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4)여행

연개소문의 속내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감과 저는 이 술을 통해 한번 깨달음을 찾아보지요.”

온사문이 천천히 병을 들어 연개소문의 잔을 채웠다. 

연개소문이 온사문과 헤어지고 술상을 다시 보라 하고 아들들을 불렀다. 남생, 남건, 남산이 자리하자 연개소문이 아들들의 잔을 채웠다.

떠나는 이유

“아버지, 스님께서 무슨 일로 다녀가셨는지요?”


큰 아들 남생이 연개소문의 잔을 채우며 입을 열었다.

“이 아비에게 함께 여행 가자고 권하더구나.”

“여행이오?”

“이 아비가 평생 풀지 못한 숙제를 여행을 통해 마무리하자고 권했다.”

마무리라는 소리에 아들 셋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평생 숙제는 당나라 점령을 통해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 게 아닙니까?”

둘째인 남건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차원에서 여행을 떠나려 한단다.”

“스님과 함께 말이지요?”

반문한 남건이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연유로 이 아비가 너희들과 자리를 마련했다. 자, 어서 들도록 하자.”

연개소문이 잔을 들자 아들들 역시 잔을 들어 아버지의 마시는 모습을 살피며 잔을 비워냈다.

“이 아비는 말이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야.”

연개소문이 여운 대신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반대지요. 오히려 저희가 행복하지요.”

셋째 남산이 말을 하고는 마치 동의를 구하듯이 형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남생과 남건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너희들이 그리 생각해준다면 이 아비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아버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신다는 말씀이세요?”

“이 아비가 말하지 않았느냐.”


“평생 풀지 못한 숙제…… 그러면 당나라로 여행을 가신다는 말씀이세요?”

“그야 당연한 일 아니냐?”

남생의 걱정스런 표정과는 달리 연개소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아니 됩니다, 아버지?”

“아니 되다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 남산아.”

“아버지께서 당나라에 들어서시면 당나라 놈들이 가만히 놓아두겠어요?”


“제 놈들이 나를 어찌 알아보려고. 이 늙은이를 말이다.”

“그건 모르잖아요?”

“걱정하지 말거라. 온사문 스님과 함께 동행하는 나를 알아볼 리도 없지만 설령 저들이 이 아비를 알아본들 어떻겠느냐.” 

“아버지!”

“왜 그러냐, 남건아.”

“소자가 모시겠습니다.”

“아니다. 이번 여행은 이 아비 혼자 갈 터이니 너희들은 조금도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도…….”

남건이 불길한 생각이 든 모양으로 표정이 편치 못했다.

그를 알아챘는지 연개소문이 남건을 위시해서 아들들의 손을 가볍게 잡아주었다.

“이 아비가 말이다.”

연개소문은 말문을 열어놓고는 말 없이 아들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왜 말씀하시지 않으세요?”

“너희들 얼굴 보니 그저 좋아서 그런단다.”

당으로 떠나는 연개소문 “삼족오를…”
김유신 떨어지는 연개소문 별을 보다

연개소문이 온사문과 함께 길을 나서자 둘째인 남건이 국경까지 배웅하겠다며 따라붙었다.

“아버지!”

“말해보거라.”

“이번 여행의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여행이라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다시는 아버지를 뵐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허허 이런 녀석을 보았나.  아비가 그저 잠시 여행 다녀온다 해도.”

연개소문이 온사문에게 시선을 주었다.

“소승이 성심성의껏 모실 테니 조금도 걱정 마시오.”

“스님께서 함께하시니 마음이 편하기는 한데.”

“남건아!”

연개소문이 말하려는 남건을 제지했다.    

“말씀하세요, 아버지.”

“네가 누구냐?”

“누구라니요, 아버지의 아들이지요.”

“단지 그뿐이냐?”

남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온사문을 주시했다.

“이 아비가 바로 너희들 아니겠느냐, 특히 남건이 너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요?”

“이 아비의 몸은 물론 마음도 너희와 함께한다는 이야기니라. 그러니 이 아비는 언제고 너희들 몸과 마음에 묻어 있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말하거라.”

“언제고 아버지와 함께해야지요.”

연개소문이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으며 남건의 손을 잡아주었다.

 여러 날이 지나 국경에 이른 연개소문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남건을 돌려보내고 온사문과 함께 둘이 길을 가기 시작했다.

“대감, 이참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신지요?”

연개소문이 답에 앞서 품에서 깃발을 꺼내 펼쳤다.

“이것은?”

“삼족오입니다.”

우리 민족의 시원을 암시하며 또 연개소문을 상징하는 삼족오를 바라보며 온사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스님. 내 이것을 당나라의 수도 한복판에 꽂으려 하오.”

“아버지!”

김유신이 저녁 늦은 시간 정자에서 부인과 둘째 아들 원술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큰아들인 삼광이 급하게 다가섰다.

“왜 그러느냐?”

“백제의 잔당들과 다시 맹약을 맺기로 하였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일전에 김인문 외숙께서 백제의 부여 융과 웅진에서 맺었던 맹약은 취소하고 임금과 부여 융이 취리산(就利山, 충남 공주 소재)에서 다시 맺기로 했다 합니다.”

“당연히 그리해야지.”

유신이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부인을 주시했다.

“장군이 말씀하신 대로네요.”

“그놈들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지요.”

“아버지, 저기를 보세요.”

유신이 혀를 차는 순간 원술이 갑자기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곧바로 원술이 가리키는 곳을 주시했다. 북쪽 하늘에 있던 별이 포물선을 그리며 당나라 수도인 장안 쪽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장군, 무슨 의미입니까?”

떨어지는 별

“아마도 연개소문이 숨을 놓은 모양인데.”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세심하게 살피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개소문이라면 고구려의 막리지 아닙니까. 그런데 왜 저쪽으로 떨어집니까. 저 방향은 당나라 쪽 아닌지요.”

“그런 연유로 지금 그를 생각하는 중이라오. 왜 별이 저곳으로 떨어졌는지.”

유신이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는 부인에게 간단하게 주안상을 차려 달라 부탁했다. 유신의 차분한 말투에 부인이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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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