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①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생가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 국민 모금 운동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 사진은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한 ‘겨레의집’이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봄, 아이들 손을 잡고 충남 천안으로 떠나보자.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천안에는 독립운동의 함성과 결의,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되새겨볼 만한 곳이 여럿 있다.
 

▲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겨레의탑’
▲ ‘태극기한마당’은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충남 천안시 목성읍 흑성산 아래 들어선 독립기념관으로 가자. ‘독립기념관’이 탄생한 계기는 1982년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 검정 당시, 문부성이 한국에 관련된 내용을 일본 측에 유리하게 수정한 역사 왜곡 때문이다.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은 국권피탈 72년 하루 전날인 1982년 8월28일에 발표됐다. 이후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 결과 500억원이 모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1986년 8월15일 개관 예정이었지만, 열흘 남짓 앞두고 화재가 난 것. 결국 이듬해 8월15일 개관했다.
 

▲ 독립을 위해 애쓴 순국선열을 만날 수 있는 독립기념관

감동과 교훈

독립기념관은 이름 그대로 무수한 외침을 극복하고 자주독립을 지켜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를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겨레의탑’을 만나보자. 높이 51m로 고개를 힘껏 젖혀야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에 설 때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한다. 
 

▲ 제2전시관에 을사늑약 장면을 연출한 모형이 있다.
▲ 한국광복군에 대한 자료가 있는 제5전시관

겨레의탑을 지나면 또 한 번 놀란다. 방문객 앞에 버티고 선 ‘겨레의집’은 웅장함 그 자체다. 길이 126m, 너비 68m, 높이 45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기와집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했으며 기념 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와는 구리로 제작했으며 현판은 서예가 일중 김충현이 썼다. 
 

▲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는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내부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한 무리 사람들이 힘찬 동작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형상이다. 온몸을 바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연 순국선열을 상징한다. 겨레의집 앞으로 태극기 815기를 연중 게양하는 ‘태극기한마당’이 펼쳐진다.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 영정

독립기념관은 7개 전시관과 입체영상관으로 구성된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전시관이 넓어, 꼼꼼히 둘러보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미리 정보를 알고 동선을 짜서 가는 것이 좋다. 7개 전시관에서는 일제의 잔인한 침략상과 각지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자료와 미니어처, 영상물이 이해를 돕는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전소된 것을 복원한 유관순 열사 생가

제1전시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인 1860년 이전까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과 외세 극복의 역사를 정리한다. 고인돌 모형, 가야 기마 무사상 모형, 거북선 재현 모형 등이 눈길을 끈다. 제2전시관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1860년부터 1940년대까지) 우리 민족의 시련을 살펴볼 수 있고, 제3전시관은 일제에 항거한 의병 전쟁과 안중근 의사의 의거 등 구한말 국권 회복 운동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다. 제4전시관은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공간으로 다양한 시각 자료가 감성을 자극한다. 국외에서 활동한 독립군과 광복군의 흔적이 있는 제5전시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의 밀랍 모형이 눈길을 끄는 제6전시관, 관람객이 독립 만세를 불러보는 등 국내외에서 전개된 다양한 독립운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제7전시관도 발길을 붙든다.
 

▲ 유관순 열사가 다닌 매봉교회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 느낄 수 있는 곳

전시관 위주로 살펴봐도 좋고 인근 숲길 탐방 등과 함께 일정을 짜도 좋다. 독립기념관은 주변에 숲과 호수가 어우러지고 캠핑 공간과 꼬마열차, 어린이방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으로 화려한 영상과 특수 효과를 체험하는 입체영상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홈페이지에서 전시관 해설 신청도 가능하다.
 

