법안들을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서 처리하기로 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통과되면 국민 생명과 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조치에 미세먼지도 포함돼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경우 국가가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예방과 대비, 대응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의무를 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세먼지 대책을 주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춘추관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중국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중국 정부와 협의해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인공강우를 공동으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 한중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동시에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협의하라한중 환경장관회의서 인공강우 기술협력을 진행하기로 이미 합의했고, 인공강우에 대한 중국 쪽의 기술력이 훨씬 앞선 만큼 서해 상공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또 한중이 미세먼지 예보시스템을 공동으로 만들어 대응하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조명래 환경부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방안과 관련된 긴급보고를 받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보급하는 데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책임론을 부인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주문한 미세먼지 한중 공조방안 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관련 보도를 알지 못한다”며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47/를 넘었지만 베이징에는 미세먼지가 없었던 것 같다는 말로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 대책
중 “우리 아냐”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책 마련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이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중인 미세먼지 대책도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각 시·도별로 비상저감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면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있는 곳은 서울뿐이다. 그마저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역시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세먼지 피하기에 나섰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가 나와도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꼬박꼬박 착용한다. 목에 솜이 낀 것처럼 꽉 막힌 경험을 한 차례 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황사 방역용 마스크 제조업체는 말 그대로 물량이 폭주한 상태다.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따르면 228일부터 34일까지 닷새간 미세먼지 대비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인증받은 KF80·KF94 인증을 포함한 마스크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4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식약처 인증 표시 KF(Korean Filter)가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차단이 가능하다. KF800.6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는 평균 0.4크기의 입자를 94% 걸러낼 수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와 달리 단가 자체가 높은 데다 성능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공기질이 연일 나빠지고 있는 상황서 마스크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을 마냥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국민들에게 무상공급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우리 국민들은 보통 편의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입하는데 KF마크가 있는 제품은 개당 3000원 정도였다고 했다.

마스크·공기청정기 불티나게 팔려
가격·성능 천차만별 …빈부격차도

그러면서 미세먼지 감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이나 환경부 차원서의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다그러나 향후 수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세먼지 오염서 당장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는 현실적으로도 가장 강력하고 비용 대비 효과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민간에 공급이 맡겨져 있고 실제 많은 국민들이 일회용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 채 사용하고 있다정부가 주도해 국민 보건을 위해 긴급하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대량생산해 국민에게 무료로 공급해줄 것을 부탁한다. 전 국민이 어렵다면 저소득층 노약자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무상 공급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공기청정기도 가정용뿐만 아니라 차량용, 1인용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유위니아는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위니아 공기청정기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5%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가정서 한 대 이상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업계에서는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사태가 만든 신조어도 나왔다. 엄마를 뜻하는 빈부격차를 합한 맘부격차.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일부 엄마들이 자녀를 데리고 공기가 깨끗한 해외로 떠나 한 달 살기에 나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9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마스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심지어 미세먼지를 피해 이민을 생각한다는 사람도 있다.

노점상 등 자영업자들은 미세먼지 사태에 제대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노점서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수록 손님 수가 줄어 울상이다. 서울 영등포 노점서 떡볶이 등 분식을 파는 B씨는 최근 말 그대로 파리를 날리고 있다. 퇴근 시간과 늦은 저녁시간에 노점을 찾던 손님들이 싹 사라졌다. 다른 노점도 손님이 줄긴 마찬가지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줄어든 손님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재래시장 특성상 손님들이 지나가면서 구경할 수 있도록 상품을 외부에 진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세먼지가 그 위로 덮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 것으로 기대했던 상인들도 실망이 커지고 있다.

제조사 웃고
노점상 울고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미세먼지 사태가 장기화되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봄철 나들이 관광객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이들이 밖으로 나와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미세먼지 자체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에 타격을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발 빠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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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