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①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생가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 국민 모금 운동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 사진은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한 ‘겨레의집’이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봄, 아이들 손을 잡고 충남 천안으로 떠나보자.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천안에는 독립운동의 함성과 결의,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되새겨볼 만한 곳이 여럿 있다.
 

▲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겨레의탑’
▲ ‘태극기한마당’은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충남 천안시 목성읍 흑성산 아래 들어선 독립기념관으로 가자. ‘독립기념관’이 탄생한 계기는 1982년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 검정 당시, 문부성이 한국에 관련된 내용을 일본 측에 유리하게 수정한 역사 왜곡 때문이다.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은 국권피탈 72년 하루 전날인 1982년 8월28일에 발표됐다. 이후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 결과 500억원이 모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1986년 8월15일 개관 예정이었지만, 열흘 남짓 앞두고 화재가 난 것. 결국 이듬해 8월15일 개관했다.
 

▲ 독립을 위해 애쓴 순국선열을 만날 수 있는 독립기념관

감동과 교훈

독립기념관은 이름 그대로 무수한 외침을 극복하고 자주독립을 지켜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를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겨레의탑’을 만나보자. 높이 51m로 고개를 힘껏 젖혀야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에 설 때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한다. 
 

▲ 제2전시관에 을사늑약 장면을 연출한 모형이 있다.
▲ 한국광복군에 대한 자료가 있는 제5전시관

겨레의탑을 지나면 또 한 번 놀란다. 방문객 앞에 버티고 선 ‘겨레의집’은 웅장함 그 자체다. 길이 126m, 너비 68m, 높이 45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기와집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했으며 기념 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와는 구리로 제작했으며 현판은 서예가 일중 김충현이 썼다. 
 

▲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는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내부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한 무리 사람들이 힘찬 동작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형상이다. 온몸을 바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연 순국선열을 상징한다. 겨레의집 앞으로 태극기 815기를 연중 게양하는 ‘태극기한마당’이 펼쳐진다.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 영정

독립기념관은 7개 전시관과 입체영상관으로 구성된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전시관이 넓어, 꼼꼼히 둘러보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미리 정보를 알고 동선을 짜서 가는 것이 좋다. 7개 전시관에서는 일제의 잔인한 침략상과 각지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자료와 미니어처, 영상물이 이해를 돕는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전소된 것을 복원한 유관순 열사 생가

제1전시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인 1860년 이전까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과 외세 극복의 역사를 정리한다. 고인돌 모형, 가야 기마 무사상 모형, 거북선 재현 모형 등이 눈길을 끈다. 제2전시관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1860년부터 1940년대까지) 우리 민족의 시련을 살펴볼 수 있고, 제3전시관은 일제에 항거한 의병 전쟁과 안중근 의사의 의거 등 구한말 국권 회복 운동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다. 제4전시관은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공간으로 다양한 시각 자료가 감성을 자극한다. 국외에서 활동한 독립군과 광복군의 흔적이 있는 제5전시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의 밀랍 모형이 눈길을 끄는 제6전시관, 관람객이 독립 만세를 불러보는 등 국내외에서 전개된 다양한 독립운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제7전시관도 발길을 붙든다.
 

▲ 유관순 열사가 다닌 매봉교회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 느낄 수 있는 곳

전시관 위주로 살펴봐도 좋고 인근 숲길 탐방 등과 함께 일정을 짜도 좋다. 독립기념관은 주변에 숲과 호수가 어우러지고 캠핑 공간과 꼬마열차, 어린이방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으로 화려한 영상과 특수 효과를 체험하는 입체영상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홈페이지에서 전시관 해설 신청도 가능하다.
 

