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 간청’ 이명박 9가지 질병 보니…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3.04 10:33:36
  • 호수 1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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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빠지고 코 고니 빼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돌연사 가능성이 있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어떤 질병을 앓고 있기에 돌연사 위험까지 언급되고 있는 걸까. 확인 결과 이 전 대통령이 앓고 있는 9가지 질병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들이었다. 이 중에는 ‘탈모’도 있다. <일요시사>가 이 질병들이 정말 돌연사를 유발할 만큼 위중한 병인지 알아봤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면무호흡증’ 등 지병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며 법원에 석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전날 보석에 관한 의견서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에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3일 서울대병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기관지확장증·역류성식도염·제2형 당뇨·탈모·황반변성·수면무호흡증 등 9개 질환이 확진됐다고 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보석 의견서
재판부 판단은?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에 대해 검찰이 오해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서 진단받은 병명만 수면무호흡증, 기관지확장증, 역류성식도염, 당뇨병, 황반변성 등 9개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겼고, 최근에는 증세가 심해져 1∼2시간마다 깨고 30분 이후에 잠들며 수면 도중 무호흡증세가 크게 늘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양압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수면무호흡증은 이 전 대통령이 이전부터 계속해서 앓아왔던 수면장애와 동반한 증상으로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겨 수면장애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돌연사 가능성도 제기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할 때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발생률이 4∼5배나 높고, 심정지에 의한 급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은 “수면무호흡증은 동맥경화와 심부전, 폐성 고혈압과 관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의학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의 증세인) 수면무호흡증을 가볍게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돌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 측 “심각하다” 석방 요청
악화돼 1∼2시간마다 잠에서 깬다?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 직전인 지난달 18일에는 이 전 대통령이 소변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는데, 신장·방광에 염증이나 종양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이 전 대통령의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음이 밝혀져 구치소 담당 의사가 긴급하게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꾀병을 부린다’는 오해를 살 것이 염려돼 그동안 병세를 자세히 밝히지 않고 참아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29일,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기도 했다.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와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인해 재판이 공전하고 있어 불구속 심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판부 변경에 따른 재판 지연은 보석 허가 사유가 아니다. (구치소에 확인한 결과)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보석을 허가할 정도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에서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의 질병이 돌연사할 정도로 위중할까.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성인 남성 대부분이 만성적으로 앓고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이 전 대통령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기관지확장증]

기관지확장증이란 기관지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영구적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 부위는 부분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폐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침범된 기도는 염증, 점막 부종, 궤양, 기관지 세동맥의 신생 혈관 형성, 반흔, 또는 반복적인 감염에 의한 폐쇄로 기관지 비틀림 같은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기도 분비물에 의한 기관지 폐쇄는 폐렴을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은 다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폐 실질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기관지확장증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들을 살펴보면 만성기침, 객담, 호흡곤란, 객혈, 흉통 등이다. 
 

▲ 서울구치소

기관지확장증은 기관지가 이미 손상된 상태로 교정하기 어렵다. 만성적인 질병으로 기관지 모양 자체가 변한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도 그 모양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질병의 치료 목적은 비정상적인 기관지에 이차적인 세균감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조기 치료를 하는 것이다. 

[역류성식도염]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식도의 염증으로 일반적으로 그와 관련해 발생하는 여러 불편감을 총칭해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식도염은 대부분 이에 속하며 비만, 음주, 흡연 등이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위식도 경계 부위가 닫혀 있어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으나, 조절 기능의 약화로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이에 따른 불편감이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경우 만성적인 역류가 발생해 위산에 의해 식도염이 발생한다.

검 “건강 상태
그 정도 아니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가슴 쓰림, 가슴의 답답함, 속쓰림,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듯한 느낌, 목 쓰림, 목소리 변화, 가슴 통증 등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며 내시경 검사로 진단이 이루어진다.

대개 만성적인 경과를 밟으며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수십년 이상 식도염이 지속되는 경우 식도암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체내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생긴다. 국내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제1형과 달리 성인에게 발병한다. 진행성 질병이라 초기에는 경구용 약으로 조절하지만, 평생 경구혈당강하제로 혈당조절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면 인슐린 주사를 투여해야 한다. 

제2형 당뇨병(NIDDM)의 발병은 상당히 느리고 완만하며 중년 이후에 많이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병해도 장기간 자각증상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조기에 진단을 받아도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해 중증화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의 첫걸음은 환자 자신이 당뇨병의 병태를 충분히 이해해 적절한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실시해서 생활습관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요양지도가 치료의 기본이다. 

[탈모]

인간의 몸에는 약 500만개의 털이 자라고 있다. 털은 모두 일정한 성장기간이 지나면 성장이 정지되고 퇴행기를 지나 휴지기에 들어가서 탈모해 다시 털이 나는 일을 되풀이한다. 이것을 털의 성장주기라고 한다. 

머리털은 성장기가 길고(2∼6년 이상) 휴지기가 짧다(2∼3개월 이하). 그리고 1개씩 독립된 성장주기를 가지며, 성인은 머리털의 2∼5% 이하가 휴지기에 있다고 한다. 


성인 앓는 만성형 질환들 
백혈구 수치는 높게 나와

휴지기에 들어간 털은 색소가 엷고 윤기가 없으며 모근이 가늘어 세발이나 빗질로 쉽게 빠진다. 또 발열성 질병, 임신, 정신적 스트레스 등에 의해 성장기의 털이 갑자기 휴지기에 들어가 많이 빠지는 일이 있는데, 원인이 제거되면 회복된다.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남성호르몬은 수염을 자라게 하지만 두피에서는 반대로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해 탈모를 방지하는 약제가 개발됐다. 먹는 약으로는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가 있고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으로는 미녹시딜(Minoxidil)이 개발돼있다.

[황반변성]

황반이 노화, 유전적인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는 증상을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는데, 시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킨다.
 

황변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많은 원인으로는 연령 증가(연령 관련 황반변성)를 들 수 있으며 가족력, 인종,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반부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이곳에 변성이 생기면 시력감소, 중심암점, 변시증(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비삼출성일 경우 크게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

수면무호흡증이란 자는 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동안 숨이 막혀 컥컥거리다가 한계점이 지나면 ‘푸’하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관찰된다.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5번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저산소혈증으로 다양한 심폐혈관계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해 목 부위에 지방이 축적되거나 혀, 편도 등의 조직이 비대해진 경우에도 목 안의 공간이 줄어들고 상기도가 좁아져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턱이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는 체중 감량과 규칙적인 운동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약 50% 감소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바로 양압기(CPAP)의 착용이다. 자는 동안 실내 공기를 마스크를 통해 호흡하게 되는데 압력을 가해 기도로 불어넣게 되어 무호흡 발생을 예방한다. 치료율은 10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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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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