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호남 건설사 전성시대

촌스럽다고? 이제는 ‘전국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호남지역에 뿌리를 둔 중견 건설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10년 새 시공능력평가액이 최대 10배 가까이 늘어나며 건설업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로 IMF 경제위기 때 적극적인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2기 신도시 개발 당시 공공택지 개발에 적극 참여하면서 성장 기반을 갖췄다. 이제는 대형 건설사들에 비견될 정도다.
 

호반건설주택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서 평가액 2조1619억원을 받아 13위에 올랐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의 평가액은 각각 1조7859억원, 1조1582억원, 438억원이다. 네 기업의 시공능력평가액을 합하면 모두 5조1498억원으로, 통상 3조원을 넘으면 대형 건설사로 간주하는 건설업계서 이미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건설사 
부럽지 않아

재벌 대기업의 건설 계열사인 SK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3조9578억원, 3조4280억원, 2조8623억원으로 호반건설그룹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호반건설그룹이 건설 계열사들에게서 얻는 영업이익은 이미 대형 건설사를 앞질렀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이 2017년에 낸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모두 5조1171억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해마다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는 점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을 통해 모두 합쳐 흑자 1조3474억원을 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이 2017년에 낸 영업이익을 합쳐도 1조3000억원을 밑돈다.

김상열 회장은 주택사업에만 전력투구하는 전략을 썼는데 건설업계서 호반건설그룹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1961년생 전남 보성 출신으로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건설사에서 일하다가 호반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호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금융업을 시작했다. 지금 호반건설은 호반이 설립한 호반건설산업이 모체다. 호반건설산업은 현대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1996년 설립됐다. 김 회장은 이듬해 현대파이낸스의 이름을 현대여신금융으로 변경하고 할부금융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에 IMF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IMF사태는 김 회장에게 기회였다.

호반, 10년 새 10배 성장…시평 2조 넘어
중흥, 자산규모만 7조 넘는 대형사 성장

현대여신금융은 1999년 신화개발주식회사로 이름을 변경하고 호반의 건설사업부문을 인수했다. 2000년엔 사명을 호반건설산업으로 다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사업 확대에 나섰다. IMF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여러 곳에 땅을 사 ‘호반리젠시빌’이라는 이름으로 주택분양사업을 펼쳤다.

호반건설의 기반은 광주였지만 이때부터 울산, 대구, 천안 등 전국적으로 사세를 확장해갔다.

중흥건설 역시 광주를 대표하는 향토건설사 중 한 곳이다. 중흥건설을 설립한 정창선 회장은 광주서 태어나고 자란 광주 토박이로 알려져있다. 1983년 중흥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해 1989년 현재의 중흥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중흥건설은 2000년대 초반에 내놓은 아파트브랜드 ‘중흥S-클래스’로 주택시장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지방에 거점을 둔 건설사 이미지를 지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창선 회장은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던 지역의 땅을 싸게 대량으로 매입한 뒤 아파트를 분양해 파는 방식으로 중흥건설의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 입찰에 주력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던 세종시의 땅을 사들인 덕을 톡톡히 봤다.

가파른 상승
계열도 성장

중흥건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시에 모두 12개 단지, 1만3000가구에 이르는 아파트를 공급했는데 전 물량이 분양돼 중견 건설사로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행정복합중심도시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덕에 수요가 몰린 효과를 본 것이다.