▲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독립 만세 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는 도화선이 된 것이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아우내를 한자로 쓴 지명이 병천(竝川)이다. 1902년 병천면 용두리에서 태어난 유관순 열사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1학년에 진학한 1919년 3·1운동에 참가한다. 3월10일 전국에 휴교령이 떨어지자, 열사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사촌 언니 유예도와 고향  천안으로 내려와  만세 운동을 주도한다. 이것이 4월1일 일어난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당시 30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으로 유관순 열사의 부모가 죽고 자신도 체포돼 3년 형이 선고된다. 재판 당시 “다시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대일본제국 신민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하겠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유 열사는 “나는  왜놈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언젠가 네놈들은  천벌을 받아 반드시 망할 것이다”라며 재판장에게 의자를 던졌다. 옥중에서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열사는 이듬해 4월 이왕세자(영친왕)가 도쿄에서 결혼하는 것을 기념해 1년6개월로 감형됐지만, 1920년 9월28일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옥사한다.
 

▲ 아라리오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 외관

‘유관순 열사 생가’는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일본 관헌이 가옥과 헛간을 불태워 빈터만 남은 것을 1991년 12월30일 복원했으며, 봉화 터와 함께 사적 230호로 지정됐다. 생가 옆에는 박화성이 시를 짓고 이철경이 글씨를 쓴 기념비가 세워졌다. 생가에서 유관순 열사 사적지까지 10여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열사의 영정이 모셔진 추모각과 동상, 기념관 등이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펼친 아우내장터 일대는 지금 병천순대거리가 조성됐다. 순대를 내는 식당 50여곳이 들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960년대 인근에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팔며 시작됐다고 한다. 당면 대신 채소와 선지로 속을 꽉 채운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 리각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

천안은 미술 테마 여행으로 즐겨도 좋다. 천안종합터미널 앞에 조성된 아라리오광장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필수 순례지로 꼽히는 곳.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야외 갤러리다.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m)’와 ‘채러티(Charity)’, 키스 해링의 ‘줄리아(Julia)’,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 등 세계적인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가 열린다.
 

▲ 벽화가 예쁜 800여 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기는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미술 테마 여행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조각가로 명성을 날린 이종각의 작품이 있는 리각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대지 1만5700㎡에 펼쳐진 야외조각공원과 830㎡에 이르는 실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근사한 찻집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아라리오광장과 리각미술관에서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이 가깝다. 예쁜 벽화가 그려진 800여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야외 미술관에 온 느낌이 든다.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오고, 걸어도 15분이 채 안 걸려 접근이 편하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둘째 날: 아라리오광장→리각미술관→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시민의행복을위한천안의흥(천안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cheonan.go.kr/tour.do
- 독립기념관 www.i815.or.kr
- 아라리오갤러리 www.arariogallery.com
- 리각미술관 http://ligakmuseum.co.kr

문의 전화
- 천안시청 문화관광과 041)521-5173
- 독립기념관 041)560-0114
- 유관순열사기념관 041)564-1223
- 아라리오갤러리 041)551-5100
- 리각미술관 070-4111-3463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서울역-천안역, 무궁화호 하루 20여 회(05:56~22:50)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서울-천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00 ~다음 날 00:20) 운행, 약 1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2:20)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천안종합터미널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3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전철: 서울역-천안역, 지하철 1호선 50여 회(06:48~22:27) 운행, 약 2시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목천(독립기념관) IC→목천·독립기념관 방면→독립기념관

숙박 정보
- E천안호텔: 서북구 양지21길, 041)592-0000, www.cheonanhotel.kr
- 천안상록호텔: 동남구 수신면 수신로, 041)560-9114, www.sangnokresort.co.kr
- 굿모닝호텔: 서북구 차돌들길, 041)578-6363

식당 정보
- 충남집순대(순댓국): 동남구 병천면 충절로, 041)564-1079
- 아우내한방순대(순대):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순대길, 041)555-9833
- 쪽문만두(만두): 동남구 수선정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62-5447
- 평양냉면(순대·만둣국·녹두부침): 동남구 큰시장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51-4851

주변 볼거리
각원사, 천안홍대용과학관, 태학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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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