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부 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09:42:06
  • 호수 1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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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김신혜씨의 재심이 열렸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19년 동안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그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 
 

▲ 김신혜씨

지난 6일 오후 3시55분 무기수 김신혜씨가 재심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광주지법 해남지원에 들어섰다. 김씨는 베이지색 코트 차림에 2개의 서류봉투를 가슴에 안고 차에서 내렸다. 19년 만에 하이힐을 신은 탓인지 호송차량서 내리면서 발을 삐끗하기도 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는 원하면 사복을 입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반인권적 수사
법원 결정 영향

김씨에 대한 재심은 2000년 3월 존속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지 19년 만, 2015년 1월 청구한 재심이 확정된 지난해 9월 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20대에 감옥살이를 시작한 김씨는 이제 40대가 됐다. 취재진이 ‘한마디만 해달라’고 요구하자 “네, 이기겠습니다”라는 짧은 심경을 전했다. 그동안 김씨가 느낀 고통과 분노, 억울함과 절망이 이 한마디에 함축돼있었다. 그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 해남지원 제1호 법정서 형사합의 1부 심리는 비공개로 50여분간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에 앞서 주요 쟁점과 입증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첫 준비기일을 마친 김씨는 재판서 진실을 꼭 밝히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김씨는 부당한 수사로 수집된 증거를 재판에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모두 배척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석방 상태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김씨 측은 아버지의 수면제 30알 복용 과정과 정확한 사인 등을 놓고 다퉈야 할 쟁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영장 범죄사실 기록에는 수면제를 갈아서 먹였다고 적시됐으나 검찰 기소 단계에서는 알약 30알을 먹였다고 바뀐 점에 주목했다.

수사기관 감정 결과 알약을 갈았다는 그릇과 그 그릇을 닦았다는 행주서 약물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점, 술 취한 사람이 알약 30알을 한 번에 털어 넣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재심 결정 4년 만에 법정에
19년 동안 무죄 주장 받아져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는 “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한 점,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김씨의 거부에도 영장 없이 현장검증을 한 점을 강압수사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열심히 해서 재심을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재심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억울한 옥살이가 계속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김학자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심 결정을 하면서 형 집행정지를 하지 않아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공판 과정서 다시 형 집행정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염된 증거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에 수사기관 측 증거는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한 차례 더 비공개로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쟁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3월7일 오전 5시50분쯤 전남 완도군 정도리 한 버스정류장 앞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전남 완도의 바닷가 작은 시골마을을 발칵 뒤집었다. 죽은 남성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으나 시신에는 아무런 상처가 남아있지 않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물에 의한 사망’이었다.

시신서 다량의 수면제 성분과 알코올이 검출됐다. 이틀 후 범인이 검거됐는데 놀랍게도 사망한 남성의 친딸 김씨였다. 그는 수면제 30알을 양주에 타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아빠 죽은 그날
존속살해로 체포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가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하기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씨의 이복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자신이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당한 기억을 떠올리고 살인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살해 목적은 사망 보험금. 김씨가 사망한 아버지 명의로 8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살해계획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수첩도 발견됐다. 증거도 증언도 확실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장검증을 앞두고 “절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돌연 범행을 부인했다. 무엇보다도 성추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자신의 무죄보다 아버지의 불명예를 벗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수사 과정서 “폭행, 폭언 등 자백을 강요하는 강압수사를 받았다”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지만,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 아버지를 살해한 적이 없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씨가 교도소의 모든 출역을 거부한 채 무죄를 호소한 사실은 <오마이뉴스>의 10만인리포트, 다음카카오 뉴스펀딩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로 당시 수사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고모부에게 자백했다는 사실을 범인이라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정작 김씨 본인은 자신은 고모부에게 자백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3월8일 밤 11시20분경 고모부가 자신을 불러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은데 ‘네가 자백하지 않으면 남동생이 큰일난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찰서로 갔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목적으로 보험금을 들었지만 그 8개의 보험 중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였다. 범행 도구인 수면유도제와 양주 등의 물증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가 수면제를 갈 때 사용했다고 진술한 행주와 밥그릇서도 수면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시신서 독실아민 13.02㎍/ml이 검출됐다.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취재에 의하면 이 정도 양이 검출되려면 경찰이 발표한 30알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 3배에 달하는 100알 정도를 먹어야 나오는 수치라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경찰 측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면유도제나 양주 같은 결정적 물증도 없었을 뿐더러 수사 과정 중 김씨는 경찰로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누드사진을 퍼트리겠다는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증거
“인정 못해”

