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의 속도위반 백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10:25:47
  • 호수 1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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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제로’ 캠페인 벌이더니…알고 보니 ‘속도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2011년 11월부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인 2017년 1월까지 6차례의 속도위반과 1차례의 신호 및 지시 위반으로 과태료를 납부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확인했다. 김 전 장관은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걸까.
 

▲ 김은경 환경부장관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근 10년간 ‘김은경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범칙금·과태료 부과 및 납부내역’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2011년 11월17일부터 2017년 1월28일까지 6차례의 속도위반과 1차례의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을 저질렀다. 김 전 장관이 총 7차례에 걸쳐 낸 과태료만 36만5200원에 이른다.

속도위반 6건
신호위반 1건

이 기간 김 전 장관은 주식회사 ‘지속가능성센터 지우(이하 지우)’를 설립하고 대표를 역임했다. 지우의 법인등기를 보면, 회사가 설립된 2010년 10월28일부터 사임한 2017년 6월30일까지 사내이사로 등재돼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017년 6월11일 김은경 당시 지우 대표를 문재인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지우는 공공기관 및 기업의 진단 컨설팅 교육, 조사 연구 평가를 주로 하는 회사다. 김 전 장관의 전공 분야인 ‘환경문제’와 ‘지속가능발전’에 특화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지속가능발전비서관과 민원제안비서관을 역임한 환경 전문가다.

지우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가 설립된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교육과 연구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과 연구는 주로 서울과 인천, 충남의 지방정부와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의 출장이 잦았을 공산이 크다.


2011년 11월17일 김 전 장관은 속도위반으로 과태료 5만8800원을 물었다. 지우는 같은 해 3월부터 11월까지 인천시 부평구와 ‘미래부평 지속가능발전계획 수립’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체결했다. 

6년 새 교통법규 7차례 위반
과태료 4만∼7만원 납부 확인

김 전 장관은 2012년 9월29일에도 속도위반으로 과태료 4만원을 납부했다. 지우는 같은 해 6월부터 9월까지 충남도와 ‘예당저수지 수변개발사업의 지속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을 체결했다. 

2015년에는 총 2차례 속도위반과 1차례 신호 또는 지시 위반을 저질렀다. 그 해 4월28일과 8월25일 속도위반으로 각각 과태료 7만원과 4만2000원을 납부했다. 10월7일에는 신호위반으로 7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지우는 2015년에 서울·인천·충남 지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4차례 교육을 진행했고, 인천·충남·수원 등과 5건의 연구용역을 체결했다.
 

김 전 장관은 2016년 8월14일과 2017년 1월28일 속도위반으로 각각 4만4400원, 4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2016년 8월 지우는 인천·충남에서 총 3건의 연구용역을 따냈다. 2017년 이후 지우의 교육과 연구 일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과태료만 
36만원

김 전 장관은 환경전문가임에도 경제속도(60∼80km/h)를 준수하지 않았다. 경제속도는 급출발·급가속·급감속·공회전 금지, 정속주행 등과 함께 대표적인 친환경 운전습관으로 꼽힌다. 


김 전 장관이 재임할 당시 환경부 소속 수도권대기환경청은 ‘급가속·급감속·과속제로’를 표방하는 대대적인 친환경 운전습관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경제속도를 준수하면 지구온난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일요시사>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이유를 듣기 위해 지우 측에 연락했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우 측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장관이 된 이후로는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주식회사 지우
모르쇠로 일관

김 전 장관의 과속 이력은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여준다. 당초 문재인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별도의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해 많은 우려를 낳았다. 그중 하나가 인사검증에 대한 우려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5대 인사원칙(병역기피·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부동산투기 발견 시 임용 배제)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11월 청와대는 기존의 5대 인사원칙을 보강해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의 기준에 벗어나는 인사는 고위공직 임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7대 배제기준’을 내놨다.
 

그럼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에는 구멍이 많다. 김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세금탈루, 자기논문 표절,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인사청문회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불렀다.

장관 시절 경제속도 강조하더니
부실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인사검증 기준이 발표되기 전 인사청문회를 치른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은 지난 1991년 음주운전 무마 의혹으로 뭇매를 맞았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이력이 불거지면서 결국 낙마했다.

정치권은 인사검증 실패 사례가 나올 때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와대가 조명래 당시 환경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자, 조 수석 해임을 촉구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청와대는 조 수석이 원칙에 맞게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정당의 해임 촉구에 청와대는 당시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현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은 KBS 사장을 포함해 8명인데 이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7대 배제기준에 위배된 경우는 없었다”고 입장을 내놨다.

인사 검증
구멍 숭숭∼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이 부실하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은 지난 1월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서 자신의 변호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조 수석은 원칙에 맞게 인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염한웅 전 과학기술자문회 부의장의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취소는 눈감았다”며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건도 비슷한 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나의 공익 제보에도 대사로 임명된 것은 조 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식회사 ‘지우’ 측 입장은?

<일요시사>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교통법규 위반 사유를 묻기 위해 당시 김 전 장관이 대표로 있었던 주식회사 지속가능성센터 지우에 전화했다. 다음은 지우 측과의 일문일답.

- 김 전 장관이 7차례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개인적인 일은 잘 모른다.

- 이 기간 김 전 장관이 지우 대표로 있었다.
▲나는 그때 해외에 있었고, 나중에 연구원으로 들어와서 그런 사정을 잘 모른다.

- 김 전 장관이 직접 운전했는지, 운전기사가 했는지.
▲모른다.

- 지우는 김 전 장관이 설립한 회사이지 않나.
▲환경부장관이 된 이후로는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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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