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호남 건설사 전성시대

촌스럽다고? 이제는 ‘전국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호남지역에 뿌리를 둔 중견 건설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10년 새 시공능력평가액이 최대 10배 가까이 늘어나며 건설업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로 IMF 경제위기 때 적극적인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2기 신도시 개발 당시 공공택지 개발에 적극 참여하면서 성장 기반을 갖췄다. 이제는 대형 건설사들에 비견될 정도다.
 

호반건설주택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서 평가액 2조1619억원을 받아 13위에 올랐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의 평가액은 각각 1조7859억원, 1조1582억원, 438억원이다. 네 기업의 시공능력평가액을 합하면 모두 5조1498억원으로, 통상 3조원을 넘으면 대형 건설사로 간주하는 건설업계서 이미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형 건설사 
부럽지 않아

재벌 대기업의 건설 계열사인 SK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각각 3조9578억원, 3조4280억원, 2조8623억원으로 호반건설그룹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호반건설그룹이 건설 계열사들에게서 얻는 영업이익은 이미 대형 건설사를 앞질렀다.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이 2017년에 낸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모두 5조1171억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해마다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는 점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살펴보면 호반건설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산업, 호반건설주택을 통해 모두 합쳐 흑자 1조3474억원을 냈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GS건설이 2017년에 낸 영업이익을 합쳐도 1조3000억원을 밑돈다.


김상열 회장은 주택사업에만 전력투구하는 전략을 썼는데 건설업계서 호반건설그룹의 입지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1961년생 전남 보성 출신으로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건설사에서 일하다가 호반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호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금융업을 시작했다. 지금 호반건설은 호반이 설립한 호반건설산업이 모체다. 호반건설산업은 현대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1996년 설립됐다. 김 회장은 이듬해 현대파이낸스의 이름을 현대여신금융으로 변경하고 할부금융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에 IMF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IMF사태는 김 회장에게 기회였다.

호반, 10년 새 10배 성장…시평 2조 넘어
중흥, 자산규모만 7조 넘는 대형사 성장

현대여신금융은 1999년 신화개발주식회사로 이름을 변경하고 호반의 건설사업부문을 인수했다. 2000년엔 사명을 호반건설산업으로 다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사업 확대에 나섰다. IMF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여러 곳에 땅을 사 ‘호반리젠시빌’이라는 이름으로 주택분양사업을 펼쳤다.

호반건설의 기반은 광주였지만 이때부터 울산, 대구, 천안 등 전국적으로 사세를 확장해갔다.

중흥건설 역시 광주를 대표하는 향토건설사 중 한 곳이다. 중흥건설을 설립한 정창선 회장은 광주서 태어나고 자란 광주 토박이로 알려져있다. 1983년 중흥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해 1989년 현재의 중흥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중흥건설은 2000년대 초반에 내놓은 아파트브랜드 ‘중흥S-클래스’로 주택시장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지방에 거점을 둔 건설사 이미지를 지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창선 회장은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던 지역의 땅을 싸게 대량으로 매입한 뒤 아파트를 분양해 파는 방식으로 중흥건설의 사세를 급격하게 키웠다.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 입찰에 주력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포기했던 세종시의 땅을 사들인 덕을 톡톡히 봤다.

가파른 상승
계열도 성장

중흥건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시에 모두 12개 단지, 1만3000가구에 이르는 아파트를 공급했는데 전 물량이 분양돼 중견 건설사로 성장할 기회를 잡았다. 행정복합중심도시로서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덕에 수요가 몰린 효과를 본 것이다.

