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 불구하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버티는 이유
‘퇴진론’ 불구하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버티는 이유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9.03.11 10:45
  • 호수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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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회장에 대한 사퇴 바람이 시들하다. ‘체육계 미투’가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다. 앞서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방관·방조한 책임을 물어 이 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버티는 이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고개 숙이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 회장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공적 지위를 갖고 있는 모든 이를 대표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1월15일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 앞에서는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가 열렸다.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등 체육시민단체 대표 10여명이 시위를 열기 위해 모였다. 이날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체육회 정기 이사회가 열렸다.

시들한 바람

이사회 후 이 회장은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체육계 쇄신안을 발표했다.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완전 차단 ▲조직적으로 비리 은폐한 단체는 회원 자격 박탈 ▲징계 내역 공시 의무화 등이 쇄신안에 담겼다.

이사회에 참석한 이 회장은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 같은 선언은 체육계 안팎의 공감을 얻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이 회장은 쇄신안서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체육계 시민단체 측은 잇따른 체육계 미투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닌 시스템의 미작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조재범 성폭력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조재범 전 코치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16일,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 선수를 훈련 중 수십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또 이 사건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심 선수는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부터 지난해 올림픽 개막 2달여 전까지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지난 1월30일 조 전 코치에 대한 혐의 중 ‘상습상해’와 ‘재물손괴’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10개월보다 늘어난 형량이다. 검찰은 조 전 코치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면밀한 수사를 거쳐 별도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특별수사팀은 조 전 코치가 수감 중인 구치소를 찾아 2차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 조 전 코치 측은 성폭행 피해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재범 성폭력 사건은 체육계 미투의 시발점이었다. 전직 유도 선수 신유용씨도 미투에 동참했다. 사회 곳곳에서는 “제2의 심석희·신유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지난달 25일에는 체육계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공식 발족했다.

체육계 시민단체 측이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보여준 행적이 성폭행 가해자 처벌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 수구 선수들이 제주에서 열린 대회 도중 여성 탈의실에 도촬용 카메라를 설치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한수영연맹의 수장은 이 회장이었다. 대한수영연맹은 도촬용 카메라를 설치한 이들을 영구제명했지만, 3개월 후 이들에 대한 징계 해제를 의결했다.

시들해진 ‘체육계 미투’ 여론
“통도 못 건든다?” 견제 필요성

2017국정감사 때는 이 회장이 측근들의 징계를 감면해주면서 ‘봐주기 사면’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이 회장에게 영구제명됐던 대한수영연맹 부회장, 이사 등 5명에 대한 대폭적인 징계 감면을 질의했다.

당시 한 의원은 “2200만원, 1500만원의 금품수수 혐의로 사법부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구제해준다는 것은 초법적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전 임원들이 문제를 일으켰던 시기는 이 회장이 대한수영연맹 회장으로 재임했을 때였다. 당시 이 회장은 “사익추구가 아닌 회계 문제로 받은 처벌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지난 1월31일 가맹단체 측과의 만남서 “지금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전념할 때다. 사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체육계 시민단체 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회장과 체육회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IOC 측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체육시민연대 측은 호소문을 보낸 이유에 대해 “외신(CNN)서도 국내 빙상계서 촉발된 미투에 대해 보도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이와 관련한 한국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 판단을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냈지만, IOC는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그의 지위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IOC 헌장은 정치·법·종교·경제 등으로부터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어떤 국가라도 이를 어길 시 IOC는 해당 국가의 올림픽 참전을 불허할 수 있다. 체육회는 우리나라 NOC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겸하고 있다. KOC 위원장은 이 회장이다. 즉 대통령이라고 해도 체육회 회장을 마음대로 해임시킬 수 없는 구조다.

그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여기에 체육계 미투로 자진사퇴하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회장에게만 사퇴하라는 논리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임 노리나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있다고 내다본다. 한 체육회 관계자는 “취임 때부터 연임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육회장 선거는 2020년 도쿄올림픽 폐막 2개월 후로 예정돼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요트협회장 승소했는데, 왜?

유준상 대한요트 협회장 당선인이 대한요트협회와 대한체육회에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회장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유 당선인 측은 지난 5일 “요트협회장 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라며 “최종심까지 협회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유준상 요트협회장은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인준불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사건과 회장지위 확인 본안소송을 제기했고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부는 지난해 12월, 유 회장의 손을 들어 “협회장의 지위를 인정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체육회는 항소했고 오는 4월11일 항소심이 열린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