▲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독립 만세 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는 도화선이 된 것이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아우내를 한자로 쓴 지명이 병천(竝川)이다. 1902년 병천면 용두리에서 태어난 유관순 열사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1학년에 진학한 1919년 3·1운동에 참가한다. 3월10일 전국에 휴교령이 떨어지자, 열사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사촌 언니 유예도와 고향  천안으로 내려와  만세 운동을 주도한다. 이것이 4월1일 일어난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당시 30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으로 유관순 열사의 부모가 죽고 자신도 체포돼 3년 형이 선고된다. 재판 당시 “다시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대일본제국 신민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하겠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유 열사는 “나는  왜놈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언젠가 네놈들은  천벌을 받아 반드시 망할 것이다”라며 재판장에게 의자를 던졌다. 옥중에서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열사는 이듬해 4월 이왕세자(영친왕)가 도쿄에서 결혼하는 것을 기념해 1년6개월로 감형됐지만, 1920년 9월28일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옥사한다.
 

▲ 아라리오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 외관

‘유관순 열사 생가’는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일본 관헌이 가옥과 헛간을 불태워 빈터만 남은 것을 1991년 12월30일 복원했으며, 봉화 터와 함께 사적 230호로 지정됐다. 생가 옆에는 박화성이 시를 짓고 이철경이 글씨를 쓴 기념비가 세워졌다. 생가에서 유관순 열사 사적지까지 10여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열사의 영정이 모셔진 추모각과 동상, 기념관 등이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펼친 아우내장터 일대는 지금 병천순대거리가 조성됐다. 순대를 내는 식당 50여곳이 들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960년대 인근에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팔며 시작됐다고 한다. 당면 대신 채소와 선지로 속을 꽉 채운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 리각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

천안은 미술 테마 여행으로 즐겨도 좋다. 천안종합터미널 앞에 조성된 아라리오광장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필수 순례지로 꼽히는 곳.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야외 갤러리다.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m)’와 ‘채러티(Charity)’, 키스 해링의 ‘줄리아(Julia)’,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 등 세계적인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가 열린다.
 

▲ 벽화가 예쁜 800여 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기는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미술 테마 여행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조각가로 명성을 날린 이종각의 작품이 있는 리각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대지 1만5700㎡에 펼쳐진 야외조각공원과 830㎡에 이르는 실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근사한 찻집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아라리오광장과 리각미술관에서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이 가깝다. 예쁜 벽화가 그려진 800여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야외 미술관에 온 느낌이 든다.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오고, 걸어도 15분이 채 안 걸려 접근이 편하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둘째 날: 아라리오광장→리각미술관→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시민의행복을위한천안의흥(천안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cheonan.go.kr/tour.do
- 독립기념관 www.i815.or.kr
- 아라리오갤러리 www.arariogallery.com
- 리각미술관 http://ligakmuseum.co.kr

문의 전화
- 천안시청 문화관광과 041)521-5173
- 독립기념관 041)560-0114
- 유관순열사기념관 041)564-1223
- 아라리오갤러리 041)551-5100
- 리각미술관 070-4111-3463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서울역-천안역, 무궁화호 하루 20여 회(05:56~22:50)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서울-천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00 ~다음 날 00:20) 운행, 약 1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2:20)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천안종합터미널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3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전철: 서울역-천안역, 지하철 1호선 50여 회(06:48~22:27) 운행, 약 2시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목천(독립기념관) IC→목천·독립기념관 방면→독립기념관

숙박 정보
- E천안호텔: 서북구 양지21길, 041)592-0000, www.cheonanhotel.kr
- 천안상록호텔: 동남구 수신면 수신로, 041)560-9114, www.sangnokresort.co.kr
- 굿모닝호텔: 서북구 차돌들길, 041)578-6363

식당 정보
- 충남집순대(순댓국): 동남구 병천면 충절로, 041)564-1079
- 아우내한방순대(순대):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순대길, 041)555-9833
- 쪽문만두(만두): 동남구 수선정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62-5447
- 평양냉면(순대·만둣국·녹두부침): 동남구 큰시장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51-4851

주변 볼거리
각원사, 천안홍대용과학관, 태학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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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