중흥건설은 2010년만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4위에 머물러 중소건설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1년 94위에 올라 ‘100대 건설사’로 진입한 데 이어 2012년 77위, 2013년 63위, 2014년 52위, 2015년 39위, 2016년 33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2018년 순위가 59위까지 밀렸지만 그사이 주요 계열사인 중흥토건을 22위, 시티건설을 51위 등으로 끌어올리며 그룹의 외형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중흥건설이 선보인 분양 단지들이 양호한 청약성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 분양 예정 단지들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지난해 서울·경기·전남(3개)·충남(2개)·광주·제주 등지서 총 9개 단지를 분양했다. 이 중 지난해 1월 충남 당진서 분양한 ‘당진대덕수청 A4 중흥S-클래스 파크힐’과 같은 해 3월 제주시 연동서 분양한 ‘제주시 연동 중흥S클래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1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단지는 전라남도 광양시서 분양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 381가구 모집에 총 1만7065명이 몰려 평균 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흥건설은 올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서 1만3094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미건설은 ‘다크호스 건설사’로 주목받고 있다. 1982년 이광래 회장이 삼진맨션 분양을 시작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91년 우미주택(현 우미건설)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다크호스 회사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서 42위를 기록한 데 이어 건설공제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평가서 각각 AA등급을 받았다. 주택분야서 ‘린(Lynn)’ ‘린 스트라우스(Lynn StrauS)’ 등의 브랜드를 사용 중인 우미건설은 지난해 한국리서치와 부동산114가 공동으로 조사한 아파트 브랜드 순위서 10위에 랭크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중견 건설그룹 중에서는 선두를 달렸기 때문이다.

우미건설은 호남지역을 바탕으로 착실히 실력을 쌓기 시작, 오늘날 수도권 주택건설 시장서도 입지를 강화하며 위세를 떨치는 어엿한 중견건설사로 도약했다. 호남지역뿐 아니라 부산, 대전, 천안, 화성, 용인, 인천 등에서도 잇달아 아파트 분양에 호실적을 올리면서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다졌다.
 

특히 지난 1월 검단신도시에 짓는 ‘우미린 더퍼스트’ 아파트 1268가구의 경우 100% 분양계약을 성사시켰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검단신도시가 지난해 말 청약제도 개편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1년서 3년으로 늘어나고, 인근 3기 신도시 발표 등의 우려 속에서 조기에 100% 계약이 완료돼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밝혔다.

우미건설은 2017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지식산업센터 등의 신사업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이 전년 4000억원대서 7000억원대로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해 2111억원 규모의 ‘김포 북변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으며 지난해에는 용산역세권 개발지역인 국제빌딩 5구역 입찰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들만의 독보적 영역으로 여겨온 정비사업에 중견사들도 활발히 진출하면서 향후 우미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미건설은 올해 전국적으로 총 84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5953가구를 집중투입하는 것을 필두로 세종시 465가구, 대전광역시 760가구, 기타 도시 1276가구 등이다.

우미건설 사업 다각화로 성장세
도산한 TK 건설사와 다른 행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호남지역 건설사들이 김대중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혜를 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흥건설의 경우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됐다며 감사와 치하의 서신을 받았고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우수시공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1999년 매출 456억원서 2000년 매출 864억원으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매출 1142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김대중정부 시절 가파른 성장을 했다. 호반건설의 매출은 1999년 38억원서 김대중정부 말기인 2002년 988억원으로, 우미건설은 같은 기간 293억원서 1077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호남에 뿌리를 둔 건설사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것을 보면 1990년대 대구·경북 건설사들의 수도권 진출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1990년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중견 건설사인 청구·우방·건영 등이 분당과 판교, 일산 등 수도권지역에 대거 진출했다. 이들은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확장해 아파트 분양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1997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서 청구는 21위, 우방은 32위, 건영은 37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외환위기 전후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건설사들은 줄도산을 맞았다. 건영은 LIG그룹에 인수돼 2007년 10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C&그룹에 인수된 우방은 2005년 5년 만에, 청구는 2006년 7년 만에 간신히 법정관리서 빠져나왔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서 LIG건설은 85위, 우방은 187위를 차지했으며 청구는 2010년 결국 부도처리됐다.

DJ정부 수혜?
영남과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했다는 점은 비슷하나 과거 청구와 우방에 비하면 최근 약진한 호남 건설사들은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과거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도산한 건설사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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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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