경찰은 영장도 없이 그의 집을 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인 1조의 규칙도 어겼다. 하지만 정당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문서를 조작했다. 문제가 된 살해계획서는 김씨가 연극배우를 하며 써놓은 극 시나리오로 밝혀졌다. ‘완전’ 일치한다던 살해계획서는 어느샌가 ‘근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2014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김씨를 만나 들은 바에 의하면, 경찰이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한 정황과 수사과정서 억지로 현장검증을 시켜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경찰이 종이 한 장을 자신 앞에 내놓더니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를 치고 뺨을 막 때리면서 빨리 찍으라고 독촉했다. 당황한 김씨가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경찰이 억지로 자신의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지장을 찍게 했다는 것이다. 서명을 하라고 닦달하는 과정서도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렸다.

만약 김씨의 말이 사실일 경우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판결에 불복했지만, 고등법원 항소와 대법원 상고마저 각각 기각되면서 2001년 3월23일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계속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교도소 내 기결수들이 하는 노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한 언론 인터뷰서 “나는 죄가 없는데 나라서 시키는 노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도소 내에서는 그를 ‘독한년’이라고 부른다.

모두가 “한국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살인사건의 재심은 가당치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1월, 김씨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 법률구조단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대한변호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신혜 사건’에 대한 15년 전 재판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 위법성 인정 
사상 첫 무기수 재심 시작 

사건 당시 수사 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폭행과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한 정황과 수사과정에서 억지로 현장검증을 시켜 범행을 재연하게 한 점도 드러났다. 이에 대한변협은 김씨에 대한 재심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형사재판 과정서 제출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에 문제가 있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 이외에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공소사실에 의문을 갖게 하는 증거가 존재함에도 이는 재판 과정서 쟁점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판결이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왜 피고인은 14년 넘게 홀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밝히겠다는 것이다.

김신혜 사건은 2001년 6월1일 SBS 시사프로그램 <뉴스추적>, 2003년10월21일 MBC <PD수첩>, <신동아> 2003년10월호 ‘어느 존속살해 여자 무기수의 진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었다. 하지만 언론보도 이후에도 법적인 조치는 전혀 이뤄진 바 없이 십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에 대한변협은 법률적 지원의 필요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재판기록은 중요사건으로 분류됐고, 약품 처리되어 영구보존 중이다. 대한변협은 재판기록, 재판 이후 발견된 증거들, 재판 이후 보다 인권적으로 바뀐 적법절차와 관련된 판례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15년 전 수사경찰의 반인권적인 수사가 형법상 직무상 범죄에 해당하고, 당시 재판 과정서 채택된 증거들이 현재의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 증거로 쓰여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재심 청구를 한다고 전했다. 

지금의 교도소는 개인이 필요한 만큼 노트를 소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노트를 한 권밖에 소지할 수 없었고, 새 노트를 받으려면 다 쓴 노트를 가위로 잘라버리거나 찢어버리는 등 폐기처리해야 했다. 그렇기에 김씨는 본인이 당했던 억울한 수사 및 재판을 속옷이나 양말 바닥 등에 기록해가며 쉼 없이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꼭 이기겠다”
대장정 돌입

그리고 2015년 11월18일, 마침내 광주지방법원의 판결로 재심이 결정됐다. 국내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2017년 2월11일 광주고법서 항고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3일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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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