중흥건설은 2010년만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104위에 머물러 중소건설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2011년 94위에 올라 ‘100대 건설사’로 진입한 데 이어 2012년 77위, 2013년 63위, 2014년 52위, 2015년 39위, 2016년 33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2018년 순위가 59위까지 밀렸지만 그사이 주요 계열사인 중흥토건을 22위, 시티건설을 51위 등으로 끌어올리며 그룹의 외형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중흥건설이 선보인 분양 단지들이 양호한 청약성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 분양 예정 단지들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중흥건설은 지난해 서울·경기·전남(3개)·충남(2개)·광주·제주 등지서 총 9개 단지를 분양했다. 이 중 지난해 1월 충남 당진서 분양한 ‘당진대덕수청 A4 중흥S-클래스 파크힐’과 같은 해 3월 제주시 연동서 분양한 ‘제주시 연동 중흥S클래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1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단지는 전라남도 광양시서 분양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 381가구 모집에 총 1만7065명이 몰려 평균 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흥건설은 올해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서 1만3094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미건설은 ‘다크호스 건설사’로 주목받고 있다. 1982년 이광래 회장이 삼진맨션 분양을 시작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91년 우미주택(현 우미건설)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사업을 확대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다크호스 회사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종합건설업자 시공능력평가서 42위를 기록한 데 이어 건설공제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평가서 각각 AA등급을 받았다. 주택분야서 ‘린(Lynn)’ ‘린 스트라우스(Lynn StrauS)’ 등의 브랜드를 사용 중인 우미건설은 지난해 한국리서치와 부동산114가 공동으로 조사한 아파트 브랜드 순위서 10위에 랭크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중견 건설그룹 중에서는 선두를 달렸기 때문이다.

우미건설은 호남지역을 바탕으로 착실히 실력을 쌓기 시작, 오늘날 수도권 주택건설 시장서도 입지를 강화하며 위세를 떨치는 어엿한 중견건설사로 도약했다. 호남지역뿐 아니라 부산, 대전, 천안, 화성, 용인, 인천 등에서도 잇달아 아파트 분양에 호실적을 올리면서 ‘전국구 건설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다졌다.
 

특히 지난 1월 검단신도시에 짓는 ‘우미린 더퍼스트’ 아파트 1268가구의 경우 100% 분양계약을 성사시켰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검단신도시가 지난해 말 청약제도 개편으로 전매제한 기간이 1년서 3년으로 늘어나고, 인근 3기 신도시 발표 등의 우려 속에서 조기에 100% 계약이 완료돼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밝혔다.

우미건설은 2017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지식산업센터 등의 신사업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이 전년 4000억원대서 7000억원대로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해 2111억원 규모의 ‘김포 북변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으며 지난해에는 용산역세권 개발지역인 국제빌딩 5구역 입찰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들만의 독보적 영역으로 여겨온 정비사업에 중견사들도 활발히 진출하면서 향후 우미건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미건설은 올해 전국적으로 총 84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에 5953가구를 집중투입하는 것을 필두로 세종시 465가구, 대전광역시 760가구, 기타 도시 1276가구 등이다.

우미건설 사업 다각화로 성장세
도산한 TK 건설사와 다른 행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호남지역 건설사들이 김대중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혜를 입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중흥건설의 경우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됐다며 감사와 치하의 서신을 받았고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우수시공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흥건설은 1999년 매출 456억원서 2000년 매출 864억원으로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매출 1142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김대중정부 시절 가파른 성장을 했다. 호반건설의 매출은 1999년 38억원서 김대중정부 말기인 2002년 988억원으로, 우미건설은 같은 기간 293억원서 1077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호남에 뿌리를 둔 건설사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성장한 것을 보면 1990년대 대구·경북 건설사들의 수도권 진출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가 1990년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중견 건설사인 청구·우방·건영 등이 분당과 판교, 일산 등 수도권지역에 대거 진출했다. 이들은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확장해 아파트 분양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1997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서 청구는 21위, 우방은 32위, 건영은 37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외환위기 전후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건설사들은 줄도산을 맞았다. 건영은 LIG그룹에 인수돼 2007년 10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C&그룹에 인수된 우방은 2005년 5년 만에, 청구는 2006년 7년 만에 간신히 법정관리서 빠져나왔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서 LIG건설은 85위, 우방은 187위를 차지했으며 청구는 2010년 결국 부도처리됐다.

DJ정부 수혜?
영남과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했다는 점은 비슷하나 과거 청구와 우방에 비하면 최근 약진한 호남 건설사들은 재무상태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과거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도산한 건설사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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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